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4편 - 북경으로 가다
장수가 그냥 서 있자 병사들은 장수를 밀어붙이려고 했다.
그때 장수의 손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그냥 병사의 손등을 살짝 건드리는 듯했다.
하지만 그 순간 병사는 그대로 한 바퀴 몸을 돌더니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태극권 중의 한 동작이 자연스럽게 발휘된 것이다. 고수들이라도 막지 못할 공격이었기에 일반 무사가 못 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갑작스럽게 소동이 일어나자 병사들은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적이다!”
호각 소리와 함께 병사들이 나타났다. 소동이 벌어졌기에 막기 위해 나선 병사들이었다.
더구나 이쪽 막사에는 중요한 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호위병들까지 나섰다.
“자……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장수로서는 당혹스러웠다. 갑자기 상황이 애매하게 된 것이다. 물론 장수로서는 병사 몇 명을 상대하는 것이 어려울 리 없었다.
아니, 토벌대 전체를 상대하더라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초절정고수의 경지에 이른 장수였기에 무서울 게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병사들은 적이 아니라 아군이었다. 그런 자들을 상대로 피해를 입힐 수는 없었다.
하지만 늦었다. 이미 날카로울 때로 날카로운 병사들이었다. 병사들은 잠시의 틈도 주지 않고 창을 장수에게 찔렀다.
그러나 창 따위가 장수를 맞출 수 없었다. 단번에 네 개의 창이 찔러왔지만 장수가 몸을 가볍게 흔들자 장수의 몸을 맞추지 못하고 비껴 나갔다.
그와 함께 장수는 살짝 몸을 튕겨 주자 창이 그대로 튕겨져 사방으로 튀었다.
“자객이다.”
장수의 실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랬기에 병사들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삽시간에 병사들을 때려눕히고 항거불능으로 만드는 능력은 고수라 해도 힘든 일이었다.
그랬기에 그들은 마교의 자객으로 장수를 오인한 것이다. 그러자 제법 괜찮은 실력을 지닌 병사들이 앞으로 나왔다. 그들은 대충 봐도 병사들이 조장급으로 보였다.
“웬놈이냐!”
병사들은 횃불을 들고 장수를 살폈다.
장수는 머리를 긁적였다. 지금 상황이 매우 난감했기 때문이었다.
이게 아닌데 어떻게 하다 보니 상황이 꼬였다. 괜히 사람들 눈에 띄지 않으려고 하다가 시선이 집중되었다.
‘아. 전령이 올 때까지 기다릴 거 잘못했구나.’
장수로서는 너무 오래 이길영 장군을 기다리게 할 수 없었기에 벌인 일이었다. 하지만 그게 결과적으로 상황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그때 제법 높은 자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상황을 살피기 위해 나선 것이다
“무슨 일이냐?”
나타난 자는 제법 서열이 되는 자인 듯했다. 그가 나서자 병사들이 그를 호위하는 형태로 진을 짰기 때문이다. 그는 장수를 한참 보다가 말을 했다.
“……소장주님?”
장수는 얼굴이 붉어졌다. 자신이 정체가 알려져서 좋을 게 없었기 때문이다.
“예, 맞습니다. 사령관님을 만나기 위해 왔습니다.”
장수의 말에 부관은 주위를 물렸다.
“이분은 사령관님을 만나러 오신 분이니 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가서 쉬도록 해라.”
단 한마디 말이었다. 그와 함께 병사들은 왔던 길로 빠르게 돌아갔다.
“휴…….”
장수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잘못했으면 큰 실수를 할 뻔했던 것이다.
아무리 오해라 밝혀진다 해도 병사들이 상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석가장에서 질 수밖에 없다.
그랬기에 사건이 더 커지지 않고 끝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했다.
“사령관님이 한참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이리로 오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장수는 부관을 따라 움직였다.
부관은 몇 걸음 걷다가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시비를 거셨습니까?”
부관이 말에 장수는 할 말이 없었다. 그의 실수였기 때문이다.
몸이 자동적으로 반응을 하는 것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반사 신경을 줄일 수도 없었다. 반사 신경이란 위험이 감지했을 때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도 모르게 몸이 움직여졌습니다.”
초절정고수인 장수로서는 창피할 따름이었다. 그의 경지로 일반 병사들을 상대로 무공을 펼쳤다는 게 사실 창피한 일이었다.
마치 어른이 세 살짜리 아이에게 손찌검을 한 것과 같은 일이였기 때문이다.
장수의 말에 부관은 더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장수로서는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는 대신에 약점을 하나 잡혔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중심가로 들어가자 가장 크고 화려한 막사가 세워져 있었다.
그곳이 이길영 장군이 막사인 듯했다.
막사로 들어가자 이길영 장군이 장수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기다렸습니다.”
이길영 장군으로서는 장수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사실 장수가 가진 무력은 엄청나다 할 정도였다. 그랬기에 이번에 토벌대를 데려가는 것보다 장수 하나를 데려가는 게 더 큰 일이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바쁘시니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래 움직이는데 불편함은 없으셨습니까?”
이길영 장군이 말에 장수는 웃음이 나왔다. 불편한 것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아무래도 외지이고 마차에서 생활하다 보니 불편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말하는 것도 우스웠다. 더구나 장수는 마차에서 계속해서 수련만을 했다. 그랬기에 딱히 불편하다 말하기도 그랬다.
“저는 괜찮았습니다.”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그러지 말고 저희와 같이 움직여 주십시오. 그게 더 나을 것입니다. 저희가 최대한 배려를 해 드릴 테니 이리로 오시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이길영 장군은 전부터 같이 움직이자고 장수에게 청을 했었다.
하지만 장수가 거절하고 출발하고 지금까지 다른 상단들과 함께 움직였다.
사실 이제는 이길영 장군과 함께 움직여도 상관이 없었다. 도시를 벗어났고 장수가 탄 마차가 설마 석가장이라고 생각하는 자도 없었기 때문이다.
모두 각자의 일에 바빴기에 남을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그랬기에 지금이라면 이길영 장군과 함께하는 게 오히려 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장수는 딱히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같이 다녀봐야 귀찮아 질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장수를 찾는다면 그로서는 바빠질 수밖에 없었다.
장수는 사실 이번 기회를 무공을 익히는 데 쓰고 싶었다. 그동안 무공을 익힐 시간이 너무나도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북경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갈 일이 생겼으니 장수로서는 무공에 전념하고 싶었다.
그리고 어차피 문제가 생길 것도 없었다. 그랬기에 안심을 한 것이다.
더구나 북경에 도착하면 매우 바빠질 것이 뻔했다.
공주와 합류하고 나면 혈교에서 잠시도 쉬지 않고 공격할 것이 뻔했다. 그랬기에 지금으로서는 아무런 방해도 받고 싶지 않았다.
“죄송하지만 다른 상단들과 함께 움직이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그곳에 있으면서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이곳에 있으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상단 중에 암살자나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자가 있을 수도 있으니 그곳에서 살피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실 맞는 말이었다. 이번에 토벌대가 도시를 나선 이유를 산적토벌로 홍보했다. 그렇게 해야 마교의 이목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필요 없는 상단들을 줄줄이 끌고 온 것이다. 사실 보통의 훈련에는 상단이 합류하지 않는데 적들을 속이기 위해 달고 나온 것이다.
상단은 인원들은 대부분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자들이었다. 물론 상단에서 최대한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겠지만 그것만으로 모자랐다.
상단이야 은자를 중히 여기니 아무래도 싼 인력을 구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그런 상황이었기에 상단의 하인으로 위장을 하고 합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길영 장군은 만약 살수들이 공주를 납치하고자 하면 병사들로도 위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워낙 급하게 생각하다 보니 중요한 것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셨군요.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