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편 - 방해
장인은 화덕으로 작업을 하다가 뒤를 보고 큰소리를 쳤다.
“보조!”
보조라는 말에 장수는 영문을 몰라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그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제품을 빨리 만들기 위해서는 보조가 필요했다. 그랬기에 장인이 보조를 찾은 것이다.
‘이거 큰일이구나. 보조해줄 사람이 없어.’
장인 혼자서도 제품을 충분히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보조가 있어서 도움을 준다면 작업 진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때 무사장이 달려왔다.
“소장주님 여기 서류를 가져왔습니다.”
무사장은 재빠르게 서류를 가져 왔다. 그 속도만 봐도 무사장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장수는 서류를 받고자마자 그를 붙잡고 빠르게 말했다.
“지금 당장 무사들을 데리고 장인들을 도와주십시오.”
‘예?”
“급합니다. 제품을 납기일까지 맞추려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장인들을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장수의 말에 무사장은 안색이 붉어졌다. 건물을 짓는 잡부 일을 시키더니 이제는 장인들의 보조까지 하게 된 것이다.
“하, 하지만…….”
“제발 부탁드립니다.”
장수의 말에 무사장은 고개를 푹 숙였다.
“아…… 알겠습니다.”
그 역시 지금 상황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서둘러 무사들을 모아 장인들을 돕기 시작했다.
일이 시작되자 장수는 안심이 됐다. 대장간이 돌아가니 이제 제품 생산만 시간 안에 맞추면 되는 것이다.
장수는 천천히 서류를 살펴보았다.
‘납품기일하고 납품할 양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아야겠어. 이런 시간이 촉박하구나. 아니 이 시간 안에 납품량을 모두 맞출 수 있을까?’
서류에는 회차로 나누어 물품의 인도시기가 있었는데 일차 납품기간이 열흘 뒤였고 물품량은 천명 정도가 쓸 장비였다.
군에 납품하는 물품은 기간이 매우 중요하다. 그랬기에 이 부분에 있어서는 어떻게 하든 연기가 안 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모자랐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충분히 충당할 수 있는 양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이를 어떻게 하지?’
장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일단 최선을 다해보자. 그래도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만 할 수 있는 범위까지는 최선을 다해야겠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장수는 천천히 장인들이 제품을 만드는 것을 바라보았다.
‘지금 내가 합류하면 안 되겠지?’
장수 역시 제품을 만들 줄은 안다. 그러나 아직 실력이 턱없이 부족하기에 거든다고 해봐야 방해만 될 뿐이었다. 지금은 장인들을 믿고 맡기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그 시간에 자신은 다른 일을 하는 게 더 생산적이리라.
그때 사환이 달려왔다.
“소장주님.”
사환의 말에 장수가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장군님께서 오셨습니다.”
“장군님?”
장수가 아는 장군이라면 한 명 뿐이다. 바로 이길영 장군이었다.
“어디 계십니까?”
“저를 따라오십시오.”
사환의 말에 장수는 급히 그의 뒤를 따랐다.
이길영 장군은 호위무사들과 함께 매장에 있었다. 그리고 물건을 파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장수가 오자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무사님!”
“장군님 오셨습니까?”
“예, 오랜만입니다.”
“그렇군요. 우선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매장에는 따로 귀빈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장수는 이길영 장군을 방으로 안내했다.
방으로 들어가자 이길영이 장수에게 안부를 물었다.
“그동안 무당파에 가 계셨다고요?”
“그렇습니다. 중요한 일이 있어서 무당파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장수가 무당파에 간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신분 확인을 위해 무당파에 사람을 보냈고 그 덕분에 장수에 대해 여러 가지를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가신 일은 잘되셨습니까?”
이길영 장군의 말에 장수는 헛웃음을 지었다.
“잘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승님을 만나고 무공도 얻었으니 잘된 일이겠지.’
무당파에 가서 많은 소득이 있었다. 더구나 번천장에 운이 닿아 좋은 친구도 만날 수 있었으니 잘된 일이리라.
“다행이십니다.”
이길영 장군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장수를 바라보았다.
“모두 장군님 덕분이지요. 그런데 토벌은 잘 되고 계십니까?”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은 고개를 저었다.
“잘된다고 말할 수도 있고 잘 안된다고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총체적으로 난관에 부딪힌 상황입니다.”
“난관이라니요?”
“산적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녀석들이 나타나서 지금 애를 먹고 있습니다.”
이길영 장군의 말에 장수는 짐작 가는 것이 있었다. 바로 혈교가 운영하는 고수들이였다. 하지만 모르는 척 하기로 했다.
“대체 그게 무슨 일입니까?”
이길영 장군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토벌작전은 잘 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큰 성과를 거두었고 앞으로도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데 있습니다. 이번에 마교에서 토벌대를 인식했는지 다른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다른 방법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십여 명에서 삼십 명에 이르는 고수들을 위주로 상단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워낙 소수여서 그런지 종적을 잡기 힘든데다가 적은 인원에도 불구하고 가진바 무력이 워낙 강해서 상단이 보유한 호위무사로는 대적을 할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더구나 그 빈도수가 많아서 제대로 된 대응을 하기도 힘듭니다.”
이길영 장군의 말에 장수는 인상을 썼다. 그 역시 어떻게든 처리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군대에서도 곤란해 하는 것을 보니 더욱 답답했던 것이다.
장수가 소속된 석가장은 그들에게 큰 피해를 입었다. 더구나 다른 상단 역시 큰 피해를 입었기에 호북의 상권이 마비될 지경이었던 것이다.
“곤란하시겠군요.”
“예. 거기다 어디서 정보를 얻었는지 군대가 도착했을 땐 완전히 종적을 감추어서 더 문제가 많습니다. 더구나 물건을 약탈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행을 불태우는데 중점을 두고 있는 듯해 기존의 산적들과는 다른 대응이 필요합니다.”
장수는 인상을 찌푸렸다.
기존 산적들은 산채가 있었다. 산채가 있어야 빼앗은 물건을 보관할 수 있었다.
정상적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산채에서 필요한 것들은 그런 식으로 자급자족해야 생활이 유지되기 때문이었다.
그뿐 아니라 휴식을 취할 때나 겨울의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도 산채는 꼭 필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소동을 일으키는 녀석들은 산채가 없었다.
더구나 약탈이 목적이 아니라 상단을 궤멸시키는 게 목적이었기에 꼬리를 잡기가 힘들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든다.
때문에 국고에서도 유지비를 대지만 산적들을 토벌하면서 생기는 부수입도 군대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자금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고수들로 이루어진 산적들은 아예 가지고 다니는 물건이나 물품이 없었기 때문에 제압을 해봐야 군 유지비도 얻지 못했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제가 할 일이니 고생이랄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상당히 애를 먹는 일입니다. 더구나 녀석들이 몇 개의 조를 이루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곳에서 나타나는 것을 보면 숫자도 제법 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호북의 무당파와 다른 문파들에게 협조 요청을 청했으나 절차를 밟아야 해서 도움을 받으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산적들을 처리할 수 있는 전력을 가진 곳은 사실 호북에서는 무당파가 유일한지라 다른 성의 무림세가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자신들로는 어려울 것이라며 모두 난색을 표하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