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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238화 (238/398)

238편 - 철을 추출하다

비록 서류에 불과했지만 숫자상으로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냈다.

장수가 보기에 딱히 문제랄 게 없었다.

장인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일을 했고 부족한 게 없어보였다.

그때 장수를 향해 말을 거는 자가 있었다.

“왔는가?”

말을 건자는 얼마 전에 대형 화덕에서 철을 추출하는 것을 가르쳐준 장인이었다.

장수는 한눈에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예. 어르신.”

“그래. 보니까 어떤가?”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장수의 말에 장인은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열심히 일을 해야지. 그래야 납품 일을 맞출 수 있지 않겠는가?”

납품일이라고 해봐야 이제 십여 일만 남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하루 생산량이 있었기에 그 정도는 충분히 맞출 수 있었다. 사실 원래라면 진즉에 납품량을 맞췄을 것이다.

하지만 군대에서는 추가로 물품을 생산해 달라고 요청을 했고 석가장으로서는 다소 무리할 정도로 일을 맞추었기에 장인들로서는 부지런히 일해야 겨우 일을 맞출 수 있을 듯했다.

장수는 민망한 듯 미소를 지었다.

사실 추가 납품계약을 맺은 당사자가 바로 장수였다. 장수는 이길영 장군을 만났을 때 약속을 했기에 어쩔 수 없이 다소 무리한 양을 계약했다.

사실 조금 무리한 면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군대에서 특별히 부탁하는 것이었기에 어느 정도는 손실분을 인정해 준다고 했기에 장수도 계약을 한 것이다.

그랬기에 납품량에서 어느 정도 모자라도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장인은 납품량을 꼭 맞출 생각을 하는 듯했다.

“너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장수의 말에 장인은 미소를 지었다.

“계약이라는 것은 다소 무리라 생각해도 지켜야 계약인 걸세. 나 역시 계약서를 봤네만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듯해서 응낙했지만 다음번에는 어느 정도 여유를 두고 일을 받게. 원래 업무라는 것이 너무 꽉 조이게 되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를 할 수가 없네. 그러니 2할 정도는 남겨두는 여유를 생각해야 하네.”

장인의 말은 매우 중요한 말이었다.

사실 상인이란 2할의 여유를 생각하지 않는다. 단 1할이라도 남겨두면 손해라 생각했기에 가진 것을 웬만해서는 전부 이용하려고 애를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인이라서 그런지 상인과는 생각하는 게 달랐다.

“알겠습니다. 어르신.”

“그래. 그리고 몇 가지 고충이 있어서 그러는데 자네에게 말을 해도 되겠는가?”

“예?”

장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로서는 지금 대장간이 운영되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랬기에 장인이 선뜻 무엇인가를 요청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무엇이든 말씀을 하십시오. 제가 최대한 맞춰 드리도록 노력을 하겠습니다.”

장수의 말이 마음에 드는지 장인은 미소를 지었다.

“사실 이것에 대해서 몇 번 말을 했는데 전해지지 않은 거 같아서 내가 기회를 봐서 이야기를 하려고 했네. 우선 잠자리에 대해서 말을 하겠네.”

잠자리라는 말에 장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대장간에서만 문제를 찾으려고 했지 대장간 이외에 장인들의 생활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말씀하십시오.”

“우리들의 처소는 따로 빼주었으면 하네.”

“예?”

“우리는 사실 무사들이랑 생활 자체가 다르네. 무사들은 야간에도 근무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우리는 새벽이면 잠을 자야 하거든. 그래서 잠을 자는 동안에는 편안해지고 싶네. 그리고 더 문제는 우리에게 나는 냄새네. 사실 우리는 매일 대장간에서 살아서 모르지만 우리와 같이 방을 쓰는 무사들이 우리의 냄새를 질색하네.”

“냄새라니요?”

“쇠 냄새라고 하지. 철을 매일 끼고 사니 냄새가 배길 수밖에 없네.”

“아…… 바로 조치를 취해 드리겠습니다.”

“그래. 거기다 이번에 보조들을 좀 더 뽑아주었으면 하네. 지금 있는 자들로는 부족하네. 원래라면 집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자들도 인력이 부족해서 쓰고 있는데 문제가 지금 많아.”

“알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보조들이 잘 방도 구해야 하니 좀 큰 숙소를 부탁하겠네.”

장수는 잠시 생각을 했다.

‘장인들을 위해서 공단 근처에 숙소를 만들어주는 것이 좋겠구나. 그리고 그전까지는 객잔을 하나 빌려야겠구나.’

장수는 생각을 마치자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최대한 빨리 조치를 취해 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지금 입고 있는 옷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해 주게.”

“예?”

“원래 장인들의 장비는 제법 공급이 잘되고 있지만 옷 같은 것은 신경을 써주지 않는 거 같네. 우리는 땀을 많이 흘려서 옷을 자주 갈아입어야 하네. 그런데 공급해 주는 옷이 너무 적네.”

“알겠습니다. 또 다른 문제가 혹시 있습니까?”

“물론이네.”

장인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우리가 먹는 음식도 입맛에 맞지 않아. 거기다 우리는 뜨거운 것을 먹어야 하는데 음식이 너무 차. 그러니 그것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주었으면 하네.”

장수는 혀를 내둘렀다. 장인들이 먹는 음식이 특별히 차가울 리가 없었다.

하지만 항상 열과 함께하는 직업이었기에 음식이 찬 것을 싫어하는 듯했다.

‘음식도 신경을 써야겠구나.’

장인들에게 신경을 써야 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전까지야 상황이 어수선했으니 장인들도 참고 불만을 얘기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했으니 요구하는 것일 것이다.

“알겠습니다. 어르신.”

“그래. 사실 작업을 할 때 아주 작은 것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네. 우리는 작품을 만들 때 다른 것에 신경을 쓰면 안 되네. 자네도 알겠지만 신경을 다른데 쓰면 그만큼 작품을 만드는데 방해가 되는 것이야. 자네는 이해하겠나?”

장인이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 그런데 요즘에는 안마를 안 해주나?”

장인이 말에 장수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에 안마를 한 것은 납품을 맞추기 힘들기 때문에 일부러 장수의 내공으로 장인들의 피로를 풀어준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납품 기일이 촉박하다 볼 수 없었으니 안마를 할 생각이 없었다.

장수의 표정에 장인은 미소를 지었다.

“농담이네. 그나저나 자네 손이 제법 맵더군. 사실 내 몸도 딴딴해서 보통의 손아귀 힘으로는 느껴지지도 않는데 자네의 손아귀 힘에는 정말 감탄을 했네.”

“과찬이십니다.”

“그래. 그리고 자네가 가르쳐 준 심법도 수련을 하고 있네.”

심법이라는 말에 장수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들이 익힌 심법도 무당에 따로 말을 해야겠구나.’

사실 전진심법은 장수가 무당에 알려주었기에 일일이 허락을 받는다는 것이 우스웠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쌓이고 쌓이면 나중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무당에 신세를 지고 있는 게 많기 때문에 단순히 알리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사실 알리려면 좀 더 일찍 알려줬어야 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 바빴고 신경 쓸 일이 많았기에 무당에 알리는 것을 잊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유가 있으니 나중에 도사들에게 말을 하면 될 듯했다.

더구나 도사들에게 말을 하면 그들이 장인들도 신경을 써서 가르쳐줄 듯했기에 오히려 잘된 일일 수도 있었다.

“성취는 있으셨습니까?”

장수의 말에 장인은 헛웃음을 지었다.

“그게 분명히 느껴지는 게 있는데 그게 뭔지를 모르겠네. 사실 우리가 심법이라는 것을 배워 본 적이 없기에 자네가 가르쳐준 심법도 전부 외우지 못했네.”

장수가 몇 번이나 알려주었지만 장인은 구결도 외우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장인을 탓할 게 아니었다.

그 당시 장수로서도 신경 쓸 게 너무 많았기에 장인들에게만 집중할 수 없었다.

장수는 장인에게 손을 뻗었다.

“그럼 잠시 확인을 하겠습니다.”

말과 함께 장인의 몸을 살폈다.

대주천은 하지 못했지만 다행히 소주천은 끊임없이 하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장수가 불어 넣어준 약간의 기를 아직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소주천이라도 하지 않았더라면 장수가 넣어준 기운은 상당수가 그냥 날아가 버렸을 것이다.

“그동안 수련을 많이 하셨군요.”

장수의 말에 장인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사실 까먹은 부분도 많았지만 그래도 기억나는 부분은 잊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네.”

장수는 잠시 생각을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도사들에게 장인들에도 심법을 알려 달라고 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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