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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258화 (258/398)

258편 - 북경

예식은 마치 축제처럼 거행됐다.

황실제일미라 불리는 장진공주를 멀리서라도 보는 것만으로도, 일반인들에게는 큰 즐거움이었다.

각지의 진귀한 것들이 북경으로 몰렸고, 북경 시민들은 오랜만에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북경이 축제의 열기에 휩싸여 있는 동안, 육천 명의 부대가 북경으로 향하고 있었다. 바로 이길영 장군이 이끄는 부대다.

이길영 장군은 북경이 가까워지자, 되도록이면 장수와 같이 움직이려고 했다.

이길영 장군은 복덩어리와 같은 장수를 보는 것이 너무나 즐거웠다.

더구나 치안이 잘 유지되고 있는 북경에서는 마교의 도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장수와 이길영 장군은 같은 마차에 타고 있었다.

원래라면 이길영 장군은 말을 타고 병사들을 지휘해야 하지만, 북경까지 왔으니 마차에서 휴식을 취한다고 해도 문제가 없었다.

이길영 장군은 장수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했다.

“무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미 지난 일을 계속 이야기하실 거 없습니다.’

장수는 이길영 장군이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귀찮은 일이기는 했으나, 산적 토벌은 그리 어렵거나 힘들 일이 아니었다. 목숨을 요하지도 않는, 간단한 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길영 장군의 생각은 달랐다.

정해진 복귀 기간을 어기지 않고 세 차례의 산적 토벌에 성공했다.

이것은 큰 공이다.

양헌의 도시는 마교 때문에 한차례 큰 방화 사건이 일어났었다.

상황이 어수선하여 산적 토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은근히 걱정을 했었는데, 돌아가는 길에 토벌에 연속해서 성공을 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공도 공이지만, 전리품도 상당하다.

덕분에 모자란 군비도 충분히 채울 수 있었다.

이길영 장군은 돈을 밝히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은자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번에 들어올 공과 상금은 이길영 장군을 몹시 기쁘게 했다. 이길영 장군은 이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장수에게 계속 고마움을 표했다.

“아닙니다. 무사님이 아니었다면 이런 일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거기다 상단들 역시 이번 토벌로 큰 이득을 보았을 것입니다.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이구요.”

장수는 거의 망한 양강 상단이나 다른 상단에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비록 그들이 한 일이 지나쳤지만, 마교도로 몰려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다.

거기다 다른 상단들이 방화를 당할 때, 자신의 상가는 무사했던 것도 미안했다.

그는 이번 토벌을 계기로 상단들이 회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정말 잘되었습니다.”

“예. 모두 무사님 덕분입니다.’

“아닙니다. 다른 분들이 더 고생을 하셨지요. 저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했을 것입니다.”

장수는 산적들을 제압만 했다.

그 뒷정리를 하고 재물을 옮긴 것은 천 명에 이르는 병사들이었다.

만약 병사들이 아니었다면, 그 많은 재물을 옮기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초절정고수고 힘이 세다고 해도, 장수에게도 한계는 있었다.

전투에서는 천명의 병사들을 이길 수 있지만, 작업 면에서는 그들을 따라갈 수가 없다.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은 미소를 지었다.

“겸손의 말씀이십니다.”

“그런데 이번 호위 일은 어떻게 된 것인가요?”

워낙 급하게 와, 장수는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했다.

그는 좀 더 자세한 상황을 알고 싶었다.

“예. 이것에 대해서는 좀 더 설명이 필요합니다.”

이길영 장군은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아무래도 장수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야 했다.

“원래 해마다 감찰단이 각 성에 파견되어 감사를 합니다. 성주가 부정을 감시하기 위해, 그리고 황제의 권위가 떨어지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매해 실시를 하지요.”

“그렇습니까?”

장수는 처음 듣는 말이었다.

그는 황실의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것이 없었다.

그저 죽이라고 하면 죽일 뿐이었다. 황실의 감사에 대해 생각할 여력은 없었다.

“예. 거기서 부정이 발각되거나 역모의 조짐이 보이면 성주를 바꾸는 경우도 있어, 성주도 감찰단의 눈치를 꽤 봅니다. 감찰단에는 황족이 포함되는 것이 관례인데, 이번에는 장진공주이지요.”

“장진공주요?”

“그렇습니다. 장진공주는 황실제일미로, 어려서부터 재색이 뛰어나시어 황실의 어르신들에게 사랑과 백성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시는 분입니다.”

“그렇습니까?”

“예.”

이길영 장군은 그 뒤에도 황실의 사정과 감찰단에 대해 계속해서 설명을 했다.

“감찰단이란 게 쉬운 일이 아니군요.”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감찰단이 오면 성주들은 약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대접에 엄청나게 신경을 쓰지요. 더구나 황제 폐하의 총애를 받고 있는 장진공주이니, 이번에는 아마 심혈을 기울일 겁니다.”

“그런데 납치될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럴 우려가 있기에 호위에 만반의 준비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동창과 금의위의 고수들과 정파에서 보낸 무사들이 있으니, 호위는 안심해도 될 것입니다.”

“호위 명단은 벌써 정해졌습니까?”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렇겠지요. 공주의 호위이니 진즉에 정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구파일방에서도 할당량이 정해졌으니, 이미 제출이 되었을 것입니다.”

혈교가 마음만 먹는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 그만큼 혈교의 세력은 강대하다.

장수가 토벌군을 도와 혈교를 막을 수 있었던 것도, 혈교를 완전히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런 정보도 없다.

혈교가 공주를 납치하려고 마음을 먹는다면 막기 힘들 것이다.

‘정말 큰 문제구나.’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이라도 공주가 감찰단에서 빠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일이 이렇게까지 진행된 이상, 그것은 불가능하다.

공주가 납치되거나 죽고 그 죄를 마교에 씌우면 황실과 정파, 그리고 마교 사이에서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장수로서는 바라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도저히 걷잡을 수가 없다. 천하는 혈교의 음모에 빠지게 된다.

이미 마교가 황실을 여러 차례 도발했다.

전쟁이 나는 것은 한순간이다. 정파와 황실, 그리고 마교의 힘이 모두 소진되었을 때 혈교가 나타나 천하를 정복할 것이다.

문제는 혈교가 어떤 방법을 사용할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대충 큰 그림은 그려지는데, 혈교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혈교가 쓰는 방법은 워낙 다양했기에, 그중에 하나를 꼽기도 어려웠다.

혈교는 항상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상대를 노렸다.

장수의 전생인 흑룡혈장 장삼이 번천장협 유운을 노린 것도 어떻게 보면 황당한 일이었다.

초절정고수인 장삼을 마치 폭탄처럼 폭발시켜 유운의 무공을 빼앗지 않았는가?

그외에도 암살자를 쓰거나 대규모 군대를 쓴다.

복속시킨 산적들로 군대를 공격하는 것도 그들이 쓰는 방법 중 하나였다.

방법은 많았지만 그중에서 짐작이 가는 것이 없었다.

장수는 난감했다.

‘어떻게든 지켜야겠구나.’

하지만 목숨을 걸고 공주를 지켜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야 재앙을 막을 수가 있다.

장수의 얼굴이 무겁게 가라앉은 것을 본 이길영 장군은 웃으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무리 마교의 고수라 해도, 그 많은 호위를 상대로 어쩌지 못할 것입니다.”

이길영 장군의 말에 장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차라리 마교의 고수들이라면 상대하기 편할 것이다. 마교는 정면 대결을 주로 하기에, 혈교보다는 대응하기가 좀 더 수월했다.

마교에서 이번 일을 알고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제는 황실이 자신들의 적이 누구인지 분명하게 파악하지 못한 데 있다.

연이어 터진 사건의 배후로 항상 마교가 조명되었기에, 마교에 대한 대책만 세웠지, 혈교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이것은 큰 문제였다.

“예. 마교의 고수들은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마교는 상대할 수 있어도 혈교는 어림없다.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은 미소를 지었다.

“예. 이 정도 호위라면 마교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괜찮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수도로 가면 무사님의 공을 보고해 드리겠습니다.”

공 이야기가 나오자, 장수는 얼른 고개를 흔들었다.

“이번에도 제 공을 보고하지 말아 주십시오.”

이길영 장군은 입가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무사님의 신원은 절대 보장하겠습니다. 그리고 석가장과 거래하는 양이 있으니, 거기에 보수를 추가하는 방법으로 은자를 지불하겠습니다.”

장수 덕분에 토벌에 성공했다. 덕분에 이길영 장군은 공을 세울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길영 장군은 장수가 정당한 대가를 받기를 원했다.

이길영 장군이 이렇게까지 나오자, 장수는 더는 거절하지 못했다.

너무 거절만 하면 상대의 기분이 상할 수도 있었다.

특히 이길영 장군은 군인으로서 고집이 센 사람이다. 자꾸 거절하면 이길영 장군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해준다면 딱히 문제가 될 것도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원래 제게 주실 양의 일부만 주시고 나머지는 도시의 빈민들에게 주십시오.”

“예?”

“약간 거들었을 뿐인데 대가를 받기가 그렇습니다. 그러니 제가 받을 몫을 빈민들에게 나누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은 진심으로 놀랐다.

하지만 장수가 평소에도 빈민들의 처우를 걱정하고 그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보고를 받았기에, 그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은 알았다.

“알겠습니다. 상부에 보고를 하겠습니다.”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상단들에게 전리품은 골고루 돌아갔습니까?”

이길영 장군은 그 말에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아.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야 하는데, 제가 깜빡했군요. 세 군데의 산적들을 토벌했는데, 호북의 산적들보다 전리품의 양이 적었습니다. 원래 산적이라는 것이 통행료를 받지, 그렇게 몽땅 빼지는 않거든요. 상단이 가진 것을 모두 빼앗으면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큰 이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손해입니다. 상행이 중단되어 재물을 얻기가 힘들어지거든요. 거기다 상인들이나 상품을 거래하지, 산적들은 뺏은 물건을 팔지도 못합니다. 팔아봤자 별로 큰돈도 안 되고요. 그렇기 때문에 산적들은 뺏은 재물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호북의 산적들은 모아둔 재물의 양이 많아, 상당한 양의 전리품을 얻을 수 있었죠. 하지만 얼마 전 토벌한 지역의 산적들은 모아둔 재물의 양이 호북의 산적들보다는 적었습니다. 그래도 세 군데나 토벌했기 때문에 양이 꽤 됩니다. 이번에 참여한 상단에게 전리품을 처분할 권리를 주었습니다.”

군대는 상단에 전리품을 처분할 권리만을 넘긴다. 그리고 상단은 군이 요구하는 액수 이상으로 물건을 팔아 그만큼 이득을 남기는 것이다. 원가가 싸기에, 어느 도시에 가서 팔아도 큰 이익을 남길 수가 있다.

장수는 이길영 장군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래도 생각보다 상단들의 이익이 적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은 미소를 지었다.

“지금까지는 공주의 호위에 참석하기 위해 비밀로 했지만, 이제부터는 상단들에게 행선지를 밝히려고 합니다. 각 성을 통과할 때마다 물건을 매매하면 큰 이문을 남길 수 있을 겁니다.”

군대를 따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호위무사에 지출하는 비용은 줄일 수 있었지만, 참여하는 상단의 수가 워낙 많아 큰 이문을 남기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이문은 남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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