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편 - 호위 일을 맡다
“아…… 그렇습니까?”
“예. 그래서 토벌대와 토벌대에 파견된 동창과 금위의도 잠시 동안 호위군으로서의 임무를 받게 되었습니다.”
“예?”
장수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지금 토벌대는 혈교의 무사들을 상대하는 중이지 않은가? 그런 임무를 지닌 토벌대가 빠진다면 당장 호북에는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 뻔했다.
이길영 장군 역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대협과 함께할 때는 큰 공을 세웠지만 최근에는 공을 전혀 세우지 못했습니다. 원래 군이라는 곳이 실적이 중요한 곳이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공주님이 움직이면서 호위할 사람들이 부족하기에 그쪽으로 잠시 발령이 났습니다.”
“말도 안 됩니다. 그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시지 않습니까?”
장수는 토벌군이 빠지고 난 뒤의 사정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혈교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량의 무사들을 풀 게 뻔했다.
“어쩔 수 없습니다. 공주님이 납치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니 공주님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합니다.”
“호북의 백성들이 굶주림에 떨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이미 결정이 난 사항입니다.”
장수는 한숨이 나왔다. 군대와 황실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이미 결정이 났다니 그럼 더 할 말이 없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저 역시 부당하다 생각하나 이미 명령이 내려왔으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할 말은 무엇입니까? 설마 산적들을 퇴치하라는 것도 아니고 뭔지 궁금해지네요.”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은 잠시 말을 멈췄다.
“도움이 필요합니다.”
“예?”
“이번에 마교에서 공주님을 노린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현 정세라면 공주님을 호위하는데 한 명의 절정고수라도 절실할 때입니다. 그러니 대협께서 도움을 주십시오.”
장수는 잠시 말을 하지 않았다. 호기심 많은 공주의 호위가 돼서 천하를 유랑하라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
“제발 부탁입니다.”
“그럴 수 없습니다.”
장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했다. 그는 여자를 호위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더구나 지금 상황에서 여행을 떠나려는 철없는 공주의 호위는 생각조차 싫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공주님이 잘못되면 큰일입니다.”
“그럴 수 없습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이길영 장군은 허리를 숙였다.
당당한 사내대장부이며 장군인 그는 함부로 허리를 숙이지 않는다. 때문에 지금 사안이 얼마나 중요한지 허리를 숙이는 것으로 알 수 있었다.
현 상황이 그만큼 위험했기에 자존심 강한 그가 허리를 숙인 것일 거다.
장수는 한숨을 쉬며 생각을 했다.
‘하긴 혈교라면 공주를 노릴 것이다.’
혈교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사실 황궁은 호위하는 자들이 많고 진법이나 여러 가지 방비가 잘되어 있기에 함부로 침입할 수 없는 곳이다.
그랬기에 장수 역시 전생에 오랜 세월 동안 혈교를 위해 일하면서도 황실에는 그리 많이 가보지는 않았었다. 그리고 황실에 가면 꼭 쫓겼다.
아무리 변장을 하고 주의를 기울여도 황실의 개들에게 발각이 되었고 어쩔 수 없이 후퇴를 해야 했었다.
그런 기억이 있었기에 장수는 황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황족들은 황실을 벗어나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너무도 쉽게 납치나 암살을 당할 수 있게 된다.
그랬기에 왕족이라면 황실을 벗어날 때는 공포를 가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공주가 이미 황실을 벗어날 계획을 잡았기에 황실을 벗어나기만 한다면 혈교는 기회를 노려서 어떻게든 납치하려 할 것이다.
공주를 얻는다면 쓸 수 있는 방법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렇게 되면 혈교가 유리해지고 황실은 불리해질 수밖에 없었다.
황제가 아끼는 공주를 위해서라면 웬만한 손해는 감수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혈교의 뜻대로 되면 안 돼.’
장수는 자신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사실 충성심 강한 이길영 장군의 말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장수는 한숨을 쉰 뒤에 말을 했다.
“장군님처럼 충성심 강한 분의 말을 거역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군요.”
“대…… 대협…… 대협 감사합니다.”
이길영 장군 역시 속이 편하지 않았다.
그가 자리를 비우면 그만큼 백성들이 고생을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인은 명령에 충실해야 하고 크게 봐야 했다. 만약 공주를 잃는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그랬기에 장수에게 부탁을 했다.
장수는 잠시 시간을 끌다 말을 했다.
“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동창과 금위의의 고수들이 합류한다고 했는데 제가 참여하는 게 도움이 되겠습니까?”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은 고개를 흔들었다.
“겸손의 말씀이십니다. 저는 대협의 무위가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대협이 참여한다면 아무리 마교라 할지라도 공주님을 납치하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휴…… 알겠습니다. 그런데 언제 출발하실 생각입니까?”
“다행히 이차납품일이 끝나고 오 일 뒤입니다. 그러니 그때까지는 쉬고 계십시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무당파를 비롯한 구파일방에서 고수들을 파견해 준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대협의 부담이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구파일방이라는 말에 장수는 호기심이 들었다. 전생에서라면 구파일방이라 하면 적이었고 만나면 싸울 일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제는 적이 아니라 동료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장수가 속가제자였기에 어떤 대접을 해줄지 몰랐다.
“알겠습니다, 장군님!”
“예. 그럼 그때까지 부탁드리겠습니다. 날짜에 꼭 맞추어 와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공주님이 북경에 계시니 여기서 시간을 맞춰서 가야 하거든요.”
“예. 알겠습니다.”
이길영 장군은 인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장수는 이길영 장군이 밖으로 나가자 생각을 정리했다. 지금 상황에 대해 파악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혈교가 공주를 잡으면 어떻게 되지?’
혈교가 만약 공주를 잡을 준비를 한다면 강한 전력을 보낼 게 분명했다. 그만큼 공주는 유용한 인질이었다.
아무리 구파일방에서 고수를 보낸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되면 움직임과 정보가 노출된다. 그렇기에 아무리 많은 고수를 보내 봤자 혈교에서 그보다 많은 고수를 보낼 것이 분명했기에 이길 수가 없는 싸움이 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게 절정고수의 숫자가 줄어든 것이야.’
다행히 저번 전투에서 장수 덕분에 혈교의 절정고수의 숫자가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혈교에는 많은 절정고수와 초절정고수가 있고 숨겨진 수법이 많았기에 함부로 판단을 내릴 수는 없었다.
이미 장수가 전생에서 흡성대법으로 무당파에 큰 피해를 주지 않았는가?
초절정고수가 아니더라도 절정고수를 폭발시킨다면 아무리 황실이나 정파의 고수들이라고 해도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거기다 산적들을 끌고 간 이유도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분명 그들을 가지고 무슨 일을 꾸미는 거 같은데 아직도 파악을 할 수 없었다.
“그나저나 혈교의 정보원들은 어떻게 하지?”
가장 중요한 것은 점조직으로 운영되는 혈교의 정보원들이었다.
그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시민들과 다름이 없었다. 그랬기에 어떻게 파악할 방법이 사실 없었다.
의심스러운 자들이 사실 너무 많았고 그들을 모두 잡아들일 방법도 없었다.
그런 상태였기에 혈교의 정보원들을 그대로 둔다면 정보가 혈교로 가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더구나 혈교의 정보원들은 그 뿌리가 단단했다. 그랬기에 정보조작도 어려웠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장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전생에서라면 직위를 이용해 어느 정도 점조직을 확인할 수 있었겠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점조직을 너무 무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