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편 - 무사들에게 무공을 가르치다
무사들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알려 드릴 무공은 태극권입니다.”
설마가 사실이 되자 무사들은 눈에 띄게 실망하는 표정이었다.
장수 역시 표정만으로 그들의 심정을 알 수 있었다.
무당파에서도 속가제자들이 검술에 매진하면서 권법에는 그리 흥미를 보이지 않았었다. 그리고 사실 그게 당연했다.
고수가 아닌 이상 가장 빠르게 강해지는 방법은 무기를 사용하는 것밖에 없다.
초보자가 무공을 배울 때 검을 배운 자는 권법을 배운 자보다 월등히 강하다.
물론 경지에 이른다면 그런 구분이 없어지겠지만 지금 무사들의 수준으로는 검법을 배우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장수로서도 사정이 있으니 권법을 가르쳐야 했다.
“권법만 배우는 겁니까?”
무사 중의 한 명이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물었다. 만약 소장주가 여러 가지 무공을 가르쳐 준다면 원하는 것만 배우면 되기 때문이다.
무사의 말에 장수는 잠시 고민을 했다.
‘검법을 가르쳐 주는 것도 필요하긴 한 일이다. 무사들의 실력이 올라가야 도움이 된다.’
혼자라면 모를까. 상가를 운영하는 이상 무사들의 도움은 꼭 필요하다. 그리고 무사들의 수준이 높아져야 장수로서도 행동이 편해진다.
그리고 딱히 검법을 알려줄 필요도 없었다. 검법을 펼칠 때의 나쁜 습관을 고쳐 주는 것만으로도 큰 성취를 얻을 수 있다.
“지금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니 권법만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검법 역시 나중에 기회를 봐서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와!!!”
장수의 말에 무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무사들 중 태반이 검을 쓰기 때문이다.
“그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기수식을 취하겠습니다.”
장수는 말과 함께 행동을 취했다.
그러자 무사들이 장수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며 태극권의 기수식을 취했다.
장수가 천천히 태극권을 펼치자 무사들도 태극권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무사들이 장수가 가르쳐 주는 초식을 그대로 따라 하지 못했다.
장수는 여러 번 같은 동작을 반복해서 보여줬다. 하지만 무사들의 자질이 그렇게 뛰어난 것이 아니었고 나이도 어느 정도 있었기에 금방 따라 할 수 없었다.
‘아, 무당파의 속가제자들보다도 부족하구나.’
무당파에 있을 때는 속가제자들이 못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무사들을 보니 속가제자들이 얼마나 잘하는지 알 수 있었다. 무사들의 태반이 몸이 굳었고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자가 없었다.
하지만 장수는 태극권을 가르칠 생각을 하니 무사들과는 다르게 열의가 샘솟아서 어떻게든 잘 가르치고 싶었다.
“태극권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우선은 형을 기억해 주십시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나쁜 습관이 들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러니 제가 취하는 동작을 잘 봐주셨으면 합니다.”
장수는 말과 함께 태극권을 연속해서 펼쳤다.
하지만 무사들 중 반 정도는 태극권에서 마음이 떠나간 것이 눈에 보였다.
‘시간이 아깝구나.’
‘이 시간에 무슨 고생인가?’
무사들로서는 기대감이 너무 컸다. 사실 그들로서는 장수가 신공절학은 아니더라도 이름 있는 무공을 가르쳐 줄줄 알고 기대를 했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고 누구나 아는 태극권을 가르쳐 주니 실망이 컸다.
하지만 무사들의 실력으로는 상승무공을 배울 수 없었다. 모든 것은 단계라는 게 있고 제대로 된 심법도 모르고 기초적인 수련도 안 된 상태이기에 상승무공을 가르쳐 준다고 해도 무사들은 따라가지 못한다.
한 시진 동안 태극권을 가르친 장수는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사실 어려워도 너무 어려웠다. 무사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고 배우려는 의지가 부족했다. 그랬기에 장수는 정신적으로 많이 피곤했다.
“권법은 이만하면 된 거 같습니다. 그럼 이제 검법을 가르칠까 합니다.”
검법이라는 말에 무사들이 눈을 번쩍 떴다. 그들이 소장주에게 무공을 배우려는 이유가 바로 검법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소장주 정도 되는 고수에게 무공을 배우면 실력이 훨씬 빨리 늘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수로서는 사실 검법을 가르친다는 것이 난감한 일이었다.
장수와 무사들의 수준 차이는 너무 컸다. 그리고 고수도 안 되는 평범한 무사들과 초절정고수인 장수의 안목 차이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컸다.
더구나 가르칠 무공을 선정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무공이란 수준에 맞춰 가르쳐줘야 한다. 너무 낮은 무공도 안 되고 너무 상승 무공을 가르쳐도 안 된다.
수준 차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배우는 자의 의욕이 꺾일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장수는 천천히 무사장을 바라보았다.
“무사장님, 할 줄 아는 무공이 뭐가 있습니까?”
“예? 소장주님 저를 말씀하신 겁니까?”
자신보다 고수인 장수의 말에 무사장은 얼굴이 붉어졌다. 아직 고수가 아닌 그로서는 장수에게 자신의 무공이 뭔지 말하는 것도 부끄러웠던 것이다.
“그렇습니다, 무사장님.”
“제가 익힌 무공은 검법으로 삼재검법과 곤오검법, 오행검법입니다.”
세 가지 다 근처 도장에서 돈만 내면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검법이었다.
그리고 장수 역시 무당파에 있을 때 속가제자들에게 검법을 가리키는 것을 어느 정도 봤기에 익숙한 검법이었다.
“그렇습니까? 그럼 그 검법을 이분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겠습니까?”
“예?”
무사장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로서는 십 년 이상 고련을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부족한 실력임을 여실히 느끼고 있었다. 그랬기에 석가장의 무사장으로 있는 것에 만족했다.
그런데 자신에게 다른 자에게 검법을 가르쳐 주라니 당황할 만했다.
원래 석가장이 무가가 아니기 때문에 무사가 들어온다고 해서 특별히 무공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 어느 정도 무공을 익힌 무사들이 석가장에 들어와 합격술을 연마하면서 검을 맞추는 정도였다. 그런데 자신의 무공을 가르치라니 당황할 만했다.
“우선 한번 무공을 펼쳐 주십시오.”
“……. 아…… 알겠습니다.”
무사장은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왔다. 소장주의 말이었다. 더구나 자신보다 월등히 강한 무공을 가진 자의 말이었으니 따르는 게 당연했다.
무사장은 천천히 삼재검법과 곤오검법 그리고 오행검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무사장이 펼치는 무공은 사실 기본검법이었다.
검법을 익힐 때 방위를 익히고 나서 가장 처음에 익히는 것으로 기초검법으론 괜찮았지만 정식검법으로 칭하기에는 모자람이 있었다.
그나마 오행검법이 괜찮은 검법이었지만 무사장이 익힌 오행검법은 부족함이 있었다.
그리고 도장에서 배웠기에 온전한 초식과 수를 모두 배우지 못했기에 어설퍼 보였다.
무사들은 진지한 눈빛으로 무사장을 바라보았다. 여기에 무사장보다 강한 무공을 지닌 자가 사실 없었다. 그리고 무사장의 실력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기에 무사들로서는 배워서 나쁠 것이 없었다.
장수는 잠시 무사장을 바라보다 말을 했다.
“훌륭한 실력이십니다. 앞으로 무사들에게 검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예?”
소장주의 말이었다. 그랬기에 무사장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아는 검법을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방금 전 태극권을 배울 때보다 무사들이 더 열심히 무공을 배우기 시작했다.
검법이란 권법과는 다르게 무사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이었다.
그리고 무사장은 고수가 되기 전 경지에 다다라 있었기에 무사들은 배워두면 쓸모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장수는 무사장이 검법을 펼치는 것을 자세히 쳐다보았다. 나중에 따로 불러 고칠 점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아침이 되자 무사들은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무공을 배운다는 것은 무사에게 있어서 꼭 필요한 일이었다.
강한 무공을 가지고 있으면 언제 만날지 모르는 적을 상대로 생존할 수 있고 부가적으로 봉급도 오르기에 무사로 생활하기 위해서는 무공수련에 충실해야 한다.
더구나 무사라는 직업은 근무시간과 단체수련 시간 이외에는 한가한 편이었다.
그랬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휴식을 취하거나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에 쉬면 되었다.
하지만 새벽 내내 고생한 무사장은 쉴 수가 없었다. 장수가 그를 불렀기 때문이다.
“부르셨습니까?”
무사장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무사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예. 말씀 하십시오.”
“앞으로 검술을 가르쳐 주셨으면 합니다.”
“예? 하지만 저는 부족한 몸입니다. 아까는 소장주님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시범을 보였지만 앞으로는 다른 분을 초청하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 돈을 주고 고용하는 자들은 무사장과 그리 큰 차이가 없을 것이 뻔했다. 그리고 장수가 개인적으로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무사장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사장님 실력이라면 충분합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고 앞으로도 무사들을 가르쳐 주십시오.”
무사장은 거듭해서 거절했지만 장수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부족한 사람이 가르쳐서야 무사들의 실력이 상승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무사장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괜찮습니다. 새벽에 가르치신 것처럼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제가 따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무사장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부족한 점을 알려 드리겠다는 말입니다.”
장수의 말에 무사장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보다 강한 장수가 무공을 가르쳐 준다는 말로 알아들은 것이다.
“정말 감사합니다. 무공을 가르쳐 주시겠다니!”
무사장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무공을 가르쳐 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무공을 펼치는 중에 고쳐야 할 습관 같은 게 있었습니다. 그것을 잡아드리겠다는 말입니다.”
장수의 말에 무사장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상승무공을 가르쳐 줄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습관을 잡아준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무사장 정도의 실력으로는 자신의 잘못된 습관을 고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잘못된 습관이나 부족한 깨달음을 가진 채 무공을 펼치게 되고 무공이 나아지질 않는다.
하지만 장수 같은 고수가 도와준다면 무사장의 실력이 빠르게 늘 것이다.
무사장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무공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고 했지만 잘못된 습관을 고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그랬기에 장수에게 감사하다고 말을 한 것이다.
“예. 그럼 지금 알려 드리겠습니다.”
“예? 지금 알려주신다고요?”
“그렇습니다. 아시겠지만 제가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남는 시간에 알려 드려야 할 거 같습니다.”
장수의 말에 무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장수가 이어서 말을 했다.
“그럼 어제 처음에 펼친 삼재검법부터 자세를 잡아 보십시오.”
장수의 경지는 초절정의 경지였다.
그리고 혈교에 있을 때도 기본적인 검법에 대해 배웠고 안목이 높았기에 무사장이 펼치는 무공의 빈틈이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