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편 - 토벌
예민하고 기감이 밝은 장수나 산적들을 발견하지, 보통 사람은 산적들이 있는지도 모른다.
장수는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장수를 향해 무언가가 빠르게 날아왔다.
휙!
화살은 정확하게 장수를 노렸다. 하지만 이미 매복을 눈치챈 장수가 화살에 맞을 리가 없었다.
장수는 빠르게 손을 뻗어 화살을 낚아챘다. 그리고 화살을 그대로 산적에게 던졌다.
휙.
화살은 마치 활로 쏜 것처럼 산적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윽.
화살이 산적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장수 일행에게 화살 세례가 쏟아졌다.
장수와 다른 두 명은 화살 공격을 가볍게 피했다.
절정고수인 그들에게 이런 공격은 우스웠다.
그렇게 화살을 무시하며 산적들에게 달려들자, 그들은 굉장히 당황하여 공격을 멈추었다.
“도망가자.”
그들은 말과 동시에 황급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멀리 도망가지는 못했다.
장수가 빠르게 움직여 셋을 제압했고, 당두와 남진무사가 각각 한 명씩 제압한 것이다.
산적들은 점혈을 당해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 입장에서는 뭔가 번쩍이는 것을 보자마자 제압을 당한 것이다.
절정고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면 같은 절정고수이어야 한다.
그만큼 신체 능력에 차이가 있기에, 도망칠 기회도 얻지 못했다.
“산적들이 있는 것을 보니, 산채는 근처에 있는 모양입니다.”
장수의 말에 당두와 남진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습니다.”
당두와 남진무사는 계속 산속을 헤매고 싶지 않았다.
황실에서 편하게 생활한 그들은 이렇게 산속을 헤매는 게 썩 달갑지가 않았다.
장수의 실력을 확인하는 일이 아니었다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장수는 산적들을 그대로 바닥에 눕혔다. 뒤늦게 도착할 병사들이 이들을 처리하게 맡길 생각이었다.
“그럼,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당두와 남진무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장수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 왔다.
경공을 발휘해 한참을 달려가던 장수는 곳곳에 있는 산적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놀라서 소리쳤다.
“웬 놈이냐!”
고함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십여 명의 산적들이 모여들었다. 예상치 못한 적의 침입에 모두 크게 당황했다.
게다가 어떻게 손을 쓸 수도 없을 만큼, 장수의 움직임이 굉장히 빨랐다.
“너희들을 잡으러 왔다.”
“뭐라고?”
산적들은 인상을 썼다.
그들은 가죽옷이나 두꺼운 옷을 입고 있었는데, 대부분 칼이나 도 그리고 도끼를 들고 있었다. 두목으로 보이는 자가 외쳤다.
“얘들아, 쳐라!”
그 말과 동시에 산적들은 장수와 일행을 공격하려고 했다. 세 명밖에 안 되기에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어림도 없는 짓이었다.
장수는 산적들에게 비호처럼 빠르게 달려들어 가볍게 손만 움직였다.
그리고 순식간에 산적들을 차례대로 제압했다.
실력 차이가 너무 많이 났기에, 산적들은 장수가 점혈을 하는 것도 막지 못했다.
더구나 산적 대부분의 실력이 일반 무사보다 못했다.
초절정고수인 장수가 실력을 발휘할 것도 없었다.
덕분에 애초 계획대로 장수는 진짜 실력을 감출 수가 있었다. 그는 계속 자신의 뒤에 있는 당두와 남진무사의 눈치를 봤다.
예상대로 그 두 사람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서 있었다. 그들은 멀찌감치 물러서서 장수를 지켜보고 있었다. 계속 그를 관찰할 속셈인 듯했다.
‘예상대로구나.’
장수 입장에서는 특별히 실력을 드러낼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산채를 제압하는데 그 이상의 힘을 쓸 필요도 없어 보였다.
그는 바로 앞으로 달려갔다.
이 정도 소란이 일어났으니 산채에서도 난리가 났을 것이다.
최대한 빨리 제압을 해야 한다. 괜히 시간만 끌면 의외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자, 나무로 만든 방책과 급하게 막히고 있는 입구가 보였다.
산채에서는 정확한 상황을 모르기에, 우선 입구부터 막고 보자는 것 같았다.
입구만 막으면 시간을 끌 수가 있다.
산채 안에서 농성을 하거나, 아니면 미리 만들어 둔 비밀통로로 도망을 치면 된다.
하지만 장수 앞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그는 방책을 보자, 순간 장풍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견고하게 만든 방책도 장풍에는 버티지 못한다.
더구나 요즘 장풍을 쓸 수 있게 된 장수는, 상황만 되면 그것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쓸 수가 없다.
동창과 금의위 앞에서 초절정고수만이 쓸 수 있는 장풍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장수는 장풍을 포기하고, 주먹을 뻗어 방책을 후려쳤다.
그러나 방책은 흔들리기만 할 뿐 부서지지는 않았다. 주먹으로 내려친 부분만 움푹 파였다.
나무로 만든 방책에는 이상한 액체가 발라져 있었는데, 그 탓에 방책의 표면이 굉장히 미끌미끌했다.
적이 방책을 넘지 못하도록 꾀를 부린 것이다. 하지만 장수를 막을 수는 없었다.
장수는 약간 파인 부분을 밟고 그대로 방책을 뛰어넘었다.
“헉!”
장수가 방책을 훌쩍 뛰어넘자, 그 뒤에 있던 산적들은 경악했다. 그들은 방책을 이토록 쉽게 넘을 사람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약 세 사람의 키를 합친 것보다 더 높은 방책을 넘다니, 일반인들은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본 산적들은 몸이 그대로 얼어버렸다.
덕분에 장수는 아주 손쉽게 산적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당두와 남진무사는 아직 방책을 넘지 못했다. 그들이 오기 전에 빨리 제압해야 한다.
장수는 손을 빠르게 움직여 주변에 있는 산적들을 점혈하기 시작했다.
그의 주위에 둥글게 모여 있었던 산적들은 차례차례 제압되었다.
팍.
방책 건너편에서 거대한 파공음이 들렸다.
당두와 남진무사가 방책을 부수는 소리였다. 절정고수는 검기를 쓸 수가 있다.
나무로 만든 방책을 부수는 건 금방이다.
‘이거 큰일이구나.’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들려오는 소리로 봐서 나무 방책이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반 이상의 산적이 제압되자, 산적들도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그들의 반은 겁에 질려 도망을 치기 시작했고, 나머지 반은 장수에게 달려들었다.
“죽어라!”
어차피 이판사판이다.
잡혀 가면 무조건 죽음이다.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저항을 해야 한다.
도망친 자들은 장수의 무위를 보고 저항할 용기도 사라진 게 분명했다.
장수는 산적들이 펼치는 무공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장수 정도의 무위면 상대의 동작만 봐도 어떤 무공을 펼치는지 알 수가 있다.
물론 그 무공을 안다는 기본 조건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그가 알고 싶은 것은 과연 산적들이 혈교의 무공을 전수받았느냐, 아니냐다.
산적들은 실력이 없었지만, 기본기는 확실했다. 그리고 그 기본기는 혈교의 무공이었다.
물론 산적들의 실력이 너무 없어서 더 자세한 것은 알 수가 없지만, 일반 산적이 혈교의 무공을 펼친다니. 충분히 의심스러운 일이었다.
‘혈교의 손길이 닿았구나.’
혈교는 천하를 상대하는 세력이다. 호북의 산적만 접촉할 리가 없다.
어떤 경로로 접근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 있는 산적들에게도 마수를 뻗친 게 분명했다.
이제 정보를 얻었으니, 더 살펴볼 필요가 없다. 장수는 신속하게 산적 잔당을 제압했다.
쾅!
그때 거대한 소리와 함께 나무로 만든 방책이 부서져 버렸다.
절정고수 두 사람이 검기를 사용하자, 나무 방책은 허무하게 부서졌다.
방책이라 해봐야 결국 일반 병사들을 상대하기 위한 것이다.
이 방책을 만드느라 고생했겠지만, 절정고수를 막는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당두와 남진무사는 숨을 헐떡이며 장수를 찾았다.
그들은 장수의 실력을 파악할 목적으로 이번 토벌에 참여했기에, 무리를 해서 방책을 부쉈다.
그들은 장수를 찾자마자, 검기를 거두고 얼른 주변을 살폈다.
그들의 관심사는 산적이 아니라 장수이다. 그랬기에 도망가는 산적들을 잡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예상은 한 일이지만, 이 정도로 도와주지 않을 줄은 장수도 생각 못했다.
지금 하는 짓을 보면 금의위와 동창은 마교의 절정고수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꼼짝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방금 전까지는 괜찮았지만, 지금부터는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장수는 천천히 태극권을 펼쳐서 산적들을 제압했다.
그는 산적 하나를 제압하는데 한수 이상을 쓰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태극권만을 펼쳐서 산적들을 빠르게 제압해 나갔다.
일다경도 채 안 되는 시간 안에 거의 모든 산적을 무력화 시켰다.
이제 남은 것은 3명뿐이었다. 그들은 숨겨진 비밀통로가 있는 산채의 창고에 있었다.
그들은 장수가 너무 빨리 동료들을 제압하자, 질린 표정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