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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264화 (264/398)

264편 - 자극을 받다

사람이 많아, 서로 통성명을 하는 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 하지만 그들을 기억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각 파의 특징이 너무도 뚜렷하기에, 문파를 헷갈릴 일이 없었던 것이다.

도가에 속한 문파들은 제법 헷갈렸지만, 앞으로 호위 일을 하면서 차차 얼굴을 익히면 될 일이었다.

무허는 소개가 끝나자마자 급하게 말했다.

“이런 시간이 늦었군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어서 출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자세한 것은 가면서 설명을 드릴 테니, 우선 서둘러 주십시요.”

마차와 말이 다가왔다.

각파의 무사들 중 일부는 말에 탔고, 나머지는 마차에 올라탔다.

장수에게는 말이 주어졌는데, 그는 노련한 동작으로 말 위에 올라탔다.

말을 타자 무허가 장수의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기본적인 것은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장수는 당두에게 기본적인 규칙을 들은 뒤였다. 혹시 바뀐 점이나, 구파일방만의 규칙이 있을 수도 있기에 들어 두어야 했던 것이다.

“그렇습니다.”

무허가 천천히 말의 고삐를 잡자, 말이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저희의 임무는 공주의 호위입니다. 그 외에는 딱히 할 게 없습니다.”

무허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구파일방이나 자신이 나선 것은 모두 공주의 호위를 위해서다.

여행 중에 공주에게 문제가 생기면 큰일인 것이다. 그들은 공주의 호위만 잘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각파의 절정고수들이 무림맹의 부탁에 따라 나서게 된 것입니다.”

“예.”

“특별한 일이 없는 한은 절정고수들이 경계를 서고, 다른 자들은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습니다. 즉, 경계 시간이 아니면 무엇을 하든지 상관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렇습니까?”

장수로서는 솔깃한 말이었다. 경계를 서지 않으면 무공을 수련할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에 동창과 금의위의 수장을 만나면서, 무공에 대한 장수의 열망이 평소보다 더 강해졌다.

초절정고수를 만나고 전의가 살아난 것이다.

“예. 사실 소협과 우리는 무림인으로서 지시를 받는다는 게 익숙하지 않지만, 편의를 위해 그러는 것이니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괜찮습니다. 오히려 저는 더 좋습니다. 그런데 근무는 어떻게 설 생각이십니까?”

“어차피 우리가 하는 일은 외부 경계입니다. 아미타불. 일반 무사들이 보지 못하는 자객들을 발견하는 것이 일이며, 야간에도 일을 해야 합니다. 그 모든 것을 감안하여 효율적으로 근무자를 편성했습니다. 일관성을 위해 우리가 계획한 것을 그대로 따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무허대사는 양해를 구하고 있지만, 사실 양해라기보다 거의 강요에 가까웠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근무자를 편성하셨습니까?”

“주간 근무와 야간 근무가 있습니다. 야간 근무는 3일에 한 번씩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야간 근무를 했을 때, 다음날 주간근무가 없습니다. 즉, 하루 종일 쉬고 다음날 주간에 근무를 서는 것입니다. 그리고 야간근무를 서지 않은 사람은 누구도 빠짐없이 근무를 서야 하는데, 한 시진에 한 번씩 교대를 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철저하게 하는 것은 아니고, 근무시간에 허용된 범위 내에서 움직이며 외부의 움직임에 신경을 써는 것이지요.”

매우 합리적인 방법이었다. 무허대사의 말대로라면 장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쉴 수가 있다.

“저는 좋습니다.”

“아, 한 가지 더 말을 하자면 근무시간이 아니더라도 멀리 갈 수는 없습니다. 웬만하면 호위의 임무에 충실해야 합니다. 그리고 비상시에는 무조건 공주의 곁에서 자객을 상대해야 합니다.”

무허대사는 그 외에도 몇 가지 규칙을 이야기했는데,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그대로 하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무허대사는 미소를 지었다.

“규칙만 지킨다면 그리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무허대사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무허대사는 장수와의 대화가 끝나자, 다른 구파일방의 무사들에게 갔다.

그가 사라지자 장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제 드디어 움직이는구나.’

장수는 상단 일을 하면서 호위 일을 해봤다. 군대와 함께 움직이면서 적들과도 맞섰다.

하지만 이렇게나 많은 호위무사들 틈에 끼어서 움직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 경우는 참여한 인원만 해도 몇 만이 넘는, 대규모 호위였다.

황실의 정예군인 어림군만 해도 몇 만은 되어 보였다.

그들은 정예병답게 장비가 훌륭했는데, 의전용이라서 그런지 갑옷에서 광이 나는 듯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병사뿐만 아니라 잡다한 일을 도와주는 보조병도 있었고, 무공을 익힌 무사들의 수도 제법 되었다.

학자로 보이는 자들이 마차에 탔는데, 그들은 각 성의 감찰을 맡은 감찰단으로 보였다.

장수와 구파일방의 절정고수들이 있는 곳이 중앙이었는데, 그 가운데에 고급스러운 마차들과 함께 공주가 있었다.

공주를 최측근에서 호위하는 것은 동창과 금의위의 절정고수들이다.

모두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었고, 수가 몇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 앞뒤를 지키는 것이 바로 구파일방과 무림맹에서 파견한 무사들이다.

그들 중 10명이 절정고수이고, 나머지는 절정에 육박하는 강자들이다.

장수는 나름의 평가를 내렸다.

‘그리 나쁘지는 않구나.’

공주의 보호를 하는데 제법 신경을 쓴 티가 났다. 이 정도 호위라면 웬만한 적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그만큼 전력이 훌륭했다.

장수가 그렇게 상황을 계산하고 있는데, 어디서 나는 지독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그는 급히 코를 막았다. 하지만 다가온 자를 보고 손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노린내와 음식 냄새가 복잡하게 뒤섞인 악취는 한 거지에게서 나는 것이었다.

그 거지는 구파일방에 속한 자로, 개방의 인물이었다.

거지는 말을 타고 있는 장수를 걸어서 따라오고 있었다.

그런데 경공술이 매우 자연스러워, 뛰고 있는데도 뛰는 것처럼 보여지지 않았다.

일반 보병들도 있기에, 말을 탄 감찰단은 속도를 그렇게 내지 않으며 행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걷는 것이 말을 타고 가는 것보다 빠를 리는 없었다.

그런데 이 사내는 여유로운 걸음으로 장수와 보폭을 맞추어 가고 있었다.

그는 웃으며 장수에게 말을 건넸다.

“소협, 반갑네.”

장수가 어려 보였기에 반말을 한 것이다.

그리고 거지의 무위는 절정고수였으며 나이가 제법 되었기에, 반말을 할 자격이 충분했다.

“반갑습니다.”

“그래. 자네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네.”

장수는 당두가 자신에 대해 어떤 말을 했는지 몰라, 무어라 할 말을 찾기 어려웠다.

그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 그러셨습니까?”

“그래. 그래도 부족한 점이 있어. 자신에 대해 스스로 좀 말을 해보면 안 될까?”

거지는 매우 부드럽게 말을 했다.

장수는 상대가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하는데도 기분이 전혀 상하지 않았다.

그는 말을 부드럽게 하는 방법을 많이 연구한 모양이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같이 움직일 사이인데, 자네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게 많아서 말이야.”

장수는 속으로 생각을 했다.

‘아. 신원조사를 하겠다는 건가?’

아무래도 정보를 모으는 개방이다 보니, 다른 자들을 대신해서 나온 것이 분명했다.

“어떤 것 말씀이십니까?”

“자네에 대한 군의 정보 중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아서 말이야.”

“예. 말씀하십시오.”

“자네의 사문이나 가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줄 수는 없는가? 황궁에서 보증을 선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미심쩍어서 말이야.”

이미 황궁에서 무당파와 석가장으로 사람을 보내 확인을 끝낸 상태다.

장수의 신원을 확실했다.

하지만 장수는 무림맹에 그 사실을 말할 수가 없었다.

만약 무당파가 사문이라고 하면 당장 무림맹에서 확인을 할 것이다.

절정고수는 꼭 필요한 재원이다.

장수가 속가제자라고 하더라도, 그에 걸맞은 직위를 줄 것이다.

무림맹에서 장수를 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무당파라는 사실을 알면, 바로 장수의 가문인 석가장에 대해서도 알려진다. 그렇게 되면 혈교에 알려지는 것도 순식간이다.

이 점을 우려한 장수는 황실에 자신의 신분을 무림맹에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죄송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 낭인이라는 건가? 그래도 사문을 밝혀야지, 그렇지 않으면 우리와 어울릴 수 없네. 누군지 근본을 모르는 자와는 상대를 하기 힘들거든.”

“그저 황실에서 파견한 자라고 생각해주십시오.”

“정말 이러긴가? 만약 자네가 황실에 소속된 자라면 여기가 아니라, 저쪽 공주를 최측근에서 호위하는 임무를 맡았겠지.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황실에서도 믿을 수 없는 자라는 소리야.”

“임무를 하는 데 있어서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음……. 하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 자네의 뜻이 그렇다면 알겠네. 하지만 생각이 바뀐다면 언제든지 말을 해주게.”

“알겠습니다.”

개방에서도 장수에 대한 자세한 것을 알고 싶을 터이다.

황실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한 절정고수이니, 조사를 해 볼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만약 회유가 가능한 자라면, 이쪽으로 포섭할 것임은 두말하면 입이 아프다.

그만큼 절정고수는 대단히 중요한 자원이다.

‘거리를 두겠구나.’

예측한 일이었다.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을 예상하고 많은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신분을 알리는 것보다 알리지 않는 쪽이 더 이득이기에, 끝까지 침묵했다.

게다가 황실이 부탁을 잘 들어주었다. 저들에게 장수의 정보를 노출시키지 않은 듯하다.

아무래도 장수를 영입하려는 꿍꿍이를 가지고 있기에, 외부에 장수라는 존재를 노출시키기를 꺼려한 것 같다.

구파일방의 무사들도 장수에 대해 말이 많았을 것이다.

절정고수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전통이 있는 문파가 혼신의 힘을 다해 키워야 절정고수가 되는 것이다.

영약의 힘을 빌리거나, 무공서를 이용해 고수의 경지까지 오를 수는 있지만, 절정의 경지는 그것만으로 이룰 수가 없다.

뛰어난 스승 밑에서 수련을 하고 생사를 가르는 수많은 실전을 경험해 봐야 겨우 올라설 수 있는 경지이다.

장수는 구파일방의 사람들이 자신과 거리를 두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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