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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206화 (206/398)

206편 - 상행을 떠나다

‘궁금하지만 상단이 도착할 때까지 보고만 있자.’

모험을 할 수가 없었다. 장수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상단에 큰 위험이 오게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장수는 무사장에게 말을 했다.

“죄송하지만 지금부터는 좀 빠르게 움직였으면 좋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무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무사장은 급히 표두에게 가서 지금 상황을 전했다. 그리고 무사들에게 빠르게 움직이라고 했다.

원래라면 서둘러 움직이는 것은 상행에 있어서 금지된 일이었다.

그렇게 무리해서 움직이면 체력 소모가 심했고, 그러다 적과 만나면 체력이 소모된 상태에서 전투를 벌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무사장은 장수를 믿었다. 장수 혼자 그들 모두를 합한 것보다 강한 무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의 말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표두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저번 상행에 장수의 무위를 어느 정도 봤던 것이다.

그랬기에 어느 정도 강한지는 모르지만 자신들보다는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더구나 똑똑한 장수였기에 믿음이 갔다.

상단은 빠르게 움직였다. 그 덕분인지 불이 난 지점에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할 수 있었다.

불이 나고 있는 곳은 방책이었다. 그리고 방책에는 사람들이 긴장한 눈빛으로 상단의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장수는 천천히 앞으로 나가 사람들에게 외쳤다.

“무슨 일이 벌어졌습니까?”

“누구십니까?”

“석가장에 소속된 상단입니다.”

석가장이라는 말에 사람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그리고 방책 사이로 문이 열리더니 늙은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반갑습니다. 저는 이곳의 촌장을 맡고 있습니다.”

“저는 석가장의 소장주인 장수라고 합니다.”

소장주라는 말에 촌장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소장주가 이곳까지는 무슨 일로 왔다는 말인가?

촌장은 잠시 장수를 보다 말을 했다.

“죄송하지만 신분을 증명할 게 있습니까?”

그때 무사장이 앞으로 나섰다.

“저입니다.”

“아, 무사장님!”

무사장은 전에 한 번 이곳에 왔기에 안면이 있었던 것이다.

“매번 다른 분이 오셨는데, 이번에는 소장주님이 오셨군요.”

“예. 이번부터 석가장의 일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앞으로 자주 뵙겠습니다.”

촌장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될 거 같습니다. 그런데 아까 불길이 치솟아 올랐는데…… 무슨 불길입니까?”

장수의 말에 촌장이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산적들이 공격을 했습니다.”

“산적들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자신들의 산채에 세금을 바치라면서 공격을 해서 방어를 했습니다.”

장수는 천천히 마을을 바라보았다. 마을에는 다른 마을과는 다르게 방책이 높게 서 있었고, 방책 사이사이에는 망루가 올라서 있었는데 그 사이사이로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방어를 하셨다고요?”

장수는 놀란 표정으로 촌장을 바라보았다. 산적들은 보통의 마을로 방어하기에는 벅찬 상대였기에 어떻게 막은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장수의 말에 촌장은 활을 들었다.

“정식으로 싸우면 이기기 힘들고 활로 상대를 하고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이런! 제가 생각을 못했습니다. 어서 들어오십시오.”

말과 함께 방책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방책은 마을사람들 여럿이 힘을 합쳐 열었는데, 웬만한 공격으로는 부서지지 않을 것 같았다.

상단은 방책이 열리자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외부에서 보는 것과 또 달랐다. 요소마다 여러 가지 병기가 있었고 건물이 있었는데, 그 사이사이로 아녀자와 아이들도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였다.

안으로 좀 더 들어가니 거대한 입구가 보이는 게 광산의 입구로 보였다.

상단의 사람들은 따로 마을에서 가장 큰 건물로 들어갔다. 아마 석가장에서 상단이 올 때마다 거처하는 곳으로 보였다.

장수는 따로 촌장의 집으로 안내 되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예.”

촌장의 집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었다.

촌장은 자신의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차를 준비하여 장수에게 내왔고, 장수는 천천히 차를 마시며 촌장과 이야기를 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싶습니다.”

“이곳에는 원래 산적들이 살지 않았습니다. 워낙 해발이 낮은 지역이라 세력이 있는 산적들은 눈독을 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뜨내기 산적들이 가끔 가다 이곳을 점거합니다. 그것도 그래봐야 마을에서 군대에 요청을 하면 정식으로 토벌을 해주기 때문에 큰 위협은 못 됩니다. 그리고 마을 자체적으로도 산적들을 상대할 수 있는 사냥꾼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냥꾼이라는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책에 숨어 활에 능한 사냥꾼들이 화살을 날린다면 아무리 산적들이라 해도 접근이 용이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산적이라 해서 두려워 할 것이 없었다.

“그렇군요.”

“예. 거기다 너무 가까이 접근해서 뚫린다고 하더라도 상단에서 지원해 준 무사들과 낭인들이 있습니다. 그들로 하여금 마을을 지키게 합니다.”

무사라는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석가장에서 자신들이 보유한 광산에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을 리가 없었다. 만약 이곳을 방어할 최소한의 무력이 없다면 다른 상단이 강제로 훔치거나 아니면 산적들이 점거해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법적으로야 이 광산이 석가장 소유라고 해도 실제로 점거하는 사람이 다르다면 관이 주관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군요.”

“원래 이 정도 되면 군대가 출동해서 산적들을 토벌하는데 올해는 군대가 이곳까지 오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저도 사정을 듣기는 했는데…… 호북 각지에서 산적들이 난리를 쳐서 군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는데 사실입니까?”

사실 산적들의 수는 많이 줄어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혈교에서 따로 고수들을 운용했기에 목격되는 산적들이 많아 보이는 것이었다.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현재 각지에서 산적들 때문에 소동이 일어나서 아마 이곳에 토벌군을 보내는 것은 나중 일이 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하고 민원이 많은 대도시를 중점으로 군대가 동원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단지 작은 광산이 있을 뿐인 이 작은 마을 따위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습니까? 휴…….”

“왜 그러십니까?”

“저희들도 다른 업무를 해야 되는데 산적들과 싸워야 하니 문제가 큽니다. 그 때문에 광석을 캐야 하는 인부들도 불침번을 서거나 산적들을 막는 일을 해야 해서 다른 업무 때문에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촌장의 말에 장수는 인상을 찌푸렸다.

“혹시 광석 비축 분을 알 수 있겠습니까?”

장수의 말에 촌장은 잠시 생각을 했다.

“서류를 보시면 알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하루 산출량을 서류에 적어 넣거든요.”

촌장이 서류를 건네주자 장수는 천천히 서류를 확인했다. 그러자 산출량이 나왔는데 그 양이 희박했다.

“이런…….”

“죄송합니다. 산적들이 워낙 거세게 공격해서…….”

지금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정규 군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산적들을 상대하는 것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거 곤란하게 되었군요.”

“산적들만 없다면 어느 정도 양을 맞출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습니다.”

“산적들의 수는 얼마나 됩니까?”

“제법 됩니다. 멀리서 봐서 얼마나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대충 오십여 명은 되는 듯 해 보였습니다.”

“오십여 명이나 된다고요?”

장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 숫자라면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보통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근처 상단을 약탈하며 살다가 상단들이 상행을 꺼리자 이곳을 약탈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나보구나.’

상단이 없으면 산적들은 기본적으로 먹고 살기가 힘들어 진다.

그렇다고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할 수도 없으니 굶주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어쩔 수 없이 제법 방비가 튼실한 이곳을 공략대상으로 삼았을 것이다.

‘분명 혈교의 무사들은 아니겠지.’

혈교의 무사들이라면 이 정도의 방어 가지고는 막을 수가 없었다. 고수들 몇 명만 투입해도 이 정도 마을쯤은 순식간에 초토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장수가 놀란 표정을 짓자 촌장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너무 많습니까?”

촌장의 표정에 장수는 그가 토벌을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닙니다.”

“그럼 상단의 무사들을 이용해 그들을 토벌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보면 상당히 무모한 부탁이었다.

보통 상단이 가지고 있는 전력은 고수 둘에 무사 삼십이 최대이기 때문이다.

물론 천하 십대상단이라면 안전성을 중시하기에 그보다 과한 무사들이 상단을 호위를 하겠지만 평균적인 전력이 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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