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편 - 북경으로 가다
“어떻게든 막아야겠구나.”
장수는 혈교의 계획은 무조건 막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무조건을 넘어서 필히 막아야 하는 일이었다.
막지 못하면 천하가 혈교의 손아귀에 넘어갈 상황이었다.
더구나 사람들이 마교가 한 짓이라고 알고 있는 일이 모두 혈교가 일으켰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장수뿐이었다. 그랬기에 장수 이외에는 막을 사람이 없었다.
그랬기에 최선을 다해서 막아야 했다.
“우선 호위대가 모두 전멸하는 것을 생각해야겠구나.”
혈마가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일을 진행하는데 만약이라는 경우를 남기지 않았다.
분명 혈마는 이번 일을 하는데 필요 이상의 전력을 투입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호위대에 고수들이 많다고 할지라도 혈교의 무력을 막지 못할 것이다. 그것을 예상하고 움직여야 했다.
“만약 혈교가 공격하면 바로 공주를 납치해서 황실로 돌아가야겠구나.”
방법은 하나였다. 모두 죽는다 해도 공주를 구해서 황실로 돌아가는 것.
모두 죽어도 공주만 살아남으면 된다.
공주만 살아남으면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수로서는 필사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장수는 예상가능한 일들을 생각해 보았다.
혈교가 호위대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는 방법으로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더구나 혈교에서는 호위대의 면면을 모두 파악하기 때문에 확실히 쳐부술 만한 전력을 가지고 움직일 것이다. 그것을 쉽게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장수는 어려운 싸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은 아군을 알고 아군은 적을 모르니 이기기 힘든 싸움이었던 것이다.
그때 밖에서 소리가 났다.
“도련님!”
도련님이라는 말에 장수는 밖을 보았다.
“무슨 일입니까?”
이번 상행에서는 무사들에게 소장주라고 부르지 말고 도련님라고 부르라고 한 상태였다.
괜히 소장주라고 부르면 남들의 관심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령이 왔습니다.”
“전령이라고요?”
“그렇습니다.”
그러자 마차 양옆에 달린 천이 열리면서 전령이 얼굴을 내밀었다.
“소장주님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장수의 말에 전령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사령관님이 오셨는지 확인을 하라고 해서 왔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예. 그리고 조금 뒤에 출발을 한다는 말도 전하라 했습니다.”
“알겠습니다. 신경을 써줘서 고맙다고 전해주십시오.”
“아닙니다.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전령은 말과 함께 급하게 달려 나갔다. 장수의 소식을 이길영 장군에게 전하기 위해서인 듯했다.
이길영 장군으로서는 장수의 합류가 매우 중요했기에 이렇게 확인을 한 것이다.
하지만 직접 오지 않은 것은 장수가 가급적이면 오지 말아 달라는 부탁도 있거니와 행군 준비를 해야 했기에 무척 바빴기 때문이다.
토벌대가 움직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이길영 장군으로서도 신경 써야 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제 가는구나.”
출발할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그렇게 기다리자 우렁찬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호각소리가 들려왔다.
토벌대의 1진이 출발하는 소리인 듯했다.
현재 토벌대는 행선지를 분명히 말하지 않은 상태였다. 군대가 움직이는 것은 비밀이었기에 일부러 도착지를 말하지 않은 것이다.
그랬기에 토벌대에 합류한 상단들도 이번 일이 산적 토벌이라 생각했지 공주의 호위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그들은 이번 산적 토벌로 많은 재산을 벌 줄 알았다.
확실히 바로 전까지 산적토벌은 많은 재물을 벌 기회였다. 산적들이 줄어든 상황에서 토벌대의 적수가 있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전리품을 쓸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바로 북경으로 갈 것이기 때문에 전리품은 생기기 어려웠다.
잠시 뒤 2진이 출발하는 소리와 함께 상단들이 출발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 상단들이 출발할 시간이 된 것이다.
잠시 후 보급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급대는 식량과 군수품을 가져가는 부대를 말한다.
물론 보급대라고 해서 전투부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후방에서 적들을 상대할 수 있기에 전투부대로 합류해 있었다. 하지만 그 숫자가 다른 부대에 비해 적었다.
그 외에도 짐승들을 다루는 자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민간인으로서 보조를 하기 위해 따라온 자들이었다.
그다음이 상단이었다.
상단은 가장 후미에서 군대를 따라 갔다. 거기다 군대에 방해가 될 수 있었기에 딱 달라붙어서 가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떨어진 채 가야 했다.
그렇기에 후방에 적이 기습을 한다면 상단들은 모두 전멸할 수밖에 없다.
그런 경우가 산적들을 토벌할 때 한 번 일어났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사실 자주 없었다.
하지만 상단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전력을 갖춘 상태였다.
군과 연관된 상단은 특별히 무사들의 무장을 어느 정도까지 편하게 허락받기에 대부분의 상단에는 무사가 많았고 그들은 제법 중한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장수 역시 상단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마차 하나를 두고 세 명이 걸어가고 있었고 무사 한 명은 마차에 올라타 마부로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조금 가자 장수는 무사들에게 말을 했다.
“그렇게 걷지 마시고 마차에 타십시오.”
장수의 말에 무사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닙니다. 저희는 걷는 게 편합니다.”
무사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아닙니다. 이번 행군은 힘이 들 거 같으니 마차에 올라타십시오. 그리고 알다시피 지켜야 할 물품도 없습니다.”
장수의 마차는 지켜야 할 게 아무것도 없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식량뿐이었다. 그래서 지킬 필요가 없었다.
더구나 양현에서 떨어진 상황이었기에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다.
무사는 거듭해서 거절했다. 하지만 장수가 계속해서 권유하자 결국에는 마차 위에 올라탔다.
무사들이 마차 위에 올라타자 장수의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무사들에게 편히 있으라고 한 것은 체력을 비축하라는 의미였다.
사실 이번 일은 전투를 하는 것보다 잘 도망가는 것이 중요했다.
그랬기에 무사들도 체력을 비축한 뒤에 문제가 있으면 도망을 쳐야 했다. 그랬기에 무사들도 경공에 익숙한 자들만 뽑았다.
무사들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자 장수는 가벼운 마음이 들었다.
“이제 무공수련을 하자.”
장수는 양현을 벗어나자 이상하게 홀가분한 마음이 들었다. 그전까지는 해야 할 일이 많아서 부담감이 엄청날 정도였는데 신기하게도 양현을 떠나자마자 마음의 족쇄가 풀렸던 것이다. 그 덕분인지 무공수련을 하고 싶어졌다.
사실 장수는 무공수련을 하는 것이 가장 좋았다. 무공수련이란 장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더구나 번천장을 익히는 중이었다.
번천장은 장수가 가장 익히고 싶은 무공이었으며 최고 최강의 무공이라 할 수 있었다.
전생의 장수였다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번천장에만 신경을 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상황이 좋지 않았기에 익힐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기회가 생겼다.
북경에 언제 도착할지 모르지만 그때까지는 쉬지 않고 익힐 수 있게 되었다. 더구나 방해를 받을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장수는 천천히 번천장의 기수식을 취했다. 마차가 흔들려서 그런지 무게중심을 잡는 게 힘들었지만 이내 익숙해지는 듯했다.
어차피 수련을 하는 상황이기에 불리한 지형지물은 감수하고 수련을 해야 했다.
더구나 원래는 이런 상황을 일부러 만들어서 수련을 한다.
그런데 아무런 노력도 없이 이런 상황에서 수련을 하니 장수로서는 오히려 이 상황을 감사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지?”
장수는 기억을 더듬으며 하나하나를 되새겼다.
동작 하나에 집중을 하는 상황이었다. 한 가지 동작이 생과 사를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