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7편 - 철을 추출하다
장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게 무슨 말인가?’
장수는 잠시 자신이 실력이 부족하다는 말로 알아들었다.
“그 말씀은 제가 실력이 부족하다는 말입니까?”
“원시천존……. 그게 아닙니다. 남을 가르치는 것 역시 배우는 것처럼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도우님이 가르친 무사들은 사실 제대로 된 가르침을 못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장수는 잠시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
도사는 잠시 장수의 표정을 살피다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제가 제안을 드리는 겁니다. 도우님이 무사들을 가르치시는 것보다 저희가 태극권을 가르치는 게 낫지 않을까 합니다.”
장수는 잠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로서는 생각도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심각하게 생각하실 거 없습니다. 도우님의 실력을 다른 사람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도우님보다 실력이 낮은 저희가 무사들을 가르친 후에 어느 정도 실력이 될 때 도우님이 가르치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도사의 말은 돌려 말하는 것이었지만 사실 맞는 말이었다. 장수는 쉽게 생각하는 동작이나 행동들도 사실 일반 무사들이 익히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그랬기에 고수의 실력을 지닌 진자수 수석무사 역시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습니까? 저는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원래 수준이 한두 수 정도 차이가 나야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둘 다에게 좋다.
장수가 이들을 가르치기에 지나칠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그리고 무사들은 장수에게 무공을 배우기에 수준이 바닥일 정도로 낮았다.
“그래서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한번 생각해 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도사는 사람 좋게 웃으며 말을 했다.
하지만 장수로서는 도사의 말 하나하나가 비수가 되어 가슴을 찌르는 듯했다.
“휴…… 아닙니다. 저로서도 도사님의 제안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다 무사들의 실력을 위해서도 그게 나은 거 같습니다 그러니 제가 오히려 부탁드리겠습니다.”
장수는 말을 하면서도 스스로를 위안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잘된 일이었다. 도사들이 태극권을 가르치면 장수로서도 시간적인 여유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오히려 고마워해야 했다.
도사가 이런 제안을 한 것도 장수가 그들과 동문이며 남이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한 것이다. 장수나 도사나 같은 무당의 제자였다. 그러니 돕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장수는 왠지 모를 아쉬움을 느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할 게 있습니다. 아까 보니 무사장님께서 기본 검술을 가르치는데 저희 무당에서도 배우는 무공입니다. 하지만 혼자서 가르치기에 벅차하시는 듯한데 저희들이 어느 정도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장수로서는 사실 부탁드리기 힘든 말이었다.
도사들에게 무사들의 무공 전체를 맡기는 것은 사실 어려운 부탁이었고 들어주기 힘들다는 생각했었다.
그런데 도사가 먼저 말을 하니 장수로서는 사실 의외였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스승이 많으면 무사들에게는 오히려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도사들이 실력이 고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무사들 보다는 경지가 높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 배우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 그렇게 하자 그리고 따로 대가를 치르자.’
따로 기부금을 주는 것으로 충분할 듯했다. 그랬기에 장수는 더 이상 고집을 피우지 않았다.
“그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 사실 저희는 석가장처럼 좋은 곳은 처음 봤습니다. 지역 주민들에게도 큰 은혜를 베풀고 남과 더불어 살려고 하며 빈민들을 돕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거기다 같은 동문이며 사업을 할 때 불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 도움을 청할 때 최대한 도움이 돼 드리고 싶었습니다. 거기다 일반 무사들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무공을 가르친다니 이런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사실 기존의 무사들을 수련시키는 것보다 실력이 있는 자들을 고용하는 게 더 싸게 먹힌다.
그리고 기존 무사들이 수련을 한다고 해서 실력이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기에 어느 정도의 역량이 있는 문파가 아니라면 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상가가 그러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들이 내일부터 체계적인 수련을 짜보겠습니다.”
장수로서는 이미 도사들에게 수련을 맡긴 상태였기에 더 이상 간섭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왠지 모를 허무감이 들어 어서 빨리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아…… 내가 무공을 가르치는 게 서툴구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장수의 신체와 시력 자체가 다른 무사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랬기에 장수가 보거나 느끼는 것을 일반 무사들이 느낄 수가 없었다.
신체조직이 그렇게나 차이가 나는데 같은 입장에 서서 무공을 수련시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장수는 한숨을 쉰 다음에 집무실로 이동했다. 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다음 날이 되자 장수는 급하게 매장과 사업체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사실 이렇게 사업체를 둘러보는 것은 형식에 지나지 않았다. 그전에야 문제가 잠시도 쉬지 않고 일어났지만 이제는 안정권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그랬기에 문제를 피우는 사람도 없었고 매장은 항상 손님들로 가득했다.
더구나 경쟁업체도 사실상 의미가 없었다.
현 상황에서 석가장에 대항할 만한 상가는 없었다. 더구나 얼마 전에 있었던 방화 덕분에 기존의 상가들은 현상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랬기에 사업은 순풍을 맞은 듯했다. 문제가 될 게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군이 비호를 받는 듯한 석가장으로서는 아무런 걸림돌이 없는 듯했다.
그뿐 아니었다.
원래 상가가 있다면 불량배들이 보호세를 걷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불량배들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석가장의 사업체만은 건드리지 않았다.
그리고 건드리면 다음 날 석가장의 일꾼으로 변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장수는 사업체가 문제가 없었지만 꼼꼼히 살펴보았다. 혹시라도 문제가 있으면 고쳐야 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혹시라도 문제가 있으면 들고 다니는 서류에 꼼꼼히 적었다.
그렇게 사업체를 모두 돌아본 장수는 대장간으로 갔다. 그러자 화덕에서 연기가 피어올랐고 장인들이 잠시도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장수는 장인들을 보자 몸이 근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나도 저기 끼고 싶구나.’
장법도 재미있었지만 환생하고 나서 장인으로서 일을 해보니 제법 재미있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여유가 있다면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장수로서는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았기에 장인으로서의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보고 있었지만 장인들은 장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들로서는 만들고 있는 작품에 신경을 써야 했기에 대장간에 들어온 사람들을 일일이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장수도 그런 사실은 알았다.
작품이라는 것이 온전히 거기에만 매달려야 제대로 된 것이 나온다.
그 정도의 집중력이 없다면 좋은 작품을 만들기 힘들었다.
그랬기에 장인들을 나무랄 수는 없었다. 더구나 꽤 실력 있는 장인들이라 대접을 해줘야 했기에 오히려 장인들의 자세를 칭찬해주어야 했다.
그렇게 한참을 구경하면서 장인들이 불편을 느끼는 게 있는지를 확인했다.
사실 장인들은 이곳에 온 지 몇 달 되지 않았다. 더구나 화덕도 설치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제대로 적응을 하기 힘들 것이다.
원래 장인이란 환경이 중요했다. 새로 자리를 잡으면 원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래도 장인들은 생각보다 일을 잘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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