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5편 - 두번째 자객
무림맹의 절정고수들이 뛰쳐나가자 상황은 바뀌었다.
그전까지 자객들이 상대하던 자들은 무림인이 아닌 일반 병사에 불과했다.
병사들을 숙련된 자객들의 검기를 막을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하지만 절정고수들이 전장에 참가하자 전황은 빠르게 뒤바뀌었다.
아무리 자객들이 절정급의 능력을 지니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절정고수의 깨달음이나 실전경험을 가진 것이 아니였기 때문에 절정고수보다는 실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자연히 일반병사들을 학살하던 자객들의 움직임이 느려질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무림맹의 절정고수들의 무위나 깨달음은 자객들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무림맹의 고수들은 적은 내공을 사용하면서도 자객들의 검기를 수월하게 막아냈고 반대로 자객들은 검기를 쓰는 요령을 제대로 모르기에 내공만 허비할 뿐이었다.
하지만 자객들도 쉽사리 밀리지 않았다. 그 이유는 숫자 때문이다.
원래 절정고수라는게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고된 수련과 연단의 시간을 거쳐야 간신히 이룩하는 경지이다.
일반적으로 중소문파에서 절정고수가 차지하는 위치는 장로급이다. 한마디로 최정예의 병력이란 소리다.
당연히 호위에 참여한 자들의 숫자도 많지 않았고 지난 습격에서 자객들에게 독을 당해 무공을 쓸 수 없게 된 절정고수도 제법 되었다.
그 상태에서 공주를 호위할 절정 고수가 숫자가 많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적의 숫자는 무려 오십 여명이었다. 거기에다가 그들은 하나같이 절정‘급’의 무공을 펼칠 수 있었다.
비록 진정한 절정의 무인이 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내공과 무공은 절정의 것임은 틀림이 없었다.
이러한 종류의 무공은 대부분 시전자의 생명력을 담보로 하여 강력한 파괴력을 내는 것이 대부분이다.
즉, 진신지기를 사용하는 무공인 것이다.
어쨌든 무림맹의 무인들은 자객을 상대로 고전하고 있었다. 전황을 뒤집힐 만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많은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장수 역시 무림맹의 절정고수들과 함께 자객들을 죽이고 있었다.
장수는 자객이 펼치는 검법을 피해 가볍게 자객의 가슴부위로 쇄도했다.
“윽…….”
장수는 이미 초절정의 반열에 들어섰다. 거기다 장법에 대한 깨달음도 제법 얻은 상태였기에 과거와는 무공 수준이 수준이 달랐다.
그는 가볍게 주먹으로 내리치는 것처럼 움직이다가 자객의 복부에 장력을 발했다.
퍽-
자객은 그대로 날아가 땅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가벼운 한 수로 끝이 났다. 바닥을 나뒹구는 자객은 정신을 잃은 듯 미동도 없었다.
간단하게 자객을 처치한 장수는 다른 자객에게 달려 들었다.그러자 자객은 검기가 맺힌 검으로 장수에게 휘둘렀다. 하지만 가볍게 피한 장수는 태극권을 펼쳐 검의 공세를 다른 방향으로 전환시켰다. 그러자 옆에 있던 자객을 향해 검이 움직였다.
쉬이이익
자객이 절정급 무공을 펼친다고 해서 절정급의 제어력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정상적인 절정고수라면 힘이 방향이 틀어지는 순간 어느 정도 공력을 제어하여 후퇴하는 것이 당연한 일.
그러나 자객의 검로는 무심하게 다른 자객의 몸을 꿰뚫어 버렸다.
“으으윽.”
동료의 검에 치명상을 입은 자객은 신음을 흘리며 무너졌다. 그러나 동료를 벤 자객의 눈에는 일말의 감정의 요동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오로지 눈앞의 적, 장수만의 죽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다시 흉성을 터트리며 장수에게 검초를 날렸다. 보는 것만으로도 무심함과 냉막함이 느껴지는 검기는 허공을 수놓듯이 장수에게 날아갔다.
그러나 장수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궤적을 피하고는 자객에게 쇄도했다.
퍼어어엉
작은 폭풍이 그의 손에서 터지고 자객의 신형은 여지없이 쓰러져 버렸다.
“크르르르르”
자객은 이를 가는 듯한 소리를 내더니 그대로 고개가 꺽였다.
장수는 어쩔 수 없이 이들을 죽이고 있지만, 착잡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들은 이지를 상실하고 특정한 명령에 반응하여 움직이는 것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이들은 노예였고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생강시에 불과했다.
장수 역시 이들과 같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들을 죽이는 동안 마음이 편할리 없었다.
더구나 오래된 과거까지 다시금 기억나고 있었다.
장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도 무림맹의 무사들은 자객들에 의해 밀리고 있는 상황이였다.
물론 전황이라는 것이 한순간의 세로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몇시진만 있으면 자객들은 진신지기가 떨어질 테고 그때까지만 버티면 승산이 있었던 것이다.
이미 시간의 싸움이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얼마나 많은 생명이 사그러져야 끝나는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더구나 장수는 무공마저도 제대로 들어낼수도 없었다.
장수가 본래의 실력을 발휘하면 자객들을 순식간에 몰살시키는 것은 무리더라도 다른 무사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며 빠르게 처리할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눈이 너무 많았다. 현재 구파일방의 무사들이 있는 상황에서 본신 무력을 보이는 것은 부담이 컸던 것이다.
더구나 장풍을 쓰면 장수가 초절정의 고수에서도 급이 높은 자라는 것을 알 수 밖에 없었다. 거기다 현재 무림에서 장풍을 쓰는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리고 혈교의 공격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분명히 후속 병력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무림맹 뿐만 아니라 황실의 고수들까지 쓸어버릴 전력을 준비했을 테니 장수로서는 최대한 기력을 보전해야 했다.
그랬기에 태극권에서도 사량발천근의 무리에 근거한 무공을 펼쳤던 것이다.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하는 것이 자객들을 상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그나저나 자객들이 어떻게 이렇게 많지?’
그로서는 도무지 이해할수가 없었다.
지난 공격 때에도 많은 수의 자객을 이용되었다.
이 자객들은 이지를 상실하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목숨까지도 쉽게 버리고 있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가 모두 절정급에 달하는 무공을 소유하고 있다.
이러한 정도의 존재들은 상당한 자금과 노력 그리고 시간이 걸려야 제작을 할수 있었고 그중에서 실패작이 나오기에 완성해 봐야 숫자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어떤 방법을 개발한 건가?'
장수로서는 심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의 자객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혈마의 계획이 좀더 빨리 앞당겨 질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때 또 다른 자객이 장수에게 달려들었다.
장수는 자신의 몸을 향해 날아오는 검을 피해 낸 후 자객의 몸을 살짝 끌어 당긴 후 그대로 목을 비틀어 버렸다.
‘후, 그나저나 이제 슬슬 다른 녀석들이 나타날거 같은데…….’
며칠전에 나타난 자객들은 무림맹의 전력을 알기 위해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이번 공격은 핵심이 되는 공격을 감추기 위한 공격이었다.
그 정도는 무림맹의 무사들도 어느 정도 짐작하는 듯 했다. 그랬기에 아직도 공주가 있는 마차 근처에 무림맹의 절정고수들이 지키고 있는 것이다.
장수는 자객들을 상대하면서도 주위를 집중했다. 언제 적이 나타나든지 제대로 상대해 주기 위해서 였다.
'그나저나 이번에 무림맹과 황실의 피해가 제법 되겠구나.'
혈교로서도 애써 교육을 시킨 자객들을 잃게 되는 것이지만 절정고수의 가치는 그보다 더 귀한 존재였다.
자객들은 자금력만 있으면 보충을 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문파에서의 절정고수는 수많은 인재들을 오랜시간 동안 수련을 시켜야 만들어지기에 빠른 시일안에 보충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또한 이번 공격으로 죽은 자들도 있었고 부상을 당한 자도 있었으며 팔다리를 잃은 자들도 있었다. 거기다 부상을 당한 고수나 절정고수를 습격하기라도 한다면 이번 일로 무림맹과 구파일방의 세력을 어느 정도 꺾일 수 밖에 없었다.
장수는 주변을 둘러봤다.
아직도 그의 주변에는 자객들이 숫자가 많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장수를 쳐다보는 듯한 눈빛을 발견할수 있었다.
장수를 보는 자는 구파일방의 무사들이였다. 그들로서는 무기를 들지 않은 장수의 모습도 신기했지만 그보다 더 신기한 것은 검기를 휘두르는 무시무시한 자객을 너무도 쉽게 제거하는 장수의 무위가 대단해 보인 것이다.
장수로서는 제 실력을 보이지 않았을 뿐이지만 다른 무사들이 보기에는 이상해 보일 뿐이다.
‘조심해야 겠구나.’
어차피 조금 뒤면 장수의 실력을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그리고 상황도 대충 정리가 되어 가는 듯이 보였다.
장수가 한명씩 처리를 했고 자객들과 무림맹의 전력이 비슷했던 것이다. 그렇게 교착상태에 빠졌기에 무림맹이나 병사들이 죽는 일은 줄어들었던 것이다.
장수 역시 자객을 향해 가볍게 손바닥을 뻗었다. 하지만 그 속에 장력이 담겨 있었기에 한번 맞은 자객은 그대로 누워 일어나지를 못했다.
멀리서 보면 간단한 태극권에 당한거 같지만 실은 고급무리인 장력에 당했기에 내부가 완전히 파열된 것이다.
그때 개방의 왕소의가 크게 외쳤다.
“자객들이 지쳤다. 마지막 힘을 내자.”
자객들의 숫자는 아직도 상당했다.
그리고 그들을 절정의 반열에 올려준 알 수 없는 힘도 슬슬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시간만 끌면 쉽게 제압을 할수 있을거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을 왕소의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랬기에 무리를 해서라도 자객들을 빨리 처치하자고 말을 한 것이다.
장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내공소모가 많더라도 녀석들을 빨리 제거하는 쪽이 맞겠군.”
내공을 조금 아끼려고 시간을 끌다가는 다음 공격을 막지 못할 수가 있었다. 지금 자객들을 상대하는 상태에서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큰 문제였던 것이다.
그때 병사들이 고함을 쳤다.
“적이다.”
다른 방향에서 적이 나타난 것이다.
‘이거 큰일 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