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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196화 (196/398)

196편 - 공을 넘기다

이길영 장군은 마치 모든 일이 해결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장소만 알아도 된다. 장소만 알아도 금위의와 동창의 절정고수들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길영 장군의 말에 장수는 지도의 한곳을 가리키며 위치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위치를 알았으니 일은 해결이 된 것이다. 이길영 장군이 급하게 나가려고 하자 장수가 붙잡았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할 말이 더 남아 있습니다.”

“예? 무슨 일이십니까? 지금 신속히 범인들을 잡으러 가야 합니다.”

이길영 장군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제가 모두 제압했습니다.”

“예?”

이길영 장군은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밝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무사님은 정말 훌륭하신 분이십니다.”

그가 그렇다면 능이 하고도 남았으리라. 더구나 절정고수를 쉽게 상대하던 장수의 말이었기에 더욱 신뢰성이 있었다.

“아닙니다. 그저 운이 닿아서 그들을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일은 상부에 보고해서 적절한 보상이 있도록 하겠습니다.”

황실에 보고하겠다는 것은 큰 영광이었다.

특히 상가의 소장주인 장수에게 있어서 공을 세운 것은 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죄송하지만 제 이름은 빼주셨으면 합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너무 주목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상가의 소장주에 불과한 제가 이번 범인들을 잡았다고 하면 사람들이 어찌 생각하겠습니까?”

장수의 말에 이길영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번일은 자신에게도 큰 영광이었고 가문에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될 일이였다. 그런데 그런 공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겠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무사님께서 범인들을 잡으시지 않으셨습니까?”

“예. 하지만 저는 괜찮으니 장군님께서 이번 일을 해결했다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길영 장군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무슨 이유가 있나 보구나. 하긴 일개 상가의 소장주가 절정 고수라는 게 알려지면 귀찮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지.’

장수는 이길영 장군에게 있어서 생명의 은인이었기에 그의 말은 어지간하면 들어주고 싶었다. 더구나 이길영 장군에게 있어서 이것은 큰 공이 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우선 절정고수들을 이끌고 현장으로 가 주십시오. 그 후에 일반 병사들이 잡은 복면인들을 데리고 오면 될 것 같습니다.”

“절정고수들을 말씀이십니까?”

“예. 우선 절정고수들만 가서 상황을 설명하면 될 거 같습니다. 그리고 장군님께서 잡았다고 소문을 내시면 될 겁니다.”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장수가 더 말을 안 하는 것이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알겠습니다. 우선 절정고수들만 데리고 가서 상황을 살피고 오겠습니다.”

“예. 그리고 일이 무사히 끝나면 자세한 얘기를 더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장수로서는 생각을 할 시간도 필요했다.

현재 상황에서 이길영 장군에게 할 말과 안 할 말을 정리해둬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다소 무리한 부탁을 한 것이다.

“알겠습니다. 우선은 제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무사님이 했다는 소문을 나지 않도록 조취 하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장수는 말과 함께 막사 밖으로 나갔다. 이길영 장군도 급히 명령을 내리기 위해 함께 나왔다.

* * *

잠시 뒤 도시 외곽에 삼십여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그중에서 가장 앞에 있는 자들의 복장이 특이했다.

함께 움직이는 데도 불구하고 좌측에 위치한 자들과 우측에 이치한 자들의 복장이 틀렸던 것이다.

좌측에 있는 자들이 입고 있는 옷은 황실에서 일하는 관리의 옷을 입고 있었고 우측에 있는 자들은 무척 화려한 복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매우 빠르게 움직였는데도 불구하고 여유가 있었는데 뒤에서 쫓아오는 자들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최선을 다해 경공을 시전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가던 그들은 어느 장소에 도착하자 멈춰 섰다.

관리의 복장을 한 자가 남자임에도 여자와 같은 가는 음색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곳인 것 같군.”

그러자 뒤에 있던 자가 말을 받았다.”

“그렇습니다.”

한쪽에 복면을 한 자들이 기절한 채였다. 관리복장을 한자는 천천히 앞으로 나가 복면인중 한명의 목을 손으로 잡았다.

그렇게 한참동안 시신을 살펴보다가 입을 열었다.

“상처가 없는 것을 보니 제압을 한자의 무력이 이들보다 월등히 강한 듯하군.”

“그렇습니다. 당두님.”

당두는 동창에서 쓰는 계급이었다. 동창의 가장 상위자인 제독동창 바로 밑에 계급이 첩형이었고, 그 다음 계급이 당두였는데 그 위치와 권력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자였다.

이들은 바로 동창에 소속된 자들이었던 것이다.

반대쪽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는데 그들은 금의위였다. 금의위와 동창은 이번 일에 협력하고 있긴 했지만 사실 그들은 경쟁자였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산적들을 토벌하는 임무를 맡긴 했지만 군대에 협조한 정체불명의 초절정고수의 신원을 파악하고 조력자로 만들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한 임무도 별도로 배정받았다.

금의위와 동창은 서로 거리를 둔 채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렇게 주변을 조사하는 동안 고수들로 이루어진 병사들이 뒤늦게 도착을 했다.

“늦었습니다.”

군에서는 매우 드문 고수들이였지만 절정고수보다는 부족했다.

이들은 금의위와 동창의 절정고수들에게 트집을 잡히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잘못한다면 자신들만 죽어 나가는 게 아니라 가문 자체가 멸문할 수 있었기 때문에 행동을 조심해야 했다.

“쉿!”

당두는 딱 한 마디만 했다. 그러자 병사들은 헉헉거리면서도 일제히 서있는 그 자세 그대로 멈췄다.

병사들이 행동을 멈추자 당두는 계속해서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여기서 만나서 이렇게 제압을 하고 그다음에 저렇게 움직였겠군.”

주변에 있는 흔적만으로도 상황을 짐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당두의 무력이 보통이 너무나 뛰어났기에 마치 직접 목격한 듯이 상황을 추측할 수 있었다.

그는 나뭇가지 하나, 풀 한포기 조차도 세세히 조사했는데, 하지만 그걸로는 이곳에 있었던 자들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이정도 가지고는 그자의 무력이 어느 정도 인지 범위를 좁힐 수가 없겠어.”

복면인들의 무력이 너무 형편없었기에 오히려 상대가 어느 정도 실력을 가진 자인지 추측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복면인들을 찾아낼 정도로 강한 무공과 비상한 머리를 가진 자라는 것은 확실했다.

“정말 뛰어난 인재인 것 같아. 하지만 뒤가 너무 구려.”

당두는 장수라 불리는 석가장의 소장주에게 강한 의심을 품고 있었다.

석가장이라는 작은 상가에서 절정고수를 제압할 수 있는 강자를 길러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던 데다가 무당파 쪽에도 조사를 보냈는데 무당파에서는 장수의 무위가 높다는 것을 아예 모르지 않았던가?

때문에 당두는 장수가 어떤 비밀을 감추고 있다고 생각했다.

누군지는 몰라도 능력만큼은 인정할 만했다.

위기에 빠진 군대를 구원했으며, 상가를 부흥시키는 것을 볼 때 매우 훌륭한 인재가 분명했던 것이다.

하지만 녀석의 배후에 무엇이 있는지 파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잘못해서 황실과 척을 질수도 있었기에 전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했다.

당두는 천천히 금의위의 수장을 바라보았다. 그 역시 같은 결론을 내렸기에 자신을 보는 게 분명했다.

그도 자신과 같은 목적으로 이곳에 왔다. 하지만 한 가지가 달랐다. 자신은 그 정체불명의 절정고수를 동창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었지만 그는 금의위로 끌어들일 목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뭐 좋은 정보라도 얻으셨습니까?”

“아닙니다. 너무 깨끗해서 정보랄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탐색은 이만 종료하려고 합니다.”

금의위의 말에 당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저들만 끌고 가시면 되겠습니다.”

“예. 그럼 데리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들은 병사들을 시켜 복면인들을 데려갈 준비를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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