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편 - 철을 추출하다
장수는 겨우 서류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엄청난 양이었지만 열심히 노력을 하니 끝을 낼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다.
더구나 황실로 갈 날이 얼마 안 남았기에 미리 일을 더 해야 했다.
장수가 간 곳은 공단에서도 대장간이었다. 그곳에서도 대형 화덕이 설치된 곳으로 갔다.
아쉽게도 대형 화덕에 불이 붙어 있지는 않았다. 그간 시간이 많이 흘렀기에 철광석에서 철을 추출하는 것이 다 끝난 것으로 보였다.
“정말 아쉽구나.”
장수는 정말 아쉬웠다.
뭐든지 배워두면 좋았다. 거기다 광산촌에 대형 화덕을 설치해서 철을 추출하려면 한 번쯤 해보는 경험도 필요했다. 그런데 그럴 기회를 놓쳤으니 아쉬웠다.
철광석이 상당히 많았지만 쉬지 않고 작업을 했다면 벌써 작업을 다했을 양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한쪽에 돌이 한 무더기가 쌓여 있었다. 분명 뜨거운 불에서 철을 추출하고 남은 돌일 것이다.
그 돌의 양이 얼추 가져온 양과 비슷했다. 장수는 아쉬운 표정으로 돌들을 쓰다듬었다.
그때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장주 왔는가?”
“어르신!”
장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장인 중에서도 나이가 제법 되는 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래. 일은 다 끝났는가?”
장수가 해야 할 일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
보통의 단주라면 서류 검토와 현장 방문만 하면 되지만 장수는 해야 할 일이 더 있었다.
무사들에게 무공을 가르쳐 주고 호위를 떠나기 위한 준비도 해야 했던 것이다.
그런 준비를 하려면 장수가 셋이 있어도 부족했다. 하지만 장인의 말에 일이 남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예. 덕분에 얼추 끝낼 수 있었습니다.”
장수의 말에 장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고생이 많았군.”
“아…… 아닙니다.”
“그래. 내가 자네를 찾아온 것은 자네에게 시킬 일이 있어서야.”
장인의 말에 장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떤 것을 시키려고 하시는 겁니까?”
“마침 철을 추출하는 데 사람이 없어서 그러는데 도와줄 수 있겠는가?”
장인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장수의 가슴은 그 어느 때보다 심하게 뛰고 있었다.
“저…… 정말이십니까?”
“그래. 마침 일을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마무리를 못했네. 그래서 곤란해하고 있었는데 자네가 마침 이곳에 있으니 말을 하는 것이네.”
“저야 좋습니다.”
장수의 말에 장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철광석을 가져 와야지.”
“아…… 예.”
장인은 장수와 함께 대형 화덕이 있는 곳 뒤편으로 갔다.
그러자 아직 철을 추출하지 못한 철광석이 그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보기에도 애써 남겨 놓은 게 분명해 보였다. 아마 장수에게 경험시켜 주기 위해 일부러 남겨둔 듯했다.
장인은 나이가 꽤 들어 보였지만 무거운 철광석을 쉽게 들어 올렸다.
그리고 장수를 보여주며 말을 했다.
“철광석이라는 게 사실 철을 그렇게 많이 들어 있지 않고 돌이 더 많이 차지하고 있네. 그래서 철이 있는 부분만으로 추출을 해도 철의 양은 고작 3할도 되지 않는다네.”
“아…….”
장수로서는 처음 듣는 말이었다.
“그래서 광산마다 대형 화덕을 설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광산이 좀 큰 경우에나 가능하고 작은 광산에는 수지가 안 맞아서 대형 화덕을 설치하지 못하지. 왜냐면 대형 화덕을 설치해 봐야 결국 장인이 철을 추출해야 하는데 장인을 따로 배정하지 못하지 않나.”
“그렇습니다.”
“그래. 그래서 무거운 철광석을 가져올 수밖에 없지.”
장인은 말과 함께 철광석을 옮기기 시작했다.
“자, 옮기도록 하지.”
“예.”
장인은 철광석을 대형 화덕 앞으로 가져온 후 말을 이었다.
“대형 화덕은 화로가 중요한데 열이 강해야 해. 그래야 일차로 돌과 광석이 분리되지.”
말과 함께 대형 화덕의 구석구석을 설명했다.
“대형 화덕의 두께가 보통보다 얇으면 무너질 수가 있네. 그리고 구석 부분은 다른 부분보다 더 두껍게 만들어야 하네. 그리고 따로 철을 추출한 부분을 모을 부분도 세 배 깊게 묻어야 하네.”
장수로서는 매우 중요한 말들이었다.
그리고 많은 경험을 가진 장인의 말이었기에 하나도 허투루 들을 수 없었다.
그렇게 설명을 들으면서 일을 하니 대형 화덕에 철광석을 모두 옮길 수 있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보통의 화덕이 철을 구부리거나 붙여서 제품을 만든다면 대형 화덕은 철을 녹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네. 그렇기 때문에 한시도 방심을 해서는 안 되네. 그리고 강한 화력을 일정 시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화력이 좋은 나무와 석탄을 같이 써야 하네.”
장인은 말을 하면서 바로 옆에 있는 나무를 화덕에 집어넣었다.
“나무를 쌓는 요령도 매우 중요해. 불길이 골고루 퍼지기 위해서는 나무를 쌓는 위치가 중요하지. 그러니 나무 하나를 두더라도 정성껏 둬야 하네.”
나무를 쌓는 것은 장인이 직접 했지만 장수가 두 눈으로 볼 수 있게 알려주면서 했다. 그것을 보면 장인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장인은 이윽고 불을 붙이더니 제법 큰 도구를 대형 화덕에 붙였다.
“이리 와서 도와주게.”
“아…… 알겠습니다.”
도구를 대형 화덕에 붙이고 연결을 하고 나자 장수는 공기가 화덕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이건 풀무를 확대한 거네. 보통의 풀무로는 대형 화덕에 제대로 공기를 공급할 수 없어서 이렇게 큰 풀무를 붙여야 하지. 자네도 알겠지만 풀무는 손으로 하는 게 있고 발로 하는 게 있는데 이건 발로 하는 거야. 자, 자네는 그쪽을 밟게.”
“아…… 알겠습니다.”
“이건 덩치가 커서 둘이서 해야 하지만 불만 제대로 붙으면 나중에는 혼자서도 할 수 있네. 하지만 쉬지 않고 계속해서 공기를 주입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게.”
“네. 어르신.”
장수는 아까부터 짐작하고 있었지만 장인이 자신을 가르치기 위해 일부러 나선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약 장수를 위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 이제 대형 화덕에 대해 알겠는가?”
“잘은 모르겠지만 어르신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뭐 내가 가르쳐 준 게 있나. 다 써먹기 위해서 알려준 것이지.”
장인은 아까보다는 다소 풀어진 얼굴로 장수를 바라보았다.
“그래. 이제 이렇게 공기만 주입해주면 되네. 물론 따로 연료를 넣어줘야 하지만 그건 나 혼자 할 수 있으니 자네는 이만 가보도록 하게.”
“아닙니다. 어르신 제가 돕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장인은 헛기침을 했다.
“허허. 자네가 바쁘다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네. 그래서 지금까지 도와준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생각하네. 내가 다소 무리한 부탁을 했는데 들어줘서 고맙네.”
“아…… 아닙니다. 제가 뭐한 게 있습니까?”
“아니야. 사실 본가는 광산으로 일어섰지만 최근에는 광산업을 무시하고 곡식을 우대하는 경향이 있네. 하긴 대장간 일이라는 게 수입이 일정치 않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니 곡물을 중간에서 유통하는 게 더 이익이 남는 장사겠지. 하지만 자네 덕분에 본가에서도 광산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네. 덕분에 장인에 대한 처우도 달라졌고 말이야. 그 점을 나와 동료들은 높이 샀네.”
“아…….”
“그래. 어서 가보게. 그리고 이따 작업이 끝나면 부르겠네. 자네도 철을 어떻게 추출하는지 다 봐야 할 거 아닌가?”
“가…… 감사합니다.”
“아니네. 하여튼 어서 가보게.”
장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더 시간을 끌 수 없었다.
사실 지금까지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무리를 한 셈이었다. 장수의 업무는 계속 늘어나고 있었고 모두 한시바삐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었다.
“예. 죄송하지만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