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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252화 (252/398)

252편 - 토벌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계산을 해보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원래는 병사 천 명을 동원할 작정이었지만, 이천 명으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러면 최소 산채 두 군데 정도를 토벌할 수 있겠죠.”

장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가볍게 생각하자. 나는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그리고 두 번 하면 더 낫지 않겠는가?’

장수는 산채를 두 번 토벌한다고 받아들였다.

“알겠습니다. 전문가이신 장군님의 계획이니까요. 저는 장군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 의견에 따라주신다니 감사합니다. 이틀 뒤에 토벌을 해야 하니 준비해 주십시오.”

“이틀 뒤라고요?”

“그렇습니다.”

문득 다른 계획이 장수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차피 병사들은 토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먼저 움직이는 것은 어떨까?’

“제가 먼저 산채에 다녀오겠습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길영 장군은 크게 당황했다.

“혼자 산에 가서 산적들을 잡아 두겠습니다. 어차피 병사들이 가봐야 산적들의 경계만 심해집니다. 저 혼자 움직이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안됩니다. 혼자서는 너무 위험합니다.”

이길영 장군은 말을 하면서도, 자신이 지금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절정고수들을 쉽게 상대한 장수다. 산적들을 상대로 위험에 처할 일은 없다.

“괜찮습니다. 그리고 제가 일정 간격으로 흔적을 남길 테니, 그 흔적을 보고 따라 오시기만 하면 됩니다.”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은 침묵했다.

‘동창과 금의위가 같이 간다고 했는데……’

동창과 금의위의 권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들이 참여한다고 한 이상, 그들의 요청은 무조건 들어줘야 한다.

장수가 혼자서 움직이면 자칫 잘못하다가는 큰 문제를 야기할 수가 있다.

“죄송하지만 혼자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안전 문제가 있고, 무사님께 도움을 드린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저는 혼자 움직이는 게 편합니다.”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은 울상을 지었다.

“제발 저를 봐주십시오. 동창과 금의위의 고수들이 이번 토벌에 참여하겠다고 했습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장수 역시 동창과 금의위의 고수들이 공주의 호위를 위해 토벌을 멈추고 수도로 돌아가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왜 토벌을 한다는 말인가?

“무사님과 함께 토벌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거절을 하면 저 뿐만 아니라 무사님에게도 큰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장수는 인상을 썼다.

동창과 금의위는 끈질기기가 고래 힘줄보다 더 질긴 녀석들이다.

그런 자들이 곁에 붙어 있으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 그들만으로 토벌이 충분히 가능하지 않습니까?”

마교의 절정고수를 상대하기 위해 파견된 자들이다. 그들 역시 절정고수인 것이 분명했다.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들의 요구는 무사님과 함께 행동하는 것입니다.”

장수는 이길영 장군의 말을 이해하고 크게 난감했다.

‘내가 너무 눈에 띄는 행동을 했구나. 하지만 그렇다고 상단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는 일이었고…… 지금 와서 토벌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더 이상한 눈으로 보겠지.’

이길영 장군의 부탁을 수락할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방해를 하면 안 됩니다.”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선의를 베푸는 장수를 방해만 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우선 자신이 살아야 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무사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토벌을 할 때 말입니다, 그들은 강자가 나타나지 않는 한 먼저 손을 쓰는 법이 없습니다.”

이길영 장군은 장수에게 동창과 금의위의 고수들의 행태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황실의 관리라 할 수 있는 동창과 금의위의 움직임은 일급기밀 사항이다.

이길영 장군은 황실의 장군으로서 이런 말을 하면 안 되지만, 미안한 마음이 강했기에 비밀을 장수에게 가르쳐 준 것이다.

도움이 되는 정보를 들은 후, 장수는 현재의 상황을 대략 파악할 수가 있었다.

‘나를 파악하기 위해 참여하는 것이구나.’

금의위와 동창이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안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그들에 대해서 아는 게 더 유리할 수도 있다.

“말씀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지금 갈 준비를 하겠습니다. 그러니 동창과 금의위에 그렇게 얘기를 전해주십시오.”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의 얼굴이 붉어졌다.

사실 동창과 금의위가 협조를 부탁했지만, 그것은 명령과도 같았다.

그들은 명령을 내리는 입장이지 명령을 받는 입장이 아니다. 장수가 이야기를 전달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었다.

“저…… 그…… 그게……”

장수는 이길영 장군의 말을 기다리지 않았다. 지금 움직여야 조금이라도 빨리 산채를 토벌할 수가 있다.

“그리고 군복을 당장 보내주십시오. 그것을 입고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장수의 모습이 사라졌다. 너무 빨라서 이길영 장군이 막을 새도 없었다.

“이를 어쩐다……”

동창과 금의위에게 장수의 말을 전해야 하는 이길영 장군은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장수는 군에서 마련해 준 마차로 돌아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행동에 조심을 해야겠구나.’

사실 모든 자가 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혈교의 고수였다가 환생한 사실을 안다면, 단순히 혈교의 고수였다는 이유로 자신을 죽일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현재 혈교와는 전쟁을 벌이고 있고, 황실 역시 편한 관계는 아니다.

그들이 좋은 의도든 나쁜 의도든 자신에게 관심을 가진 이상, 행동에 조심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상대해야 하지?’

앞으로 좋든 싫든 동창과 금의위의 고수들과 행동을 같이 해야 할 것이다.

불행히도 그들의 감시를 피할 명분이 없었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니, 이를 잘 이용해 보자는 것이다.

‘차라리 황실과 연을 맺을까?’

장수로서는 황실과 연을 맺는다고 해서 나쁠 게 하나도 없다. 현재 장수와 연결된 끈은 하나도 없다. 자유를 침해받을 일도 없다.

자신의 무공 근원이 의심스럽다고 해서 황실이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도 없다.

그만큼 장수의 무공은 놀라운 것이다.

천하에 초절정고수라 불릴 만한 자는 백 명도 되지 않는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장수는 백대 고수 안에 당당하게 들어간다.

황실에서는 망설이지 않고 장수를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황실의 문제점은 활동에 제약이 크다는 데 있다.

황실과 연을 맺으면 유운에게 무공을 배우거나, 혈교의 음모를 저지하는 일은 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장수가 바라는 일이 아니었다.

혈교의 세력을 꺾을 수 있다면 황실과 연을 맺는 것은 좋은 방법이지만, 그 외의 문제만 놓고 보면 가장 하책이다.

장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후, 동창과 금의위의 고수들을 상대할 방법을 생각했다.

시간이 제법 지났을 무렵, 전령이 도착했다.

“무사님.”

“오셨습니까?”

전령은 군복을 장수에게 건네주었다.

“여기 있습니다.”

군복은 매우 깨끗했다. 장수에게 주기 위해 가장 좋은 군복을 가져온 것이 분명했다.

재질이 평범한 병사들이 입는 옷과는 틀렸다. 간부급 이상이 입는 군복으로 보였다.

‘내가 잘못했구나.’

일반 병사들이 입는 군복을 달라고 해야 했다.

너무 깨끗한 군복은 시선이 가기 마련이다.

행군 중에 깨끗한 군복을 입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애써 군복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입는 게 안 입는 것보다는 나았기에, 장수는 서둘러 군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전령을 바라보았다.

“동창과 금의위의 고수들은 언제 오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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