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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192화 (192/398)

192편 - 공을 넘기다

삼십여 명의 복면인들이 달려가고 있었다.

그들은 등에 쓰러진 복면인들을 업고 있었는데 매우 다급히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실력은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이었는지 속도를 많이 내지 못했는데, 그렇게 한참을 달리자 힘이 드는지 이내 철퍼덕 쓰러졌다.

“젠장……. 실패하다니.”

그들은 급하게 도망가느라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원래 그들은 양강 상단의 무사들이였는데 특별히 이번 습격을 위해 조직되어졌던 것이다. 그런데 작전 중 장수의 눈에 띄었고 그가 자신들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아무 미련 없이 도망을 친 것이었다.

무사들의 장은 도망을 치면서도 장수가 뒤를 쫓는지 계속해서 확인하고 있었다.

“대체 그 괴물 같은 녀석은 뭐야?”

그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석가장에 그렇게나 뛰어난 무사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자금력으로 군의 납품을 따낸 녀석들이었다. 그랬기에 무사들도 은자를 중시하는 낭인들 위주로 뽑을 줄 알았는데 저렇게 잘 훈련된 뛰어난 무사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원래 뛰어난 자들은 은자만으로 잘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데 저 정도 실력이 있는 자를 보니 석가장이 인덕이 대단해 보였던 것이다.

“맞습니다. 녀석은 너무 강합니다.”

부하들이 무사장의 말에 모두 동의했다. 주먹 몇 방으로 동료들을 순식간에 기절시킨 녀석이었다. 그 정도 실력이라면 고수중에서도 제법 이름 있는 고수가 분명했다.

“그래. 다음번에는 석가장에 고수가 없을 때 공격해 들어가야겠어.”

“예.”

무사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일단 추적은 따돌린 것 같으니 안심이 되어 긴장이 풀렸던 것이다.

“그런데 부총관님께서 왜 이렇게 안 오시지?”

작전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일이 끝나면 이곳에서 상가의 부총관을 만나기로 했었다.

그런데 양강 상단의 부총관이 약속한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오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예. 분명히 꼬리가 달리지 않은 것은 확인을 했는데 말입니다.”

무사는 연신 뒤를 보며 말을 했다. 석가장에 녀석처럼 강한 자가 여럿 일리는 없었다.

녀석은 혼자였기에 먼 곳까지 자신들을 뒤쫓지도 않을 것이다. 만약 다른 습격자가 있다면 방어를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분명 석가장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때 인기척이 났다. 그러자 무사장은 급히 인기척이 난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부총관이 투덜거리며 오는 것이 보였다.

“젠장!”

무사장은 인상을 구겼다. 자신들이 실패한 것을 부총관이 알아차린 듯 했다.

“뭐라고 변명을 해야 하지?”

자신은 분명히 자신 있다고 말을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실패하고 말았으니 뒷감당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때 총관이 무사장을 보자마자 외쳤다.

“자네들 지금 뭐하고 있나?”

“예?”

무사장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명령에 따라 석가장을 습격하고 오는 길이였다. 비록 실패했지만 이런 반응은 아니었던 것이다.

“지금 상가에 불이 났는데 왜 이렇게 늦게 오는 건가?”

“예?”

무사장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자신들은 석가장을 불 지르려 간 거지 자신들이 소속된 양강 상가에 불을 지르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부총관이 화를 내니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본가가 습격을 받았다.”

“예?”

무사장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군대가 보호하는 도시에 방화하는 간 큰 녀석들이 있을 리가 없었다.

이곳은 도시인만큼 규모도 상당했기에 밤에 경비를 서는 병사들도 많았고 이름 있는 상가마다 각자 사비를 들여 호위무사로 하여금 경계를 서도록 했다.

그런 상황에서 습격을 받는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었던 것이다.

“본가가 불길에 홀라당 타버렸다는 말일세.”

부총관의 말에 무사장은 잠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로서는 지금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서……. 설마 석가장에서 눈치를 채고 벌써 복수를 한 것입니까?”

“지금 석가장이 문제가 아니다. 양현에 있는 대부분의 상가가 화마에 당했어. 밤에 복면인들이 침입해서 사방에 불을 질렀단 말이야.”

“예?”

무사장은 간이 콩알만 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는 석가장에만 지르고자 한 거지 양현 전체에 불을 지를 생각은 아니었다. 그 정도로 강심장이 되지는 못했던 것이다.

무사장의 말에 부총관은 자신의 가슴을 쳤다.

“아휴 답답해. 지금도 화마가 잡히지 않아서 난리야. 나도 지금 본가가 화마에 당해 바쁜 상황인데도 지금 자네들 일부터 처리하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것일세.”

부총관은 복면을 쓴 무사들을 보며 말을 했다.

“우선 복면과 야행복을 벗고서 땅에 묻게. 절대 우리 흔적이 남아 있어서는 안 되네. 만약 흔적이 남는다면 그땐 본가의 능력을 총동원 한다 해도 해결이 안 나니 말일세.”

납품기간이 내일인 상황에서 일어난 방화였다. 그러니 가담자는 중형을 받을게 뻔하다.

그랬기에 상가의 부총관이 바쁜 상황에서도 우선적으로 처리를 하고자 한 것이리라. 만약 부총관에게 여유가 좀 더 있었더라면 고수들을 사서 자신들 째로 땅에 묻어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워낙 급박한 상황이었고 만일에라도 실수를 한다면 큰일이었기에 돈으로 매수를 하려하고 있었다.

무사장은 벌벌 떨면서 말을 했다.

“아, 알겠습니다.”

지금 얼마나 큰 일이 벌어졌는지 눈치 챈 것이다. 잘못하면 그의 목숨마저 날아갈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복면인들은 다급히 복면과 야행복을 벗기 시작했다.

그들이 입고 있는 옷들은 이번 임무를 위해 특별히 구입한 것으로 매우 깨끗했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인지 벗는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그때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멈춰라!”

목소리에 부총관은 놀라 소리쳤다.

“누, 누구냐?”

그 순간 목소리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큰 키에 적당한 체격을 가진 인영은 바로 장수였다.

장수가 나타나자 부총관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여, 여기는 어떻게…….”

부총관은 그럴싸한 말을 생각해내려 애썼다. 하지만 아직 복면을 채 다 벗지 못했기에 변명을 해봐야 소용이 없었다.

장수가 복면인들을 찾는 것은 무척 쉬운 일이었다. 도망간 방향도 알고 있었고 살수 일을 하면서 추적술도 배워 두었기에 고수도 아닌 일반무사들의 흔적이야 쉽게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장수는 부총관을 보며 지금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혈교의 고수들을 제거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는 일이었다.

마공으로 인한 특별한 기운 덕분에 찾으러 다닌다면 장수의 능력으로 충분히 찾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뒷 배경이 문제였다.

장수가 그들을 다 죽여 버린다면 분명 혈교에서 양현에 강자가 있다는 것을 눈치 채게 되고, 그렇게 되면 매우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 것이 뻔했던 것이다.

혈교가 석가장 양현지부를 아무리 귀찮게 한다고 해도 장수만 있다면 문제는 없다. 혈교가 현재 운영할 수 있는 무력 정도는 장수가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장수가 없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지금처럼 고수 오십 명 정도만 골라 석가장 양현지부에 보내도 막을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더더욱 장수의 흔적이 남아서는 안 되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저들을 붙잡느라 혈교의 무사들을 방치할 수도 없었다.

혈교의 무사들은 한 번 더 공격해올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다른 방법은 이번에 군에서 지원을 받은 금위의나 동창의 절정고수들의 도움을 받는 것인데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워 그들의 힘이 도착할 쯤에는 혈교의 고수들을 찾기도 힘들고 단체로 움직이는 것만 봐도 도망갈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장수는 이들을 이용할 생각을 한 것이다.

‘이들의 목숨이 없어질 수도 있는데 과연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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