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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287화 (287/398)

287편 - 번천장의 위력

장수는 생각을 정리하며 번천장을 펼칠 준비를 했다. 아직 깨달음이 부족한 장수였기에 번천장을 펼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를 해야 했다.

기를 단전에서 꺼내고 운기를 한 다음에 번천장의 구결에 따라 기운을 팔에 돌린 후 손바닥에 기를 모았다. 그리고 뚱보의 다리를 향해 기운을 응축시키기 시작했다.

대결 중이라면 번천장을 쓸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무공을 맞아줄 바보는 없기 때문이다. 원래의 번천장이라면 동작을 취하면 동시에 발사가 돼야 하지만 현재 장수의 상태로는 아직은 요원한 일이었다.

슈우우욱.

바람 소리가 휘몰아쳤다. 그와 함께 번천장이 무서운 소리를 내며 뚱보를 향해 날아갔다.

원래의 번천장은 소리가 나지 않았지만 아직 성취가 낮은 장수였기에 소리가 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환관을 상대하던 뚱보는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엄청난 위력이 다리에 집중되어졌기에 그 충격에 날아간 것이다.

뚱보가 날아가자마자 주변에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엄청난 충격파 때문이었다.

만약 장수가 날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면 벽력탄이 터졌을 거로 생각했을 것이다. 장수의 번천장은 벽력탄만큼의 위력을 냈던 것이다.

‘이런…… 너무 약했다.’

장수로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원래의 위력을 알고 있는 장수였기에 자신이 펼친 무공이 얼마나 조잡한지 알았던 것이다.

오랜 시간을 들여 번천장을 날렸지만 그 위력이 생각했던 만큼은 나지 않았다. 그랬기에 장수는 만족을 할 수 없었다.

“마…… 말도 안 돼…….”

“장풍이 저렇게나 강력하다니…….”

주위에 있던 무사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이 정도로 강력한 장풍을 본 적이 없었다.

번천장은 장풍의 일종이었다. 그리고 장풍은 무공의 특성상 그 위력에 한계가 있다.

만약 약점이 없고 장점만 있다면 천하인들은 장법만을 익힐 것이다.

장풍의 약점은 거리가 멀수록 위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장력에 비해 내장을 폭발시키는 힘이 약하다. 하지만 원거리에서 상대방을 공격하고 몸속을 터트리는 위력을 가진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번천장은 강해도 너무 강했다. 장수와 뚱보의 거리가 제법 되는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 위력을 낼 수 있다는 것은 사기나 다름이 없다.

그랬기에 아군이라 할 수 있는 무사들도 장수를 보며 수군 거렸다.

너무 강한 무공을 가진다면 질시를 받기 마련이었다. 더구나 장수는 황실에서 데려온 자로 그 무력이 강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외였기에 더욱 놀랄 만한 일이었다.

그랬기에 뚱보를 상대하는 중에도 질시와 질투를 보낸 것이다.

그리고 장수의 소속을 짐작하기 시작했다.

‘휴……, 큰일이구나.’

장수는 이래서 나서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강한 무공을 펼치지 않으려 했다. 이제 뚱보를 어떻게 해결한다고 해도 다음 일이 문제였다.

분명 살아남은 자들은 장수에 대해 끝없이 의혹을 가질 것이다. 지금은 강적을 눈앞에 둔 상태였기에 그나마 다행이지만 뚱보를 제거한 후의 일을 생각해야 한다.

장수가 고민을 하는 사이에 환관은 기운을 가다듬고 있었다. 그는 잠시라도 멈추는 순간이 위험이 닥치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기에 최선을 다해서 무공을 펼쳤다. 그랬기에 체력적으로나 내공적으로 소모가 많았다.

환관은 숨을 고르자마자 품속에 손을 넣은 후에 작은 옥병을 꺼낸 후 그 속에 담긴 액체를 입안에 떨어뜨렸다. 그러자 주변으로 향긋한 향이 퍼졌다.

저 정도 향기라면 무림에 이름 높을 영약일 게 분명했다. 영약을 단순히 회복을 위해 쓴 것을 보면 환관의 지위가 얼마나 높은지 예측할 수 있었다.

환관은 액체를 먹은 후 서 있는 채로 운기를 하기 시작했다. 언제 뚱보가 달려들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흥분이 된 몸 상태를 정상으로 회복시키고 가열이 된 혈도를 식히지 않는다면 당장에라도 내상을 입을 수 있기에 환관은 위험을 무릅쓰고 운기했다.

다른 사람은 환관이 임전 태세를 바로 잡는다 생각하겠지만 장수는 환관의 상태를 즉각 알아차렸다.

‘위험한 상황이다.’

현재 도움이 될 만한 자는 환관밖에 없었다. 환관만이 초절정고수였고 뚱보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자였다.

그에 비해 다른 자들은 무력도 떨어졌고 지치고 다친 상태였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더구나 상처가 심한 자들도 있었기에 어서 빨리 의원을 찾아 치료를 해야 하는 자들도 많았다.

장수는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주먹을 꽉 쥔 채 싸울 준비를 했다.

잠시 뒤 흙먼지가 가라앉았고 그 속에서 뚱보가 걸어 나왔다. 그런데 그가 있던 흙이 깊게 파인 것이 보였다.

장수가 펼친 번천장이 워낙 대단했기에 흙이 깊게 파인 것이다.

뚱보는 낮게 이를 갈았다.

“그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귀를 울리는 소리였다. 뚱보의 이빨 역시 강하게 되었는지 마치 철판을 긁는 듯한 소리가 났기에 장수는 귀를 손으로 막고 싶은 듯한 충동을 느꼈다. 그만큼 심한 소음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무공이 약하거나 중상을 입은 자들은 귀를 손으로 막은 채 소음에 저항을 하고 있었다.

장수는 인상을 쓰다 뚱보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 뚱보의 몸이 조금 전과 달랐기 때문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평상시에는 느리다가 상대방을 노릴 때만 급속도로 빨라졌던 뚱보였는데 지금은 좌우 균형이 맞지 않는 듯 몸을 앞으로 끌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장수는 천천히 녀석의 다리를 살폈다. 그러자 좌측 다리가 부어오른 것이 보였다. 다리가 부러진 것이다.

번천장이 녀석을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부러진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녀석의 회복력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뼈가 부러진 이상 회복해 봐야 뼈를 맞출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본능만 남은 뚱보가 뼈를 맞출 이성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장수는 주먹을 쥐었다. 이제 할 만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는 방금 전과 같은 빠름을 보일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녀석을 상대하는 게 더 쉬워질 것이다.

유리한 점은 그뿐이 아니었다. 환관의 공격이 뚱보에게 제대로 먹혀든 듯했다. 환관은 줄기차게 뚱보의 급소만을 공격했고 그 덕분인지 강철 같은 몸을 가진 뚱보의 몸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비록 그 양이 적었지만 아까까지만 해도 상처 하나 없던 녀석이 피를 흘리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잠시만 기다리면 환관이 어느 정도 기운을 차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뚱보를 제압할 수 있게 된다. 그럼 뚱보를 제압한 후 떠나면 되는 것이다.

뚱보는 어설프게 걷다가 앞으로 꼬꾸라졌다. 방금 전까지 멀쩡하던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자 뚱보는 바로 일어났지만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지 머리 위에서 하얀 김이 올라오는 듯했다. 그런데 바로 진짜로 이마 위로 김이 서리기 시작했다.

‘이거 안 좋은데.’

상황이 유리해졌지만 뚱보는 폭탄 덩어리였다. 그랬기에 조금이라도 잘못된다면 터지는 것은 각오해야 했다.

‘그나저나 공주는 어디 갔지?’

장수로서는 공주가 어디 있는지도 궁금했다. 현재 마차는 산산조각이 난 상태였다. 그런 상태였기에 그 안에 공주가 있다고는 생각되어지지 않았다.

아마 어딘가로 빼돌렸거나 병사들 사이에 숨겼을 것이다.

현재 상황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뚱보만 있는 게 아니고 마인들에 대해서도 주의를 해야 했다.

마인들도 노리고 있었기에 공주를 보면 주저 없이 달려들 것이다.

더구나 남은 자객들도 있었다. 그들은 혈단의 위력이 빠져나가기에 서서히 힘이 빠지고 있는 상태였지만 그래도 숫자도 많았고 암살 실력이 뛰어났기에 무공을 익히지 못한 여자 하나 죽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장수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뚱보가 장수를 보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두 손으로 땅을 강하게 내리쳤다.

그 순간 엄청난 반발력과 함께 뚱보의 몸이 빠르게 장수를 향해 튕겨졌다. 그와 함께 자신의 몸을 둥글게 말았는데 장수는 마치 거대한 공이 날아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젠장!’

장수는 인상을 찡그리며 앞을 향해 장풍을 연거푸 펼쳤다. 그리고 그대로 바닥을 향해 몸을 굴렸다.

다행히 뚱보의 공격을 피했지만 뚱보의 공격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바닥을 향해 몸을 튕기더니 그대로 장수에게 육탄 돌격을 해왔다.

뚱보의 몸은 그 자체로 완벽한 흉기였다. 그랬기에 깔리기라도 한다면 뼈가 부러지는 정도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심하면 압사당할 수도 있었다.

뚱보의 몸은 딱딱한 강철과도 같았는데 지금 보이는 모습은 너무도 유연해 보였다.

더구나 발 하나와 손 두 개만 써서 움직이는데도 너무 빨랐기에 장수로서는 빠르게 피할 수 없었다.

장수는 급한 대로 장풍을 연거푸 날렸다. 그리고 재빠르게 몸을 굴렸지만 아슬아슬하게 피할 뿐이었지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장수의 몸은 거듭된 혼전으로 상처가 하나둘 생겼고 내공의 고갈로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 더구나 종아리 쪽의 큰 상처는 장수가 스스로의 몸을 움직이기에도 버겁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살아야 해.’

이대로는 유운 스승님께 은혜를 갚는 거나 혈교에 대한 복수를 하기는커녕 지금 당장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동안 무공을 익히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더구나 장법을 배워 천하제일장이 되고 싶은 열망이 얼마나 강했던가?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하고 싶은 것은 모두 해보고 죽고 싶었다. 남의 꼭두각시로 살았던 전생의 삶에서 벗어났는데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장수는 자신을 압사하기 위해 달려드는 뚱보를 향해 장풍을 연거푸 날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공이 바닥났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 많이 사용했고 양의심법을 통해 장풍을 시간차 없이 쓰면 내공이 많이 소모된다. 때문에 내공이 버티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장수가 전진심법과 선천기공 덕분에 계속해서 운기가 되는 몸이었기에 지금까지 내공을 끌어다 썼지 그런 신체가 아니었다면 진즉에 내공을 사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장수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몸을 굴렀다.

하지만 뚱보의 공격을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었다. 뚱보의 팔이 장수의 몸을 강하게 내려쳤다.

“쿨럭…… 컥.”

장수는 응혈을 내뿜었다. 뚱보의 공격에 내상을 당한 것이다. 더구나 피가 난 것을 보면 장기에도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이 분명했다.

더구나 이번 공격으로 장수는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다.

장수의 몸은 초절정고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적은 아니었다. 그랬기에 강철보다 강한 뚱보의 주먹에 잘못하면 박살이 난다.

그 순간 뚱보의 몸이 다시 하늘을 날았다. 두 팔로 대지를 강하게 내리친 후 장수를 깔아뭉개기 위해 날아든 것이다.

‘끝인가?’

장수는 죽음을 느꼈다. 이대로 깔리면 장수로서는 도저히 살 방도가 없다.

그때 뚱보의 몸이 날아오던 그 기세 그대로 다시 날아갔다.

“으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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