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편 - 방해
하지만 그래도 절정고수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고 개중에서도 초절정고수라 불릴 만한 자들은 몇 십 명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혈마는 고수들의 숫자를 잘 생각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소모품으로 생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고수들이라고 해도 임무 중에 죽었다는 것은 신경이 쓰이는 일이였다.
“그렇습니다. 워낙 저항이 강해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더구나 강호에는 은거기인이 많기 때문에 조 전체가 궤멸된 경우도 여럿 있습니다.”
“뭐라?”
은거기인이라는 말에 혈마는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군대를 궤멸시키는 계획이 잘못 된 것도 미처 예상하지 계산에 넣지 못했던 많은 수의 은거기인 때문이었다.
초절정 고수나 되는 녀석들이 무슨 볼일이 있다고 군대에 붙어서 자신을 방해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강호에는 알려지지 않은 강자가 무척 많았다. 항간에는 은거고인들이 모래알처럼 많다고 하지만 그것은 너무 과장된 말이었지만 자신의 계획을 방해할 정도는 되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사전에 충분히 준비를 하고 움직이는 고수들로 이루어진 산적들이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강호의 고수에게 몰살이 되었던 것이다.
“대체 무공 수련을 어떻게 했기에 그런 건가?”
혈교의 고수라 하면 보통 기본적으로 정파의 고수보다 뛰어났다. 그리고 동년배의 경우 무조건 혈교의 고수가 더욱 강했던 것이다.
그것은 혈교의 무공특성에 그 이유가 있었는데 혈교의 무공이 마공이기 때문이었다.
마공의 특성은 익히는 자의 심성을 포악하게 하고 기를 탁하게 불완전하게 만들지만 성취 면에서는 최고라 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마공을 익힌다면 빠른 시간 안에 경지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게 처음에는 반응을 살피기 위해 기존에 실력이 있는 자들보다 약간 수준이 떨어지는 자들로 구성을 해서인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추가로 보낸 자들은 제법 실력이 있는 자들이니 그런 건성으로 일했을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
“예. 그리고 본교에서 보낸 산적들은 무조건 궤멸을 시키기 때문에 상단의 호위무사들도 그만큼 전력을 다해서 대항한다고 합니다. 이젠 상단을 제법 많이 궤멸시켰으니 더 이상 대항하는 자들도 드물 것입니다.”
“그래?”
“예.”
‘그럼 문제는 이제 군이군.’
혈마의 말에 군사는 고개를 숙였다.
오천 명의 병사와 동창과 금위의에서 절정고수들의 지원을 받은 토벌군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니었다.
차라리 처음부터 전멸을 시켰더라면 이렇게 방해가 되지 않았겠지만 괜히 어설프게 건드려 문제만 키운 것이었다.
“예 군 문제는 현재 처리가 어렵습니다. 현재 그들을 상대할 여유무사들이 없습니다.”
군에 대한 정보는 혈마 역시 매일 마다 보고받고 있었다. 그랬기에 토벌군의 전력을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건 내가 더 잘 알지. 멍청한 마현우 때문에…….”
혈마는 이를 강하게 물었다. 그의 입에서 이빨을 가는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뿌드득.”
마현우라는 소리에 군사 역시 인상을 구겼다. 그 녀석 때문에 대업에 얼마나 많은 손상을 입었는가?
더구나 절정고수의 공백이 일어나서 혈교의 세력이 전체적으로 위축되었고 많은 사업체가 무력이 부족해서 철수해야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대업을 이루는 길에 한층 더 나아갔을 것이다.
“정말 그렇습니다.”
“어떻게 그 병력을 가지고 질수가 있지?”
“예. 그래도 혈마께서 훌륭히 지시하셨기에 그나마 본교에 화가 미치지 않았습니다.”
황실은 이번일이 마교에서 벌인 일이라 생각했다. 그랬기에 교의 입장에서 어찌 보면 손해는 나지 않았다 할 수 있었지만 혈마는 그 일만 생각하면 화가 치솟았던 것이다.
“그놈은 제대로 처리했나?”
“예. 현재 작업이 진행 중이라 합니다. 그러니 나중에는 혈마께서 원하시는 수준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기대가 되는군. 녀석이 말아먹은 전력 정도의 힘은 발휘해야 할 텐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연구결과로만 봐도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건 그렇고 토벌군을 견제할 방법은 없나?”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토벌군을 상대할 방법이 없었다. 있다면 초절정 고수들을 동원하는 것이었는데, 그들은 각자 중요한 임무가 있었고 잘못하다 임무에 목숨을 잃는다면 혈교의 큰 손실이었다.
그랬기에 지금처럼 위험한 임무에 함부로 내보낼 수 없었던 것이다.
혈마의 말에 군사는 잠시 생각을 하다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제가 참모들과 의견을 짜 보았는데…….”
“말해 보게.”
“현재 토벌군은 보급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니 보급을 맡은 상가를 공격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군사의 말에 혈마는 자신의 무릎을 쳤다.
탁!
“정말 좋은 생각이야. 바로 시행하게. 그런데 상가들 중에 군의 보급을 맡을 정도로 여유가 있는 상가가 있는가?”
지금 호북의 상권은 거의 궤멸되었다 할 수 있었다.
물자의 유통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았기 때문에 불균형 상태가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산간지방에는 광석이 많이 나나 식량이 부족했고, 평야지역에는 광석이 없는 대신에 식량이 풍부했다.
그런데 상단이 두 곳을 오가며 물자를 원활하게 이어주지 못했기에 특정 물자의 고갈이 심각했던 것이다.
“그것은 조사를 해봐야겠습니다. 그래서 이번기회에 알아보는 동시에 군에 협조를 하는 상가들도 모두 처리해버릴 생각입니다.”
“좋은 생각이군. 하지만 도시로 침투해야 하는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도시에서 전투를 벌이면 큰 소동이 될 것이었다. 혈마는 그것을 염려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일에 고수들 오십 명만 동원해 군에 납품을 하는 상가들을 본보기로 화재를 일으킬 생각입니다.”
화재를 일으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요인을 암살하거나 아예 상가 하나를 궤멸시키는 것은 많은 무사들을 동원해야 했지만 그 정도라면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좋아. 그대로 시행하게.”
“알겠습니다. 혈마시여. 그런데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뭔가?”
“황실의 공주가 여행을 위해 황제의 허가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공주가 여행을 하려 한다고?”
“그렇습니다.”
군사의 말에 혈마의 얼굴이 밝아졌다. 좋은 생각이 났던 것이다.
“그것에 대해서는 실시간으로 보고를 하게.”
“알겠습니다.”
“이번 기회에 황실과 마교를 붙여 버려야겠어. 공주를 납치한 자가 마교도라면 황실이 움직이지 않을 리 없지.”
혈마는 싸늘하게 미소를 지었다. 황실의 공주가 납치되는 일은 엄청난 사건이었다.
더구나 얼마 전 토벌군을 공격하고 산적들의 배후로 지목된 마교에서 벌인 일이라 하면 황실은 마교를 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혈마로서는 가장 바라던 상황이 되는 것이다.
마교와 황실이 싸우는 동안 힘을 모아 둘을 한꺼번에 공격하면 천하의 주인은 그의 것이 되기 때문이었다.
“훌륭하신 계획이십니다.”
“크하하하하하하!”
혈마는 한참을 웃다가 군사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녀석은 찾았나?”
“누구 말씀이십니까?”
“군대를 도와준 초절정고수 말이야.”
혈마의 말에 군사는 고개를 흔들었다.
“죄송하지만 녀석의 흔적은 찾지를 못했습니다. 초절정 고수라면 흔적이 남아야 하는데 어디에도 녀석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군에서도 초절정고수의 정보를 철저히 차단하려 해서 얻은 정보가 희박합니다.”
“제길…….”
그 초절정고수만 생각해도 혈마는 열불이 치솟았다. 녀석의 위치만 안다면 당장이라도 자신이 나서서 죽여 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무당파는 어떻게 되었나?”
“그것이 무당파에서 전진심법을 시연한 제자들의 실력이 예상보다 훨씬 떨어졌습니다. 그것을 볼 때 무당파에서도 전진심법을 얻은 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정확한가? 혹시나 그것마저도 보이기 위한 눈속임이라면 문제가 커. 만약 무당파에서 오래전에 전진심법을 얻었고 백년이상 연공을 한 제자가 있다면 우선순위로 무당파를 제거해야해. 아니 어쩌면 천마와 손을 잡아야 할지도 몰라.”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가장 성취가 있다고 한 녀석은 어떻게 되었나?”
“그게……. 납치를 시도했었지만 중간에 눈치를 채고 도망쳤습니다. 그리고 녀석의 외모를 근거로 무당의 제자들을 샅샅이 살피고 있지만 도저히 흔적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군사의 말에 혈마는 인상을 구겼다.
“왠지 예감이 좋지 않은데……. 혹시라도 녀석을 찾는다면 최우선으로 연락을 하도록 그리고 즉시 암살자를 보내!”
“암살자 말씀이십니까?”
“그래. 가능성이 있는 녀석이라면 미리 제거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지. 전진심법은 마공과 철저한 극성이니까 말이야. 그리고 무당파에서 유포한 전진심법에 대한 분석은 끝났나?”
“아직 하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좀 더 필요할 듯싶습니다.”
“필요하다면 황실의 대석학도 납치를 하도록. 전진심법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위협이 될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야.”
“알겠습니다.”
“그리고 흡성대법을 일정수준 이상 연성한 자가 있나?”
혈마의 말에 군사는 고개를 흔들었다.
“현재 그럴 가능성이 있는 자들이 십여 명 정도 있지만 아직 까지는 부족한 편입니다.”
“그래?”
혈마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과거에 한번 정파의 초절정고수로 유명한 번천장협을 죽이는 큰 성과를 얻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흡성대법을 극으로 익히는 자가 없어서 속을 태우고 있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한명 정도 나와야 대업을 이루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웠던 것이다.
“어떻게 안 될까?”
“흡성대법을 속성으로 키우면 폭발력이 미약하다는 것은 검증을 통해 확인한 바입니다. 그러니 기다리셔야 합니다.”
흡성대법을 극으로 익히면 강한 폭발력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경지에 오르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지속적으로 감시를 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