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편 - 자극을 받다
장수의 말에 당두는 잠시 아무 말 없이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황실의 호위가 몇 명 있는지는 말해 줄 수가 없습니다. 대외적으로는 공주의 호위로 구파일방이 포함된 정파 열 명의 절정고수들이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즉, 각 문파에서 절정고수를 한 명씩 보냈다고 알려진 것이다.
장수는 공주를 호위하는 절정고수가 이십 명 정도 될 거라고 생각했다.
‘혈교에서는 절정고수 삼십 명이나 그에 준하는 무엇인가를 준비하겠지?’
장수는 당두의 말만 듣고도 이번 호위의 취약점을 간파했다.
만약 장수가 자객이라면, 혼자서도 충분히 감찰단을 상대할 수 있는 숫자였다.
매일 밤마다 움직이며 절정고수들을 죽이면 된다. 초절정고수인 장수가 장풍으로 상대를 한다면, 절정고수들 따위는 쉽게 제압할 수가 있다.
절정고수를 모두 죽이거나 제압한 후, 손쉽게 공주를 죽이거나 납치한다.
물론 초절정고수가 호위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아무래도 공주가 있으니, 황실에서 초절정고수를 딸려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혈교의 공격을 막을 수가 없다.
일반 병사들이 아무리 많아도 소용이 없다. 일반 병사들은 병풍이다.
그들은 전력조차 될 수가 없다. 일반 산적들을 상대로는 쓸 만하지만, 상대가 절정고수만 되면 거의 무용지물이나 다름이 없다.
장수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팠다. 어쩌면 혼자서 혈교를 막아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몰랐다.
하지만 당두는 장수의 생각도 모르고, 황실 체계의 훌륭함을 계속 선전했다.
“이 정도라면 마교의 공격은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무림맹에서도 초절정고수를 은밀히 파견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장수도 좀 더 편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혈교의 공격은 만만하지가 않다.
이쪽의 모든 상황을 파악한 상태고, 첩자를 심어두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다.
그에 반해 이쪽은 상대가 혈교라는 사실도 모른다. 그저 마교가 노린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친구야. 마교는 초절정고수를 직접 파견해서 병사들 하나하나를 모두 토막 내 죽인다고. 그들의 전력이 얼마나 강한지나 알고 있나?’
장수는 마교의 저력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은 정말 무서울 정도다.
그들은 힘만을 중시했고, 머리를 쓰기보다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했다. 마교가 개입한다면 상황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계략은 계략으로 막을 수 있지만, 힘은 힘으로 막아야 한다. 하지만 이쪽은 마교의 힘을 막기에 역부족이다. 마교를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혈교가 상대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다행이다.
마교가 내부의 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는 동안, 혈교는 사방에 사업체를 세우고 천하를 정복하는데 힘을 쓰고 있다.
매우 바쁘고 할 일도 많은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져도 실질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무사는 적다.
만약 그렇지 않고 혈교도 전력을 다해 움직인다면 막는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 된다.
장수는 당두에게 적이 누구인지부터 파악하라고 말하고 싶었다.
마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마교를 적이라 생각하니 답답했다.
하지만 그것을 증명할 증거도 없으니, 뭐라 말을 하기도 애매했다.
장수는 답답했다.
‘결국에는 나 혼자 해결을 해야겠지.’
그렇다고 해서 겁이 나는 것은 아니었다.
혈교는 자신의 원수이자, 스승의 원수이다. 그들이 하는 일을 막는 것도 복수의 한 가지 방법이다.
“정말 전력이 충분한 것 같습니다.”
장수는 이렇게 비꼬았다. 하지만 당두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그저 장수가 이해를 했다고 생각했다.
“예. 사실 호위단을 이 정도로 구성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그만큼 마교를 인정한 것이지요.”
‘마교가 아니라 혈교겠지.’
장수는 대답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고개만 끄덕였다.
“구파일방의 영재들을 만나고 싶으면 언제라도 말씀을 하십시오.”
“예. 그럼, 이만 저는 휴식을 취하고 싶습니다.”
장수의 말에 당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밖으로 나갔다.
당두가 나가자 장수는 손으로 머리를 심하게 헝클었다. 그는 갑갑했다.
하지만 머리에 화풀이를 해봐야 해결되는 게 없었다.
‘어떻게든 정보가 더 있어야 하는데…….’
장수는 고민을 하다가 이내 포기했다.
정보 수집을 위해서는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지금 기분으로는 나가고 싶지 않았다.
나가서 괜히 초절정고수들을 느끼느니 이곳에서 무공을 수련하는 게 더 나았다.
더구나 초절정고수들을 만나면 번천장이 더 신경이 쓰였다. 보통의 절정고수들을 상대한다면 사실 무공이 필요가 없다.
기본 무공으로도 충분히 제압이 가능하다.
그만큼 장수의 실력이 향상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절정고수까지고, 초절정고수는 다르다.
초절정고수의 무위는 상상을 초월하기에, 강한 무공이 있는 편이 유리한 것이다.
번천장협 유운이 쓰던 번천장이라면 초절정고수들을 상대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장수는 천천히 번천장을 수련했다. 번천장은 무당이 자랑하는 상승장법으로, 강한 위력만큼 익히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장수는 번천장의 형을 천천히 수련했다. 실전에서 번천장을 쓰려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3일이라는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날짜가 되자 당두가 장수의 방 앞으로 직접 찾아왔다.
“무사님 준비는 되셨습니까?”
당두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저야 따로 준비할 것도 없습니다. 이대로 가겠습니다.”
장수가 상단에 포함시킨 마차는 수도에서 도착해서 팔았고수도에서 마차를 팔았다는 이야기죠? 무사들에게는 객잔에서 대기를 하라고 따로 지시를 내린 상태다.
장수의 말에 당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까? 그럼 출발 준비가 끝나신 겁니까?”
“그렇습니다.”
당두는 장수를 쳐다본 후에 말했다.
“그럼 저를 따라오십시요.”
말과 함께 당두는 앞장을 섰다.
당두가 장수를 데려간 곳에는 일단의 무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한쪽은 황실의 무사들이었고, 다른 한쪽은 무림인으로 보였다.
행색이 가지각색이었는데, 중이나 도사, 그리고 거지와 여승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바로 구파일방의 고수들인 것이다.
‘저들이 구파일방의 절정고수들이구나.’
젊은 사람들과 중년인으로 이루어졌다.
중년인으로 보이는 자들은 절정고수였지만, 젊은 사람들은 절정고수라 하기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
아마 각 파의 신진고수들로, 이번에 경험을 쌓기 위해 데려온 듯했다.
10명의 절정고수라면 상당한 전력이다.
더구나 같은 구파일방이며 무림맹에 소속된 자들이기에, 큰 전력이 될 것이다.
무림을 영도하는 대문파인 구파일방이라 해도, 절정고수나 초절정고수가 많지 않다.
각 파에 초절정고수는 1명이나 2명밖에 없고, 절정고수 역시 2명에서 4명까지밖에는 없는 것이다.
당두는 구파일방의 고수들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구파일방의 절정고수들 중에 나이가 제법 되는 스님에게 인사했다.
“대협 인사드리겠습니다.”
“아미타불. 대인이시군요.”
승려는 당두를 향해 합장을 했다. 그는 구파일방의 절정고수들의 수장으로 보였다.
“예. 전에 말한 자를 데려왔습니다.”
“아. 호위무사를 말하시는 겁니까?”
승려의 말에 당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이미 장수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모양이었다.
승려는 장수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를 살폈다. 하지만 겨우 절정고수에 불과한 승려가 장수를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장수는 기도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에,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기 힘들었다.
더구나 전진심법과 선천기공 덕분에 고수라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저분이십니까? 아미타불. 정말 기도가 느껴지지 않는군요.”
승려는 신기해하며 장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다른 구파일방의 고수들도 장수를 쳐다보았다.
승려는 잠시 장수를 보다가 웃으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이런 실례를 했습니다. 제 이름은 무허입니다.”
“아. 무허 대사님이시군요. 제 이름은 장수입니다.”
장수는 포권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웃음이 나왔다.
전생에서라면 중을 보기만 하면 말보다는 주먹을 먼저 나갔었다.
이렇게 서로 점잖게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예. 반갑습니다. 실력이 대단하다고 들었습니다.”
“부족한 실력입니다.”
장수의 말에 무허 대사는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같이 호위 일을 할 텐데, 다른 분들을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무허는 말과 함께 다른 구파일방의 무사들을 소개시켜 주었다.
그들은 장수에게 호기심을 느끼며, 호의를 가지고 있는 듯했지만, 그게 다였다.
당두가 어떻게 소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장수가 명문정파의 제자가 아닌 이상, 그들의 관심을 끌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장수의 생각대로 나이가 많은 자들이 실질적인 호위 일을 맡았고, 젊은 자들은 교육을 시키기 위해 데려온 것이었다.
그랬기에 나이에 비해 실력이 뛰어났던 것이다.
각 파에서 영약과 함께 최고의 방법으로 수련을 시켰을 것이 분명했다.
무림맹에서는 이번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듯했다.
만약 조금이라도 위기의식이 있었다면, 각 파의 미래라 할 수 있는 후기지수를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워낙에 호송인원도 많고 경계가 삼엄하기에, 그들은 친목을 위해 각파의 영재들을 데려온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