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편 - 상행을 떠나다
그에 반해 산적들은 그 수만 해도 오십여 명이었고, 그 중에 고수가 있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보통의 상단으로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촌장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겠지만 상황이 어려우니까 그런 말을 한 것일 터였다. 그렇지 않다면 말을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상단이 오는 것을 봤기에 산적들이 물러난 것이고 상단이 돌아가면 다시 공격해 올 것이 분명해.’
장수는 잠시 생각을 해봤다.
‘산적들을 제거해야겠구나.’
장수의 입장에서는 산적들을 제거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보아하니 산적들은 혈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 분명해 보여 제거해도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리고 이곳에서라면 은폐시설도 별로 없었기에 산적들을 쉽게 처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제가 저들을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장수의 확답에 촌장을 감격했다.
“감사합니다. 소장주님.”
“아닙니다. 저희 산적들은 석가장을 위협하는 자들인데 몰랐으면 모를까, 안 이상 당연히 토벌을 해야지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촌장은 여러 번 장수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것만 봐도 촌장이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산적들을 토벌하면 얼마의 시간이 지나야 정상적으로 광석을 캐실 수 있습니까?”
장수의 말에 촌장은 잠시 생각을 하다 말을 했다.
“소장주님께서도 아시겠지만 광석이라는 것이 캔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캐고 나서 철부분만 떼어 내고, 다시 가공을 해 가지고 다니기 쉽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하지만…… 사실 철이 있는 부분만 캐면 작업량이 상당히 줄어들기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원하는 양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혹시 저희 무사들이 도움을 줄 수 있습니까?”
“그러면 좋죠. 처음 하는 사람들이라 해도 쉽게 작업에 참여할 수 있으니 그것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나도 참여해야겠구나.’
장수는 최대한 빨리 이번 일을 마쳐야 했다.
“그런데 언제 토벌군을 조직하실 생각이십니까?”
사실 토벌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선 상단의 무사들과 추가계약을 맺어야 했다.
상행을 보호해주기로 계약을 했지 산적을 토벌하기로 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당연히 그에 따른 계약을 해야 했던 것이다.
더구나 이번 일은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었다. 그랬기에 계약을 하는 데만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확실한 승리를 위해 토벌에 많은 수를 데려가야 했기에 추가적으로 걸리는 시간이 증가할 것이다.
이런 것을 생각할 때 최대한 빨리 조직해야 했던 것이다.
촌장의 말에 장수는 잠시 생각을 하다 말을 했다.
“지금 갔다 오겠습니다.”
“예? 미리 토벌군을 편성하셨습니까?”
촌장의 의문은 당연한 것이었다. 미리 토벌군을 편성하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산적들을 토벌하러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저 혼자 갔다 오면 됩니다.”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도 안 되는 말입니다.”
촌장은 화들짝 놀랬다.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어떻게 석가장의 유일한 후계자인 소장주가 홀로 산적들과 싸우러 간다는 말인가?
“괜찮습니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저 주변만 살피고 오다가 위험하면 그냥 돌아오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촌장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산적들은 매우 위험한 자들입니다. 마을을 보지 않으셨습니까? 그들 때문에 많은 피해를 받았고 죽은 사람도 있습니다.”
“죽은 사람도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마을사람들을 죽이다니……. 살인을 쉬이 저지르는 녀석들이라면 손속에 사정을 둘 필요가 없겠구나.’
장수는 유운을 만나면서 마음이 조금씩 너그러워졌다. 거기다 선천지기와 전진심법 덕분에 그 평정심은 더욱 강해졌었다.
하지만 무공을 모르는 마을사람들을 살해했다는 말에 자비심이 사라졌다. 살인을 하는 녀석들이라면 사정을 봐줄 필요가 없었다.
촌장은 자신이 한마디가 산적들이 운명을 결정한 것을 모른 채 장수를 설득했다.
“정말 위험한 녀석들입니다. 그러니 토벌대가 편성되더라도 소장주님은 이곳에 계십시오. 토벌대에는 마을이 젊은이들이 참여할 것입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실력으로는 제가 위험한 일이 생기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하하.”
“그들 중에 한 명은 하늘을 날아다니고, 또 거대한 돌을 던질 정도의 괴력을 가진 녀석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마을에서도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러니 소장주님께서는 행여나 간다는 말도 하지 마십시오.”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하늘을 높이 뛰어오르거나 거대한 돌을 들어 올리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장수는 그런 생각을 가지지 않았다.
‘돌을 들고 하늘을 난다고? 기껏해야 고수 정도 되는 자가 하나 있겠구나. 음…… 실력이 출중한 자라면 이 정도 방책쯤은 뛰어 올랐을 거야. 그러니 그리 실력이 높지는 않겠어.’
경지가 높아도 사실 상관이 없었다. 장수의 무위는 초절정 고수였다.
그랬기에 경지가 상당한 자라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제 경공이 제법 괜찮습니다. 그러니 잠시 살펴보는 것은 괜찮겠습니까?”
“안됩니다. 만약 소장주님께 해가 발생한다면 제가 장주님을 어찌 보겠습니까?”
촌장은 울상을 하며 장수를 말렸다. 그랬기에 장수는 당혹감을 느꼈다.
“잠시 저를 보십시오.”
장수는 주변을 살피다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촌장은 장수가 무슨 일을 하나 의아한 눈빛으로 장수를 쳐다보았다.
장수는 몇 걸음 걷다가 그대로 벽으로 향했다. 그리고 벽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소, 소장주님……!”
촌장은 말을 하다가 멈추었다.
장수가 날렵한 몸짓으로 벽을 향해 뛰고 있었던 것이다. 평지라면 몰라도 서있는 벽을 밟고 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는 그런 일을 쉽게도 해내었던 것이다.
장수는 벽을 계속해서 밟다가 마지막에는 천장을 밟더니 그대로 땅으로 내려왔다.
“어떠십니까?”
장수의 말에 잠시 혼이 나가있던 촌장이 급히 말을 했다.
“저, 정말 대단한 재주입니다.”
촌장도 무공을 할 줄 아는 무사들을 만나봤지만 장수 같은 재능을 지닌 자는 처음이었다. 그랬기에 놀랍다는 표정을 지은 것이었다.
“이 정도 실력이라면 산적들의 추격해도 충분히 벗어날 수 있겠지요?”
“그, 글쎄요?”
촌장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일이 가능할 줄은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마치 이야기 속에서 들어봤던 신선들이나 가능한 재주였기에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아, 안됩니다.”
촌장은 장수를 말리려고 했지만 아까보다는 적극적이지 않았고 그 사이에 장수가 밖으로 나갔다.
“소, 소장주님…….”
촌장이 장수를 불렀지만 장수의 걸음은 조금도 늦춰지지 않았다.
장수는 그대로 달려서 방책을 열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산적이 가리켜준 방향으로 계속해서 달렸다.
‘산적들을 최대한 빨리 잡는 게 관건이구나.’
채굴 작업이 느려지는 것은 산적 때문이었다. 산적들이 계속해서 공격하기에 방비하느라 작업을 할 시간이 모자랐던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산적만 제거하면 해결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산적이 왜 이곳에 나타났지?”
오십여 명이나 되는 인원은 상당한 수였다. 그런 자들이 갑자기 나타난 것은 이유가 있어서 일 것이다.
더구나 대규모의 토벌로 많은 산적들이 목숨을 잃은 상황이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빈 산채도 있을 터였기에 그런 자리를 차지하기만 해도 될 터였다.
이런 상황에서 빈 산채가 아닌 방비가 되어 있는 마을을 노리는 것은 분명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말이었던 것이다.
“뭐, 잡으면 모든 사실을 알겠지.”
정보만 있다면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하겠지만 정보가 없는 이상 장수는 많은 것을 알 수가 없었다. 그랬기에 부지런히 산채를 향해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