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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229화 (229/398)

229편 - 호위 일을 맡다

군사는 말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혈교의 정보망이 우수하다고 해도 혼자서 움직이는 초절정 경지에 이른 고수를 찾기 힘들었던 것이다.

더구나 무슨 사건이라도 일으키든가 아니면 움직이는 목적이라도 알면 일이 쉬워질 텐데 도저히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흠……. 잔머리가 보통이 아니군.”

“그렇습니다. 마교에서 오랜 내전이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목숨을 부지하면서 장로라는 직책을 가졌습니다. 더구나 상위 무력단체 중 하나를 지배하는 대주가 된 것으로도 그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습니다. 분명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일을 진행하는 게 분명합니다.”

혈마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위치가 분명한 자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은 분명 무언가 있다는 말이었다. 어쩌면 어떤 것을 눈치채고 반격을 준비 중일 수도 있었다.

“젠장 어렵게 되었군. 차라리 뭐라도 하고 있다면 나을 텐데 이거 초절정고수 하나의 전력을 항상 걱정해야 하잖아.”

표길랑 장로가 일반 고수이거나 절정고수만 된다고 해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 정도라면 혈마가 아닌 그 밑에 부서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마교의 장로이며 흑마열왕대의 대주인 그의 존재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알아내게.”

혈마의 얼굴은 붉게 변해 있었다. 일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니 화가 난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마교와 정파를 붙이도록 하게. 천마가 그동안 너무 많이 휴식을 취했어. 피에 미친 괴물인 천마라면 손이 근질근질할 거야. 천하정복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그대로 놔두면 본교나 정파 둘 중에 한 곳 어느 곳이라도 공격할 것이다. 그리고 그게 우리가 되면 안 된다.”

“알고 있습니다. 혈마시여.”

“그래. 그런데 공주를 호위하는 전력은 어떻게 되는가?”

아직 공주가 여행을 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호위대 구성은 짜진 상태였다.

그리고 중원 전역에 있던 자들도 속속 복귀했기에 어느 정도 전력인지 아는 것은 쉬웠다.

“예. 어림군 이만과 구대문파의 고수들. 그리고 황실 친위대 동창과 금위의. 그리고 따로 고용한 낭인들입니다.”

“그래서 전력이 어느 정도라 생각하는가?”

“예. 초절정고수 둘 이상에 절정고수 열 명 이상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혈마나 군사가 봤을 때 절정고수 밑으로는 사실상 전력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었다.

절정고수 앞에서는 사실 아무리 많은 고수가 있어도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고수 삼십 명에서 오십 명이라면 절정고수를 상대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건 정면대결일 때 이야기이다.

절정고수가 바보도 아닌데 정면에서 고수들을 상대할 리 없었다.

절정고수라면 자신이 원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면 피하면 되었기에 사실 고수들만으로는 상대가 힘들었다.

군사가 말한 전력은 사실 황실에서도 꽤 무리를 한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 전력쯤은 혈교에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혈교가 하려는 것은 납치였기에 생각보다 많은 전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그에 대비한 전력은 여유 있게 준비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리고 마교에 대해 흥미로운 정보를 하나 입수했습니다.”

“뭔가?”

“마교에서도 정보의 중요성을 느꼈는지 신강과 인접한 지역에 지부를 건설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마교는 아직 지부를 지은 경험이 적었다.

그리고 새롭게 건설하는 중이었기에 기존의 세력과 갈등을 많이 빚고 있는 중이었다. 더구나 너무 마교 티가 났기에 더 큰 문제였다.

“그래? 분명 눈에 확 뛰겠지.”

“……그렇습니다. 아마 구파일방에서도 마교의 확장을 눈여겨보는 중일 겁니다.”

혈마는 잠시 한숨을 내셨다. 무력으로 따지자면 천하를 눈 아래로 내려다보는 마교였지만 머리는 텅 비어 있었다. 분명 마교에도 똑똑한 자들이 있었지만 그들마저 바보로 만드는 힘이 천마에게 있었다.

“최대한 그들이 하는 일을 숨기도록 하게. 그리고 확장을 잘할 수 있게 도와주게.”

“예? 방해하지 않으실 생각입니까?”

“분명 무림정세를 파악하기 위한 것일 거야. 그리고 그 뒤의 목적은 정파가 되었든 본교가 되었든 한판하기 위해서일 거야. 그러니 자극할 필요가 없어. 그리고 지부 하나 제대로 못 만든다면 천마로서도 자존심이 상할 일이라 일을 크게 벌일 수가 있어. 그러니 적당하게 지부를 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

혈마의 말에 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호북의 문파들 중 본교에 적대적인 문파에 자객을 보내게 그래야 본교의 힘을 알고 까불지 못하겠지.”

“예.”

“그리고 아직까지 비밀병기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나?”

혈마의 말에 군사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쓸 수 있을 만한 병기가 하나 정도 있습니다. 그것을 쓰는 건 어떻습니까?”

“음……. 흡성대법을 이용해 만드는 폭탄은 아직도 부족한가?”

“다소 폭발력은 떨어지지만 어느 정도 쓸 수 있는 폭탄이 하나 있습니다.”

“좋아. 이번 공주를 납치할 때는 폭탄을 쓰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그런데 폭탄을 쓰면 본교의 짓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흡성대법을 통해 절정고수를 폭탄으로 만들어 자객을 보내는 것은 혈교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가 많았다.

그리고 극강의 고수들을 제거하면서 혈교에서 자랑을 많이 했다.

그랬기에 절정고수를 폭탄으로 쓴다면 혈교가 납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군사의 말에 혈마는 미소를 지었다.

“폭탄만 쓰는 게 아니다. 화약도 같이 쓰는 것이야.”

“예? 화약이라니요?”

“진짜 화약을 그 자리에 두는 것이야. 그리고 증인들도 모두 죽여 버려야지. 그렇게 되면 진짜 화약을 쓴 줄 알 거야.”

“아…….”

흡성대법으로 사람을 폭약으로 만드는 것은 사실 그 위력도 위력이지만 조작의 간편성과 많은 화약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점 그리고 화약을 들고 이동할 필요가 없어서 개발한 방법이었다.

그 덕분에 혈교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적들을 많이 제거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사람을 폭탄으로 쓰고 그 자리에 폭약이 있었던 것처럼 한다면 혈교의 짓으로 의심하는 자도 있겠지만 증거가 부족해진다.

“그리고 마교에도 폭탄이 있다고 소문을 내야지.”

사실 정보조작은 혈교의 특기였다.

더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혈교와 마교의 차이를 잘 알지 못했다.

그 차이를 잘 알 정도면 어느 정도 정보에 뛰어나야 했기에 그 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거기다 혈교보다 마교를 좀 더 우위로 생각했기에 혈교에서 했다면 당연히 마교에서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기에 정보를 조작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세부 계획을 짜겠습니다.”

군사 혼자서 모든 계획을 짜는 것이 아니었다. 오늘 보고한 것을 토대로 따로 부군사나 참모들 그리고 장로들과도 다시 회의를 해야 했다.

“그래. 좋은 결과를 기대하겠네.”

“알겠습니다. 혈마시여.”

* * *

천마는 지루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로서는 내분이 끝나면 신 나는 일이 벌어질 줄 알았는데 아직도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표길랑 장로는 어떻게 되었는가?”

천마의 말에 총관은 안절부절못하며 말을 이었다.

“아직 연락이 없습니다.”

총관의 말에 천마는 인상을 구겼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야? 내가 직접 녀석을 찾아야 한단 말인가?”

천마의 말에 총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럴 게 아니라 차라리 내가 직접 나서?”

천마가 나서는 것은 대형 사고였다. 그것은 마교에 있어서도 천하에 있어서도 좋은 일이 아니었다.

천마가 나선다면 중원이 똘똘 뭉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천하가 피를 흘릴지언정 마교에 대한 적대감만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중원 전체를 상대할 만한 힘이 사실 천마나 마교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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