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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223화 (223/398)

223편 - 무사들에게 무공을 가르치다

홀쭉해진 장수가 집무실에서 나왔다.

겨우 서류를 끝낸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다.

모든 일은 서류로 전해지기 때문에 조금 뒤면 다시 서류가 쌓일 것이다.

하지만 장수로서는 해야 할 업무가 많았다. 그랬기에 잠시 밖으로 나와야 했다.

장수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사업체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양현에 사업체가 매우 많았다. 그곳을 모두 돌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장수는 천천히 사업체를 둘러보았다. 사업체는 모두 잘되고 있었다.

사실 장수가 거의 독과점 같이 운영을 하는 상황이었기에 잘 안 될 수가 없었다.

더구나 군에 납품기일을 지켰기 때문에 상가로서의 명성이 높아졌다.

장수는 그렇게 사업체를 둘러보고 공단으로 갔다. 가장 중요한 대장간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공단에 오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기존의 무사들과 산적들이었다가 신입무사가 된 자들이 신경전을 벌이는 게 보였다.

그나마 같이 상행을 다닌 무사들과는 사이가 그리 나쁘지 않아 보였지만 처음 보는 무사들과는 사이가 썩 좋지 않았다.

더구나 신입무사들은 산적들이었기에 체계라는 게 없었다. 하지만 무사들에게는 체계가 매우 중요했다.

체계가 있어야 합격진이나 훈련을 할 수 있고 경계근무 같은 것을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체계가 없다면 무사라는 직업을 유지할 수 없다. 그랬기에 기존의 무사들은 체계가 없어 보이는 신입무사들이 못마땅했다.

장수는 그런 무사들을 보며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장수 역시 이런 모습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

그때 산적두목이었다가 석가장 수석무사가 된 진자수가 장수를 발견했다.

“소장주님!”

소장주라는 말에 무사들의 시선이 장수에게 모였다. 그들로서는 그들의 고용주이며 상당한 무예를 가진 장수에게 관심을 가지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아…… 수석무사님!”

“예. 상행을 끝내고 어딜 가신 겁니까?”

“저는 따로 할 일이 있어서 일을 했습니다.”

보통의 무사라면 소장주나 단주가 없어지면 따로 일을 하러 간 것을 안다.

보통 놀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들의 업무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단주의 월급이 그들보다 월등히 많아도 상관을 안 했다. 만약 단주의 업무를 대신하면 며칠 못 가서 쓰러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자수를 비롯한 산적이었다가 무사가 된 자들은 그런 사실을 몰랐다.

그랬기에 장수가 놀다 온 줄 알았다.

“소장주님,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진자수의 말에 장수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약속이라니요? 혹시 봉급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급여는 날짜가 되면 당연히 받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묻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게 아닙니다. 무공을 가르쳐 준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진자수의 말에 장수는 입을 벌렸다.

“아…… 맞습니다.”

장수는 분명 무공을 가르쳐 준다고 했다. 하지만 워낙 바빴기에 무공을 가르쳐 줄 시간이 없었다.

진자수의 말에 무사장을 비롯한 다른 무사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소장주가 얼마나 바쁜지 알고 있는 그들로서는 일을 만드는 진자수가 예쁘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진자수는 눈치도 없이 말을 이었다.

“어서 가르쳐 주십시오. 저와 제 부하들은 목이 빠져라 소장주님을 기다렸습니다.”

진자수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들의 실력을 키우자 그렇게 되면 큰 도움이 될 것이야.’

장수에게는 혈교 때의 기억이 있었다.

그 기억을 이용한다면 무사들의 실력을 어느 정도까지는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장수의 무위가 초절정고수였다. 그렇기에 조금만 가르쳐도 실력이 좋아질 게 뻔했다.

“알겠습니다. 그런 언제부터 가르쳐 드릴까요?”

“당장 가르쳐 주십시오.”

진자수의 말에 장수는 당황했다.

장수의 반응에 더 당황한 것은 기존의 무사들이었다.

그들 역시 무공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귀한 소장주님에게 무공을 가르쳐 달라 말할 수 없었기에 참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허락을 받아내니 그들로서는 당황스러웠다.

사실 무사들에게 장수의 소문이 어느 정도 퍼진 상태였다. 무위가 절정에 육박한다는 소문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장수의 무위는 초절정에서도 상당한 경지였지만 일반 무사들이 그런 것을 파악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절정고수라 해도 그들이 봤을 때는 하늘이었다. 그리고 초절정고수라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저희들도 가르쳐 주십시오.”

일반 무사들도 나서자 장수는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석가장이 강해지면 그만큼 혈교를 막아내기 편해지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알아서 나서주니 장수로서는 어떻게든 가르쳐야 했다.

‘이거 표길랑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장수는 갑작스럽게 표길랑이 생각났다.

마교의 장로인 표길랑이라면 무사들을 훌륭하게 지도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장로까지 올라간 자라면 수하라던가 제자들의 숫자도 상당할 것이다. 그런 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무당에 갈 일이 있으면 데려와야겠구나.’

이미 장수의 생각에 표길랑은 자신의 부하나 다름이 없었다. 말 몇 마디만 하면 이곳에서 훈련교관을 시킬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표길랑이 있는 무당이 너무 멀다는 것이 문제였다. 거리만 가까웠어도 당장 달려가 데려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마음이 들었던 것은 표길랑이 장수의 오랜 친우였으며 편했기 때문이다.

표길랑은 장수가 죽었다는 말만 듣고 목숨을 걸고 무당까지 찾아온 친우였다. 그런 친우였기에 장수는 목숨을 하나 빚졌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

어쨌든 지금은 표길랑이 없었다. 그랬기에 장수 혼자서 이들을 가르쳐야 했다.

장수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원하시는 분은 누구든 무공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무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에게는 상상도 하지 못할 고수인 소장주에게 무공을 배운다는 것이 큰 영광이었다.

“수련은 새벽에 하겠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가르칠 테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장수의 말에 무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무공을 가르치는 것은 무관이라면 사방에 알리며 가르치겠지만 장수의 경우는 달랐다.

무사들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것이기에 소문을 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거기다 소장주가 무사들에게 무공을 가르친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좋을 게 없었다.

그랬기에 조심하는 거였다.

“알겠습니다, 소장주님!”

무사들은 기대하는 표정으로 장수를 바라보았다.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장수는 웬만한 무공을 할 줄 알았다. 혈교에 있을 때 수많은 무공들을 섭렵했기 때문이다.

장수가 장법으로 초절정의 경지에 올랐지만 다른 무공도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장법이나 권법이라면 무당에서 배운 것을 가르치면 되지만 검법은 가르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장수가 배운 것은 혈교의 무공이었고 그것을 그대로 가르친다는 것은 위험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무당의 검법을 배우는 것인데.’

장수는 무당에서 검을 배울 기회가 있었지만 정심을 다해 배우지 않았다.

물론 어떻게 하는지 이론적으로 알고 연습도 해봤다. 하지만 그걸 가지고 남을 가르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권법을 가르쳐야겠구나.’

장수는 장법으로 새로운 경지에 올랐다. 과거 혈교에 있을 때와 같은 초절정의 경지였지만 세 배는 강해졌다 자신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장법이라는 것이 성취가 극악이라 할 정도로 이루기 힘들었다. 또한 정심한 내공심법을 가지지 못한다면 안 익히니만 못했다.

오죽하면 무당에서도 장법을 익히는 사람이 없겠는가? 그나마 권법이라면 좀 더 나았다.

무당의 권법은 민간에 널리 전파되어져 있다. 그만큼 역사가 깊고 위력이 뛰어났다.

하지만 경지에 이르지 못한 자는 사실 검이나 도를 익히는 게 가장 나았다.

아무래도 무기를 든 것이 무기가 없는 것보다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무기의 힘을 빌리기에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좀 아쉽구나.’

장수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잘 가르칠 수 있는 것을 가르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했다.

새벽이 되자 장수는 공단으로 나왔다. 그러자 백여 명에 이르는 무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너무 큰 소리에 장수는 깜짝 놀랐다. 조용한 새벽이라 소리가 더 크게 들렸던 것이다

“너무 크게 말을 하지 말아주십시오.”

장수의 말에 무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무사들은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다. 그리고 긴장도 많이 하고 있었다. 소장주가 무공을 가르쳐 준다는 말에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잠도 안 자고 기다린 무사도 있을 정도였다.

장수는 무사들의 소란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공단이었기에 사방이 벽으로 막혀 있었다. 그리고 공간이 매우 넓었기에 수련을 하기에 적절했다. 하지만 소리를 조심하지 않는다면 주변 상가에서 무슨 일인지 관심을 가질 게 뻔했다. 그랬기에 조심을 해야 할 듯했다.

“석가장을 지켜주시는 무사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장수의 말에 무사들은 밝은 표정을 지으며 환호성을 보냈다.

“무공을 가르쳐 주신다고 해서 감사합니다.”

장수는 어색한 표정을 하며 말을 이었다.

“죄송하지만 지금은 새벽입니다. 그러니 소리를 최대한 내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장수의 말에 무사들 증에 불만 어린 표정을 짓는 자도 있었다. 새벽에 소리를 좀 지른다고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오히려 석가장을 노리는 도둑이라도 있으면 소리에 놀라 도망을 칠 것이다.

하지만 무공을 배우는 입장이었고 말을 한 자가 소장주였기 때문에 불만을 말할 수는 없었다.

“감사합니다. 이웃과 상생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 새벽에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는 행동을 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럼 무공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제가 가르쳐 드릴 무공은 권법입니다.”

권법이라는 말에 무사들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무사들은 대부분 검이나 도를 사용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적이 검이나 도를 사용하기에 권법을 펼친다면 상대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권법을 낮게 본 것이다.

무사들은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태극권에 대해서 아십니까?”

장수의 말에 무사들은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무사를 하는 사람들은 태극권이나 육합권 같은 권법을 한두 번씩은 봤다. 그리고 그런 무공이 얼마나 약한지도 알고 있었다.

보통 민간에서 건강도인술로써 익히는 거지 그것을 가지고 적과 싸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사실 목숨이 걸린 실전을 벌이는 무사로서 태극권을 배우는 것은 그리 권장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자신이 익힌 검술을 좀 더 다듬는 게 나았다.

하지만 실망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반대로 혹시나 하는 무사들도 있었다.

그들은 무공이 뛰어난 소장주가 가르쳐 주는 것이니 특별한 게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어떨 때는 무기가 없을 때가 있었다. 무사라면 그럴 때를 대비해 권장술을 하나쯤은 익혀둬야 했다.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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