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편 - 흡성대법을 쓰는 뚱보
정파의 고수들로, 당당한 무사들이었지만 뚱보에게 걸린 이상 살아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들은 앞서 죽은 자들을 떠올리고 자신도 모르게 옷에 오줌을 지렸다.
“무사들을 구해라! 팔을 위주로 공격해라!”
절정고수들은 뚱보의 팔을 위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잡힌 자들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들은 공격과 동시에 강한 반탄력을 느끼며 옆으로 튕겨났다.
그러는 동안에도 뚱보는 자신의 손안에 붙잡힌 자들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안 돼!”
무사들은 고함을 지르며 그들을 구해내려고 했지만, 헛수고였다.
검과 도가 먹히지 않는 괴물을 상대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장수 역시 인상을 쓰고 있었다.
싸우는 도중에 틈틈이 뚱보를 보았는데 어떻게 싸워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검과 도가 통하지 않다니. 저런 괴물을 어떻게 만들었지?’
이십 년의 세월이었다.
그동안 혈교는 기술의 개량의 개량을 거쳐 저 정도의 괴물을 만들어 낸 것이다.
‘내가 상대할 수 있을까?’
장수는 멀리서 절정고수들이 검기를 펼치며 뚱보를 상대하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검기로도 뚱보를 상대할 수가 없다면 장수의 주먹도 통하지 않을 수가 있었다.
‘번천장이라면 통할까?’
번천장은 장수가 시간이 나는 대로 수없이 연습을 한 무공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완벽하게 쓸 수 없는 무공이기도 했다.
아직 숙달되지 않았기에 무공을 펼치기 전에 틈이 있고 명중률이나 공력을 발동하는 시간이 너무 더디었다.
더구나 공력 소모가 너무 많았다.
아무래도 현재의 장수가 펼치는 번천장은 내공의 힘으로 억지로 짜내는 거지 유운 스승님처럼 깨달음에 의해 부드럽게 펼치는 무공이 아니었기에, 그가 지금 가진 공력으로 펼칠 수나 있을지 불확실했다.
그때 검기가 서린 검이 장수의 뺨을 스쳤다.
‘이런……’
자객이 펼친 검이 장수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지나치게 정신을 딴 데 집중한 탓이다.
아무리 장수의 경지가 자객들보다 월등하다 해도 딴생각을 하면서 상대할 정도는 아니었다.
더구나 이들은 혈단을 복용했기 때문에 신체 능력도 월등히 뛰어났고, 급소만을 공격했기에 까닥 잘못하면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었다.
‘우선은 이 녀석들 먼저다.’
원래라면 당연히 혈교에서 온 뚱보를 상대하는 게 먼저다. 하지만 장수는 다른 사람이 모르는 진실을 알고 있었다.
뚱보는 괴물 같은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폭발력이다.
저 정도 뚱보가 터진다면 그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그건 인간 폭탄이 되었던 적이 있는 장수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피리 소리가 나면 공력이 제어가 되지 않고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몸이 터져 버릴 수밖에 없다.
그랬기에 피리 소리를 낼 만한 녀석들을 제거하는 게 먼저였다.
그리고 그건 뚱보와 같이 온 자객들이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장수는 자신을 향해 오는 검날의 방향을 손가락만으로 바꾼 뒤에 가볍게 다가가 녀석의 복부에 암경을 먹였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다시 한 명의 자객이 힘이 풀린 채 무너져 내렸다.
‘공력을 소모하면 안 돼.’
아까까지만 해도 자객들을 빠르게 처리하는 게 목적이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자객들을 빨리 죽이는 것도 중요했지만 공력을 소모해서도 안 된다.
뚱보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많은 내공이 필요하니, 최대한 내공을 절제해야 했다.
하지만 절정고수의 능력을 얻은 자객들을 처리하는 게 쉬울 리가 없었다. 그 탓에 자객들을 처리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장수는 팔을 넓게 폈다.
그리고 팔을 휘둘러 원을 만들며 검을 휘두르는 자객의 공격을 막아내며 거기에 실린 힘 그대로 옆에 있던 자객에게 보냈다.
푹.
자객은 황당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아무리 세뇌에 걸렸다 하지만 아군의 손에 죽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같은 편을 죽인 자객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객은 일순간 동료를 죽였기에 멈칫했고, 그 순간 장수의 손바닥이 그의 등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퍽.
가벼운 손길에도 암경이 있었기에 자객의 내장 기관은 가루가 되어 버렸다.
장수는 그대로 녀석을 자객들에게 집어 던진 후 달려들었다. 그리고 집어 던진 자객을 피하던 자객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푹.
주먹은 가볍게 자객의 몸을 꿰뚫었고 장수는 뚫은 기세 그대로 자객의 시체를 크게 휘둘러 자신을 향해 검을 휘두르던 자객들에게 향했다.
쾅!
장수가 던진 시체에 세 명의 자객이 쓰러졌다.
그러자 장수는 미끄러지듯이 자객들에게 다가가 연속해서 장력을 펼쳤다.
“윽!”
장수는 순식간에 세 명의 자객을 제거했다.
원래의 장수라면 사실 불가능한 일이었다.
장풍이나 장력도 아닌 암경을 뿜은 것이지만, 이렇게나 순식간에 내공을 뿜어내면 반발력이라는 것이 생긴다.
하지만 장수가 이렇게 연속해서 장력을 펼치거나 암경을 뿜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양의심법 덕분이었다.
양의심법은 번천장을 펼칠 때 연속해서 펼치거나 동시에 번천장을 펼칠 수 있게 해주는 심법이다.
하지만 양의심법은 무당파의 상승심법이며 그것을 익히기 위해서는 도가의 서적도 많이 봐야 하고 그에 대한 깨달음도 있어야만 어느 정도 성취를 볼 수 있다.
그랬기에 번천장처럼 복잡하고 난해한 무공에는 양의심법을 응용할 수 없지만, 단순히 장력을 이용하거나 암경을 펼치는 것은 지금 장수가 얻은 심득이라면 충분히 펼칠 수가 있다. 그 덕분에 장수는 양손에서 거의 동시에 장력이나 암경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휴……’
자객들의 공격은 처음과 변함이 없었지만 장수가 느끼는 압박은 점점 줄어들었다.
장수가 착실하게 자객들을 제거했기에 이제 자객의 숫자는 얼마 남지 않았다.
내공 소모가 큰 장풍을 쓰지 않았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장수의 몸속에서는 내공이 착실하게 모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처음에 소모한 공력이 너무 많았다.
처음에 자객들을 상대하고 이어서 마인들을 상대하는 데 많은 내공을 소모했기에, 단전이 허전할 정도로 내공 소모가 컸던 것이다.
그는 좀 더 공력을 아껴 써야 했다.
‘어느 정도나 남았을까?’
장수는 싸우면서도 몸속을 관조해 내공의 양을 대충 재 보았다.
물론 정확한 것은 아니었지만, 장수는 워낙 실전을 많이 겪어 보았기에, 내공 중 남은 양을 토대로 얼마나 싸울 수 있을지를 파악할 수가 있었다.
장수의 전신은 혈인이나 마찬가지였다.
많은 자객들을 상대하면서 상처 하나 없을 수는 없었다.
검이 장수의 몸을 여러 번 스쳤던 것이다. 그의 몸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더구나 자객들의 검에는 독이 있었다.
장수의 몸속에 독이 침투했지만, 그는 그것을 심후한 공력으로 버텨낼 수 있었다.
‘이제 슬슬 마무리를 해야겠구나.’
여유를 부릴 시간은 없었다.
어서 빨리 자객들을 처치하고 다른 곳에도 가야 했다.
아직도 한쪽에는 처음 암습을 한 자객들이 살아남아 있었고, 다른 쪽에는 마인들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우선 빨리 이들을 제거하고 다른 자들도 해치워서 피리를 불 가능성이 있는 자들을 모두 처리해야 했다.
장수가 나머지 자객들을 처치하는 동안 뚱보는 크게 광소를 터트리고 있었다.
“크하하하하!!!!”
뚱보는 광소와 함께 또 다른 무사들을 흡성대법으로 빨아들이고 있었다.
뚱보의 몸속에는 흡성대법을 통해 얻은 수많은 내공이 있었다.
그리고 그 내공은 폭주를 일으키기 전이었기에 그에게 끝없는 고통을 주고 있었다.
뚱보는 정파의 심법으로 내공을 쌓은 무사들의 내공을 흡수하자 고통이 가시는 것을 느꼈다.
원래 뚱보가 얻은 내공은 대부분 마에 가까운 속성이라 정에 가까운 기운을 얻으면 고통이 감소한다.
거기다 혈교의 세뇌와 더불어 정신이 파괴된 탓인지 살심 역시 폭증한 상태였다.
그랬기에 뚱보는 눈에 보이는 자들은 닥치는 대로 찢어 죽이고 흡성대법으로 빨아들였다.
이제 정파의 무사들은 기가 질린 상태로, 뚱보를 공격하지 못하고 있었다.
며칠 전에 있었던 습격에서 정파의 무사들은 큰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오늘 자객들을 상대하면서 입은 피해가 컸다. 오늘도 자객들은 저번과 마찬가지로 독을 사용했기에 정파의 무사들은 큰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거기다 폭탄에 크게 다쳤고 마인들을 상대했기에 정파무사들의 체력이나 공력은 거의 다 소모되었다.
그런 상태에서 괴물 같은 뚱보가 나타나 정파의 무사들을 휘저었기에 더 이상 버틸 힘도 없었다.
뚱보가 흡성대법으로 무사들을 흡수한다고 해도 한 번에 수십 명을 흡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 번에 두 명 뿐이었고 그마저도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기에 연속해서 사람을 흡수하지는 않았다.
그랬기에 흡성대법에 죽은 사람보다는 뚱보가 귀찮다는 듯이 휘두른 팔에 얻어맞고 죽은 자들이 더 많았다.
그리고 계속된 혈전에 정파의 무사들은 더 이상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뚱보는 다시 한 번 흡수를 한 뒤에 손에 붙은 가죽을 그대로 던져 버렸다.
그리고는 정파의 무사들은 지겹다는 듯, 황실의 무사들을 바라보았다.
“이……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