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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267화 (267/398)

267편 - 호위

장수는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왕소의의 말에 반박하지는 않았다.

증거가 없으니, 상대가 영 믿을 것 같지 않아서였다.

게다가 마교가 공격을 해올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데, 어떻게 설득을 하겠는가?

“알겠습니다. 좀 더 주의를 하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장수는 왕소의의 말을 그렇게 새겨듣지는 않았다.

장수와 왕소의의 무력 차이는 엄청났다. 약자의 말을 강자가 들을 필요가 없었다.

또 장수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공주가 있는 마차에서 강한 기운을 느껴졌는데, 그 기운은 초절정의 고수만이 가질 수 있는 엄청난 내공이었다.

그는 황실에서 은밀히 초절정고수를 파견했다고 짐작했다. 황실의 무사들이 붙어 있기에, 누구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장수는 안심이 되었다.

초절정고수는 그 존재만으로도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가 있다.

그런 초절정고수가 호위를 하고 있기에, 장수는 안심을 할 수가 있었다.

왕소의는 장수가 변할 거라고 생각했다.

구파일방 중에서도 가장 막대한 세력을 가진 개방의 장로인 자신의 말을 들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개방의 장로를 화나게 하면 곤란한 일이 생긴다. 냄새나는 거지들의 괴롭힘에 시달리게 되니까.

그리고 장수가 무슨 일을 하던, 그것을 개방으로 보낼 테니 보통사람이라면 질려 버려 두 손 두 발을 다 든다.

더구나 개방은 명문정파이자 대문파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곳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그럼 나는 가보겠네. 자네의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겠네.”

왕소의는 말을 마치고 방 밖으로 나갔다.

왕소의가 밖으로 나가자마자, 장수는 다시 수련에 매진했다. 그는 왕소의의 말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그는 조금이라도 더 수련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한참을 수련을 하다, 장수는 밖으로 나갔다. 근무를 서야 할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성주가 있는 관사다.

건물이 크고 경계도 훌륭했다. 하지만 일반 자객들은 막을 수 있지만, 마교의 자객을 막을 정도는 안 되는 곳이었다. 덕분에 근무는 똑같이 이루어졌다.

공주가 있는 방은 황실의 호위무사가 경계를 섰다.

그들은 방에서 편하게 근무를 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잡담을 나누었다.

물론 그것은 장수가 호위를 설 방도 그랬다. 그들도 기분 좋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방 안으로 장수가 들어서자, 분위기가 삽시간에 가라앉았다.

행군을 시작한지 약 20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정파의 무사들에게 장수는 여전히 이방인이었다.

더구나 그가 도무지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말수도 없었기에 정파의 무사들은 장수를 기피했다.

그들은 장수와 근무 서기를 싫어했다.

방안에 있는 자는 개방의 젊은 거지와 왕소의다. 거지들과 근무를 서게 된 것이다.

이들과는 이번에 처음 근무를 서는 것이다.

약 20일 동안 야간 근무를 7번을 서면서 다른 자들하고만 근무를 섰었다.

장수는 근무를 불만스러워하지 않았다.

구파일방의 무사들은 정파이기에, 근무를 특별히 많이 서거나 적게 서지 않았다.

오히려 장수가 가장 적게 섰다.

근무를 설 때 의외의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것을 염려한 정파의 무사들이 앞다퉈 근무를 섰기에, 장수는 가장 근무를 적게 서게 된 것이다.

왕소의는 장수를 보며 말했다.

“왔는가?”

무림의 배분이나 위치를 생각할 때 대문파의 직전제자인 왕소의가 장수에게 하대를 하는 것은 당연했다.

“오셨소?”

어린 거지가 평대를 했다. 겉보기로 그는 장수의 또래로 보였다.

사실 장수는 이들에게 자신의 나이를 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장수의 나이를 이십대 중반으로 보고 있었다.

“예.”

“오늘은 달라진 모습을 보겠네.”

왕소의는 말과 함께 장수를 쳐다보았다.

“예. 알겠습니다.”

개방의 제자와 안면을 트면 상인에게는 큰 이익이다. 개방의 거지는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기에, 상인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사실 장수는 은자를 주고서라도 왕소의에게 정보를 얻어야 했다.

그리고 왕소의가 가진 정보도 파악해야 했다.

현재 무림맹은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의 대부분이 혈교가 조작을 한 것으로, 마교와 무림맹 사이를 안 좋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거기다 마교와 혈교의 동태도 알아야 했다.

왕소의에게 정보를 얻은 정보와 장수의 지식과 합쳐지면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대체 소협의 정체는 어떻게 되는가? 말해도 상관이 없는 것은 말을 해주게.”

자신이 먼저 신원을 밝히지 않는 이상, 더 캐묻지 않는 것이 원래 관행이었다.

특히 장수처럼 먼저 밝히기를 꺼려하는 자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같이 호위를 하는 상황은 예외다.

이런 상황에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감이 중요하기에, 어느 정도 자신에 대해서 밝혀야 했다.

그리고 왕소의가 원한 것은 장수의 모든 것이 아니라, 친목을 다질 정도의 정보다.

“저는 무인입니다. 무가 좋아서 무공 수련을 했습니다.”

무공이 좋다는 말에 왕소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무공을 좋아하네. 그 덕분에 본방의 핵심 고수가 될 수 있었지. 하지만 무공만을 좋아하면 오히려 발전에 장애가가 생기네. 무공이란 사실 사회 경험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거네. 벽에 막혔을 때 친우들이 큰 도움이 되지.”

벽이라는 말에 장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장수가 깨지 못한 벽은 화경의 벽이다.

전생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그 벽을 뚫을 수가 없었다. 아니, 방법은 있었다.

하지만 그 방법을 시도하면 죽는 다는 것을 알기에 차마 시행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마공을 익힌 자가 벽을 깨부수려 하면 대부분 죽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장수는 왜 그런지 이유를 알았다.

화경의 경지에서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내공은 오히려 짐이 된다.

경지에 올라가면, 통제가 안 되는 내공이 스스로를 공격하기에, 결국 죽는 것이다.

그 벽을 깨는데 친구가 도움이 될 리가 없다.

무공 수련은 철저히 혼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친구란 성취를 이루는 데 방해만 된다.

“그렇습니까?”

“그래. 그런데 자네는 벽을 넘었는가? 못 넘었는가?”

왕소의가 묻는 것은 절정의 벽을 말하는 것이다.

“저는 아직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장수가 말하는 벽은 화경의 벽이었다.

이미 초절정의 경지에 올라선 장수에게 남은 벽은 화경의 벽밖에 없었다.

왕소의는 장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정도만 해도 대단한 거네. 자네는 이십 중반쯤 된 것 같은데, 벌써 절정의 벽을 보고 있다면 대단한 경지라 할 수 있네. 필시 대단한 문파에서 명사의 교육을 받으며 상승무공을 익혔을 것이 분명해. 자네 사문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자네를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할 걸세.”

왕소의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제가 이 정도 경지에 들기까지 스승님의 공이 매우 컸습니다.”

“그래? 자네가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을 보니 강호상에서 대단한 명성을 얻으신 분인 것 같군. 그래, 그분의 명호를 알 수 있겠는가?”

그러나 장수는 이름을 말하지 않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분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주화입마에 걸려 본신의 무공을 모두 펼치시지 못합니다.”

주화입마라는 말에 왕소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저런…… 안됐군.”

“아닙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재기에 성공하실 거라 생각을 합니다.”

“그래. 그렇게 생각을 하다니, 장한 일이야. 그런데 자네가 익힌 무공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무공을 알아야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호흡을 맞출 수 있지 않겠는가?”

“제가 익힌 무공은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닙니다. 태극권을 조금 익혔습니다.”

“태극권이라고?”

왕소의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태극권은 실전에서 쓸 만한 무공이 아니다.

사실 왕소의도 장수가 무기를 들고 다니지 않기 때문에 권사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설마 정말 권사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태극권은 오래전에는 훌륭한 무공이었지만, 지금은 한물갔다.

시대가 변했고, 최근에는 과거의 무공보다 더욱 강한 무공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태극권은 익혀 봐야 큰 위력을 발휘하기가 힘들었다.

“그렇습니다.”

장수는 장법을 말할 생각은 없었다.

태극권이야 기본식만 봐도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며, 무당파에서 전래되었지만, 다른 많은 문파에서도 익히는 대중적인 무공이기에 정체를 숨길 수가 있다.

하지만 장법은 다르다.

장법은 내공심법이 가장 중요하다.

장법의 위력이나 형태, 펼쳐진 자국을 보면 대충 무슨 장법인지 알 수가 있다. 그렇게 되면 장수가 무당파 출신이라는 게 들통난다.

이곳에는 무당파의 제자들도 있다.

잘못하면 정체가 드러날 수도 있기에, 장법을 말하지 않는 게 좋은 것이다.

그리고 장수의 경지라면 태극권을 펼치면서도 그 속에 장법을 펼칠 수가 있다.

그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은 장법을 펼쳤는지 알 수가 없다.

장수의 말에 왕소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황당했다.

자존심 강한 황궁에서 특별대접을 하며 합류한 자라 그래도 실력이 제법 될 줄 알았는데, 겨우 태극권을 쓰는 권사라니.

거기다 절정의 경지도 넘지 못했다니,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황궁에서 절정도 안 된 자를 강하다고 오판을 한 것이 틀림없다.

개방에도 태극권보다 훨씬 강한 권법이 많다. 그리고 왕소의 역시 권법을 익혔다.

하지만 그를 포함한 대부분의 고수들은 적을 상대할 때 허리춤에 맨 타구봉을 사용한다.

무기를 쓰지 않으면 적을 상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권법은 아무리 많이 익혀 봐야 실전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거 큰일이구나. 이자는 전력이 아예 안 되겠어.’

절정고수가 아니라 절정급이라 해도 전력은 충분히 된다.

하지만 무기를 쓰지 않고 주먹을 쓴다는 것은 큰 문제다.

동네에서야 강자가 없으니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하수를 상대로 쉽게 승리를 거둘 수 있지만, 자신들이 상대하는 것은 마교의 흉악무도한 마두들이다.

그들은 기이한 마공을 익힌 자들이다. 그런 자들을 상대로 무기도 없이 싸우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자네 혹시 무기는 다룰 줄 모르나?”

당연히 다룰 줄 알았다.

장수는 웬만한 무기술은 어느 정도까지 익혔다.

하지만 장수의 두 주먹은 강력한 두 개의 무기고, 두 손바닥은 작은 산을 허물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 강한 힘을 지닌 손을 두고, 쓸데없이 무겁기만 한 무기를 들 필요가 전혀 없었다.

“잘 다룰 줄 모릅니다.”

권법이나 장법에 비해 무기술이 낮았던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겉멋만 잔뜩 든 중년의 거지보다는 무기를 잘 다룰 자신이 있었다.

“그래? 이거 큰일이군.”

왕소의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했다.

“그래. 좋다.”

왕소의는 뭔가 생각이 난 듯했다. 그러자 젊은 거지가 급히 말을 했다.

“사…… 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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