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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269화 (269/398)

269편 - 마교의 자객

어쩌면 왕소의가 진실을 말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런 중요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져 봐야 문제만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습니까?”

“그래. 만약 마교가 무림맹보다 강했다면 호전적인 그들이 지금까지 참고 있지만은 않았겠지.”

“그렇군요.”

“그래. 더 궁금한 게 있는가?”

장수는 왕소의에게 어떻게든 정보를 얻어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자진해서 말해 주겠다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예. 사실 저는 현 정세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대협께서 자세히 설명을 해주시니, 마치 목이 마를 때 물을 얻은 기분입니다. 좀 더 얘기를 해주십시오.”

“그래. 자네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이야기를 해주겠네. 사실 천하의 정보는 본방이 가장 정확하다고 할 수 있네. 마교가 본방을 무서워해서 오지 않는 다는 말이 있을 정도야. 방의 방도들만 해도 십만일세. 아무리 마교라도 그 숫자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지.”

왕소의는 기분이 좋은지 허풍을 떨었다.

개방의 방도는 천하제일이지만, 무력은 너무나도 약하다.

마교에서 개방을 신경도 쓰지 않는 게 진실일 것이다.

하지만 장수는 그런 것을 일깨워 주어 왕소의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짓을 하지 않았다.

“그렇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아닐세. 아, 자네에게 하나 더 말을 할 게 있다네. 아까 내가 말을 하지 않은 것이 있네. 자네가 오해할 수 있으니 말을 해주는 거네. 사실 황실의 무력이 가장 강하다 할 수 있네. 왜냐면 황실은 변방의 오랑캐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그 전력이 엄청나네. 그러니 황실의 전력이 가장 강하다는 것을 알아야 하네. 그리고 아까 말한 내용은 무림인에 대한 것이네. 황실에 무공을 쓰는 무림인의 숫자가 적을 뿐이지, 무장을 한 병사들이 나선다면 그 위력은 엄청나네.”

왕소의는 황실의 전력을 너무 낮게 말한 거 같아서 말을 덧붙였다.

“예. 알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궁금한 게 있으면 더 말을 해보게.”

“현 마교와 혈교를 뺀 세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좋아!”

왕소의는 웃으며 구파일방을 비롯한 오대세가, 그리고 비중이 있는 세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장수에게도 큰 도움이 될 만한 정보였다. 장수는 왕소의의 이야기를 기억하려고 애를 썼다.

“그렇군요.”

“그래. 도움이 되었는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 그럼 잘 되었군. 나 역시 자네처럼 강호 경험이 부족한 후배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어서 좋았네.”

“감사합니다.”

“그래. 나 외에 다른 사람들과 근무를 설 때도 말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네.”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그런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구먼.”

왕소의는 창 너머로 밖을 내다보았다.

멀리서 서서히 해가 떠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어느새 근무시간이 끝난 것이다.

장수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수련은 못 했지만, 기분은 썩 나쁘지 않았다.

왕소의 역시 기분 좋은 근무였다. 원래 그는 말을 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게다가 장수가 매우 집중을 해서 자신의 이야기에 경청했기에 만족했다.

그는 장수가 앞으로 달라질 거라고 확신했다.

싫든 좋든 앞으로 오랜 시간 동안 부대낄 사람이 바로 장수이니, 왕소의는 성격상 사이가 틀어진 채 지내고 싶지가 않았다.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래. 자네도 수고했네.”

그렇게 인사를 하는데, 근무 교대를 하러 구파일방의 제자들이 오는 모습이 보였다.

왕소의가 눈짓을 했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라는 것이다.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과의 관계에 어느 정도 시간을 투자해야겠구나. 이들에게서 얻는 정보도 정말 중요한 내용이다. 그러니 근무를 설 때 만큼은 신경을 써야겠구나.’

장수에게 이들과의 관계를 진척시켜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장수는 먼저 근무를 서러 온 구파일방의 제자들에게 말을 걸었다.

“오셨습니까?”

장수가 밝은 표정으로 말을 하자, 근무를 서러 온 자들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예. 소협도 오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장수는 그들과도 짧게 담소를 나누었다. 그렇게 한참을 얘기를 한 후에, 장수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수련을 하기 시작했다.

일단의 복면인들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멀쩡한 땅을 파서 몸을 숨기거나, 나무의 속을 비우고 그 구멍에 숨는 등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모두들 임무는 숙지했겠지?”

조장으로 보이는 자의 말에 복면인들이 대답했다.

“예.”

말을 하면서도 그들은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열심히 할 일만을 했다.

“임무를 다시 한 번 알려주겠다. 첫 번째, 지정된 첫 번째 신호가 나오면 모두 지급받은 혈단을 먹어라. 그리고 즉시 운기행공을 해라. 그리고 두 번째, 신호가 나오면 일조부터 지정된 목표를 향해 달려들어라.”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신호가 나오거나 붙잡히면 자신이 소유한 단검으로 자신의 목을 뚫어라.”

매우 간단한 임무였다.

하지만 그 내용은 쉽게 생각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복면인들의 수는 20명이었다.

모두 고수의 경지에 이른 자들로, 이들이 혈단을 먹으면 절정고수에 준하는 힘을 발휘할 수가 있다.

암습을 당하는 자는 암습을 당했음을 알지도 못하고 죽을 것이다.

혈단이라는 것은 몸의 잠력을 사용하는 것이기에, 복용자는 잠력을 모두 사용하고 폐인이 되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들은 혈단 사용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잡히면 죽으라는 명령을 내렸는데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런 점만 보면 이들의 소속은 명확해진다.

바로 혈교이다.

이들은 아주 강하게 세뇌가 된 자들로, 자신의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조장 역시 초점이 흐릿하고 표정이 멍한 것이 정상은 아니었다. 그 역시 세뇌를 받은 것이다.

그는 자신이 매복한 곳을 손질하면서 말을 이었다.

“임무를 다시 한 번 말하겠다……”

* * *

산서에서의 일이 끝나는 데 5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공주가 포함된 감찰단의 임무는 각 성을 감찰하는 것으로, 보통 시간이 많이 걸린다.

5일도 넉넉한 시간은 아니었다.

많은 학자와 관리가 관서에 있는 서류들을 모두 면밀히 검토하며 쉬지 않고 일을 해, 일이 겨우 끝난 것이다.

장수는 그 동안에 다른 구파일방의 제자들과 많이 친해질 수 있었다.

모두 개방의 장로인 왕소의가 나서준 덕분이었다.

장수는 왕소의가 마음에 들었다.

대문파의 제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일반인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내는 등, 사람이 참 좋았다.

그에 대한 장수의 호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져갔다.

“자, 출발하겠습니다.”

감찰단의 호위를 맡은 사공표(司空票) 장군이 외치자마자, 부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파일방의 제자들도 부대에 맞춰 전진하기 시작했다.

이제 산서에서의 감찰이 끝났으니, 섬서로 가야 했다.

부대는 느긋한 마음으로 진군했다. 이 정도 전력에 함부로 덤빌 수 있는 세력은 없다.

더구나 마교가 있는 신강과도 멀리 떨어져 있고, 근처에서 적이 발견되지도 않았으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부러 전령을 사방으로 보내면서 감시를 하고 있으니, 문젯거리는 없었다.

그것은 무림맹에서 파견한 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마교라 하더라도 대규모 호위단을 습격하는 미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구파일방의 제자들은 친교를 나누며 여행 온 기분으로 호위 일을 즐겼다.

하지만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는 자가 있었다. 바로 장수였다.

‘이제부터 신경을 써야겠구나.’

섬서로 향하는 길이니, 이쯤에서 한 번쯤 혈교의 반응이 있을 법하다.

이 정도로 북경에서 떨어지면, 어지간한 일이 벌어져도 되돌아가지는 못한다.

돌아가려고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거리다. 도망치는 중에 공격을 하기도 쉽다.

공격하기에 딱 좋은 기회이다.

공주의 호위 전력은 서류로 알 수 있지만, 이 중에 강자가 감추어져 있을 가능성도 높다.

그런 자들의 존재 유무를 파악해야 암살도 쉬워진다.

그러니, 강자가 있는지 알기 위해서라도 그들은 공격을 해올 것이다.

‘과연 어떤 방식으로 공격을 할까?’

장수는 혈교가 어떤 방식으로 공격을 할지가 궁금했다.

혈교에게 이번 공격은 버리는 수다.

황실 호위의 전력을 가늠하기 위한 공격이니, 전력을 쏟지는 않을 것이다.

거기다 혈교는 절정고수가 부족했다.

원래는 절정고수가 부족하지 않았지만, 장수에 의해서 많은 절정고수가 죽임을 당하고 그렇게 되어 버렸다.

단기간에 절정고수의 수를 늘릴 수가 없으니, 절정고수 없이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어떤 공격이든 다 막아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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