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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241화 (241/398)

241편 - 북경으로 가다

그렇기 때문에 상단을 따로 준비하지 않은 것이다. 모든 것은 그만큼 은자를 써야 한다. 만약 상단을 구성한다면 그만큼 유지비가 들어갈 게 뻔하다.

하지만 전리품을 얻을 수 없는 상황에서 유지비도 마련하기 힘들 게 분명했다.

단주로서는 자세한 내막을 모르기 때문에 아까워하지만 장수로서는 아까워할 것이 없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만약 낌새가 보이면 다른 도시에서라도 상단을 구성하겠습니다. 은자만 있으면 수레나 무사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으니까요.”

장수의 말에 단주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했다.

“차라리 지금 구하시는 게 더 나을 것입니다. 그리고 은자로 구한 무사들은 믿기가 힘듭니다.”

단주의 말에 장수는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단주는 자신의 무공을 여러 번 봤지만 그게 어느 정도의 힘인지 알지를 못한다.

사실 장수의 실력이라면 웬만한 자들과 붙어도 자신이 있었다. 그랬기에 상단에 따로 무사가 필요 없었다.

하지만 장수는 단주가 자신을 걱정해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알겠습니다. 만약 구성을 한다면 신용 있는 곳에서 무사들을 구하겠습니다.”

단주는 몇 번 더 권했지만 장수는 거절했다. 돈 낭비일 게 뻔한데 은자를 낭비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사실 지금 구성한 마차 역시 두고 가고 싶었지만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럼 어쩔 수가 없지요. 알겠습니다. 잘 갔다 오십시오. 하지만 빨리 오십시오. 해야 할게 많습니다. 더구나 미뤄진 상행도 마저 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단주님 제가 가 있는 동안 상행을 갔다 올 제품이나 많이 만들어 주십시오.”

이차 납품도 무리 없이 해냈다. 사실 어느 정도 무리할 정도의 양이었지만 석가장의 장인들이 열심히 일을 해줘서 맞출 수 있었다.

그리고 납품물량이 남기는 했지만 매우 적은 양이었고 이제부터 만들 제품은 이 도시에서 쓰이거나 나중에 상행을 떠나면 다른 도시에 팔 물건을 생산하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소장주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장수는 천천히 마차에 올라탔다.

소장주인 자신의 모습을 남들이 봐서 좋을 게 없었다. 그랬기에 마차에 몸을 숨긴 것이다.

사실 석가장의 소장주를 혈교에서 눈여겨볼 이유가 없었다. 석가장은 중원 전체로 따지면 별거 아닌 상가였기 때문이다.

혈교가 관심을 가질 정도면 천하 십대상단은 돼야 할 것이다.

그랬기에 장수에게 관심을 가질 리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에 석가장이 군대에 파견하는 상단이 크기가 너무 작다는 것이다.

석가장의 소장주가 합류할 만한 규모가 아니었다. 그랬기에 마차 안에 숨은 채 가려고 한 것이다.

거기다 옷 자체도 평상시에 입는 옷을 입지 않고 무사들이 입는 옷을 입었다.

괜히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 장수 나름대로는 준비를 한 것이다.

그리고 마차 안에 있는 물품은 대부분 북경까지 가는 동안에 필요한 식량이나 물들이었다.

그 외에는 무게 때문에 싣지 않았다. 한마디로 장사에는 신경을 쓸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단주는 장수를 보며 말을 했다.

“그럼 몸 조심히 갔다 오십시오.”

“예. 단주님도 건강하십시오.”

장수의 말에 단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짧은 헤어짐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무사 한 명이 앞으로 가서 말의 고삐를 잡자 말을 천천히 마차를 끌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차는 대기 장소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상단들이 대기하는 장소에는 마차와 수레로 가득했다.

토벌대에 맞춰 가기 위해 많은 상단들이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장소에 장수의 상단이 끼어들었지만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다섯 개 상단이 참여하였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장수는 차분히 마차 안에서 기다렸다. 출발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한가했던 것이다.

“무엇을 할까?”

장수는 이외의 한가한 시간에 잠시 멍해진 기분이 들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서류를 처리해야 했다.

앞으로 서류를 처리할 수 없었기에 최대한 많은 서류를 처리해야 해서 쉬지 않고 서류를 처리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할 일이 없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것은 허전함이었다.

“참…… 황당하구나. 그토록 일하기가 싫었는데…….”

장수는 상단 일을 하면서 쉬지 않고 일을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할 게 없으니 오히려 할 게 없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장수가 해야 하는 일은 상상을 초월하게 많았다. 하지만 장수는 그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했다. 그래서인지 자꾸 지금까지 했던 일이 생각났다.

“내가 없더라도 무사들이 수련은 열심히 할까? 그리고 해를 끼치는 녀석들이 없어야 할 텐데…….”

지금까지는 장수가 있었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장수가 초절정고수였기에 문제가 있는 녀석들을 처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장수가 없기에 상가의 무력으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상가의 무력은 무사들만 많았지 쓸 만한 자가 없었다. 그랬기에 만약 혈교에서 고수 몇 명만 보낸다 하더라도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이 걱정이었다. 하지만 토벌대가 도시를 떠난 이상 혈교가 이 도시를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양현은 호북의 많은 도시 중의 하나일 뿐이었고 토벌대가 떠난 이상 혈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가 없어진다. 그랬기에 장수는 안심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안한 마음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휴…… 문제로구나. 어떻게 고수를 구하지?”

고수를 구하는 것은 큰 문제였다. 혈교라면 남아도는 게 고수였기에 고수를 구하는 것이 큰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석가장에 있으니 고수를 구하는 게 문제가 아니고 고수를 한번 보는 게 더 큰 문제였다.

고수라 불릴 만한 자들이 너무나도 없었다. 그랬기에 만나기도 힘들었던 것이다.

양현에 있으면서 고수를 볼 기회도 없었다.

그런 상태였기에 고수를 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나마 도관의 도사들이 쓸 만했지만 실전도 겪지 못했고 도사라는 신분을 가졌기에 무사로 쓰기 힘들었다.

장수로서는 겨우 진자수 무사장을 구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무사장도 제법 쓸 만했는데…….”

무사장도 검술을 가르치면서 실력이 제법 늘었다. 장수가 따로 가르쳐주었기 때문인지는 몰랐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고수의 경지에 오를 것이 확실해 보였다.

그렇게 되면 양현지부에도 고수인 무사만 두 명인 것이다. 그리고 따로 계약을 맺은 철마표국의 표두도 고수의 경지였기에 고수가 세 명이 되는 것이다.

전생의 장수였다면 어이없을 상황이었다. 소모품이나 다름없는 고수 세 명을 신주단지 모시듯 아끼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전생의 장수는 고수들을 아낌없이 소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으니 다르게 대처를 해야 했다.

장수는 대충 상가에 대해 생각을 마치자 혈교에 대해 생각했다.

“과연 혈교가 움직일까?”

크고 작은 사건엔 분명 혈교가 있었다. 혈교가 원하는 것은 혼란이었다.

혼란한 상황에서 최대한 전력을 보전한 채 난세를 만들면 자연스럽게 천하의 정기가 소모되고 힘이 약해질 대로 약해지면 혈교가 중원을 정복하려는 게 속셈이었다.

그랬기에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했던 것이다. 혈교는 그런 목적을 이루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고 가시적인 성과도 하나둘 선보이고 있었다.

만약 장수가 방해하지 않았더라면 이번에 토벌대를 전멸시키고 호북의 상권을 완전히 말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힘을 잃은 무당을 손쉽게 해치웠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장수의 방해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동안의 노력이 하나둘 성과로 보이고 있었다.

장수는 잠시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간의 경험으로 볼 때 공주를 납치하든 죽이든 혈교의 이익을 위해 움직일 것이 눈에 보였다.

아마도 납치를 할 수도 있지만 공주를 죽인 후 마교에 암살을 떠넘길 수도 있었다.

그러면 현재 분위기에서 황실이 정파와 동맹을 맺고 마교를 칠 수가 있다.

“정말 최악의 수구나.”

장수는 아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가장 안 좋은 방법이었다.

가장 아끼는 공주이기에 만약 암살된다면 그 분노가 무서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러한 마교와 정파가 공멸할 가능성이 컸고 그렇게 되면 혈교가 천하를 가질 수 있다.

“어떻게든 막아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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