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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191화 (191/398)

191편 - 납품

해야 하는 사업이 많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고 그들을 관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 * *

그날 밤 복면을 쓴 자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석가장 양현지부를 목표로 숨어들었다. 그들의 숫자는 모두 오십 명이었는데 전원이 몸놀림이 매우 날렵했다.

그들은 석가장에 도착하자 준비한 것들을 공단과 매장에 뿌리기 시작했다. 냄새가 지독한 것이 휘발성 물질인 것으로 보였다.

잠시 후 한명이 수상한 액체를 뿌린 곳에 횃불을 던지려고 할 때, 누군가가 나타났다.

“누구냐?”

복면인들은 작전이 들킨 것을 깨닫자 다급히 횃불을 던졌다. 그러자 불길이 액체를 뿌린 부위를 따라 사방으로 번지려 하고 있었다. 그 순간 장수는 재빠르게 주먹을 앞으로 내질렀다.

펑!

단 한방이었다. 하지만 그 위력이 실로 엄청나서 불길이 꺼진 것은 물론이고 담에 구멍이 날 정도였다.

장수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혈교 녀석들인가?’

기회는 사실 오늘이 가장 좋다고 볼 수 있었다. 이제 내일이면 납품 기일이었기에 더 이상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의아스러운 점도 분명히 있었다. 그런 것 치고는 복면인들의 무공이 너무 형편없었다.

그리고 혈교의 무공은 마공이었다. 그리고 마공은 마공 특유의 느낌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복면인들에게는 마공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질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이런 일에 혈교에서 고수를 쓰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석가장 양현지부를 노린 것은 사실이었기에 이들을 붙잡은 뒤에 심문해봐야 할 것이다.

그때 복면인중 한명이 외쳤다.

“도망쳐라!”

명령과 함께 복면인들은 재빨리 도망치기 시작했다.

‘잡아야해!’

장수로서는 배후가 누군지 알아낼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기에 어떻게든 잡아야 했던 것이다.

장수가 급히 뒤를 쫓자 금세 따라 잡을 수 있었다.

그가 뒤따라오자 복면인 중 한명이 급히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장수는 피하지도 않고 자신도 주먹을 휘둘러 때려 눕혔다. 그리고 부근에 있는 복면인들도 차례로 제압하기 시작했다.

복면인들은 아군이 당하자 크게 외쳤다.

“흩어져라!”

말과 함께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지?’

원래라면 한명도 빠짐없이 제거하는 게 장수의 의도였다. 하지만 느낌이 이상했다. 그래서 이들을 제압할 때도 살수를 쓰지 않은 것이다.

그때, 저 멀리서 불길이 올라갔다. 그와 함께 사방에서 고함소리가 퍼졌다.

“강도야!”

외침에 장수는 아뿔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혈교의 무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비슷한 때에 행동을 계시했지만 혈교의 무사가 아닌 아마도 일반 상가에서 고용한 무사들일 것이다.

혈교만 신경 쓰느라 다른 상가들이 어떻게 나올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들에게도 납기 마감일인 오늘은 석가장을 방해할 마지막 기회이리라.

‘낭패구나.’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서둘러 수습하지 않는다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장수는 급히 석가장 양현지부인 공단에 도착했다. 그러자 한눈에도 불길이 많이 번진 것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그곳에 남아있던 칩입자 무리들은 매우 당혹스러워 보였는데 장수와 눈이 마주치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들은 아마 방화를 하려는 흔적과 무너진 담벼락을 보고 상황을 파악하다 늦게 행동한 듯 했다.

장수는 급히 손바닥을 펼쳤다. 그리고 장풍을 날렸다.

그러자 웅후한 장풍이 거센 바람을 이고 불길이 일어난 곳을 뒤덮었다. 그러자 불길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휴…….”

장수는 멍한 표정을 짓는 복면인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아까 놈들과는 달리 진짜였다. 멀리서도 마공 특유의 느낌이 났던 것이다.

더구나 세뇌에 걸린 것이 확실한 듯한 눈빛을 보자 말을 걸 필요도 없다는 것을 느꼈다.

장수는 곧바로 주먹을 날렸다. 그러자 여섯 명의 적들이 순식간에 쓰러져 버렸다.

잡을 필요도 없었다. 세뇌가 걸린 자들에게는 죽음만이 자비였던 것이다. 장수는 급히 주변을 살폈다. 그러자 반대쪽에서 불을 지르려던 녀석들도 제거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십여 명을 죽이고 나자 더 이상 혈교의 고수들은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수는 자신과 공단과 매장을 해결하자 그제야 다른 불길이 보였다. 대부분 타 상가들로 혈교에서는 계획적으로 양현의 상가에 불을 지른 모양이었다.

‘어서 가서 구해야겠구나.’

그는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불길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는 없었다.

장수는 눈에 보이는 복면인들을 제거하며 불길을 잡았지만 몇몇 상가가 전소하는 것을 도저히 다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전소하진 않았다 하더라도 다른 상가들 역시 크든 작든 피해를 보고 말았다.

그나마 피해가 제일 적은 것이 석가장이였다. 석가장의 담벼락에는 큰 구멍이 여러 개 생겼지만 화재로 인한 피해는 거의 입지 않았던 것이다.

장수가 빠르게 움직이는 동안 군대도 거들고 나섰다.

상가에 불이 붙은 것을 보자 군대에서 직접 병사들을 보내 화재 진압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면서 용의자들도 잡아 들였지만 이미 복면인들은 대부분 도망간 뒤였다.

장수는 병사들을 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수고하십니다.”

병사들이 왔으니 더 이상의 피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장수의 말에도 병사들은 경계를 멈추지 않았다. 어두운 밤이었던 데다가 장수가 나와 있는 것 자체 의심스러웠던 것이다.

“네놈은 누구냐?”

병사의 말에 장수는 차분히 말을 했다.

“제 이름은 장수이고 석가장의 소장주입니다.”

“소장주? 석가장의 소장주가 이곳에는 무슨 일입니까?”

석가장의 소장주라는 말에 병사는 말투를 정중하게 바꾸었다. 하지만 무기는 완전히 거두지 않은 채였다.

“소란스러워서 밖에 나와 보니 복면인들이 저희 상가에 불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장수의 말에 병사는 잠시 그를 보더니 말을 이었다.

“신분을 확인해야 하니 잠시 기다리셔야 합니다.”

사방에는 병사들이 흩어져 수상한 자들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불을 끄기 위해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장수로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복면인들을 쫓아야만 했다. 하지만 병사들 때문에 어떻게 섣불리 행동할 수 없었다.

그때 다른 곳에서 계급이 있어 보이는 병사가 달려왔다.

“무슨 일이냐?”

“수상한 자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석가장의 소장주 라고 합니다.”

병사의 말에 상관이 장수를 바라보았다.

“이분은 석가장의 소장주님이 맞으시다.”

“아…… 실례했습니다.”

상관은 장수를 몇 번 본적이 있었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워낙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에 결례를 범했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피해 상황은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많은 상가들이 피해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석가장에서는 다행히 피해가 크지 않은 것 같군요.”

석가장에도 불을 질렀지만 장수가 서둘러 막았기에 별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석가장에는 복면인들의 시신만이 남아 있었다.

“이자들은 누구입니까?”

병사의 말에 장수는 잠시 생각했다.

‘괜히 내가 죽였다고 말할 필요는 없겠지.’

병사들이라고 해서 장수의 무위를 본 자는 거의 없었다. 그리고 설혹 봤다고 하더라고 해도 절정고수를 가볍게 상대하는 장수와 지금 석가장의 소장주로 있는 장수를 동일인으로 생각하는 자는 없을 것이다.

“불을 지르는 자들을 저희 무사들이 와서 처리했습니다.”

다행히 장수가 복면인들을 죽이는 것을 본 자조차 아무도 없었다. 나머지 자들은 임무가 성공하자 급히 사라졌던 것이다.

“그렇습니까?”

상관은 급히 복면인들의 얼굴을 살피는 듯 했다.

“이들이 방화범이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정말 다행이시군요. 다른 상가에서는 이번 일로 큰 피해를 입었을 텐데 석가장만은 피해를 벗어난 셈입니다.”

상관의 말에 장수는 한숨이 나왔다.

만약 처음 나타난 복면인들을 쫓지 않았다면 혈교의 고수들을 어느 정도는 막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었다면 이정도로 큰 불길이 일어나는 것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사방에서는 고함소리와 함께 불길을 잡기 위해 사방에서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

장수는 양현이 더 이상 피해를 입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양현의 상권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서민들과 하층민들에게 가는 것이다.

부자들은 그래도 끼니라도 챙길 수 있겠지만 하지만 부자들의 자비에 기대서 살아야만 하는 빈민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제길, 대체 처음에 나타난 자들은 누구지?’

장수로서는 화가 나는 일이였다. 괜히 첫 번째 녀석들 때문에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전생의 경험이 많은 장수였지만 그도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는 판단력이 흐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실수를 하고 말았다.

‘첫 번째 녀석들도 잡아야 한다. 그 녀석들이 방해를 하니 일이 제대로 진행이 되지를 않아.’

지금까지는 사실 증거도 없고 어떻게 해결을 하기가 힘들어서 다른 상단의 방해를 무시해왔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었다. 장수가 상대해야 하는 자들은 다름 아닌 혈교였다.

그런 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른 상가의 견제까지 해결하기는 귀찮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방해를 받는 경우가 다시 생긴다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어떻게든 복면인들을 잡아야 합니다.”

장수의 말에 상관은 인상을 썼다.

“이미 모두 도망친 뒤입니다. 병사들이 최선을 다해 녀석들을 쫓겠지만 잡기는 힘들 것입니다.”

너무 무방비했다. 그러니 적들이 습격할 것을 예상할 수 있었던 자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이제 토벌군이 떠나기 직전이었기에 더욱 방비가 소홀했다.

장수는 인상을 쓰며 말을 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복면인들에 대해 수배를 내리시고 수상한 자들을 무조건 적으로 간주하여 검문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상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석가장의 피해가 미비했다고 해도 소장주로서 해야 할일이 많았던 것이다. 상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복면인들을 상대하던 무사들은 어디로 갔습니까?”

장수는 복면인들이 도망치던 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쪽으로 갔습니다.”

“감사합니다.”

상관은 말과 함께 병사들을 이끌고 장수가 손으로 가리킨 곳으로 달려갔다.

장수는 천천히 건물 안으로 가는 척 하다가 밖으로 도로 나왔다.

‘어떤 녀석들을 먼저 상대할까?’

두 무리다 처리해야만 하는 자들이었다.

상가에서 보낸 복면인들은 그냥 두면 계속해서 석가장을 방해할 것이다.

그리고 혈교에서 보낸 복면인들 역시 양현 전체를 위협하는 악랄한 녀석들이었기에 자신이 이곳에 머물 때 해결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던 것이다.

혈교 무사들의 행동방식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분명 임무에 성공 했으니 미리 정해둔 사람이 오지 않는 외딴 곳에 해 집결해 숨어 있다가 빈틈이 보였을 때 재차 공격을 해올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한 번 더 공격을 성공 시키면 미련 없이 이곳을 빠져 나갈 것이다.

어차피 혈교에서 절정고수가 아닌 자들은 소모품으로 밖에 다루지 않는다.

그런 것을 알기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혈교의 복면인들을 찾는 것은 나중으로 미뤄도 되었다.

하지만 상가에서 보낸 복면인들은 사정이 달랐다. 그들은 빨리 잡지 않는다면 뿔뿔이 흩어져 흔적조차 사라져서는 찾기도 힘들 것이다.

‘우선 상가에서 보낸 자들을 먼저 처리하자.’

장수는 생각을 마치자 복면인들의 흔적을 확인했다.

혈교에서 자객활동을 할 때 추적술도 확실하게 익혔다. 추적술이 있기 때문에 도망간 복면인을 뒤쫓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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