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편 - 광산
‘드디어 끝났구나.’
우선은 끝난 것으로 보였다. 우선은 이런 식으로 하면 될 듯했다.
장수는 산적들에게 말을 했다.
“이제부터 각자 광석에서 돌과 철을 분리해야 합니다. 제가 한 것처럼 망치로 돌을 쪼개내도록 하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산적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붙잡힐 때는 살려만 주면 뭐든지 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일을 할 때가 되니 하기 싫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산적으로서 이런 일을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더구나 산적이라는 것이 남의 것을 빼앗는 직업이었기에 일을 하는 것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랬기에 산적들은 한 손에 광석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망치를 든 채 하는 시늉만 했다.
장수는 그런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셨다.
‘일을 할 생각이 없구나.’
당장 무사를 시켜줬다고 해서 이들이 소속감이 생길 리 없었다. 그리고 일을 할 리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억지로 일을 시킬 수도 없었다.
장수는 산적들을 보며 말을 했다.
“일을 잘하는 무사에게는 제가 무공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열심히 해주셨으면 합니다.”
장수의 말에 산적들은 귀가 번쩍 뜨였다. 무술을 가르쳐 준다는 말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장수가 약속을 지킬지 안 지킬지는 알 수 없었지만 몇 명의 산적들은 긴가민가하면서도 해야겠다는 의욕을 불러일으켰다.
단 몇 명의 산적들이었지만 그들이 의욕적으로 일을 하자 다른 산적들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들 역시 열심히 일을 했다.
하지만 어설픈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느 정도 숙달이 돼야지 작업이 진행될 듯했다.
장수는 산적들을 쳐다보다 광석을 쳐다보았다. 이 작업을 빨리 끝내야 했다. 지금도 무사들이 광석을 수레에 실어 나르고 있었고 어느 정도 쌓인 상태였다. 그랬기에 열심히 일해야 했다.
장수는 다시 광석을 들었다. 그리고 돌을 깨기 시작했다.
무조건 열심히 해야 했다. 열심히 하다 보면 실력이 오를 것이다.
매우 단순한 일이었지만 열심히 하다 보니 점점 분리를 빠르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산적들 역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이대로는 부족했다. 뭔가 다른 방법을 써야 했다.
장수는 일을 많이 한 산적들을 눈여겨보았다. 의외로 산적두목이 가장 많은 일을 했다.
원체 힘이 강했기에 일을 대충했지만 남들보다 일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장수는 두목 이외에도 성과가 많은 자들을 불렀다.
“이리 오십시오.”
장수의 말에 지목된 산적들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분들은 일을 다른 분들과는 다르게 많이 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상을 드리겠습니다.”
“상이요?”
산적들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든 것이다.
장수는 그런 산적들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두 가지 상을 내리겠습니다. 첫째는 돈입니다. 이분들은 이름을 적을 테니 끝나고 나서 은자를 받아 가십시오.”
일부러 얼마인지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산적들이 흥분을 한 것이다.
사실 산적질을 한다고 해서 재산이 생기는 게 아니었다. 상단이 언제 올지 몰랐고 상단이 온다고 해도 호위무사들이나 표사들과 싸워야 했으며 그렇게 해서 겨우 모은다고 해도 산채의 채주가 대부분의 재물을 가져갔다.
그랬기에 산적이라고 해도 매우 가난하게 사는 것이 보통이었다.
더구나 그들은 마교에 의해 쫓기는 생활을 하지 않았던가? 마교는 그들을 신경도 쓰지 않았겠지만 그들은 마교에 대한 불안감으로 제대로 영업을 할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장수가 성과급으로 은자를 나누어 준다고 하니 눈이 뒤집힐 수밖에 없었다.
장수는 그런 산적들의 반응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다음으로는 무공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무공!”
산적들의 눈이 뒤집힐 말이었다.
더구나 고수인 장수가 두목을 단숨에 제압하는 것을 본 뒤였다. 그 정도 실력이라면 가르치는 무공 역시 범상치 않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제가 가르쳐 드릴 무공은 태극권입니다.”
“에잇.”
태극권이라는 말에 산적들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태극권은 너무 널리 알려진 무공이었고 그 위력에 문제가 많은 무공이었다.
동네에서도 배우고 떠돌이 행상들도 호신용으로 배우는 무공으로서 산적들이 관심을 가지기 어려웠다.
하지만 장수의 이어진 말이 산적들의 관심을 끌었다.
“제가 가르쳐 주는 태극권은 무당파에서 직접 배운 태극권입니다. 그렇기에 열심히만 하면 누구나 고수의 수준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장수의 말에 산적들은 잔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맞아 평범한 태극권으로 저 정도 실력을 낼 수 없다. 분명 뭔가 특별한 게 있는 태극권일 거야.’
그들이 직접 두 눈으로 본 뒤였다. 산적들은 그들이 제압당한 무공이 태극권이었기에 장수의 말을 믿었다.
하지만 사실 기본적인 무공이라고 해도 열심히 노력하고 제대로 바르게 익히면 고수가 될 확률이 높았다. 더구나 장수 같은 초절정고수가 가르쳐 준다면 고수가 되지 못하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었다.
장수는 천천히 무공을 펼쳤다. 그러자 산적들은 잔뜩 긴장을 한 채 장수를 따라 했다. 고수가 된다는 말에 긴장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 고수의 실력인 두목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수가 되었다고 해서 무공에 대한 열망이 식은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장수 정도의 고수에게 무공을 배운다면 득이 있을 것이 뻔했다.
장수는 모두가 볼 수 있게 그들의 틀린 점을 알려주었다. 그러자 산적들이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수가 직접 무공을 지도하는 것은 기연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그 실력이 보통을 넘어서는 듯한 장수에게 배우기 때문에 실력이 차곡차곡 늘 것이 뻔했다.
장수가 무공을 가르치는 것이 끝나자 산적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악을 써서라도 장수에게 무공을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
더구나 시중에 떠도는 가짜 태극권이 아니라 무당에서 직전제자만 배운다는 생각이 드는 진짜 태극권을 가르쳐 준다고 하니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다음부터는 일의 진행이 빨라졌다. 산적들은 남보다 더 많이 일을 하려고 악을 쓰며 일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아까보다도 일의 진척이 매우 빨라졌다.
하지만 일을 안 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다른 속셈이 있는 듯이 건성으로 일을 했다.
하지만 장수가 그들을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그저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볼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가지고 나오는 광석보다 분리되는 광석이 더 많아졌다.
그러자 금세 할 일이 없어졌다.
사실 산적들이 숫자가 가장 많았고 더구나 고수인 두목마저 있었기에 일이 빠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직 신뢰할 수 없는 이들을 다른 사람과 같이 일을 시킬 수는 없었다. 좀 더 지켜본 뒤에 신용이 생긴 뒤에야 무사들과 같이 일을 시킬 수 있을 것이었다.
‘시간이 아깝구나.’
장수는 분리된 철을 보고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광석에서 돌을 분리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불순물이 많았다. 지금 상태에서도 한 번 더 불순물을 분리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려면 화덕이 있어야 했다.
매우 큰 화덕에 분리된 철을 넣고 순수한 철로 다시 한 번 거른다면 무게가 줄어들어 운반하기 편해진다. 그리고 낭비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다음번에는 여기다 화덕을 만들어야겠구나.’
지금까지 화덕을 만들지 않은 것은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만으로 할 수 있는 양은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그 상태에서 상단이 와서 철광석을 가져간 뒤에 제대로 된 시설이 있는 데서 철을 분리하였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크게 발전하려면 이곳에도 화덕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화덕으로 철을 한 번 더 분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운반하기가 편하고 많은 양을 운반할 수 있다.
장수는 계획만을 잡았다. 이곳에 화덕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화로가 필요했는데 그 정도 화덕이라면 따로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장수는 천천히 산적들을 바라보았다.
철광석을 분리하고 있는 자도 있었지만 일이 없는 자들은 배운 무공을 복습하고 있었다.
사실 마공은 성취가 빠르지만 한계가 있다. 그리고 워낙 대충 배웠기에 장수에게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우는 게 더 효과가 클 것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