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편 - 철을 추출하다
장수는 말은 못했지만 지금 상황에 대해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무사들은 자신이 초절정고수라는 것을 모른다. 그래도 어느 정도 실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가르치는 무공이 권법이니 수련을 안 하겠다는 것이다.
장수는 잠시 더 기다렸다. 하지만 더 나오는 자는 없었다.
사실 무사들로서는 권법보다는 검법을 배우는 게 더 이익이었다.
아무리 비상시라도 무사라면 검을 들고 다녔고 검의 위력이 권법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검법은 목숨이 달린 문제이고 권법은 취미라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위급한 순간이라 할지라도 권법을 쓸 거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들로서는 검법을 수련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장수는 잠시 한숨을 쉬었다. 이제야 스승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스승인 유운 역시 초절정의 경지에 이르렀고 무당의 수많은 상승무공을 익혔다.
그리고 유운이 전문적으로 익힌 것은 장법이었지만 권법 역시 그 수준이 높고도 높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유운의 무공을 배우려는 자들이 없었지 않은가? 겨우 다른 무공을 배우기 전에 몸 푸는 정도로만 쓰는 것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는데 자신에게도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장수는 이내 현실을 인정했다.
사람들이 권법보다 검법을 우대하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랬기에 대문파인 무당에서도 권법을 익히는 자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검법을 익힌 자는 해마다 늘어나지 않았는가?
그래서 무당파가 검문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권법이나 장법의 수준이 상당한 무당파에서도 그러한데 일반 상가에서라면 더 그럴 것이다.
심법과 검법 수련을 하지 않을 무사들은 저마다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사실 검법만으로도 힘들었기에 다른 수행을 하라는 것은 무리였다.
그리고 심법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 무사들도 있었다. 심법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랬기에 그것을 익혀봐야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장수는 자신의 앞에선 무사들을 바라보았다. 이제 권법을 가르쳐야 했다.
“권법을 배워주신다고 해서 감사합니다.”
장수는 말과 함께 그들을 살폈다. 그러자 눈에 익은 자들이 보였다.
바로 산적 두목이었던 진자수 수석무사와 마찬가지로 산적들이었다가 무사가 된 자들이었다. 그들은 어색하게 장수를 보며 웃었다.
“아…… 신입무사들이시군요.”
장수의 말에 무사들은 쑥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산적이었다가 무사가 된 자들이 현실을 더욱 잘 파악한 것이다.
일반무사들은 장수의 무위가 현실로 와 닿지 않았다.
그랬기에 일반 무사보다 조금 더 강하다고 생각하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산적들은 달랐다. 그들은 자신들이 직접 장수에게 제압을 당하면서 실력을 확연히 느꼈다.
장수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장수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무공을 배우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들이 익힌 무공 때문에 새로운 무공을 배워야 했던 것이다. 그들이 체계적으로 배운 것은 사실 마공이었다. 비록 그 기간이 짧았지만 마공이 영향이 깊게 남아 있었다.
그랬기에 석가장에서 무사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마공을 버리고 새로운 무공을 배워야 했다.
그나마 다른 산적이었다 무사가 된 자들은 성취가 낮아서 괜찮았지만 이들은 실력이 높았기에 바꾸어야 하는 필요성을 느꼈다.
장수는 웃으며 기수식을 취했다.
“이제부터 태극권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장수는 스승에게 배운 것과 같이 천천히 태극권을 펼쳤다. 그러자 무사들도 장수를 따라 태극권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들은 태극권을 배우려는 열망이 있었기에 어제보다는 좀 더 많이 배워갔다.
하지만 그래도 장수가 봤을 때는 어설펐고 무공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휴…… 갈 길이 멀구나.’
이들이 제대로 된 전력이 되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처럼 보였다.
“예. 잘하시고 계십니다. 그런데 어깨에 힘을 빼고 팔을 뻗을 때 원을 그리십시오.”
장수의 설명에 따라 무사들은 열심히 태극권을 배워나갔다.
그렇게 한참을 가르치고 나자 반 시진 동안 가르쳤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그만 가르쳐야겠구나.’
장수로서도 무한정 가르칠 수만은 없었다. 해야 할 게 아직도 많았기 때문에 시간을 나누어서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이상으로 수련을 마치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무사들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수련을 하시면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장수의 말에 무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수련이 끝나자 장수는 다른 곳으로 가려고 했다. 다른 일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 도사 중 한 명이 장수에게 다가왔다.
“도우님!”
“도사님 무슨 일이십니까?”
장수의 말에 도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원래라면 따로 시간을 내서 말을 해야겠지만 도우님이 워낙 바쁘시니 따로 시간을 내기 힘들 거 같아서 미리 말을 하려고 합니다.”
도사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이든 해주십시오, 도사님.”
“현재 심법수련이 잘되고 있습니다. 이 정도라면 심법에 익숙해지는 무사들이 어느 정도 나올 거 같습니다.”
장수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만약 무사들이 심법에 적응을 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도사님.”
“아닙니다. 저희야 도우님의 공덕 덕분에 나선 것이니 사실 도우님 덕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습니다.”
“예. 말씀하십시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태극권을 가르친 게 오늘이 처음이십니까?”
“예?”
장수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해보니 태극권을 무사들에게 몇 번 가르쳐 본 적은 있지만 사실 처음이라 할 수 있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있는 그대로 말씀해 주십시오. 사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결례라 할 수 있지만 도우님과 저희는 동문이고 또 이왕 이곳에 파견을 나왔기에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도사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태극권을 가르친 게 오늘이 처음은 아니지만 사실 많이 가르쳐 본 적은 없습니다.”
장수의 말에 도사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더니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자 장수는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왠지 가슴이 뛰었던 것이다.
“제가 아까 도우님이 태극권을 설명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예. 어떻습니까?”
장수의 말에 도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정말 수양이 많이 되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연공을 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장수가 태극권을 본격적으로 배운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장수는 초절정고수로서의 깨달음이 있었고 그의 스승인 유운의 지극한 가르침이 있었기에 태극권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성취를 보았다.
“칭찬 감사합니다.”
말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도사는 잠시 말을 하기를 망설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예?”
“도우님의 실력은 뛰어나지만 배우려는 무사들의 실력은 많이 부족합니다. 그런데 그런 것을 너무 배려하지 않는 거 같습니다.”
도사의 말에 장수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게…… 나쁜 말은 아니고 도우님께서는 경험이 부족하셔서 그런지 무사들에게 제대로 된 가르침을 못 내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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