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편 - 광산
그들 역시 난감한 표정으로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장수 역시 지금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그는 대장간에서는 일을 해봤지만 광석을 캐는 일은 해본 적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넋을 놓고 서 있을 수는 없었다.
장수는 장비를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어디를 부숴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어떻게 부숴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랬기에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 큰 목소리가 들렸다.
“소장주님, 건드리지 마십시오.”
촌장의 목소리였다.
그 소리에 장수는 촌장을 바라보았다.
“예. 건드리지 않겠습니다.”
“소장주님, 아무 곳이나 마구잡이로 파시면 안 됩니다. 여기 벽을 함부로 부수면 무너질 염려가 있습니다. 그러니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 합니다.”
“무너진다고요?”
“그렇습니다. 여기에 지지대를 세우며 지반이 단단한지 살피면서 파고 들어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광산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촌장의 말에 장수는 아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산이 무너지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무리 초절정고수라 해도 신이 아니고 인간이었다. 그랬기에 무너지는 광산에서는 살아날 방법이 없다.
장수는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보통 일이 아니군요.”
“예. 그래서 광산 일을 위험하면서 어렵고 힘든 일이라 생각해서 안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인건비 때문에 광석 값이 올라가는 중이고요. 국가에서도 이런 문제 때문에 범죄자를 쓴다고 들었습니다.”
촌장의 설명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은자가 좋다 해도 목숨이 더 중요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광산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쉬운 일이 아니군요.”
“그렇습니다. 그러니 광석을 캐는 것은 전문가인 저희가 하겠습니다. 그러니 다른 분들은 다른 일들을 해주십시오.”
촌장은 말을 하면서도 주변의 사람들을 살피며 놀라는 중이었다. 놀랍게도 무사들과 표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무슨 일을 하면 되겠습니까?”
“할 일이야 많습니다. 그런데 무사님들이 이런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무사들은 검을 들고 다니는 자들이었다. 그런 자들이 이런 일을 할 리가 없었다. 그랬기에 촌장이 걱정하는 것이 당연했다. 일은 안 하고 구경만 한다면 그만큼 작업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무사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열심히 일을 해주실 겁니다. 저분들은 본가의 무사들이시고 저쪽의 표사들 역시 저희 사정을 아시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그러니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장수의 말에 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로서는 사람들이 조금만 도와줘도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촌장은 잠시 주변 사람들을 살피더니 장수에게 말을 했다.
“소장주님, 혹시 광산 일에 대해서 들으셨습니까?”
촌장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로서는 광산 일에 대해 자세히 들을 일이 없었다. 장수는 해야 할 일이 무척 많았기에 광산에서 나오는 광석의 양이나 비용만 알았지 그 외에는 몰랐다.
“잘 모르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촌장은 차분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광산 일이라는 게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쉽습니다. 우선 광석이 있는 곳을 향해 파고 들어갑니다. 이쪽에는 철광석이 많이 나오지만 다른 광물도 나오는 편입니다. 그런 것들도 모아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나온 돌을 밖으로 가지고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철이 포함된 광석과 아닌 광석으로 분류한 다음에 다시 옮기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쪽은 지지대를 세워야 합니다. 파고들어간 만큼 단단한 나무로 지지대를 세우지 않으면 매우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촌장의 설명은 간단했다. 하지만 장수는 보통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단순히 광석을 캐는 게 다가 아니라 다른 업무가 생각보다 많았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광석의 양을 맞추기 힘들겠군요.”
“예. 광석이라는 게 캐고 들어가면 그만큼 거리가 생기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리게 됩니다. 그리고 지지대도 정성껏 세워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지요.”
“알겠습니다.”
장수는 표사와 무사 그리고 산적들을 바라보았다.
“죄송하지만 제가 정해주는 대로 하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이해해 주시겠습니까?”
장수의 말에 표두와 무사장이 동의했다.
“알겠습니다, 소장주님.”
“무사장님께서는 돌을 밖으로 운반해 주십시오. 그리고 표두님이 지지대를 세우는 작업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소장주님.”
“저는 산적들과 함께 광석과 돌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겠습니다.”
“예.”
그렇게 할 일을 정해주자 촌장이 표사들과 무사들에게 주의사항과 해야 할 일을 자세히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이들이 맡은 일은 힘이 많이 들고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일이었다.
지지대를 잘못 세우면 광산이 무너질 것이고 돌을 적절히 밖으로 운반하지 않는다면 움직이기 힘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광석을 분류하는 일도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무사들과 표사들 그리고 마을주민들은 각자의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장수는 산적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산적들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잡힌 상태였기 때문에 목숨은 체념한 상황이었는데 광산으로 데려오니 이게 뭐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은 듯했다.
장수는 산채의 두목의 아혈을 풀었다. 그리고 그에게 말을 했다.
“이제 정신이 들었냐?”
장수의 말에 두목은 인상을 구겼다.
“어린놈의 새끼가 제법 강하더군.”
어리다는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어디서 맞고 다닐 정도는 아니지.”
두목은 잠시 장수를 바라보았다.
“우리를 어떻게 할 생각이냐?”
두목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혹시나 관으로 간다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랬기에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장수는 잠시 두목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너를 포함한 다른 산적들을 모두 고용할 생각이다.”
장수의 말에 두목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고용한다고? 우리를?”
두목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너를 포함한 다른 산적들 모두를 고용하겠다.”
“크하하하하. 웃기는구나. 우리를 고용한다니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느냐?”
산적들을 수하로 거둘 수 있는 것은 산적밖에 없었다. 그런데 멀쩡한 상단에서 고용을 한다니 두목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말이 되니까 하는 말이다. 내가 너희들을 고용하겠다. 그러니 나를 따라라.”
“무슨 일을 시키려고 하느냐?”
“무사로 써주겠다.”
“무사라고?”
“그래.”
장수의 말에 두목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했다.
“은자는 얼마나 줄 생각이냐?”
“실력만큼 주겠다. 보통 무사들보다는 많이 줄 생각이다.”
장수의 말에 두목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했다. 사실 산적으로 잡힌 이상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길이 생겼으니 우선 살고 봐야 했다.
‘밑에서 일을 하다가 도망을 치면 되겠지.’
일을 하다 보면 기회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니 도망을 치겠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어차피 봉급은 받지 않아도 상관이 없었다. 도망을 칠 때 주변의 재물을 가져가면 봉급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좋다!”
두목은 호쾌하게 말을 했다. 그로서는 기회만 있으면 도망칠 생각을 한 것이다.
장수는 두목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좋다. 잘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내가 소속될 문파는 어느 문파냐? 너의 실력을 보니 보통이 아닌 것을 보니 제법 이름 있는 문파인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