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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271화 (271/398)

271편 - 마교의 자객

힘을 잃은 자객들을 쓰러뜨리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절정고수들은 생포를 위해 그들을 점혈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자객의 입가에서 어느새 검은 피가 흘러내렸다.

“이…… 이런……”

절정고수들은 당황했다. 설마 자진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어…… 어떻게 된 거냐? 자진을 하다니?”

절정고수들은 황당해하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죽은 자객들을 되살릴 수는 없었다.

자객은 잡히게 되면 자살을 하도록 세뇌를 받았다. 그랬기에 아무 망설임 없이 자살을 한 것이다.

“한 명이라도 잡아라. 그리고 입에 재갈을 물려 자살을 하지 못하게 해라.”

고함도 소용이 없었다.

이미 모두 죽은 상황이었다.

그것은 황실의 절정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자객들을 붙잡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구파일방의 제자들은 황당해했다.

그들은 마교의 절정고수들이 갑자기 자살을 선택한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싸울 때 무서운 무위를 보인 것으로 보아, 오랜 시간 동안 수련을 한 자들 같았는데, 이렇게 아무런 망설임 없이 자살을 할 줄은 몰랐다.

장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혈교의 자객들을 보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지금 죽은 자들은 세뇌가 심하게 걸린 자들이다. 자유 의지가 없는 자들이다.

이렇게 만들기는 혈교로서도 가장 힘든데다, 한 번 쓰고 버릴 수밖에 없어, 많이 만들지도 않은 것이다.

명령을 받자마자 자살을 할 정도로 세뇌를 시키기도 어렵지만, 그만큼 의지도 약해져서 일을 시키기도 힘들다.

장수에게는 남 일이 아니었다. 그 역시 초절정고수가 되기 전까지는 세뇌에 걸린 채 혈교에서 시키는 대로 임무를 수행했었다.

그렇게 그가 감상에 젖어 있는 동안, 왕소의가 크게 외쳤다.

“아무리 마교라 해도 절정고수가 남아 돌리는 없을 텐데, 임무에 실패했다고 자살을 하다니. 말도 안 돼!”

절정고수를 키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만약 마교에서 절정고수를 속성으로 키우는 방법이 있었다면, 천하는 벌써 마교의 것이 되었을 것이다.

장수는 이들이 절정고수가 아닌 고수이며, 환단과 특수한 방법으로 절정고수에 가까운 무위를 발휘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설명을 해줄 수는 없었다.

‘어떻게 판단을 내릴까?’

판단 능력도 전력이다. 황실과 구파일방의 무사들이 옳은 판단을 내리면 장수도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된다.

왕소의를 비롯한 절정고수들이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들은 목소리를 낮추거나 중요한 이야기는 손짓으로 표현했기에, 장수는 그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중에 말해 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 사이에 다른 사람들은 마교의 자객들로 인한 피해를 확인하기 위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희생자는 대부분 병사들이었다. 처음 공격을 받았을 때 많은 병사들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자객들은 빠르게 움직이면서 갑옷에서 노출된 부위에 검을 찔러 넣었다.

더구나 검기를 사용했기에 병사들은 감히 막을 수가 없었다.

일반 무사들 역시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구파일방의 고수들과 황실의 고수들은 약간의 상처만 입었지, 피해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때 구파일방의 제자 중 한 명이 급히 앉더니 가부좌를 틀어 운기조식을 했다.

“젠장, 독이다.”

운기조식을 취하는 자의 신체에 검은 점이 나타났다.

그것을 보니 독에 중독됐음이 확실했다. 그 말과 함께 다른 자들도 급히 운기를 하기 시작했다.

독에 당한 것이다. 자객들이 검에 독을 바른 것이다. 사실 자객들이야 암살을 하기 위해 왔으니, 독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들은 검기를 선보이는 자객들이 설마 독을 사용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기에 방비를 하지 않은 것이다.

멀쩡한 자들이 급히 자객이 들고 있던 검을 확인했다.

그리고 의원이 급하게 와서 검에 쓰인 독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분위기가 변했다.

병사들만 죽고 고수들은 큰 피해를 입지 않은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았다. 모두 침울해졌다.

의원들이 나섰기에 피해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내상을 입었기에 당분간은 내공을 쓰기가 힘들어 졌다.

의원들이 독에 중독된 자를 치료하는 사이에, 절정고수들이 의견을 나누었지만, 그리 좋은 결과를 내지는 못했다.

왕소의가 구파일방의 고수들을 한 자리에 모아 이렇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마교의 자객들 때문에 많은 피해를 입었다. 지금까지 파악한 것으로 봐서는, 녀석들은 절정고수는 아니고 마교에 의한 특별한 대법으로 검기를 사용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니 우리가 상대한 자는 절정고수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앞으로 자객을 상대할 때는 작은 상처도 입지 않도록 주의해라. 상처를 입으면 독에 중독이 되니, 작은 상처라도 입으면 안 된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제법 날카로운 판단이었다. 자객들이 절정고수가 아니라는 사실만 파악해도 대단한 것이다.

하긴, 그들 역시 절정고수이니 자객들의 이상한 점을 쉽게 파악했을 것이다.

왕조의는 계속해서 황실의 무사들과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서 일행에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왕조의 역시 이번 공격에 당황했는지, 말을 하면서도 땀을 흘렸다.

그렇게 말을 끝내고 나자 왕조의는 구파일방의 제자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피해가 크니 우선은 이곳에서 대기를 한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이곳을 벗어나 도시까지 갈 것이니, 준비를 단단히 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모두들 대답을 하고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체를 묻는 일을 하거나 자객의 수법을 파악해야 했기 때문이다.

장수는 모든 행동이 만족스러웠다. 그가 보기에 제자들의 행동은 모두 적절했다.

‘과연 혈교는 어떻게 반응할까?’

그들은 임무에는 성공하지 못했어도, 어느 정도 성과는 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감찰단의 병사들만 죽이고 고수들 몇 명을 일시적으로 전투불능으로 만든 거 이외에는 성과가 별로 없다. 한 번 더 반응을 살피러 올 가능성이 높았다.

* * *

혈마는 조급해했다. 이번 일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그는 결과를 어서 빨리 알고 싶었다.

그때 군사가 급하게 달려왔다.

“혈마시여.”

“그래. 어떻게 되었나?”

“그게. 예상 외로 감찰단 쪽 호위가 강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객들로 녀석들의 수준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

혈마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 임무는 사실 어떻게 되어도 이득이다.

작전이 성공하면 마교에 죄를 뒤집어씌울 수 있다.

또 임무에 실패하더라도, 상대방의 전력을 줄여놓았으니 그것으로 충분했다.

만약 적의 주력에 타격을 입히지 못하더라도, 적을 방심시킬 수 있기에 어떻게 되든 혈교 쪽에는 이득인 작전이었다.

혈교에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임무를 진행시켰기에, 이번 계획 자체가 실패할 일이 없었다.

“예. 혈단을 복용한 자객들이 무림맹과 황실의 절정고수들과 싸웠는데, 쉽게 제거되었다고 합니다. 그것을 보니 전력이 예상보다 강한 거 같습니다. 따로 숨겨둔 전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좀 더 강한 전력을 파견해야 할 거 같습니다.”

“그래?”

“예. 폭인의 폭발범위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 자리에 초절정고수가 있다면 폭발을 피하면서 도망칠 수 있기에 계획에 차질이 생깁니다. 그리고 공주만을 빼내서 다시 북경으로 돌아간다면 작전은 그대로 실패가 됩니다.”

중요한 것은 호위단에 초절정고수가 있는지 없는지를 파악하는 일이다. 초절정고수를 제거할 수만 있다면 공주를 죽이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렇단 말이지?”

“예.”

“이럴 때 비밀 무기를 써야 하는데……”

혈마로서는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많은 절정고수를 잃었기에 대업을 진행하는 속도가 느려졌다.

더구나 비밀병기 완성되기까지 아직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공주를 암살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써야 했다.

“안타깝게도 진행이 아직까지도 덜 되었습니다. 하지만 조속한 시간 안에 완성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지. 완성이 안 되었으니 조금 더 기다려야겠지. 그럼 다음 방법은 무엇인가?”

혈마의 말에 군사는 급히 서류를 혈마에게 건넸다.

“다음 작전에서는 이번보다 더 많은 자객을 동원할 계획입니다.”

“그래? 그 정도의 자객이 있었나?”

“급이 떨어지는 자들로 숫자만 맞춰서 공격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중원에 있는 마인들과도 연락이 되었습니다. 이번에 공격에 들어가면 마인들이 공격을 가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호위단의 무력이 강하다고 해도 승산이 있습니다.”

“그래? 얼마나 많은 마인들이 참여했는가?”

“절정고수가 3명이고 고수들이 30명인데, 그중 7명은 극에 달한 자들입니다.”

“그래? 상당한 전력이군.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할 텐데?”

혈마의 말에 군사는 미소를 지었다.

“그들에게 마단을 건넸습니다. 그리고 신병이기와 군에서 입수한 천뇌를 주었습니다.”

마단과 천뇌라는 말에 혈마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단이야, 그런 쓸데없는 것들을 쓸모 있게 만들어 주지만, 부작용은 해결되었는가?”

혈마의 말에 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위력은 줄어들었지만, 그만큼 생존 기간이 길어졌습니다. 그리고 대량의 내공을 쏟아 내면 그때부터 전신의 내공을 모두 소모할 때까지 멈출 수가 없게 됩니다.”

“그래. 그런데 천뇌는 녀석들에게 너무 과분한 게 아닐까?”

천뇌는 폭탄이다. 웬만한 언덕은 평지로 만들 위력을 가지고 있다.

“천뇌가 터져야 증거를 없앨 수 있습니다. 이번에 보낼 자객들은 세뇌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폐기 처분해야 하는 자들입니다. 그런 자들이라 자살을 안 할 수도 있습니다.”

“아. 실패작을 쓰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원래 이런 임무에는 성공한 작품만 보내지만, 워낙 중요한 일이라 작업장에 특별히 지시를 내린 상태입니다. 그래서 폐기 처분하기로 한 폐급을 지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정신이 아예 망가진 녀석도 있습니다.”

“그래. 하지만 천뇌가 터지더라도 살아남은 폐물들은 어떻게 할 건가?”

“그들을 죽이기 위해 자객들 중에 성공작들도 포함시켰습니다. 그들은 죽은 척 하다가 살아남은 폐급이 있으면 암살할 것입니다.”

“그래. 군사의 말을 들으니 이번 계획은 문제가 없어 보이는군.”

“그렇습니다.”

혈마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군사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마인들은 어떻게 할 셈인가? 그들 중에는 생존자가 있을 텐데?”

“예. 그들은 일부러 몇 명은 살려둘 셈입니다. 그들은 마교가 자기들을 부른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에 오히려 증거가 되어줄 것입니다.”

혈마로서는 만족스러운 계획이었다.

“이 정도라면 공주를 죽일 수 있겠군.”

“그렇습니다. 그리고 계획이 실패한다고 해도 폭인이 있습니다. 폭인에 대한 세뇌 작업도 마쳤기에 목표를 지정해 주면 됩니다. 만약 호위단에 초절정고수가 있다면 폭발력만 올려주면 될 것입니다.

폭인에게는 초절정고수를 상대할 비장의 수법이 있다. 그 방법을 쓰면 초절정고수를 제거할 수가 있다.

“좋아. 바로 시행을 하게.”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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