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편 - 철을 추출하다
“그렇습니다. 무사들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장수의 말에 단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씀입니다. 사실 본가가 상가라 할지라도 기본적인 무력은 필요로 합니다. 만약 무력이 없다면 가진 것을 지킬 수가 없게 되지요. 그런 의미에서 소장주님의 선택은 참 잘하신 거 같습니다. 그런데 무공은 어떻게 해결하시려고 하십니까?”
석가장은 상가였다. 그랬기에 가문의 비전서나 무공서가 없었다.
“그것은 제가 따로 생각한 게 있습니다.”
장수는 자신이 생각한 것을 이야기했다.
“무사장의 실력이 괜찮더군요. 그래서 무사장이 검술을 가르치고 제가 권법을 가르칠 생각입니다. 그리고 따로 도사님들에게 심법에 대해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장수는 말을 하면서 그러한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을 했다.
단주는 가만히 듣기만 했다. 그렇게 한참을 듣다 고개를 끄덕였다.
“참 잘 생각하셨습니다. 사실 저도 본가의 무력이 너무 부족한 듯해서 걱정을 했는데 소장주님이 먼저 해결을 해주셨군요. 사실 소장주님의 판단력이 좋은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는데 잘되었습니다. 이제 무사들이 일이 없을 때는 골패나 하고 술이나 먹으며 행패를 부리는 게 줄어들겠군요.”
단주라면 당연히 무사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도 파악을 하고 있었다.
“골패를 한다고요?”
“그렇습니다. 사실 골패나 도박을 하는 것은 괜찮은데 그거에 팔린 무사들이 여럿 됩니다. 그나마 본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정신을 차리는 듯했지만 본가가 자리를 잡아서 그런지 엉뚱한데 정신을 파는 무사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걱정이었는데 한시름 놓았습니다.”
“그렇군요.”
장수로서는 처음 듣는 말이었기에 딱히 무슨 말을 할 수 없었다.
장수 역시 도박을 해본 적이 있었다. 혈교에서 초절정고수로 있을 때는 가진 돈이 어느 정도 되었기에 호기심에 한 적은 있었다.
그리고 친구라 불릴 만한 자들을 만나면 할 일이 없었기에 장난 삼아서 도박을 했었기에 기본적인 것은 알았지만 그리 빠지지는 않았었다.
그로서는 도박보다는 장법에 대해 수련을 하는 것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예.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이 있습니다.”
“말씀을 하십시오.”
“뭐든 것은 그냥 얻는 것은 없습니다. 무사장의 경우야 따로 보상을 해주면 되는 것이지만 도사들의 도움을 받는 것은 한 번 더 생각해야 합니다. 더구나 도사들의 뒤에는 무당파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간단한 심법이라 하더라도 분명히 해야 나중에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또한 은혜를 받았으면 갚아야 합니다. 그러니 이에 합당한 만큼의 기부를 해야 할 것입니다.”
단주의 말에 장수는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역시 상인이구나. 모든 것을 은자로 생각하다니 이런 점은 본받아야겠다.’
장수도 어느 정도 생각은 했지만 단주가 이렇게 확고하게 생각할 줄은 몰랐다.
하긴 전후사정을 자세히 모르고 보이는 것만으로 파악해서 그렇겠지만 장수 역시 무당파에 어느 정도 기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했다.
“그럼 어느 정도 기부를 해야 할까요?”
단주는 미리 생각을 했는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어차피 무공에 대해 교육을 해야 하니 교육비로 쳐야 할 거 같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소장주님의 판단을 믿겠습니다.”
“후…… 알겠습니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예. 그리고 수련을 열심히 한 무사에게는 따로 성과급을 줘야 합니다. 무사들이란 돈을 보고 움직이는 자들이기에 무공을 배우는데도 성취도에 따라 성과급을 주고 근무를 줄여 주면 더욱 수련에 매진할 것입니다.”
단주의 생각은 정말 훌륭했다. 사실 장수 같은 무인이야 무공만을 보고 어떻게든 배우려고 노력하겠지만 일반인은 달랐다.
석가장의 무사들 역시 무인이라 할 수 있었지만 석가장에 고용된 자들이었고 따로 가정이 있는 자도 있었기에 생각하는 게 무인에 가깝다고 볼 수는 없었다.
일부는 무공을 정말 좋아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자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 자들의 무공도 늘게 하려면 상이 있어야 했다.
‘사람을 정말 잘 다루는구나.’
장수는 세삼 단주에게 감탄했다. 사람을 다루는 기술은 정말 단주에게 배울 점이 많았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단주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소장주님 역시 어느 정도 생각은 하셨을 것입니다. 그것을 미리 말한 것이니 기분 나빠 하지나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단주는 말을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아닙니다. 기분이 나쁘다니요. 그런데 그 일 때문에 오셨습니까?”
단주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현재 할 말이 상당히 많습니다. 우선 이번에 갔다 온 상행에 대해서 말씀 드릴 게 있습니다. 경비 외 무사들과 표사들에 대한 추가지출은 무엇입니까?”
단주의 말에 장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자금이라는 것은 증가하는 부분이 있으면 줄어드는 부분도 있어야 했다.
이번 상행에서 무사들과 표사들의 추가 노동이 있었기에 그들에 대한 경비가 추가로 지급되었다.
그리고 반대로 광산촌인 마을에는 약속된 철광석이 없었기에 그만큼의 손실분을 뺏어야 했다. 하지만 장수는 무사들에게도 추가비용을 주고 광산촌에도 원래 주기로 한 은자를 주었으니 이런 점에서는 손실이 있었다.
장수는 천천히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단주가 장수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었다.
“음……. 그렇게 된 것이군요.”
단주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했다.
“이번 일은 잘하셨습니다. 사실 원칙대로라면 광산촌에 준 자금이 너무 많지만 예외의 경우니까 이해를 하겠습니다. 사실 원래대로 했으면 따로 도시에서 군대를 부르거나 무사들을 추가 모집해서 산적들을 소탕해야 했으니 싸게 먹혔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단주는 경험이 많았기에 얼마 정도의 자금과 시간이 들어갔는지도 쉽게 계산해 냈다. 단주가 도시에서 군대를 부르거나 무사를 모집하는데 드는 비용을 즉석에서 얘기해 주자 장수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나 많이 듭니까?”
“그렇습니다. 더구나 그렇게 되면 그동안에는 철광석을 캘 수 없으니 이중으로 손실이 발생하고, 더구나 납기일마저 맞출 수 없으니 더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소장주님의 판단은 좋았다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무사들을 광산 일에 동원하신 것은 소장주님만이 가능한 일입니다. 보통의 무사들은 자존심 때문에 광산 일을 안 하는데 시킨 것만으로도 칭찬을 받아 마땅합니다.”
단주가 칭찬을 하자 장수로서는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마을의 약재나 가죽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산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이것은 차후의 계약에 있어서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광산촌이 석가장과 한 식구라 할지라도 받을 것은 받고 받지 말아야 할 것은 받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광산촌도 경쟁력이 생기게 됩니다.”
“하지만…….”
“보통 이런 경우에는 따로 석가장의 지원금을 발행해야 합니다. 이번에는 경험이 없으니 그냥 넘어가겠지만 다음에는 실수하지 마셔야 합니다.”
단주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경우를 위한 대응책이 석가장에 있었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단주님.”
“잊지 마셔야 하는 것은 항상 합리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을 가장 중요시해야 하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소장주님은 상인이라는 것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마지막 말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요즘 하는 일 덕분에 자신이 상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장수는 뼛속까지 무인이었다.
그랬기에 상인이라는 말에 약간의 거부감이 아직도 남았다.
“알겠습니다. 단주님.”
단주는 이어서 이번 상행에 있어서 잘못된 점과 잘된 점을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따로 정리된 서류도 꼼꼼하게 잘못된 점을 파악했는데 장수로서는 듣기만 해도 질릴 정도였다.
단주가 그동안 무엇을 했나 했더니 장수가 상행을 잘했는지 아닌지 파악을 한 듯했다. 사실 피곤할 정도로 단주가 따졌는데 장수로서도 단주가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을 알기에 뭐라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자 단주가 서류를 한쪽으로 치웠다.
“오늘은 이만 하겠습니다. 하지만 소장주님께서 이번 일은 매우 잘하셨습니다. 이 정도만 앞으로 하셔도 훌륭한 상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방금 전까지 혼을 냈으면서 지금 와서 칭찬을 하니 장수로서도 황당했다.
하지만 이제 끝났다 생각이 드니 장수로서는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끝난 게 아니었다.
“그럼 다음에 할 것은 선에 대해서입니다.”
“예?”
“이제 소장주님도 가정을 꾸릴 나이가 되셨습니다. 원래 석가장은 손이 귀해서 어린 나이에 처를 들여 손을 보는 게 가문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니 소장주님께서도 어서 빨리 혼례를 치르시고 자손을 보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