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편 - 뚱보의 무위
그랬기에 아무 생각 없이 오직 살겠다는 의지만으로 살기 달려나갔던 것이다.
하지만 뚱보의 공격이 먼저였다.
퍽!
거대한 뚱보의 손바닥이 장수의 허벅지 부근을 강하게 내리 쳤다.
장수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몸을 피하면서 내공을 집중해 최대한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파괴력이 엄청난 뚱보의 공격 덕분에 큰 충격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으아악!"
장수는 비명을 지르며 튕겨져 나갔다.
육체적인 상처도 문제였지만 괴물이 내공이 장수의 몸속으로 파고든 것은 더욱 큰 문제였다.
어떻게 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뚱보는 순간적으로 내기를 장수의 몸으로 보냈다.
저 괴물이 내가중수법도 쓸 수 있었을 줄이야!
장수로서는 뚱보가 보낸 내가진기마저도 해소해야 하는 절제절명의 순간이었다.
"괴물아 죽어라!"
그때 정파의 무사들이 뚱보를 향해 공격했다. 장수를 살려주기 위해서였다.
정파의 무사들은 이번에는 진을 짜고 뚱보에게 덤볐는데 장수가 만들어준 잠시의 틈을 이용해 진을 구축한 것이다.
진을 구축하자 무사들의 공격이 뚱보의 입장에서는 좀더 성가시게 되었다.
그래서 인지 뚱보는 장수를 쫓던것을 멈추고 무사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으……으윽."
장수는 괴로운듯 신음소리를 냈다.
너무 고통스러워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던 것이다.
장수의 몸 상태는 최악이라 할 수 있었다.
내공 소모가 많은 상태에서 자객들을 상대로 혈전을 벌였기에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그런 상태에서 괴물 같은 뚱보와의 공격을 받아서 인지 쉽게 움직이기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선천지기와 전진심법은 계속해서 운기가 되고 있었기에 비어 버린 단전을 채울 뿐만 아니라 다친 상처도 회복을 시키고 있다는 사실 이었다.
하지만 그것 뿐이다.
지금 상태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저 괴물을 죽일 수 있을까? 그것도 폭발 시키지 않고!
뚱보는 너무나도 강했다.
이정도로 강하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몸속의 내공도 놀랄 정도지만 무기가 통하지 않는 신체에서 부터 본능에 가까운 신체능력까지 합하면 왠 만한 적들은 뚱보 하나만으로도 상대가 가능할거 같았다.
더구나 내공은 그 끝을 알수 없을 정도였다.
얼마나 내공이 강하면 반탄강기라던지 호신강기 같은 화경의 고수들이나 쓸 수 있다는 전설상의 무공을 아무렇지도 않게 쓴다는 말인가?
만약 저 괴물이 깨달음을 얻은 정상적인 화경의 무인이었다면 더 굉장 했을 터였다.
'어떻게 하면 녀석을 상대할 수 있을까?'
장수로서는 우선은 이대로 죽은 듯이 누워 있으면서 생각에 잠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지금 상태에서 뚱보에게 덤벼들어 봐야 상대가 되지 않았다.
체력도 없고 공력도 없기에 오히려 짐만 될 뿐이다.
그랬기에 지금으로서는 녀석을 상대할 만한 묘수를 떠올려야 했다.
'녀석을 데리고 이곳을 빠져 나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데…….'
뚱보는 강하기만 한게 아니다.
전신이 폭탄 덩어리 였다.
만약 이곳에서 터진다면 이 근방 전체가 초토화 될 것이 뻔했다.
그러면 엄청난 재앙이 일어날 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정신이 아니기에 본능적으로 움직인다는 것과 ,아까 전의 모습을 보니 적과 아군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 점을 이용하면 어떤 수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마인들과 붙일 수는 없을까?'
뚱보를 데리고 기회만 옅 보고 있는 마인들을 상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듯 했다.
마인들의 전력도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녀석들 역시 혈단을 복용했기에 엄청날 정도의 무위를 발휘했던 것이다.
물론 항아리의 물이 새는 것처럼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가면 녀석들이 강함은 그대로 사라져 버릴 것이지만 그전까지는 무시할 만한 상대가 아니다.
그랬기에 지금 상황에서는 녀석들에게 뚱보를 보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마인들을 이용하기가 힘들었다.
마인들에게 뚱보를 데려가는 것도 일이었지만 마인들이 바보도 아니고 그냥 있어줄 만한 자들도 아니었다.
뚱보가 달려오면 가장 먼저 도망갈 것이 마인들이다.
'스승님이었다면 어떻게 하셨을까?'
장수가 아는 가장 현명하며 강한분이라 할 수 있는 분은 유운스승님이었다.
유운스승님은 이런 경험이 한번 있었다.
바로 흡성대법의 부작용으로 전신이 폭탄이 된 흑룡혈장 장삼 바로 전생의 장수를 상대한 경험이 있었던 것이다.
그당시 장수의 무위는 지금의 뚱보와 비교 할 때 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의 뚱보가 내공도 월등히 많고 호신강기나 반탄강기가 자연스럽게 유지가 된다고 하지만 무공을 펼칠 수 없었다.
그에 반해 전생의 장수는 제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그랬기에 초절정고수에 이르는 무공을 고스란히 펼칠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무한에 가까운 내공을 가지고 있었기에 오히려 자신이 더 강하다 할 수 있었다.
그런 자신을 상대로 유운스승님은 월등히 강한 무위를 펼쳤다.
그 당시 봤던 양의번천장은 천하제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무공이었던 것이다.
장수가 전력을 다해 펼친 흑룡장은 양의번천장을 도저히 뛰어 넘을 수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스승님은 필사적으로 자신을 구하기 위해 노력을 했던 것이다.
물론 자신을 구하지는 못했지만 그때 받은 감동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그당시 자신의 몸에 흐르는 내공을 억제할려고 노력을 했고 어느 정도 성공을 했기에 무당파에 피해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다만 유운스승님께서 장수의 내공 때문에 내공을 상실했을 뿐이었다.
'스승님이라면 해답을 아셨을까?'
유운이었다면 양의번천장으로 뚱보를 상대했을 터다.
그러면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 해결했을 것이다.
물론 그러면서도 뚱보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을 것이다.
적마저도 도움을 줄려는 분이 바로 자신이 스승님이며 천하제일장이었던 번천장협 유운이었다.
장수는 잠시 더 생각을 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흡성대법으로 공력을 흡수해 볼까?'
장수는 아직도 흡성대법을 펼칠 줄 알았다.
그리고 흡성대법이란 상대방의 내공을 가져 오는 것으로 장수가 원한다면 뚱보의 내공을 어느 정도 가져올 수 있었다.
더구나 뚱보의 내공은 통제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장수가 흡성대법을 펼치자마자 장수의 몸으로 빨려들어 오듯이 몸속을 채울 것이 뻔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폭탄이 두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흡성대법을 통해 내공을 가져 온다고 해도 장수로서는 그 내공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랬기에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전진심법이나 선천지기가 대단한 내공심법이긴 하지만 흡성대법으로 얻은 이종진기의 내공을 통제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내공을 정순하게 만드는 것은 소림의 무공이 최고다.
금강부동음양화합심법같이 내공을 하나로 합치는 십법이 아니라면 다른 심법으로 모은 기운을 하나로 합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금강부동음양화합심법 역시 임시방편적일뿐이라는 것은 장수가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흡성대법을 최후, 최악의 수단이었다.
'후, 어떻게 하지…….'
장수로서는 해결방법을 생각하려고 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으로서는 몸의 회복이 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 방법이었다.
장수가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뚱보와 무사들간의 싸움은 마무리가 되고 있었다.
장수 덕분에 잠시 숨을 돌리기는 했지만 진을 짜서 뚱보에게 덤벼들어 봤자 한계가 있었다.
통나무 같은 뚱보의 팔에 나가떨어진 무사들은 더 이상 뚱보를 상대할 힘이 없었다.
더구나 앞서 있었던 혈전 덕분에 무사들은 진이 빠졌다.
그 상태에서 황실무사들 역시 하나둘 나가떨어졌기에 더이상 답이 없었던 것이다.
이제 공주가 뚱보에게 잡히는 것 밖에는 답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뚱보는 마차 바로 앞에 서있었다.
황실무사들은 필사적으로 뚱보를 공격했지만 뚱보는 귀찮다는 듯이 팔을 한두번 저을 뿐 무시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귀찮다는 듯이 휘두르는 팔에 맞은 무사들은 그대로 땅을 향해 나가 떨어졌다.
"크하하하"
뚱보는 굉음을 내더니 마차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눈앞에 있는 마차를 부셔 버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뚱보의 통나무 같은 팔이 마차에 닿는 순간 마차는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며 부서져 버렸다.
그와 함께 비호같이 무엇인가가 뚱보를 덮쳤다.
쾅쾅쾅!
"윽…….."
마치 강철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사방으로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