181편 - 방해
“예.”
장수는 말과 함께 도사들을 살펴보았다. 그들 중에 절반 이상이 일반인이나 다름없었다. 그저 인원을 맞추고자 불러들인 듯 했다.
그러나 나머지는 어느 정도 무공을 익혔는지 고수라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일반 무사들보단 뛰어나 보였다. 복면인들이 습격해 와도 크게 밀리지 않을 성 싶었다.
시간이 지나자 또다시 이십여 명의 인원이 이곳 주변을 살피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주변을 살필 뿐이었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는데 어떻게 대처를 하는지 보러 조용히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장수는 그들을 보고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았다.
‘저 녀석들도 그냥 제압 할까?’
저들까지 제압하는 것은 무척이나 쉬운 일이나 처음부터 오십 명의 복면인을 잡아들이는 걸 본다면 자신에 대한 소문이 과하게 날 가능성이 있었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일반 상가에서 견제를 하는 듯 했지만 미리 주의해둬서 나쁠 것은 없었다. 물론 저들이 공격을 한다면 무사들과 합심해서 제압하면 그만이었지만 공격하지 않는다면 그냥 지켜볼 생각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날이 밝았다. 그러자 주변을 서성이던 복면인들이 서서히 물러났다.
장수는 복면인들이 물러나자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는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자신이 돌아온 것이다. 누가 되었든 방해를 떨쳐내고 사업을 성공시켜야 했다.
장수는 무사장을 불렀다.
“무사장님“
“예. 소장주님.”
“관에 연락을 넣어 복면인들을 잡아 가라고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당장 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낮에는 복면인들이 움직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자재를 훔치러 올수도 있었고 근처 불량배들이 행패를 부릴 수 있었기에 공방을 지킬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랬기에 관에서 직접 오도록 사람을 부르기로 했다.
무사 세 명이 달려가고 한참이 지나자 관에서 십여 명의 병사를 데리고 찾아왔다.
그들은 삼심여 명이나 되는 복면인들을 보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들이 공격을 해온 겁니까?”
말을 한자는 병사장이었다. 그는 자신 또한 많은 병사들을 관리하는 입장으로서 무척이나 놀랐다.
삼십 명이나 되는 인원을 거의 피해를 입지 않은 채 제압한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보통 이정도 인원을 제압하려면 더 많은 인원수가 있어야 했는데 더구나 사상자 하나조차 없이 이렇게 제압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습니다. 간밤에 습격을 해왔습니다.”
병사장은 고개를 끄덕인 후 주변을 돌면서 증거물을 확인했다. 그리고 주변상황 또한 자세히 적었는데 하는 행동들이 보통 치밀한 게 아니었다.
삼십 명이나 되는 대인원이 한밤중에 습격을 한 것만으로도 큰 죄였다.
거기다 석가장은 군의 납품을 맡은 곳이었기에 더욱 치밀하게 증거를 확보하려 한 것이다.
병사장은 상황을 좀 더 물어본 뒤에 장수에게 다가왔다.
“알겠습니다. 증거는 이 정도라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럼 이만 이들을 관으로 데려가서 심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병사장은 장수에게 인사를 한 후 복면인들을 데리고 관으로 돌아갔다.
삼십 명이나 되는 복면인들이 병사들에 의해 잡혀 가자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신기한 듯 지켜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몹시 궁금해 했다. 그러다 공방을 침입한 자들이라 하자 자기들끼리 수근 대기 시작했다.
장수는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한번 살펴본 후 무사장에게 말을 했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할 것입니다. 그러니 작업 준비와 함께 사람들을 모아 주십시오.”
“예? 하지만 인부들의 신원을 믿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방해하는 자들이 많아서 애먹으실 겁니다.”
무사장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수 없습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시간만 끌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어떻게든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하지만…….”
“제 말을 들으십시오.”
장수의 말에 무사장은 급히 고개를 숙이고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움직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수십 명이 사람들이 모였다. 목수와 장인 그리고 도사들이였다.
장수는 그들을 한번 본 뒤에 말을 했다.
“현재 공사 진척이 매우 더딥니다. 더구나 그 외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고 계실 겁니다.”
장수의 말에 모인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여기 있는 분들과 믿을 수 있는 다른 분들과 함께 공사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장수의 말에 모인사람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특히 목수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현재 상황에 대해서는 다들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물론 걱정도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막무가내로 일을 벌일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고작 이정도 인원으로 하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목수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지금 규모가 너무 큰 게 애초에 잘못된 겁니다. 지금은 중요한 것은 화덕입니다. 화덕만 준비가 끝나면 작업은 언제든지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공방이라 말했지만 중요한 것은 화덕이었다. 화덕이 있는 대장간만 제대로 만들어도 작업은 얼마든지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장수의 말에 목수들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공방 전체를 만드는 게 아니라 화덕이 있는 대장간만 만든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아무래도 일손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대장간만 만든다 해도 지금보다 많은 인원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도 최소 인원이라는 게 있습니다. 일을 거들어줄 사람이 필요한데 그것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것은 여기 있는 도사님들과 무사님들에게 협조를 구하겠습니다.”
“예?”
장수의 말에 도사들과 무사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특히 무사들은 더 황당한 표정을 지었는데 그들은 검만 휘두를 줄 알았지 공사를 하는 인부일은 생각지도 않았던 것이다.
“죄송하지만 현재 본가에 큰 위기가 닥쳤습니다. 더구나 납품기일까지 납기를 못한다면 본가의 신용도가 크게 하락할 겁니다. 그러니 부디 협조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장수가 고개를 숙이며 말하자 무사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모시는 주인인 소장주가 저리 부탁하는데 차마 거절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침입자들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우리가 공사에 투입된다면 불손한 무리들이 침입하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무사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럴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땐 제가 직접 나서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무사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장수에 대한 실력은 무사들 사이에서 이미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소장주가 고수라고 알려진 이상, 칩입자에 대한 걱정은 많이 덜었다. 더구나 낮에는 너무 눈에 띄기 때문에 적대하는 무리라 해도 함부로 공격할 수 없었다. 그랬기에 잡부로서 동원되었다가 병력이 부족하면 그때 불러들이면 되는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원래 무사들은 자존심이 매우 강해서 공사판의 일 같은 힘을 쓰는 일을 잘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같은 경우에는 소속 가문의 소장주의 부탁이었기에 특별히 들어준 것이었다. 하지만 두 번은 없으리라.
“감사합니다. 그럼 지금 부터 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도사들과 무사들이 작업을 돕기 위해 모두 달려들었다. 그러자 목수가 신이 난 표정으로 그들을 지시하며 화덕이 있는 대장간을 먼저 작업하기 시작했다.
화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로였다. 화로만 있다면 나머지는 대충 만들어도 그만이었던 것이다.
화로는 다행히 초반에 구입해둔 것이 있었다. 그랬기에 설치하고 화덕을 만들기만 하면 됐다.
화덕 작업은 석가장에서 보낸 장인들이 지시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쓸 것이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일을 지시했는데, 화덕을 만드는 일과 함께 화덕이 있을 장소도 함께 만들었기에 보기에도 곱절은 바빠 보였다. 그렇게 며칠이라는 시간이 지나자 공방 중에서 화덕이 하나둘씩 완공이 되기 시작했다.
화덕이 먼저 만들어진 곳부터 장인들은 하나둘씩 작업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화덕만 있다고 작업이 다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있다는 것만으로도 장인들은 만족스러웠는지 매우 적극적으로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