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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253화 (253/398)

253편 - 토벌

장수의 말에 전령은 급히 손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저쪽을 보십시오! 지금 오고 계십니다.”

장수는 전령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두 명의 남자가 마차에서 내려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화려한 복장, 그리고 관복을 입은 두 명의 남자가 장수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피부가 하얗고 수염이 없는데다 걷는 폼이 여자 같은 게, 아무리 봐도 환관이 분명했다.

장수는 순간 구역질이 났다.

전생에 장수는 이상하게도 환관만 보면 죽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영향인지 이번 생에서도 환관을 보면 구역질이 났다.

하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으려 애를 쓰며, 그들에게 포권을 했다.

“오셨습니까?”

“반갑습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둘은 돌아가며 장수에게 인사를 했는데, 중성적인 목소리가 듣는 장수로서는 고역이었다.

“예, 저도 동창과 금의위의 고수님들과 함께 임무를 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희 역시 영웅과 함께 움직일 수 있어서 기쁩니다.”

장수는 그들이 얼마나 가식적인 인간들인지 금세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눈빛으로는 장수를 샅샅이 훑어보고 있었다.

“그런데 호칭은 어떻게 할까요?”

장수는 그들의 이름을 물어봐야만 했다. 그러자 화려한 복장을 한 금의위가 입을 열었다.

“저는 남진무사라 부르시면 됩니다.”

금의위이 말이 끝나자 동창에서 온자도 말을 했다.

“저는 당두라 부르면 됩니다.”

남진무사나 당두는 이름이 아닌 계급이다.

금의위의 계급 중 진무사는 시위(侍衛), 집포(緝捕), 형옥(刑獄)을 관리한다.

형옥을 관리하는 자를 북진무사라 하고, 군에 관련된 일을 하는 자를 남진무사라 부른다.

그리고 동창의 계급은 제독동창 그리고 첩협 밑의 계급이 바로 당두였다. 둘은 이름을 밝히지 않고 자신의 계급을 말했다.

비밀을 지켜야 하는 자들이니, 이름이나 신분을 말하지 않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장수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남진무사님이나 당두님이라고 부르면 되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장수는 머리를 긁적였다.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장수가 황실의 관리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지금까지 황실의 관리를 만나면 대화를 나눌 때도 있었지만, 보통은 암살 명령을 받아 상대를 죽인 후 탈출을 하는 경우였기에, 얼굴을 맞대고 상대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전생의 일이다. 지금은 같이 행동을 해야 한다.

더구나 환관이다.

장수는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환관들을 상대하려니 머리가 아파왔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두 분께서는 저를 따라오실 겁니까?”

장수의 말에 동창의 당두가 나섰다.

“그렇습니다. 대협을 돕도록 하겠습니다.”

당주의 말에 장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훤히 보였다.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고수가 아닌 절정고수 이상이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게 뻔했다.

하지만 장수로서는 산적들을 처치하는데 자신의 실력을 노출할 필요가 없었다.

이들이 귀찮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가도록 하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당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런데 위치는 아십니까?”

“대략적인 위치는 들었습니다.”

어차피 산적들이 위치한 곳은 산이다. 목적지로 가는 방향에는 산이 많지 않았다.

“그렇습니까?”

당주는 그 말만 하고 침묵했다.

장수가 어떻게 하는지를 관찰하기 위해서인 듯 싶었다.

그때 전령이 말을 가지고 왔다.

“무사님 여기 말이 있습니다.”

말은 세 필이었다. 당주와 남진무사의 말까지 가져온 모양이었다.

“감사합니다.”

“말을 타고 가면 목적지까지 금방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목적지까지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전령의 말에 당주는 눈살을 찌푸렸다.

전령이 끼어들어 장수의 능력을 확인할 수 없어 인상을 쓴 것이다.

하지만 더 말이 없는 것을 보니 방해를 할 생각은 아닌 모양이었다.

“감사합니다.”

장수는 감사의 인사와 함께 말에 올라탔다. 그러자 전령은 남진무사와 당주에게 다가가 말했다.

“어르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사령관님께서 마차를 준비했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전령은 손에 두 필의 말 고삐를 꽉 쥐고 있었다. 말을 타라는 소리였다.

황실의 고위 관리인 금의위와 동창의 관리에게 말을 타라고 하는 것은 실례다.

웬만하면 마차를 권유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동이 느려지고 심할 경우, 귀찮은 일이 발생한다.

남진무사와 당주는 말없이 고삐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전령에게 말했다.

“안내를 해라.”

“알겠습니다.”

가벼운 말이었지만, 전령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동창과 금의위의 관리에게 잘못 보이면 일족이 멸하기에 조심하는 편이 좋았다.

전령은 말 위에 올라타 다른 병사들과 함께 앞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부대가 행군하는 속도와 소수의 인원이 말을 타고 움직이는 속도는 천지 차이다.

말도 특별히 고른 녀석인지, 체력도 좋았고 발이 빨랐다.

물과 여물을 충분히 먹였는지 속도가 떨어지지 않았다. 그 덕분에 목적지까지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목적지인 산에 도착하자, 전령은 급히 고삐를 잡았다.

혼자서 네 필의 말을 감당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말들이 모두 지쳐있어 반항을 하지 않아, 비교적 손쉽게 말을 다룰 수 있었다.

“피해 지역이 이쪽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것을 볼 때, 산적들은 이곳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머리가 좋은 자만이 참모를 할 수 있다. 더구나 토벌에 일가견이 있는 자들이라, 대략적인 위치를 금방 파악할 수가 있었다.

따라온 병사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당주를 바라보았다.

군대는 계급사회로, 원래대로라면 무리의 수장이나 다름없는 장수의 말을 들어야 하지만, 병사들은 금의위와 동창의 명령에 따라야 했다.

장수는 같이 온 자들을 찬찬히 살피기 시작했다.

화려한 복장을 입은 금의위의 남진무사는 매우 가냘프게 보였다.

수염도 없으면서 표정이 몹시 날카로웠다. 기나 체격을 봤을 때, 절정고수가 분명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동창의 당주를 보았다. 당주 역시 재수 없게 생기기는 마찬가지였다.

복장만 틀렸지, 만약 같은 옷을 입었다면 구분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둘 다 황실에서 일하는데다 환관이며, 비슷한 일을 하니 비슷할 수밖에 없었다.

당주 역시 남진무사와 비슷한 무위였다.

하긴, 비슷한 자가 아니면 조사를 제대로 진행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능력이 비슷한 자들을 보낸 것 같다.

그 외에 병사들의 수는 총 여섯인데, 그들의 실력은 고수급이다.

고수라 칭하기는 어렵지만, 그와 비슷한 실력이다.

이길영 장군이 신경을 쓴 게 분명했다. 하지만 장수가 보기에 전력 외였다.

장수가 그렇게 주변을 오랫동안 살피자, 당주가 물었다.

“언제 움직이실 겁니까?”

원래라면 지켜만 볼 생각이었던 당주는, 장수가 자신을 살피자 기분이 나빠 침묵을 깨고 나섰다.

항상 남을 살피는 위치에 있다가, 남이 자신을 거리낌 없이 훑어보니 기분이 나쁠 수밖에.

평상시였다면 화풀이를 했겠지만, 아직 장수의 정체를 몰라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장수는 주변을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장수가 전생에 익힌 추종술이라는 기술은 사물을 자세히 살피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발견한 흔적을 토대로 사냥감이 어디로 도망갔는지를 알아낸다.

흔적을 자세히 살필수록 더욱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흔적이란 완벽하게 없애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 근방에는 없구나.’

큰 산이다. 산적들의 수가 아무리 많아도, 산 전체에 흔적을 남길 수는 없다.

“우선 위로 올라가는 것이 어떻습니까?”

장수로서는 밑이나 위나 어디서 찾아도 상관이 없었다.

그리고 산채는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을 테니, 외진 곳을 위주로 돌아다니다 보면 행방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장수의 말에 당주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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