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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277화 (277/398)

277편 - 9권 마인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속도 없이 떠도는 마인들이라면 무공이 강할 리는 없었다.

아마 고수정도가 최선일 것이다. 그 정도 실력에 폭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전력의 전부일 것이다.

하지만 장수는 자신의 판단을 이내 바꾸어야 했다. 놀란 마인들이 공격은 예사 공격이 아닌 것이다.

갑작스럽게 휘둘러진 두개의 검은 장수로서는 황급히 뒤로 물러나야 했던 것이다.

“녀석을 죽여라!”

마인들이 두목으로 보이는 녀석이 명령에 마인들은 장수를 향해 무공을 펼쳤다. 그런데 그것은 확실히 예사 솜씨가 아니었다.

‘이건 뭐야?’

마인의 무공 수위는 최소 절정급으로 보였다.

이정도의 마인이 명령을 듣는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것이다. 이 정도의 마인이 이런 일에 왜 끼어드는 것인가? 한두 명이면 모른다. 하지만 대충 상황을 보니 앞으로 나선 자가 마인들 중에서 특출나게 강해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대충 다른 마인의 능력도 그쯤으로 보였다.

장수는 필사적으로 피하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이 자식들에게도 혈단을 먹였구나. 그런데 어떻게 먹였지?’

혈단은 무적의 영약이 아니었다. 혈단을 복용하면 평소보다 월등히 강한 힘을 낼 수 있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자신의 선천지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럼 마인들이 설마 죽을 것을 알고 혈단을 복용하겠는가?

말도 안되는 소리다.

장수의 경험상 오히려 마인들 만큼 조심성이 많고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자들은 없었다.

애초에 그들이 마공을 쓴다고 해서 목숨을 내놓은 것이 아니었다.

역설적이게도 좀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해 수명을 단축시켜서 마공을 쓰는 자들이 바로 마인의 습성이었다.

그런 마인들이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고 혈단을 복용했을 리는 없었다.

거기다 혈단의 일반적인 특성상 전투 전에 복용을 해야 했는데 마인들의 습성상 그렇게 하지도 않아보였다. 또 그렇다고 협박을 당한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만약 협박을 당했다면 비장감이 돌아야 했는데 오히려 흥분한 상태로 보였다.

그렇다고 자객들처럼 약간이나마 이지를 상실한 상태조차도 아닌 것을 보니 세뇌를 당한 것 같지도 않았다.

장수는 잠시 머리를 굴리다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새로운 혈단을 개발했구나.’

이십년이라는 세월동안 혈교에서는 새로운 혈단을 개발한 모양이었다. 미리 먹더라도 막상 전투가 벌어지면 내공이 증폭되는 그런 종류의 혈단을 말이다. 아마 피독기능이나 지친 체력을 보양해주는 약 정도로 말해주면서 말이다. 그랬기에 마인들도 아무런 의심도 없이 복용했을 것이다.

장수는 인상을 쓰며 마인들을 상대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주위에 있는 마인들의 숫자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아니, 외려 늘어나고 있었고 그만큼 장수의 손발은 더욱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인을 너무 쉽게 물리치는 장수의 모습에 마인들이 몰린 탓이었다.

장수의 주위에는 마인들이 날린 검기가 난무하고 있었다.

장수는 마인들의 숫자가 점차적으로 늘어날수록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갖기 시작했다.

마인들이 검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어쩌다 한두 명이면 모를까? 소속조차 모르는 마인 수십이 모두 검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비정상적인 일이었다.

이렇게 쉽게 절정고수가 양산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다른 증거들도 있었다. 지금 장수를 공격하는 마인들의 무기는 상당히 좋아 보였다. 나름대로 명검이라할 것도 보였고 백련정강 같이 제법 값이 나가는 무기도 눈에 뛰었던 것이다. 소속도 없는 마인들이 쓰기에는 너무 고가의 물건들이였다.

‘이들도 이용당하고 있는구나.’

어떻게 보면 불쌍한 자들이었다. 자신이 죽을 것도 모르고 이용당하는 것은 앞서 죽은 자객과 별 차이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고수의 경지에 이른 자객이 절정급 경지를 얻는 것과 고수의 경지에 이른 마인이 절정급 무공을 가지는 것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자객은 애초에 쓸 수 있는 무공이 한정되어 있었고 암살에 초점이 맞추어졌기에 검기를 쓰더라도 본신의 전투능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마인은 틀렸다. 마인들은 원래 공력을 증폭시키는 방법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방법들 덕분에 순간적으로 늘어난 몇 배의 공력을 수월하게 다루는 방법도 알고 있다.

그랬기에 공력이 늘어나면 그에 맞는 강한 무공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마공의 특성상 정파의 무공처럼 깨달음을 중심으로 펼치는 것보다는 압도적인 내공으로 막강한 파괴력을 중점으로 내는 무공이 많기에 정면대결에서 유리했던 것이다.

어느 샌가 사방이 부서지고 파괴되었다.

보통의 고수나 절정고수라 해도 이런 공격을 막아 낼 수는 없을 것이다.

무려 열 명의 절정고수들이 공격이다.

그 정도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초절정고수라 해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장수는 그것이 가능했다.

그동안 유운진인에게 배운 무공이 있었으며 초절정고수에 이르는 깨달음이 있었다.

그랬기에 고생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막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공격을 피하면서 장수는 일격 일격을 제대로 날리기 시작했다.

장수가 펼친 장법에 마인 중 한명에게 쇄도했다. 워낙 강한 일격이기에 장법에 맞은 마인은 그대로 절명을 했지만 이어서 다른 마인이 달려 들었기에 장수가 상대하는 마인의 수는 전혀 줄지 않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장수로서는 곤란한 상황이었다. 내공을 많이 쓰거나 체력을 소모해서는 안 된다.

혈교의 공격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장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최소의 피해로 적들을 싸워야 한다.

다행히도 장수에게 공격이 집중된 덕택에 살아남은 무림맹의 무사들과 구파일방의 고수들은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 또한 장수를 도와줄 정도로 여유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장수는 다시 한번 손바닥을 펼쳤다. 그리고 장수를 노리고 휘둘러지는 검날을 쓸어 담겨 바로 옆의 마인을 향하게 했다. 그러면서 바로 공중으로 뛰어오른 후 앞뒤로 발차기를 날렸다.

그 순간 장수를 향해 검이 찔러졌다. 이대로라면 장수는 검에 찔릴 것이 분명했다.

장수는 그대로 몸을 틀었다.

하지만 검날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검날은 장수의 허벅지를 베더니만 그대로 통과해버렸다.

‘젠장…….’

상처도 큰일이지만 몸이 둔해진 게 더욱 문제였다. 하지만 아직 적들도 제대로 제압을 못한 상태에서 상처를 입으면 안 된다.

허나, 바로 그 순간 장수의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생겼다. 고통으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지자마자 공격이 계속된 것이다.

‘뒤로 빠지자.’

초절정고수인 장수가 정면대결을 펼칠 이유가 없었다.

멀리서 적들을 희롱하면서 상대하면 절정고수들이라고 해도 쉽게 상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파의 무사들을 구하기 위해 본신의 힘을 드러냈지만 이젠 그렇게까지 무리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장수는 적들을 향해 장력을 날렸다.

곧바로 거대한 폭음과 함께 두명의 마인이 하늘로 튕겨 올라갔다. 그와 동시에 다시 장수의 손바닥이 움직였다. 민첩하게 마인의 몸에 파고든 장수는 그대로 앞을 향해 장력을 발한 후 뒤이어 양옆의 마인들 마저 날려 버린 것이다.

쿠우우우웅

거대한 소음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그와 함께 공중으로 다섯 명이 마인이 하늘을 날았고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옮겨진 순간에 장수는 재빠르게 포위를 뚫었다.

“저……저런…….”

장수의 무위는 확실히 놀랄 만한 것이었다. 더구나 특별한 절학을 사용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너무도 수월하게 마인들을 제압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녀석을 죽여라.”

장수를 포위하려고 수많은 마인들이 그의 주위에 몰려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역부족이었다.

장수의 보법은 이제 갓 절정급 무공을 얻은 녀석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거기다 임기음변 또한 상당하니 이미 그들과 상대가 되지 않았다.

물론 장수 역시 장력을 펼치면서 내공 소모가 어느 정도 있었다. 장력이란 내공소모가 보통의 무공보다 더욱 많았다.

물론 장풍보다는 내공소모가 심하지 않았지만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장수로서는 웬만하면 내공을 아껴야 했다.

장수가 천천히 한명씩 제압을 하기 시작했다.

장수가 거리를 벌리자 마인들로는 장수를 제압할 수 없을 것같아 보였다. 미꾸라지처럼 부드럽게 피해다니는 장수를 제압하는 것은 쉬워 보이지 않았다.

그때 마인중 한명이 앞으로 나섰다.

“병신같은 녀석들 저런 얼빠진 녀석 하나 제압을 못하다니……. 모두들 비켜라! 이놈은 내가 상대하지!”

마인의 무위가 조금이라도 높았다면 장수의 몸에서 펼쳐지는 무공이 그들보다 수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안목을 가진 자는 이 자리에 없었다.

방금 앞으로 나선 마인 역시 원래는 절정의 무위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번에 마교라 말하던 자들이 건내 준 환단으로 인해 무위가 초절정 고수에 근접하게 된 것이다. 그런 자였기에 이번 기회에 자신이 실력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마인이 나타나자 다른 마인들이 분분히 물러났다.

그리고 마인이 장수를 쓰러뜨리는 모습을 보려는 듯이 구경하기 시작했다.

장수는 나타난 마인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뭐야. 이녀석?’

장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눈앞의 녀석의 내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아마 절정이였던 녀석이 혈단을 복용한 듯 보였다.

‘아무데나 가서도 대접을 받을수 있을만한 녀석이.’

어느 문파라도 절정고수라면 대접을 해주기 마련이다. 전 중원에서도 절정고수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랬기에 중소규모의 문파에서는 절정급의 무인이 몸을 담기만 하더라도 장로급의 지위를 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아마 홀로 다니는 것을 좋아하거나 이번 일에 참여하기 위해 나온 녀석인듯 한데 아깝게도 죽을 목숨이었다.

혈단을 복용한 이상 깨진 항아리 신세였다. 선천지기의 그릇에 금이 간 이상 내공과 기력, 생명력이 줄줄 새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녀석은 자신의 그러한 운명조차 알지 못하고 득의한 표정이나 짓고 있었다. 오히려 장수로서는 그 미소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초절정의 경지에 든 기념으로 네녀석을 죽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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