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1편 - 흡성대법을 쓰는 뚱보
뚱보는 만족한 표정을 짓더니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뒷걸음질을 치는 자객에게 다시 다가갔다. 그리고 또 자객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실로 공포스러웠다. 마치 사람이 사람을 먹는 것처럼 보였다.
방금 전의 마인들은 눈앞의 뚱보와 비교하면 평범한 축에도 들지 못했다.
눈앞의 뚱보가 진정한 대마두였던 것이다.
“흐…… 흡성대법이다.”
타인의 진기를 강제로 흡수하는 것을 흡성대법이라 불렀다. 먼 옛날, 빠르게 강해지기 위해 마인들이 개발한 흡성대법은 처음에는 그 괴의함과 엽기적인 방법에 금지 무공이 되었지만, 시간이 지나 현재에 이르자 마인들이라면 한두 번쯤은 들어 보게 되는, 마두라 불릴 정도가 되는 자라면 어떻게 하는지도 아는 그런 무공이 되었다.
그리고 마교나 혈교의 핵심 고수들 중 몇은 흡성대법을 지금의 경지로 만들었다.
하지만 전해지는 흡성대법과 눈앞의 뚱보가 사용하는 흡성대법은 차원이 달랐다.
저렇게 빠르게 타인의 진기를 갈취하는 흡성대법은 없었다. 거기다 사람을 가죽으로 만들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사람의 몸은 피와 뼈 그리고 살로 이루어진다.
기를 흡수한다고 해서 가죽만 남을 일은 없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서 그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흡성대법도 종류가 많고 형식이 모두 틀리다.
그리고 마도의 문파마다 전해져 내려오는 방식이 모두 틀렸다.
그런데 눈앞의 뚱보가 하는 흡성대법은 뭔가 달랐다. 저런 식의 흡성대법은 들어본 적도 없었고, 설사 저렇게 한다고 해도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뚱보는 손바닥에 붙은 가죽을 털어 내더니 정파의 무사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크크크크…….”
소름이 돋는 웃음소리였다.
거기다 방금 전에 사람이 가죽으로 변하는 모습을 본 상황이었기에, 모두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
저런 괴물을 상대한다는 것은, 무공의 높낮이를 떠나서 정말로 공포스러운 일이다.
“덤벼라. 괴물아!”
정파의 무사 중 한 명이 용기를 내서 말을 했다. 하지만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였고, 말도 더듬거렸다. 억지로 용기를 짜내 고함을 친 듯했다.
원래라면 공포에 질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겠지만, 그는 정파에서 의와 협에 목숨을 걸라는 교육을 받으며 무공을 익혔기에, 악이 있으면 나서서 처리를 해야 한다는 대협으로서의 본분을 생각하며 그런 것이다.
죽은 자객들은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자들이지만, 무사는 그런 자들을 잔인하게 죽인 뚱보를 악으로 생각했다.
고함소리를 듣자 뚱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크악? 크아아악!!!”
고개를 몇 번 갸웃거리더니 순간적으로 앞으로 뛰쳐나오는 뚱보는 마치 비호처럼 날렵했다.
“막아라!”
뚱보가 앞으로 달려나오자, 무사들은 질린 표정으로 무기를 앞으로 내밀고 적을 상대하기 위해 준비를 했다.
그런데 무사들 중에 눈을 꽉 감는 자도 있었다.
웬만한 잔인한 장면은 웃으며 볼 자들이었지만, 지금 이 뚱보는 그런 것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공포 그 자체다.
장수로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어떻게 하지?’
초절정고수인 장수라면 뚱보를 상대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무공을 펼쳐도 되고, 장풍을 이용한다면 원거리에서도 충분히 상대가 가능했다.
그리고 장수 역시 뚱보가 익힌 흡성대법을 익혔었다. 물론 이십 년 전이었기에 지금은 얼마나 발전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근본은 같았다.
흡성대법을 극으로 익히지 않는 한은 두 손 외에는 진기를 흡수할 수가 없다.
다른 신체 부위를 이용해서도 흡수할 수는 있지만, 그 효율이 매우 낮았기에 두 손을 이용한 방법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장수가 배운 것은 그랬고, 아마 거기서 크게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뚱보가 걸어 다니는 폭탄이라는 데 있었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폭탄인데다 그 파괴력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랬기에 장수로서도 함부로 공격을 할 수가 없었다.
‘우선 자객들을 죽이자.’
어디서 폭발을 시키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가능성이 있는 자들은 모두 죽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랬기에 장수는 뚱보는 신경을 쓰지 않고 아직도 마차 근처에서 병사들을 죽이고 있는 자객들에게 달려들었다.
자객들은 병사들을 너무도 쉽게 학살하고 있었다.
병사들 중에 고수의 수준에 있는 자들은 이미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지금 자객들이 상대하는 자들은 고수 수준도 아니었다.
검기를 입힌 검법을 펼치는 자객을 막는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자객들은 너무도 쉽게 병사들을 죽일 수 있었다.
장수가 자객들에게 달려들자, 그들은 몽롱한 눈빛으로 장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검기를 뿜어내며 장수와 상대할 준비를 했다.
‘최대한 빨리 죽여야겠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가 피리를 불지 몰랐다. 우선은 피리를 불 가능성이 있는 자를 제거하는 게 중요했다.
장수는 눈앞의 자객을 향해 전력을 다해 손바닥을 펼쳤다.
손바닥은 자객이 펼치는 검을 기가 막히게 피해내고서는 상대의 가슴 쪽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암경을 쏟아부었다.
“으악!”
자객은 외마디 비명 소리와 함께 그대로 허물어졌다.
장수의 놀라운 무공에 자객들은 경계의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장수는 지금 내공이나 체력을 아낄 때가 아니었기에 전력을 다 했다.
전력을 다한 장수의 움직임에는 여유가 없었다.
마치 전광석화 같은 일격이었다.
그가 빠르게 두 주먹을 뻗자, 가슴이 함몰된 자객의 몸이 하늘로 붕 떴다.
쿵.
자객은 그대로 절명했다.
자객들은 절정고수급 무위를 가졌으나 깨달음이나 경험은 절정고수만 하지 못했다.
더구나 장수는 혈교에 있으면서 자객들의 움직임이나 행동 등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그들을 상대하는 게 좀 더 쉬웠다.
거기다 장수 역시 세뇌를 당한 적이 있었기에, 세뇌를 당한 자객들의 약점을 본능적으로 알고 노렸다.
그는 빠르게 세 명을 제거했다. 그러나 아직도 자객들의 숫자는 많았다.
세뇌를 당했지만 이들의 무력은 우습게 볼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혈단을 복용했기에 짧은 순간 동안 절정고수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검기까지 사용했다.
검기에 당하면 아무리 장수라 해도 큰 타격을 입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는 최대한 검기에 당하지 않으려 몸을 놀리면서 자객들을 상대해야 했다. 그때 무림맹 고수들 사이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으아아아악!!!”
무림맹 고수 두 명이 뚱보의 양손에 각기 잡혔다.
그들은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며 자신의 두 손으로 뚱보의 손을 떼기 위해 노력했다.
그 주변에 있는 무림맹 고수들은 뚱보를 향해 미친듯이 무공을 펼치고 있었다.
‘안 돼!’
최악의 상황이었다.
흡성대법을 통해 방대한 내공을 얻은 자는 내기가 불안정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은 존재가 된다.
피리도 발작이 일어나는 것을 급격히 진행시켜주는 물건이다.
내기가 불안정한 상태이니, 만약에 약간의 충격이라도 먹는다면 뚱보는 터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이니, 무지막지한 공격을 하다 잘못해서 뚱보가 터진다면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장수는 그들을 말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대로는 공주를 구하는 것은 둘째 치고 대학살이 일어날 수도 있다.
정파와 황실의 고수들과 황실을 지키는 군대까지 한꺼번에 날아가게 생긴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움직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객들은 장수를 향해 검법을 펼치고 있었다.
검기가 서린 검을 빠르게 피하면서 달려가야 했기에, 그때가 되면 늦는 것이다.
챙!
철과 철이 부딪치는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전쟁터에서 철과 철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소리는 평소의 소리보다 좀 더 컸다. 아니, 굉음이라 할 수 있었다.
검기가 서린 검은 파괴력이나 절삭력이 보통 검보다 월등히 강하다.
같은 철도 가볍게 자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검기가 서린 검이 뚱보의 몸에 닿는 순간, 철끼리 부딪칠 때 나는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진 것이다.
검을 쓴 무사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검은 지르르 하며 떨리고 있었다.
입술에서 흐르는 피를 보면 그가 내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검기가 서린 검이 살에 닿았는데 오히려 내상을 입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처…… 철포삼?”
무림인 중 한 명이 철포삼을 말했다.
하지만 철포삼으로는 저런 능력을 보일 수 없다.
철포삼은 철로 만든 날카로운 검에도 다치지 않게 피부를 강철과 같이 단단하게 만드는 무공이다.
하지만 아무리 철포삼이라고 해도 검기가 서린 검까지는 막을 수가 없다.
그랬기에 의문만 더 생길 뿐이었다.
십여 명의 무사들이 미친듯이 검을 휘둘렀지만, 오히려 내상만 입을 뿐 어떻게 방법이 없었다.
뚱보의 몸은 강철보다도 단단했기에 검이 먹히지 않았다. 무사들은 내상을 입은 채 분분히 물러서야 했다.
“흐흐흐.”
수십 발의 검을 맞은 뚱보는 그 상황에서도 음침한 괴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의 팔에서 파란 힘줄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뚱보의 손에 잡힌 무사의 몸이 부르르 떨리더니 가죽만 남기고 뚱보의 팔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 말도 안 돼.”
앞서 두 번의 습격으로 무림맹의 많은 무사들이 목숨을 잃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남은 무사들도 정상은 아니었다. 내공도 많이 소실되었고 체력 소모도 많았다.
하지만 한 명을 상대로 밀린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아직도 남은 절정고수의 숫자가 제법 되었다.
그런데도 맨몸인 뚱보 하나 제대로 상대하지 못하니, 그들은 절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눈앞에서 동료를 잃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죽어라!”
남은 절정고수들은 필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뚱보의 몸은 여전히 강철보다도 단단했고 어떠한 공격도 통하지 않았다.
뚱보의 귀찮다는 듯이 휘두르는 팔에 공격을 하던 고수들이 그대로 날아갔다.
하지만 정파의 무사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검이 통하지 않는 괴물을 상대로 잠시도 쉬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그것도 보통의 무공이 아닌 자신의 내공을 펼친 검기로 공격을 했지만 마인은 간지럽다는 듯이 팔을 휘저으며 무사들을 상대했다.
뚱보는 다시 한 번 빠르게 움직였다.
생긴 거와는 다르게 매우 민첩하게 움직였기에 짧은 순간에 두 명의 무사가 뚱보의 양손에 잡혀 바동거렸다.
“크…… 으…….”
“사…… 살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