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고수-195화 (195/398)

195편 - 공을 넘기다

이길영 장군은 인상을 쓰고 있었다.

“대체 어떤 놈이 이런 일을 벌인 것이냐?”

장군의 말에 부관이 허리를 숙였다.

“아직까지 범인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게 말이 되느냐? 녀석들은 대규모로 불을 지른 녀석들이다. 그 정도 규모라면 조직적으로 일을 진행했음이 틀림없어. 그런데 아직까지 범인조차 발견하지 못했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

“죄송합니다.”

“죄송이고 뭐고 어서 빨리 범인을 잡아와!”

비정규전을 오랫동안 해온 혈교의 고수들이 실수를 할리가 없었다. 그들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고 그랬기에 병사들로서는 그 흔적을 찾기가 몹시 힘들었던 것이다.

더구나 이번에 조를 짠 자들이 모두 고수였다. 그 덕분에 움직임도 매우 빨랐고 흔적도 적게 남긴 것이다.

그에 반해 군대의 병사들은 보통 무사들 정도의 실력밖에 내지를 못하니 혈교의 행적을 쫓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구나 범행을 한 증거물도 남기지 않았고 목격자도 없었기에 상황은 더욱 힘들어졌다.

이길영 장군은 부하들을 계속해서 재촉했다. 이번 일은 보통일이 아니었다.

바로 내일이 납품일이였다. 군대 보급품을 납품하기 하루 전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 불길로 대부분의 상가가 큰 피해를 입고 군에 보급할 물품 역시 납품하지 못할 확률이 상당히 컸다.

이 상태대로라면 토벌을 나가더라도 군대의 전력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힘들 것이다.

군인들은 밥만 먹으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추위를 막아줄 모피가 필요했고 적과 싸울 창과 검, 그리고 적의 공격을 막아줄 방패와 갑옷이 필요했던 것이다. 잘못하면 토벌이 연기될 수도 있었다.

“지금이 기회인데…….”

이길영 장군으로서는 지금이 공을 세울 절호의 기회였다. 지금 금위의와 동창의 절정고수들이 합류한 상황이었다.

거기다 황실의 명령으로 오천 명의 군대를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가장 강력했던 마교의 적들도 전멸이라 부를 정도로 큰 타격을 입고 해체되다시피 했기에 군대를 방해할 자들이 없었던 것이다.

이 시기에 빠르게 움직여서 산적들을 토벌해야만 했다.

토벌에 성공하면 이길영 장군으로서는 큰 명예와 전공을 얻을 수 있었다.

이것은 사실 군 경험이 오래된 이길영 장군으로서는 다시 오기 힘든 기회였고 더구나 손해 없이 순수하게 이익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잘못하면 그런 기회가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금위의와 동창의 절정고수들은 임대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일정기간이 지나면 돌려주어야 한다.

출진중이라면 어느 정도 시간을 끌 수 있지만 그것마저도 한계라는 게 있었다.

그랬기에 이길영 장군으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토벌을 나가야만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발목을 잡히는 일이 생길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범인이 누군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해서 가장 큰 이익을 얻을 자들은 산적들의 배후라 의심되는 마교 밖에는 없었지만 증거가 필요했다.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마교의 일을 입증할 수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이번 토벌에서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자신이 무능력하다는 것으로 윗선에 비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입지가 뿌리까지 흔들리는 것이다.

비록 큰 공을 이루어 당분간은 군대를 지휘할 사령관으로 있을 수 있더라도 이런 일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면 자신은 해임되고 다른 자가 사령관이 될 수도 있었다. 현재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자들은 헤아릴 수도 없이 많았던 것이다.

“어떻게든 찾아야해.”

이길영 장군은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든 범인을 잡아야 했다.

그때 멀리서 누군가가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보통의 평범한 백성이라면 이길영 장군은 쳐다도 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익숙한 자였기에 그의 눈은 자연스럽게 그에게 향했다. 그리고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무사님!”

마교에 포위를 당했을 때 자신의 부대를 도와준 절정고수가 나타난 것이다. 그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길영 장군은 당장이라도 덩달아 달려 나가려다 멈췄다. 지금은 보는 눈들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체통을 잃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길영 장군은 장수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자 장수가 이길영 장군에게 다가왔다.

“장군님.”

“오. 무사님 오셨습니까?”

이길영 장군은 매우 바쁜 몸이었다. 현재 수색을 나간 병사들을 지위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아야 했던 것이다.

그랬기에 이길영 장군이 주위에는 호위병사들 뿐만 아니라 참모들, 그리고 전령들이 보고를 하거나 지시를 받기 위해 몰려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우수한 부관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길영 장군으로서는 장수가 구세주나 마찬가지였다.

그가 볼 때 장수는 못하는 게 없는 대단히 뛰어난 자였다.

위기의 순간마다 자신에게 큰 도움을 주지 않았던가. 만약 장수라면 이 난관에 부딪힌 상황을 타개해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 장군님 혹시 새로이 들어온 정보가 좀 있으십니까?”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런 정보도 없고 증거도 없습니다. 누군지 짐작은 가지만 증거가 없으니 매우 곤란한 상황입니다.”

도시를 관리하는 관에서도 군대가 해결해주기만을 바라는 상황이었기에 이길영 장군으로서는 어디다 도움을 청하지도 못하고 스스로 해결을 해야 하는 난처한 입장이었다.

“그렇습니까?”

장수는 말을 하면서 주변을 살폈다. 사실 석가장의 소장주가 이길영 장군하고 독대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평상시라면 도시의 유력자와 군대의 장군이 여러 가지 이유로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지금은 전시에 준하는 상황이다. 정체불명의 조직에서 도시의 상가들을 상대로 방화를 저지른 것이다.

그 때문에 수많은 재산피해와 인명피해가 났다. 더구나 상가들 대부분이 군에 납품할 물건을 제작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문제는 더 커졌던 것이다.

이 와중에도 이길영 장군은 잠시도 쉬지 않고 바쁘게 업무를 해야 했고, 지금도 그에게 지시를 받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장군이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있다면 누군지 궁금한 것은 당연지사였다.

‘관심을 받아서는 안 돼.’

도시에서도 장수에게는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었다.

양현이라는 도시에 갑작스럽게 부상하는 가문의 소장주라는 신분만으로도 관심을 받기에 자격이 충분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군대를 통솔하는 사령관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사람들이 본다면 안 좋은 소문이 날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적이라 할 수 있는 혈교가 장수에게 관심을 가질 수도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석가장 본가가 위험해 질수도 있었다.

‘아직까지는 본가가 노출되어서는 안 돼.’

장수는 이길영 장군에게 지나가면서 나직이 말했다.

“중요한 말이 있으니 이곳의 일을 대충 처리하신 후 막사에서 잠시 뵀으면 합니다.”

장수는 말과 함께 어딘가로 바삐 사라졌다.

이길영 장군은 장수의 말에 눈이 번쩍 떠졌다.

‘뭔가를 알고 있구나.’

장수같이 명석한 자가 지금 상황에서 자신을 부를 이유가 없었다.

무엇인가 중요한 일이 있기에 보자고 한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이번 일을 해결할만한 중요한 단서가 될 만한 것이리라.

장군도 머리는 있었다. 그랬기에 호기심이 앞섰지만 바로 움직이지 않고 생각을 정리한 뒤 차분히 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대충 상황을 정리한 후 호위 병사들과 함께 막사로 향했다.

막사에 들어가자 어느새 장수가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실례인줄 알면서도 뵙자고 청해서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무사님의 요청이라면 언제나 기쁘게 달려올 수 있습니다.”

어차피 현장에 있어봐야 상황이 나아지진 않는다. 우선 적들을 찾아야 절정고수들을 투입하는데 적이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투입이 불가능했던 없었던 것이다.

적이 숫자가 몇 명이든 상관이 없었다. 절정고수가 열 명이고 완전무장한 군대가 함께 싸우는 상황이라면 누구든 쉽게 상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적이 어디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강한 무력이라도 소용이 없었다.

“제가 장군님을 뵙자고 한 것은 몇 가지 청이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입니까?”

이길영 장군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 방화가 일어났을 때 수상한 자들을 발견했습니다.”

“그랬습니까?”

이길영 장군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자칫하면 범인들을 놓칠 수 있는 상황에서 초절정고수인 장수가 범인들을 발견했다는 말에 기뻤던 것이다.

“예. 그들은 불을 지른 후에 어딘가로 향했는데 제가 다행이도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대체 어디로 갔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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