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편 - 철을 추출하다
“휴……. 이러면 계획을 변경해야겠군요. 거기다 소장주님이 하시는 업무도 줄여야 할 거 같습니다.”
업무를 줄인다는 것은 단주가 자신이 하겠다는 말이었다. 이곳 양현에서 소장주의 업무를 대신할 수 있는 직위와 능력을 가진 자는 단주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단주님.”
“휴……. 어쩔 수 없지요. 그래. 이길영 장군이 한 말은 그게 전부인가요?”
장수는 잠시 생각을 했다.
‘토벌대가 잠시 떠난다는 말은 해줘도 문제가 없겠지?’
토벌대가 도시를 떠난다는 것은 상인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정보였다.
그 정보 하나로도 돈이 될 수 있었다.
토벌대가 떠나면 행군하는데 드는 물자가 부족해질 것이고 통상적으로 이 도시에서 쓰는 물자는 남아돌 게 뻔했다.
그랬기에 그런 물건만 잘 구분해 사거나 판다면 큰 이익을 낼 수 있다.
더구나 이런 정보는 먼저 입수하는 게 중요한데 현재로서는 장수와 단주밖에 알고 있지 않으니 단주로서는 이번 기회에 큰 부를 쌓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습니까?”
“예.”
장수는 단주에게 어느 정도 선까지는 알려주었다.
그러자 단주의 안색이 환해졌다. 큰 돈을 벌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토벌대가 잠시 떠나 있는 동안에는 필요 없을 물건들의 원자재는 안 사도 되니 창고 보관비도 아낄 수 있게 되었다.
“알겠습니다. 정말 중요한 정보로군요. 그럼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단주로서는 한시라도 빨리 정보를 이용해야 했다. 그랬기에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알겠습니다, 단주님.”
단주는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쏜살같이 사라졌다.
“휴…… 갔구나.”
마치 태풍이 지나간 느낌이었다.
단주는 덩치가 큰 데서 오는 압박감도 컸지만 사람을 정신없이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랬기에 장수는 정신적으로 피곤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다.
당장 서류를 정리해야 했고 토벌대가 양현에서 사라질 것을 가정하고 서류를 고쳐야 했다. 그러려면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
장수는 쉬지 않고 서류를 고쳐야 했다.
그렇게 한참을 고생하자 하인이 급하게 들어왔다.
“소장주님.”
“무슨 일이십니까?”
“무사님들을 가르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무사님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인의 말에 장수는 눈을 크게 떴다.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던 것이다.
벌써 새벽이 되었으니 어서 빨리 가서 권법수련을 시켜야 했다.
공단에 가보니 이미 수련이 시작되고 있었다. 무사장이 검술을 가르치자 무사들이 정신없이 따라 하는 것이 보였다. 대충 눈으로 보니 이미 한참 동안 검술 수련을 했는지 대부분 땀이 가득했다.
장수는 특히 무사장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그러자 무사장의 자세가 많이 나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사장은 오랜 시간 연습을 했는지 자세가 많이 나아졌고 그 덕분에 검술은 더욱 위력적으로 변해 있었다.
“자. 다음 동작!”
무사장의 말에 무사들은 열심히 검술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무사장이 무공에 자질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쉬운 무공을 잘 가르쳤기에 무사들 역시 제대로 배우고 있었다.
더구나 무사들 대부분이 무사장보다도 못한 검술을 익히고 있었기에 이렇게 검술을 배운다는 것은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장수가 봤을 때는 우스운 수준이었지만 이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한 명의 무사로서 당당해질 수 있으며 잘하면 고수의 경지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소장주님, 오셨습니까?”
누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도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흐뭇해하는 표정으로 수련 중인 무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예. 당연히 도우님의 요청을 거부할 수 있나요? 도우님 일이라는 말에 모든 일을 제쳐놓고 달려왔습니다.”
도사들의 숫자는 꽤 되었다. 그들의 숫자는 이십여 명이었는데 이 정도라면 현재 데리고 있는 무사들을 가르치는데 어려움이 없을 듯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검술이 끝나고 가르칠 생각입니까?”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음…….”
장수는 잠시 생각을 했다. 사실 수업을 단계적으로 배우면 좋지만 도사들도 바쁜 사람이고 권법을 배우지 않는 자들도 있었기에 권법을 배우지 않는 자들만 심법을 가르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했다.
“제가 권법을 가르칠 것입니다. 하지만 모두 배울 거 같지는 않고 남는 자들이 있을 텐데 그들을 가르쳐 주십시오.”
장수의 말에 도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장수는 도사들의 수준을 확인해 보았다. 도사들의 수준은 딱히 대단할 게 없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심법을 수련해서인지 단전이 상당히 안정적이었고 몸속의 내기의 양만으로 충분히 고수라 불릴 만한 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단전의 기의 양은 고수였지만 육체 수련은 안 했는지 기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자였다.
그리고 다른 자들은 그저 그럴 정도의 기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잠시 후 무사장은 땀을 뻘뻘 흘리며 마무리를 했다.
“이상으로 검술수련을 마치겠습니다.”
무사장의 말에 무사들은 박수를 쳤다. 그들 수준으로는 꽤 수준 높은 수업이었던 것이다.
무사들 중에 무사장을 동경하는 자들도 있었다.
무사들 수준에서는 무사장 정도만 되었으면 하는 자들도 있었던 것이다.
사실 초절정고수인 장수가 봤을 때는 우스운 일이었지만 이게 현실이었다.
무사들의 수준에서는 무사장 정도의 경지에 오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장수는 천천히 무사장이 있던 자리로 갔고 무사장은 무사들을 가르치느라 힘들었는지 비틀거리며 한쪽으로 물러났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이제 제가 알려 드릴 것은 권법입니다. 하지만 어제도 말했지만 권법을 익히고 싶지 않으신 분들에게 강제로 익히라고 말을 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무공이라는 것을 익혀서 실력이 올라간 분에게는 성과급과 그에 합당하는 직위를 드리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무사들은 관심을 가지는 듯했다.
“그리고 무공을 배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심법입니다. 사실 심법의 중요성을 모르고 배울 기회가 없었던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지금이라도 심법을 배웠으면 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심법을 가르쳐 드리기 위해 도사님들을 모셔 왔습니다.”
심법을 가르친다는 말에 무사들은 도사들을 바라보았다.
사실 심법이라는 걸 익혀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사들 입장에서는 무슨 심법이 좋은지 알 수도 없었고 어디서 배워야 하는지도 몰랐다.
더구나 검술은 몸에 체득이 되는 것이지만 심법이란 존재감도 없고 성취감도 느끼기 힘들었기에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었다.
그랬기에 도사들이 체계적으로 심법을 알려준다고 하자 관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원하시는 분은 권법을 배울지 아니면 심법을 배울지를 결정할 수가 있습니다.”
장수의 말에 무사들은 한참을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다 관심을 가졌는지 한두 명의 무사들이 도사들에게 갔고 이어서 오십여 명의 무사들이 도사들에게 심법을 배우기 위해 갔다.
장수는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심법이라는 것은 하루 이틀을 보고 배우는 것이 아니었다. 오 년 십 년을 보고 배우는 것이었다.
심법을 익히지 않은 무인과 심법을 익힌 무인은 어떻게든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초기에 익히는 심법은 긴장감을 완화시켜주고 체력을 증진시키며 집중력을 약간이나마 올려주기에 매우 득이 되었다.
물론 심법을 익혔을 경우였다.
자질이 없거나 인내력이 없다면 심법을 익히기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장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럼 이제 권법을 배울 분들은 제 앞에 서십시오.”
장수의 말에 한두 명씩 장수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런데 그 숫자가 겨우 열다섯 명이었다.
장수는 잠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장수의 무위는 초절정의 경지였다.
그런 강자가 직접 무공을 가르쳐 주겠다는데도 관심이 없는 것이다.
‘와 황당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