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고수-274화 (274/398)

274편 - 두번째 자객

* * *

행선지가 정해지자 감찰단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정도의 호위라면 문제가 없을 줄 알았지만, 마교의 자객이 이렇게나 강할 줄은 생각도 못했기에 북경으로 돌아가려고 한 것이다.

더구나 무림맹에 공문을 보내 각지에 있는 구파일방에도 협조공문을 보낸 상황이었다.

감찰단에 가장 가까운 문파는 종남파와 화산파가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증원무사를 보내주기로 했지만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구대문파라 해도 거기서 보내줄 수 있는 무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랬기에 두문파의 전력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였던 것이다. 이제는 최대한 빠르게 북경으로 돌아가는 것이 방법이었다.

“전군 급속행군을 하라!”

이미 전 마을에는 중요하지 않은 자들은 대부분 남으라는 지시를 내린 상태다. 지금은 전시라 할 수 있기에, 싸울수 없는 자들은 도시에 남는 쪽이 더 나았다.

하지만 직위가 있는 고위 관부들은 감찰단에 그대로 남았다. 아직까지 마교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교가 감찰단 자체를 노리는 것인지 아니면 공주 개인을 노리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만약 전자라면 고위 관리들의 목숨을 노릴 수도 있기에 그들이 안전하도록 해야 했던 것이다.

마교의 마인들은 워낙 잔인했기에 무엇을 노리는 지도 명확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공주가 있는 상황에서 중요도가 떨어지는 관리와 학자들까지 신경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부상을 당한 구파일방의 고수들도 남겼다.

사실상 그들은 전력이 되지 않았으며 방해만 되었던 것이다. 사실 마교 역시 감찰단에 집중하기에 차라리 마을에 남는 쪽이 더 나을 수도 있었다.

감찰단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불필요한 것들은 마을에 남겨두었기 때문에 속도도 더 빨라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병사들이나 무사들은 불안한 마음을 멈출 수 없었다. 마교의 전력이 이외로 강하다고 느낀 것이다.

장수 역시 긴장을 하고 주변을 살폈다. 혹시라도 가는 길에 자객이 있을 수 있기에 확인을 해야 했던 것이다.

다른 무사들 역시 말을 거의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봐서는 긴장을 얼마나 많이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때 왕조의가 장수에게 다가왔다.

“휴. 보통 일이 아니군.”

왕조의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래. 마교가 왜 이런 짓을 벌이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

왕조의를 비롯한 대부분의 무사들은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마교가 감찰단을 공격하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그들이 공주를 위주로 호위를 한 것은 공주가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기에 호위를 한 거지, 사실 마교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지도 못했던 것이다.

무슨 일이든 원인과 결과가 있다. 마교가 무엇을 노리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이런 식으로 해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컸다.

감찰단은 각 성을 감찰하는 임무를 가졌지만 마교가 신경을 쓸 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감찰단에 중요한 인물이라고는 공주밖에 없었다. 하지만 공주를 납치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천하를 노리는 마교가 공주를 납치해서 금이나 은 따위를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고, 사실 공주가 그 정도로 중요한 직위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선전포고를 하려고 해도 공주가 없어도 선전포고문을 발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런데 굳이 공주를 노리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만약 마교가 노릴 거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더 많은 준비를 하던지 아니면 공주를 내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예. 그렇습니다.”

“후…… 이번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을지……”

그나마 마을에 남겨진 자들은 살아날 확률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공주를 호위하는 자들 중 많은 자들이 마교의 습격을 받고 죽을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마교가 공격을 안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절정급 자객으로 공주를 노린 상황에서 다시 공격이 없을 거라고 낙관할 수는 없었다.

“예.”

“그런데 자네는 걱정이 되지 않는가?”

의외의 말이다. 왕조의의 말에 장수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자네가 이상할 정도로 침착해서 말이야.”

장수도 물론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장수는 다른 사람과는 틀린 게 있었다.

바로 본신 무력을 믿었던 것이다.

화경의 고수가 아니면 장수는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리고 화경의 고수라고 해도, 도망을 칠 자신이 있었다.

그뿐 아니라 공주를 호위하는 황실의 무사들 중에서 초절정고수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장수는 다른 이들에 비해 여유로웠다.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보다 태연해 보이는 것이지, 저 역시 속으로는 걱정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래? 이상하군. 사실 자네는 다른 자들과는 다른 거 같아. 무공 실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아 보이지만, 움직임에는 알 수 없는 여유가 보이거든. 거기다 생명이 위험한 상황인데도 태연한 것을 보면 믿는 구석이 있어 보여.”

“믿는 게 있으면 좋겠습니다.”

왕조의는 장수를 유심히 살펴봤다.

“이상하게 자네 옆에 오면 마음이 안정되는군. 그래서 자네와 말을 더 하고 싶은 건지도 몰라.”

“글쎄요?”

왕조의는 고개를 흔들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내가 신경이 예민해서 그런 건지도 모르지. 주의를 잘 살피게. 언제 마교의 자객이 나타날지 모르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왕조의는 다시 다른 자들에게 가자, 장수는 생각에 잠겼다.

‘하긴,정파의 무사들도 생각이라는 것을 하겠지. 이번에 마교의 일이 의심스럽다고 말이야. 하지만 공주가 죽는다면 아무리 의심이 들어도 마교와 전면전을 펼쳐야 해.’

장수는 이런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에 답답함을 느꼈다.

만약 장수는 이들을 지휘하며 당장 문제를 해결할 자신이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다른 자들은 모두 내버려 두고 절정고수들만으로 조를 짜서 공주를 데리고 북경으로 간다면 혈교로서는 대응을 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구파일방의 제자들이나 황실의 무사들은 그런 것을 알지 못하기에, 혈교를 상대하면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적의 숫자가 얼마이고 어디서 매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며, 심지어 적이 누구인지 오해하는 상황이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이 정도 대응을 하는 것도 훌륭한 거라 할 수 있었다.

‘다음 공격은 언제가 될까?’

현재 정찰을 도는 병사들의 수가 2배로 늘어난 상태다. 그리고 진로를 계속 바꾸기에 매복을 하기에도 적합하지가 않았다.

혈교는 야간에 공격을 할 것이다.

그게 오늘이 될지 내일이 될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쯤이면 혈교에서도 결단을 내리고 시행부대가 움직였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밤이나 내일 밤쯤에 공격이 시작될 거라고 생각했다.

공격이 시작되면 정신이 없을 것이다.

혈교는 실패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세우기에, 그들의 공격에서 쉽게 벗어날 수가 없다.

어떤 방법을 쓸지도 예상되지 않는다.

분명 공주를 호위하는 초절정고수가 있다는 가정하에, 특별한 방법으로 움직일 텐데, 장수도 그 방법이 무엇인지 도통 짐작이 가지 않았다.

장수는 천재가 아니다. 전생에 혈교에 있었던 기억을 토대로 혈교의 움직임을 예측하기에, 정보가 부족한 부분은 막힐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왕조의에게 여러 가지 말을 들었기에 전체적인 대응법이 생각났지만, 그게 다였다. 현재로서는 지켜보는 것밖에 수가 없다.

긴장을 유지해야만 했다.

그리고 경계를 해야 했기에 따로 무공 수련을 할 수도 없었고, 주변에 왕조의도 없었기에 이야기를 할 상대도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구파일방의 제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분위기도 아니었다.

지금은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야 했다.

‘지루하구나.’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순간이다. 장수도 이렇게 최근까지 시간을 보냈던 적이 없었다.

그전에는 업무에 치이고 시간이 나면 무공 수련만 했기에 항상 바빴던 것이다.

그런데 언제 올지 모르는 자객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 밤이 찾아왔다.

사실 감찰단을 호위하는 부대의 장군은 무리를 해서라도 북경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지친 병사들을 무리하게 움직이는 것은 무리였다.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하게 해야 했다. 그들은 휴식을 취할 준비를 했다.

사실 병사들은 지금 상황에서는 전력이 되지 않았다.

습격하는 자들이 체력을 뺐는 역할을 했지만 병사들만으로는 성과를 낼 수가 없다. 현재 실질적으로 중요한 자들은 무림맹과 황실의 절정고수다.

절정고수들과 고수들은 야간에도 경계를 서야 했다. 물론 잠깐씩 휴식을 취하기는 하겠지만, 몸의 피로를 풀 정도는 아니었다.

장수 역시 한쪽에서 근무를 서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눈빛이 번쩍였다.

‘왔다.’

장수는 멀리서 자객들이 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객들은 이번에는 밤을 노려 기습을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환단을 먹고 운기조식을 취했기에 몸속에는 마기가 넘쳐흘렀다.

더구나 수가 많아서 장수는 멀리서도 녀석들을 느낄 수 있었다.

장수는 느꼈지만 보통의 병사들이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자객들은 복면을 쓰고 옷은 야행복을 입었는데 경공술 자체가 소리가 적고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게 만들어 주기에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면 병사들의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다.

장수는 목소리를 변성했다.

그리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대부분 장수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자신의 일에 열중을 하고 있었다.

더구나 장수와 다른 무사들과는 거리도 떨어진 상태였기에 움직임이 들키지 않을 것 같았다.

장수는 다른 자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앞으로 나간 후에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변성된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적이다!”

매우 큰 목소리였다. 그리고 장수는 은신술을 발휘해 원래 있던 자리에 자연스럽게 돌아왔다.

적이라는 말이 울려 퍼지자 가뜩이나 긴장을 했던 병사들과 무사들은 인상을 쓰며 적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방으로 횃불이 만들어졌다. 자객이 나타난 것으로 알고 불을 붙인 것이다.

갑자기 사방이 밝아지자 자객들이 보였다. 원래라면 좀더 가까이 간 뒤에야 알아차릴 상황이었다.

그때라면 자객들이 근처의 경계를 서는 병사들을 잠재우고 움직이면서 최대한 들키는 것을 막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계획이 틀어졌다. 정체가 들어난 이상 실력을 발휘해야 했던 것이다.

“죽어라!”

자객들은 미친 듯이 병사들을 학살했다.

자객들이 숫자는 30여 명이었고 그들 모두 검기를 발산했다. 모두 절정고수인 것이다.

병사들 중에는 고수급인 자들이 있었고, 단단한 철로 만든 무기를 들고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자객들이 검기를 씌운 검을 휘두르자, 병사들은 그대로 썰려 나갔다.

“으아아악!”

“괴물이다!”

병사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같은 칼로도 자객들이 휘두르는 검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자객들이 휘두르는 검은 신병이라도 되는 것처럼 막아서는 것은 무엇이든 거침없이 잘라버렸다.

그게 방패든 갑옷이든 사람이든 남김없이 잘라버리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구파일방의 무사들은 그 모습을 보고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이를 악물었다.

그들은 이 자리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들이 벗어나면 공주를 호위하는데 큰 구멍이 생긴다.

그리고 병사들이 임무 역시 공주를 호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다 해도 어쩔 수가 없었다. 군인이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직업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너무 잔인했다. 그리고 일방적이었다.

갑옷과 방패로 완전무장한 병사들이였지만 자객들을 막아 낼 수가 없었다.

장수역시 눈이 크게 떠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혈교의 능력이 너무 대단해서였다.

저들을 강하게 만들 정도로 환단을 많이 만든 것도 대단했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세뇌가 된 자객이 저렇게나 많은 것도 대단했다.

저 정도라면 웬만한 문파도 제압을 할 수가 있다.

그때 구파일방의 무사 1명이 달려 나갔다.

“안 돼! 돌아와.”

병사들이 학살당하고 있었지만 임무는 임무였다.

지금 중요한 것은 공주의 호위이지, 병사들을 살리는 게 아니다.

그리고 전략 상 병사들은 희생될수록 더 유리했다.

완전무장을 한 병사들을 베는 것은 상당한 내공을 소모한다. 자객들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내공소실은 분명히 있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제압을 하기가 쉬워진다.

하지만 정파의 무인들은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눈뜨고 보지 못했다.

그랬기에 뜨거운 피를 가진 협객 한명이 앞으로 나선 것이다.

그게 신호였다.

정의감에 똘똘 뭉친 무사들이 앞을 다투어 자객들을 상대하기 위해 나섰다.

하지만 무모한 짓이었다.

절정고수로 추정되는 자객들이 30여 명이었다. 그에 반해 절정고수가 아닌 무사 20명으로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장수에게는 기다렸던 기회였다. 자신이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적들을 제압할 순간이 되었던 것이다.

무사들이 자객들을 공격할 때 눈에 띄지 않게 도울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이다.’

장수 역시 무사들 틈에 끼어 자객들에게 달려들었다.

절정고수들은 눈을 돌렸다.

그들 역시 가슴이 쿵쾅거렸다. 당장이라도 자객들을 막아 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무거운 책임감이 있었다.

눈앞의 병사들이나 각파의 후기지수를 지키는 것도 중요했지만, 공주를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숨이 막혀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정파의 무사며 협객이다.

그리고 의와 협을 중시하는 무림인이다.

공주를 구하는 중요한 임무가 있지만,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학살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절정고수 중 반이 자객들을 상대하기 위해 앞으로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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