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편 - 뚱보의 무위
아무리 황실의 무사들이라 해도 이런 괴물을 상대하는 게 버겁지 않을 리가 없었다.
뚱보는 괴물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녀석이었다.
도검은 물론 검기마저 통하지 않는 상대이기에 황실의 무사들이라 해도 상대하기 어려울 거 같았다.
뚱보는 히죽 웃더니 그대로 달려들어 황실의 무사를 잡았다.
“크크크.”
“윽…… 사…… 살려줘……”
뚱보의 손에 잡힌 무사는 수십 년 동안 고련을 통해 황실무사가 되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그랬기에 황실무사는 버둥거렸다.
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뚱보는 황실무사의 사정을 들어줄 만한 자가 아니었다.
“으…… 아아악!!!”
황실무사는 비명을 지르더니 그대로 가죽이 되어 버렸다. 그러자 다른 황실무사는 질린 듯한 표정으로 뚱보를 향해 무공을 펼쳤다.
“암살자를 죽여라!”
황실무사들은 빠르게 움직여 진을 짜며 끝없이 뚱보를 괴롭혔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 정도 공격이 먹힐 거 같았으면 아까 정파의 무사들에게 당했을 것이다. 그랬기에 황실무사의 무공은 뚱보의 몸을 뚫지도 못했다.
“녀석은 도검불침의 신체다. 그러니 강기 위주로 급소만 공격해라!”
계급이 있어 보이는 황실무사의 말에 황실무사들 중 절정고수들이 앞으로 나서서 검기를 뿌리며 뚱보를 사정없이 공격했다.
이번에는 급소를 위주로 공격했다.
낭심이나 항문 그리고 눈 등 신체 중 연약한 부분이나 사혈이 있는 급소를 위주로 강공을 펼쳤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급소에 대한 공격은 뚱보가 자연스럽게 피해냈던 것이다.
뚱보의 과거 경지가 어떤지 알 수는 없었지만, 황실의 무사보다는 위였는지 너무도 자연스럽게 급소를 노린 공격을 피해냈기에, 황실무사들은 번번이 의도하지 않은 곳을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
쾅! 쾅! 쾅!
검기가 서린 검이 뚱보의 몸을 사정없이 후려쳤으나 뚱보는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크하하하하~”
검을 맞자 뚱보는 더 기분이 좋아졌는지 황실무사들이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그러면서도 급소만 극히 미세한 움직임을 보이며 피해냈다.
“이…… 이 녀석이……”
황실무사들은 미친 듯이 뚱보를 공격했다.
하지만 철판을 후려치는 듯한 소리만 사방으로 퍼질 뿐이었지 그 이상은 힘들었다.
그때 남진무사가 장수를 향해 외쳤다.
“도와주시오. 당신은 공주를 호위하기 위해 이곳에 오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자객들은 그만 상대하고 이자를 먼저 제거해 주십시오.”
‘이런……’
사정을 모르는 남진무사로서는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자객들은 다른 자들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뚱보는 틀렸다.
뚱보는 괴물 같은 무력을 가졌기에 그들만으로는 상대하기 힘들었다.
장수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로서는 자객들을 모두 처치해야 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공주를 데리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뭐라고 설명을 하겠는가?
저 뚱보는 사실 폭탄이니 모두 도망쳐야 되겠습니다 라고 해 봐야 믿을 사람이 없었다.
그랬기에 피리를 불 만한 가능성을 지닌 자들은 모두 죽여야 마음이 편할 거 같았다.
그리고 피리만 없다면 상황을 봐 가며 움직일 수 있었다.
피리 소리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뚱보를 갑작스럽게 폭발시킬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피리 소리만 없다면 폭발은 매우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고 그 정도라면 충분히 대피할 수가 있다.
‘이들만 죽이고 뚱보를 처치하자.’
어차피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도 없었다.
아쉬운 데로 지금 눈앞에 보이는 자객들만 빠르게 처리해야 했다.
더 이상 시간을 끌면 마차에 탄 공주가 위험했다.
피리를 불만한 자들을 모두 제거하지 못한 것은 큰 문제지만 공주의 목숨이 더 중요했다.
장수는 빠르게 움직이며 남은 자객들을 상대했다.
자객들의 숫자가 줄어든 상태였고, 장수도 몇십 명도 넘는 자객들을 상대한 경험이 있었고 자객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자객을 상대하는 것이 쉬웠다.
그는 절정급 무위를 발휘하는 자객들을 손쉽게 제거할 수 있었다.
펑!
마지막 한 명의 자객이 그대로 땅에 누워 버렸다. 드디어 자객을 모두 제거한 것이다.
장수가 자객들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무공의 차이도 있었지만, 전에 상대했던 자객들보다 약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세뇌를 제대로 받지 못했고 무공 역시 부족했다. 그랬기에 장수가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장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아직도 한쪽에 살아남은 자객들을 바라보았다.
처음에 나타난 자객들의 숫자는 십여 명 뿐이었다.
더구나 혈단의 위력이 많이 감소했는지 처음과는 다른 무위를 발휘했다.
지금 자객들은 처음처럼 병사들을 학살하는 게 아니라 겨우 상대하고 있었고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저들은 저 정도면 되었고…….’
한쪽에서 마인들이 냉정한 눈빛으로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아마 상황이 자신들에게 유리해지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들 것이 뻔했다.
‘마인들을 상대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한두 명이 아니었다.
더구나 몇 명은 혈단으로 인해 초절정고수에 이르는 내공을 가지고 있었다.
저들을 상대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 저들은 상황을 보고 있으니 다행이었다.
저들 중에 피리를 가지고 있는 자가 있을 거 같았기에 제거하는 게 나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분명 피리를 불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거리까지 다가와야 해.’
피리 소리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야 효과가 있는 듯했다. 장수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과 유운이 대결을 펼칠 때 습격자들이 달려왔고, 그 후에 피리 소리가 난 것을 생각했다.
‘이상한 행동을 하는 녀석이라면 무조건 다 죽여야 해.’
피리 소리가 난다고 해서 바로 터지는 것은 아니다.
피리 소리가 폭발을 앞당기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바로 폭발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실은 당해 본 장수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이십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기본적인 점들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우선 뚱보를 상대해야겠다.’
결심을 굳힌 후, 장수는 뚱보에게 달려갔다.
뚱보는 지금 이순간에도 수십명의 무사들을 상대 함에 있어서 한치의 불리함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몸은 검기가 먹히지 않았고 동작이 무척 빨랐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공이 아닌 본능적으로 싸우고 있었음에도 고수의 경지에 이른 자들과 절정의 경지에 있는 무사들도 쉽게 뚱보를 상대할수 없었다.
그뿐이 아니다.
무사들 중에는 무기가 부러진 자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것은 검기를 쓸수 있는 절정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놀랍게도 뚱보의 몸은 검기마저도 이겨낼 정도로 단단한 도검불침의 몸이었던 것이다.
챙!
또 한자루의 검이 부러졌다.
하지만 검을 부러트린 무사는 그대로 뚱보에게 달려들었다.
동귀어진의 수법이라고 할만 했다.
"죽어라!"
하지만 뚱보는 무사의 공격을 무시했다.
그저 귀찮다는 듯이 팔을 휘젓는 것으로 달려들었던 무사는 펑! 소리를 내면서 하늘로 튕겨져 날아갔다.
장수는 싸우는 모습을 잠시 지켜봤다.
'와 가까이서 보니까 더 황당한 녀석이구나.'
무공이란 적을 좀더 쉽게 상대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그랬기에 공격과 방어가 동시에 일어난다.
무인이란 공격을 하면서도 자신의 몸을 방어할줄 알았고 방어를 하면서도 상대방의 틈을 보고 공격할수 있어야 했다.
보통은 몸에 칼을 맞으면 죽으니까.
그 때문에 공수방어를 위하여 무공초식이 만들어 졌고, 그것이 발전 하여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뚱보는 무공이랄 것도 없었다. 그저 휘두르기만 해도 공격이 되는 무식한 힘이 있었고, 상대의 공격을 그 단단한 몸으로 그냥 때운다.
그나마 위험한 것이 급소 공격인데, 그것 정도는 신체 능력으로 피하면 그만이었다.
더구나 그냥 단단한 정도가 아니라 검기가 서린 무기 마저도 막아내는 신체를 보니 암담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더구나 뚱보를 상대하던 무사들의 검은 심하게 금이 간 상태였다.
철로 된 무기와 뼈와 살로 이루어진 신체가 부딪혔는데 무기가 손상된 것이다.
'저정도면 도검불침의 신체도 아니고 그 윗 단계라 할수 있구나. 더구나 검기까지 안통하다니 화경의 고수만 쓸 수 있다는 호신강기와 비슷한 신체구나.'
사실 호신강기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