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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259화 (259/398)

259편 - 북경

이길영 장군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웬만하면 상단들에게 돌아가라고 말을 하십시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설명하기 난감한 사항이었다.

혈교가 어떤 방식으로 공격할지 모르기 때문에 확실하게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이번 호위는 사실 좀 불안합니다. 제가 상단을 끌고 오지 않은 이유도 그것이구요. 가장 좋은 방법은 오지 않는 것인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참여를 한 것입니다.”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은 웃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황실의 호위군들은 용감하기 그지없습니다. 더구나 구파일방의 고수들이 참여했으니 위험할 일이 없습니다.”

“그래도 상단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겁니다. 그 점을 알아 두셔야 합니다.”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은 고개를 흔들었다.

“소용이 없습니다. 상인이란 위험한 일을 해야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입니다. 제가 설득을 하거나 고용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해도, 상인들은 다른 부대에 따라 붙을 것입니다. 그러니 소용이 없습니다.”

이길영 장군은 경험이 많았기에, 장수의 요청이 통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았다.

사실 일반 상행도 산적들과 싸울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니 상인들 입장에서는 군대를 따라다니는 편이 더 위험이 적다고 생각할 것이다.

장수가 위험하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상단들은 군대에 따라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군요.”

“예. 그러니 그것에 대해서는 더 생각하지 마십시오. 자,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수도입니다.”

“벌써 도착했습니까?”

“예. 황궁은 수도에서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부대는 황궁까지 가지 않지만, 저와 호위무사들 그리고 무사님은 황궁 근처의 별궁까지 가야 합니다.”

“저도 말입니까?”

장수의 말에 이길영 장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분을 확인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모시는 분이 모시는 분인 만큼 철저하게 검사를 해야 합니다. 무사님 말고도 구파일방의 무사들도 신원 확인과 신체검사를 별궁에서 받습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장수는 난감했다. 그로서는 미처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었다.

“신체검사는 무엇입니까?”

“마교의 인물이 잠입할 수 있으니, 몸속에 마기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마기를 가지고 있으면 마교의 인물이 틀림없을 테니까요.”

다행히 장수의 몸에는 마기라 할 만한 것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현문의 심법으로 운기를 했기에 정파의 무인들보다도 단전의 기운은 더 순수했다.

“호위를 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군요.”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호위라는 게 믿을 수 있는 인물이여야 하니, 절차가 굉장히 까다로운 것이죠.”

“그렇군요.”

“무사님이야 신원이 확실하시니 걱정할 일은 없습니다.”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부대를 주둔시키고, 제가 없는 동안 할 일을 준비시켜야 하거든요. 제 일이 끝나면 같이 황궁으로 갑시다.”

“예.”

장수는 전생에서 황궁 안에 들어가 본 적이 있었다. 벌써 오래전 일이었다.

바로 혈교의 정체를 안 황실의 고위관리를 제거하는 일이었다.

다행히 암살에는 성공했지만 그 후가 문제였다.

황실의 고수와 호위 그리고 병사들이 끝없이 장수를 괴롭혀, 탈출이 꽤 힘들었었다.

그 일 이후에도 임무 때문에 황궁에 왔었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황실 사람을 호위하기 위해 온 것이다. 장수는 인생이란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길영 장군은 인사를 하고 일을 하러 부랴부랴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가자 장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쉬운 일이 아니구나.’

동창과 금의위도 귀찮은 존재지만, 구파일방의 고수들도 만만치가 않다. 아주 성가신 자들이다.

더구나 그들은 명예를 중시하고 출신문파를 따지는 경우가 많았다. 장수는 그 점이 걱정이 되었다.

무공의 경지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할 텐데,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난감했다.

둘러댈 말을 생각하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 어느새 전령이 와 있었다.

“무사님, 다른 분들은 준비가 끝났습니다.”

장수는 군인이 아니기 때문에 강요나 명령은 할 수가 없다. 그랬기에 전령은 다른 분들이 준비가 끝났다고 말하며 장수를 독촉했다.

“알겠습니다. 지금 나가겠습니다.”

장수는 한숨을 쉬며 밖으로 나갔다. 그는 전령의 안내를 받으며 이길영 장군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는 동창과 금의위의 당두와 남진무사 외에도 다른 자들이 있었다.

동창의 복장을 한 자가 다섯 명이었고, 금의위의 복장을 한 자가 또 다섯 명이었다.

그들은 모두 절정고수로, 장수를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다른 자들은 참모로 보였는데, 절정고수인 동창과 금의위와 함께 서 있으니 존재감이 없어 보였다.

“오셨습니까?”

이길영 장군은 장수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도 동창과 금의위의 절정고수들과 함께 움직이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더구나 절정고수만 열 명이었기다.

그는 될 수 있으면 같은 절정고수이지만 절정고수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장수와 함께 있고 싶었다.

“예. 갈 준비는 끝난 것입니까?”

“예. 이제 가기만 하면 됩니다.”

장수는 동창과 금의위의 절정고수들을 보자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이 호북에 있어야 마교의 고수들을 제압하는 게 쉽다.

군대가 호위를 하는 동안에 무당을 비롯한 호북의 문파들이 산적들을 제압하는 데 힘을 쓴다.

하지만 토벌에 전문적인 군대보다 효율적이지는 않았다. 이런 일은 군대가 나서야 효과가 큰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이 여기 온 이상 호북 일은 더 신경 쓸 수가 없다. 지금은 공주를 호위하는 일이 호북의 일보다 중요하다.

공주가 잘못되면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함과 동시에 정마대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황궁까지 가는 길에는 여섯 필의 말이 끄는 마차가 두 대나 준비되어 있었다.

관리들은 마차로 움직이는 게 형식에 맞았다.

비록 인파가 많지만, 고위 관리가 움직일 때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길을 만들기에 큰 문제가 없다.

동창과 금의위의 절정고수들이 함께 마차에 탔고, 장수와 이길영 장군을 비롯한 다른 자들은 다른 마차에 올라탔다.

사람들이 모두 탑승하자, 마차는 황궁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나아갔다.

마차를 타서 그런지 황궁까지 도착하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장수는 밖을 내다보지 않았지만, 상당히 복잡했으리라는 짐작은 갔다.

마차가 달릴 공간을 만드느라 백성들이 고생을 했을 게 뻔했다.

이길영 장군은 황궁에 도착하자 장수에게 말했다.

“그럼 저는 이만 황제 폐하를 뵙고 오겠습니다. 무사님께서는 당두님을 따라가시면 됩니다.”

당두라는 말에 장수는 속이 거북해졌다.

당두를 비롯한 동창과 금의위의 절정고수들과 함께 움직이게 된 것이다.

전생이라면 두 손으로 당장 그들의 목을 꺾어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생이 아니다.

아군이니 웃으면서 대해야 한다. 참으로 곤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가십시오.”

이길영 장군은 장수를 보며 미소를 짓더니 어딘가로 가버렸다.

그가 사라지자, 당두가 장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무사님“

그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중성적인 목소리가 장수의 귀에 거슬렸다.

“알겠습니다. 당두님.”

장수는 당두를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당두를 비롯한 동창과 금의위는 어떤 훈련을 받았는지 신기하게도 움직일 때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다. 장수가 움직이는 소리만 났다.

별궁이라 해도 그 규모는 매우 크고 복잡했다. 처음 방문한 자는 길을 헤맬 것 같았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장수는 당두의 안내를 받으며 별궁에서도 매우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한참을 들어가자, 방이 나왔는데 그 앞을 관복을 입은 자가 지키고 있었다.

“멈추십시오.”

당두는 그에게 다가가 짧게 몇 마디 말했다.

그러자 관복을 입은 자가 잠시 장수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방문객 명단에 오르신 분이군요. 들어가셔도 됩니다.”

그는 말과 함께 문을 열어 주었다. 그러자 당두가 장수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쪽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당두님은 안 들어가십니까?”

“저희는 따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러니 무사님만 들어가시면 됩니다.”

장수는 묘하게 긴장이 되었다.

그냥 문 안으로 들어가면 되지만,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이상하게 떨렸다.

더구나 혼자 들어간다니, 더 망설여졌다.

장수의 표정을 본 당두가 이어서 말했다.

“이곳에서 간단한 신원 확인과 신체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것은 설명을 드린 거 같습니다만?”

장수도 공주의 호위를 위해서라면 신체검사나 신원 확인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긴장이 되는 것을 보니, 동창과 금의위라는 조직에 대해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낀 모양이다.

“알고 있습니다.”

장수는 애써 담담한 척하며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자 매우 넓은 방이 드러났다.

방 안에는 어떤 남자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방에는 그 혼자뿐이었다.

장수는 그를 본 순간 갑자기 살이 떨렸다.

‘초절정고수로구나.’

황실의 초절정고수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원래라면 이렇게 마주 보고 있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초절정고수끼리 만나면 서로가 서로를 죽이거나 도망을 칠 것이다.

그만큼 안심을 할 수 없는 상대가 바로 초절정고수다.

장수가 다른 절정고수를 만났을 때 긴장을 하지 않거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은 이유는, 절정고수와 초절정고수의 차이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절정고수가 암습을 해 온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막을 수가 있다.

하지만 초절정고수는 다르다.

만약 같은 초절정고수가 암습을 해 온다면 막기가 매우 힘들다. 지금 긴장되는 것은 당연했다.

초절정고수인 장수는 앞에 있는 자가 얼마나 강한지 피부로 느꼈다.

‘이길 수 있을까?’

확신을 할 수가 없다. 그만큼 앞에 앉은 자의 무위는 상상을 초월했다.

한 마디로 괴물이라고 할 수가 있다. 장수가 사력을 다해도 힘들었다. 아니, 어쩌면 질 수도 있다.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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