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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218화 (218/398)

218편 - 도망자

“어서 해야겠구나.”

납기일도 꼭 맞춰야 하는 중요한 일이지만 서류를 맞추는 것도 중요했다.

서류라는 것은 그 날 그 날 처리하지 못하고 다음 날로 미루면 그만큼 힘들어진다.

일이라는 게 원래 그 날 일은 그 날 해야 처리가 쉬운 법이다. 그런데 며칠 동안 일을 처리하지 않았으니 그만큼 어려워진 상황이었다.

장수는 자리를 잡자마자 서류를 들여다보았다. 처리해야 하는 사안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렇게 작업에 들어가자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기 시작했다.

장수가 서류를 대충 정리하는 데 걸린 시간만 해도 하루였다. 너무 많기 때문에 하루 종일 서류에 매달렸지만 아직도 처리해야 하는 서류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더 할 수는 없었다. 당장 광산에서의 작업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을 해야 했던 것이다.

장수는 빠르게 광산으로 향했다.

광산 앞에서는 산적들이 열심히 광석을 분리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제법 많은 양의 철광석이 모였다. 이 정도면 조금만 더하면 충분할 듯했다.

장수는 미소를 지으며 진자수 수석무사를 불렀다.

“고생하십니다.”

“아닙니다.”

진자수는 예전에 산적 두목이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법 책임감이 생겼는지 다른 산적들에게 명령도 잘 내렸다. 태생적으로 이런 일이 맞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산적들 역시 많이 친해진 듯 보였다.

전에는 워낙 불안한 상황이었고 믿을 수 있는 곳이 없었지만 지금은 석가장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생겼기에 안정을 많이 찾은 듯했다.

그리고 일이 그들의 정신을 맑게 해주었다. 정신없이 일거리가 생기자 그들은 다른 생각을 못했다.

장수는 미소를 지으며 진자수에게 말을 했다.

“오늘만 하면 양이 맞을 거 같습니다.”

어차피 수레에 실을 수 있는 양은 정해져 있었다. 더구나 광석이라는 게 무게가 많이 나갔기에 너무 많이 실으면 운반할 수 없다.

“그렇습니까?”

“예. 그러니 조금만 더 고생해 주십시오.”

장수의 말에 진자수 수석무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소장주님.”

장수는 이어서 광산 안으로 들어가 무사장과 표두 그리고 촌장에게 하루만 고생해 달라고 얘기를 했다. 그러자 촌장을 빼고는 좋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촌장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는데 많은 무사들과 표사들이 도와주었기 때문에 광석만 캔 게 아니라 그동안 엄두도 내지 못했던 여분의 지지대 설치나 자리만 차지하던 돌까지 처리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촌장은 조금만 더 해주면 참 좋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단은 해야 할 일이 있었기에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전하고 나서 여분의 서류를 정리해야 했던 장수는 다시 마차로 향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저녁이 되었다.

그러자 일을 끝낸 산적들과 무사 그리고 표사들이 상단으로 모여들었다.

장수는 그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와~~~.”

모두들 기뻐했다. 그리고 산적들 역시 기뻐했다. 이렇게 같이 일을 하니 소속감이 생겼던 것이다.

장수 역시 산적들을 보는 눈이 많이 풀려 있었다. 사실 산적들은 불쌍한 자들이었다. 혈교가 했던 일을 똑똑히 봤던 그였기에 산적들보다 더 사정을 자세히 알았다.

산적들은 혈교에 의해 철저히 이용만 당하다가 마지막에는 납치까지 당했다. 아마 목숨을 구하기 힘들 정도로 혈교에 이용만 당했을 것이다.

그나마 이들은 사정이 나았지만 혈교에 의해 이용당했다는 것은 바뀌지 않았다. 마치 장수처럼 혈교에 이용만 당한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니 묘한 동질감까지 들었다.

혈교에 이용당했던 산적이나 혈교에 세뇌당했던 자신이나 무슨 차이겠는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나마 자신은 그런 사실을 깨닫고 복수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들은 누구에게 이용당했는지도 모른다.

마을 사람들 역시 매우 기뻐했다. 그들은 평소 어렵게 생각하던 무사들이나 표사들이 그들을 도울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더구나 악감정이 있던 산적들이지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어느 정도 마음이 풀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싸운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는 같이 있을 수 없을 정도의 원수였다면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게 됐다.

“오늘 밤은 조촐하게나마 축제를 열겠습니다. 그러니 음식을 마음껏 드십시오. 하지만 술은 준비도 안 되었거니와 내일 일찍 상행을 가야 하니 주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음식을 어느 정도 드시면 잠을 청해야 합니다. 가야 할 길이 머니 상행이 방해를 받으면 안 됩니다.”

장수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일을 무사히 마쳤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자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특히 산적들은 이번 일로 소속감이라는 게 생겼다. 무사들이 음식을 먹을 때도 장수는 할 게 많았다.

장수가 눈짓을 보내자 촌장이 다가왔다. 그리고 둘은 곧 마차로 향했다.

“촌장님,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한 게 뭐 있겠습니까? 이번에 소장주님의 도움 덕분에 일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촌장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뒤에 본론으로 들어갔다.

“촌장님, 그럼 이번 달에 드려야 할 수고비에 대해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장수의 말에 촌장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아무리 이 마을이 석가장의 영향력 아래 있다고 해도 적절할 정도의 수입을 받아야 유지가 된다. 이 마을에 필요한 물건을 상단이 가져왔으니 그만큼은 빼더라도 유지해야 할 은자를 넉넉히 받아야 했다.

“광석의 양이 있으니 그에 합당한 양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약초와 가죽에 대해서 이 정도로 은자를 드리겠습니다.”

장수가 서류를 건네자 촌장은 서류를 꼼꼼히 살폈다.

사실 이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으며 앞서 했던 모든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일을 증명하는 것은 결국 서류였다.

그리고 소장주인 장수와 촌장이 합의를 해야 결단이 나는 일이었다.

촌장이 서류를 보는 동안 장수는 그 모습을 지켜봤다. 언제 이의를 제기할지 몰랐지만 책임자로서 설명을 잘 해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촌장은 한참을 살펴보다 장수를 바라보았다.

“이 조항이 이해가 안 가는데 설명을 해주십시오.”

촌장의 말에 장수는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상단이 가져온 물건의 양과 마을에서 받아가는 재료의 값어치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정도의 은자로 치면 결국 이만큼이 남는 것입니다.”

장수는 이 일의 중요성에 대해 귀가 아플 정도로 단주에게 들었다.

모든 거래는 마무리가 중요하다.

그리고 아무리 소속된 마을이라 해도 어느 정도 여유를 줘야 하며 너무 잘해줘서도 안 된다고 설명을 들었다. 너무 적게 주면 마을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떠날 테고 너무 많이 주면 일을 안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수는 넉넉하게 계산을 해주었다. 실제로 광석의 양이 평상시보다 많았다.

물론 무사들과 표사들이 도왔기에 양이 많은 것이고 따로 무사들과 표사들에게 줄 은자를 계산하면 결국에는 손실이 있었지만 감내할 만했다.

이번에 산적들 때문에 마을이 입은 손해를 어느 정도 해결해 주려면 은자를 넉넉하게 쳐줘야 하기도 했다.

촌장은 한참을 들여다보다 장수에게 말을 했다.

“이거 너무 많은데요.”

사실 많으면 촌장으로서 좋았다. 예산을 넉넉하게 짤 수 있고 원하는 것을 더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었다.

장수가 생각보다 넉넉하게 광석값을 쳐주자 촌장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촌장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아닙니다. 저는 정확하게 계산을 했습니다. 이 마을 덕분에 건장한 무사 오십여 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그에 대한 값을 치르는 게 당연하지요.”

장수의 말에 촌장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산적을 제압한 것도 상단이었고 그들을 이용해서 광산 일을 도운 것도 상단이었다.

그 공을 마을로 돌리자 촌장은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너무 과분하십니다.”

“아닙니다. 이 정도도 사실 적은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상인이니 남는 게 있어야지요.”

장수의 말에 촌장은 말을 할 수 없었다.

‘이익을 남기는 게 아니라 사람을 남기시는군요. 정말 장사를 제대로 하시는군요.’

지금까지 촌장으로 있으면서 여러 번 상단을 맞이하고 단주를 만났지만 장수처럼 따뜻한 단주는 처음 만났다. 그랬기에 촌장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것을 알았다.

‘늙어서 이게 무슨 주책이람…….’

“정말 감사합니다. 마을 형편이 어려워서 거절할 여유도 없으니 다음에 더 많은 재료로 보답하겠습니다.”

촌장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시면 저희야 좋죠.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꼭 기대하십시오.”

촌장 역시 미소를 지었다.

다음 날이 되자 하인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들은 옮겨야 할 물건들을 확인했다.

그리고 무사들과 표사들 역시 해야 할 일을 했다.

특히 산적들이었다가 무사가 된 자들이 있었기에 모범을 보이려 했다.

장수는 산적들이었던 무사들을 살폈다.

해야 할 일이 많았지만 저들을 챙기는 일 역시 소장주인 장수가 해야 할 일이었다. 적응을 하지 못한 저들에게 도움을 줘야 했다.

장수는 진자수 수석무사를 불렀다.

“진자수 무사님.”

장수의 말에 이제 자신의 칭호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된 진자수가 고개를 숙였다.

“부르셨습니까? 소장주님.”

“예.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를 것입니다. 그러니 우선은 옷을 갈아입으셔야 합니다.”

예전에는 산적이었지만 지금은 석가장의 무사였다. 그러니 복장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산적들은 대부분 복장이 야만스러웠고 지저분했으며 통일되지도 않았다.

하긴 마교를 피해 도망을 치는 상황이라 생각했기에 복장에 신경 쓸 틈이 없었을 것이다.

장수는 하인들을 시켜 복장을 갖다 주었다.

그러자 산적들은 매우 기뻐했다. 무사복을 받으니 확실히 상단에 소속된 느낌이었다.

사실 산적들을 데리고 다니면 위험 부담이 크다. 하지만 사실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겨우 산적질이나 하던 자들을 알아볼 자들은 없다.

그랬기에 복장만 제대로 입히고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문제 될 것이 없을 것이다.

잠시 뒤 산적들이 무사복으로 갈아입자 어엿한 무사들로 보였다. 옷이 날개였다.

진자수 수석무사는 부하들이 무사복을 입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장수는 옷을 갈아입은 무사들을 살피다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 할 일은 여전히 많았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나자 장수는 무사장을 불렀다.

“무사장님.”

“예. 소장주님.”

“저들도 앞으로 무사장님께서 지휘를 해주십시오.”

장수의 말에 무사장은 부담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산적들의 기세가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초절정고수인 장수는 보통사람과 그리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지만 평범한 무사인 무사들은 압박감을 느꼈다.

더구나 진자수 수석무사는 딱 보기에도 무사장보다 강해 보였다. 더구나 고수였기에 무사장은 부담을 느꼈다.

“그게……. 좀…….”

무사장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그냥 도와주라는 말입니다. 그렇게 힘들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장수의 말에 무사장은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보다 월등히 강한 장수가 도와준다면 사실 산적이었던 무사들을 다루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장수는 무사장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촌장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아이고 아닙니다. 소장주님, 신세라니요? 오히려 저희들이 신세를 더 많이 졌습니다.”

사실 원래는 이번에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철광석을 모아 두었어야 했는데 조금밖에 모으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가장 무사들의 도움 덕분에 오히려 이득을 남길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장수에게 큰 신세를 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만약 장수가 아닌 다른 자였다면 무사들까지 동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사들은 자존심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광산 일을 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산적들까지도 물리친 후 그들까지 수하로 삼은 것을 보면 장수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수단이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촌장님, 다음에도 부탁드립니다.”

“예, 소장주님. 제가 다음번에는 이 신세를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아닙니다. 무슨 신세를 졌다고 그러시는 겁니까? 어쨌든 이만 가도록 하겠습니다.”

장수는 말과 함께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상단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를 무사들과 표사들이 따라가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상단이 가는 모습을 보며 함성을 질렀다. 이번 상행으로 마을 사람들이 상당한 득을 봤기 때문이다.

* * *

이십여 명의 무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들은 높은 곳에서 주변을 둘러봤는데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아직도 못 찾았는가?”

“죄송합니다, 대주님. 아직까지 상단의 흔적을 못 찾았습니다.”

대주라 불린 자는 인상을 썼다.

그들이 맡은 임무는 이쪽으로 돌아올 석가장의 상단을 처리하는 일이었다.

석가장의 무력이 상당하고 경비무사나 표사들의 숫자가 많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이번에는 일부러 이십 명이나 되는 고수들이 참여했다.

보통의 상단이라면 열 명으로 충분했지만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 이십 명이나 왔다.

더구나 석가장은 근래 제법 이름이 알려졌기에 고수들도 여럿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십 명이나 되는 고수들을 가지고 있는 그들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석가장 상단을 부수면 다시 다른 사냥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근래에는 상행을 떠나는 상단이 많이 줄었기에 당분간은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때 무사 중 한 명이 소리쳤다.

“저쪽 방향에서 상단이 오고 있습니다.”

무사의 말에 대주는 그쪽 방향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흙먼지가 사방으로 날리는 것이 보였다. 상단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저 정도 규모라면 알려졌던 규모와 같았다. 바로 석가장이다.

“준비해라!”

대주의 말에 무사들은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이들 중 강하게 세뇌가 된 자도 있고 약하게 세뇌가 된 자들도 있었다. 그랬기에 반응이 다 달랐지만 대부분 살기를 품고 있었다. 오늘도 살육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상단이 가까이 오기 시작하자 대주가 외쳤다.

“쳐라!”

명령과 함께 무사들이 상단을 향해 비호처럼 빠르게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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