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고수-199화 (199/398)

199편 - 납품일

“그렇지 못했습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잡아둔 마교의 포로들이 살수에 의해 모두 죽임을 당했습니다.”

“저런…….”

장수의 안색이 변했다. 그들의 죽음에 놀랐던 것이다. 하지만 사실 장수 역시 어느 정도 예측을 하고 있었다.

절정고수가 아닌 이상 고수정도라면 혈교에서 언제든 버리는 패로 쓸 수가 있었다.

그랬기에 혈교에서 상가의 무사들을 혈교의 고수로 착각하고 살인멸구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나니 가슴이 아팠던 것이다.

“이런, 무사님도 많이 놀라셨군요. 하지만 이게 바로 마교의 습성입니다. 그들은 법이라는 것을 무시한 자들로 얼마 전까지 자신의 부하였던 자들이라 할지라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살수를 보내 입막음을 하는 놈들입니다. 이번 일로 마교의 포로들뿐만 아니라 그들을 감시하던 제 부하들도 많이 죽었습니다.”

“그런…….”

이길영 장군은 이어서 피해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살수들은 놀랍게도 감옥에 있는 다른 죄수들마저도 모두 죽였던 것이다. 그리고 살수는 마지막 남은 죄수를 죽이고 스스로 자결을 했다.

장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안색을 굳혔다.

“살수가 스스로 자살을 했다니요?”

“그렇습니다. 정말 독한 놈들입니다. 자살하라고 하는 마교의 놈들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살수나 똑같이 지독한 자들입니다. 현재 자살한 살수들의 몸을 부검하라는 의뢰를 해두었으니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그렇군요.”

“예. 그 때문에 애써 잡은 증거를 상실했습니다. 붙잡은 녀석들이 마교의 고급정보를 많이 알고 있을 텐데 아쉽게 되었습니다. 이럴 줄 알았다면 경계를 강화해 둘 것을…….”

이길영 장군의 말에 장수는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증가 했어봐야 죽는 병사들의 숫자만 늘어났을 것이다.’

장수는 혈교의 무력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었다.

혈교라면 잠시 동안 내공을 증진시킬 방법을 여러 가지 알고 있었기에 단시간 동안 강력한 무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정도 힘을 가진 살수라면 자신보다 강한 자들도 얼마든지 상대가 가능했고 비슷한 실력이라면 우습게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른 상가에서 정보를 얻으려고 하고 있지만 정보가 부족합니다.”

상가들에게서 정보를 얻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었다.

실제로 그들은 마교나 혈교와 관계를 맺지 않았다.

관계를 맺지 않았기에 정보 자체가 아예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장수로서는 그런 사실을 알려줄 수가 없었다.

“정말 곤란한 상황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무사님께 도움을 청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혹시 마교에 대한 정보를 가지신 게 있으십니까?”

높은 무공과 해박한 지식을 가진 장수였다 그라면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애기를 해줄듯 해서 부탁을 한 것이다.

장군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저 역시 딱히 도움이 될 만한 것은 없습니다. 새로 정보가 들어왔거나 하면 모르겠지만 지금상황에서는 장군님께 드릴 말씀이 없군요.”

“그렇습니까?”

“예. 다만 현재 상황으로 볼 때 마교에 협조한 상가들 역시 이용을 당한 것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용이라니요?”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은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장수의 말은 그에게 있어 신뢰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었다.

“제 생각에는 마교에서 그들을 포섭해 이용한 것 같습니다. 물론 마교라는 신분을 밝히지 않고서 정체를 숨긴 채 의뢰인 행세를 하면서 말입니다. 가령 어떤 상가에 불을 지르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그날에 맞춰 마교의 고수들이 같이 방화에 가담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

“분명 그런 식으로 상가들을 옭아 넣었을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넓은 범위에 동시다발적으로 불을 지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요.”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은 잠시 생각을 했다.

“같은 날 방화를 했다고요?”

“그렇습니다. 어차피 야행복은 비슷하니 복면만 착용한다면 누가 누군지 확인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방패삼은 뒤 진짜 마교의 고수들은 도망갔을 확률이 있습니다.”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은 동조했다. 장수의 말이 이치에 맞는 말이 있었던 것이다.

“일리가 있는 것 같군요. 실제로 그날 잡은 복면인들의 무위가 너무 낮았습니다. 취조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결백을 주장하는 거 하며 그런 자들만으로는 단시간에 그 정도 방화나 살인은 불가능 합니다.”

“예.”

“그럼 진짜 마교의 복면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들은 아마도 곧장 도망쳤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진짜 범인은 놓친 셈이었다. 이제 와서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럼 왜 감옥에 있던 자들을 죽였을까요?”

“제 생각에는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한 행동이라 추측됩니다. 그렇게 하면 상황을 정리하는데 혼선이 생길수가 있거든요.”

장수의 마치 직접 가담하기라도 한 사람처럼 타당성이 있었다.

이길영 장군은 장수의 설명을 듣고서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무사님의 말씀을 들으니 막힌 부분이 뚫리는 것 같습니다. 사실 마교에 도움을 준 상가에서도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해 난처한 상황이었거든요. 지금부터는 무사님이 주신 정보를 토대로 다시 수사계획을 짜야겠습니다.”

사실 장수로서는 그대로 있는 것이 나았다. 지금 상황대로 흘러가도 별 손해를 보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말하게 되면 앞으로 얻게 되는 불이익이 훨씬 많아질 것이다.

사건을 다른 방향으로 볼 수 있었고 지금 한말 때문에 발목을 잡힐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상황이 발생하면 상관하지 말고 지켜만 보는 것이 제일이었다.

지금 상황도 그냥 있으면 저절로 해결될 일이었다.

이길영 장군으로서는 이번에 붙잡은 상가에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면 끝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상가와 관련된 자들은 극형을 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방화의 실질적인 범인이 아니고 마교에 이용만 당한 것으로 결론이 나면 그만큼 형이 감형되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장수가 말을 꺼낸 덕분에 감형되는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장수로서는 그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본의 아니게 그들을 범인으로 만든 사람의 행동치고는 모순이 많다 할 수 있겠지만 장수는 자신이 최대한 마음이 편해지는 길을 선택하고 싶었다.

“예. 부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번 방화로 토벌이 늦어질 것 같습니다. 그래도 소규모 부대를 계속해서 보낼 계획이긴 하지만 얼마만큼의 결과를 얻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이길영 장군의 말에 장수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토벌군이 움직여야 혈교의 음모를 파헤칠 수 있었다.

토벌군이 발목이 잡히면 호북의 상권이 움츠러들고 그렇게 되면 빈민들의 굶주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저런…….”

장수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자 이길영 장군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뭐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토벌군을 두고서 보급계약을 한 상가를 노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

“그래도 석가장이라도 무기 공급을 제대로 해주어서 다행입니다. 사실 무기가 좋으면 전쟁에서 유리하거든요.”

“저희는 계약대로 한 것뿐입니다.”

“겸손하십니다. 이제 막 양현에 자리를 잡으시고선 이렇게나 제품을 공들여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길영 장군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저는 최대한 보급을 끝마치고 산적들을 해치우기 위해 군대를 움직일 것입니다.”

군인인 이길영 장군으로서 해야 하는 가장 큰 의무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에게 있어 가장 큰 명예였고 영광이였다.

그로 인해 떨어지는 부나 권력은 사실은 부가적인 요소일 뿐이었다.

이길영 장군으로서는 어떻게든 호북을 어지럽히는 산적들을 물리치고 싶었다.

“꼭 그렇게 될 것입니다.”

“무사님 같은 분들이 도움을 주시면 언젠가는 이룰 수 있게 되겠지요.”

“예. 저도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서로 인사가 끝나자 장수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공단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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