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9편 - 흡성대법 대 흡성대법
장수는 능력이 없었다. 유운 스승님처럼 대단한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내공운용이 탁월한 것도 아니었다. 그랬기에 뚱보를 도와줄 자신이 없었다.
‘이자는 이미 이성을 잃었어. 정신이 훼손된 거 같아. 하지만 난 그 당시에 제정신을 차리고 있었지 않나?’
장수는 핑계거리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뚱보를 지나치는 게 맞았다. 하지만 스승님의 얼굴이 떠오르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스승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스승님이라면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뚱보를 도와주기 위해 다가갔을 것이다.
스승님은 그런 분이셨다. 자신보다 남을 더 생각해주는 분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분의 제자인 장수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어떻게 할 수가 없구나.’
장수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 순간 뚱보의 눈이 번쩍였다. 그리고 장수를 향해 튕겨졌다.
“크크크크크.”
몸이 폭주하는 상황에서도 뚱보는 본능적으로 눈앞에 있는 장수에게 흡성대법을 펼치기 위해 달려든 것이다.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방금 전까지는 뚱보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목숨이 달린 일이 됐다.
뚱보의 손이 장수의 몸에 닿는 순간 공력이 빨려 가는 것을 느꼈다.
‘안 돼.’
처음에는 느리게 빨려 나갔지만 점점 그 양이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장수를 죽음으로 인도할 것이다.
장수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우선 자신의 몸속 내공을 통제하면서 장수 역시 뚱보의 몸에 손을 대었다. 그리고 흡성대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흡성대법이란 상대방의 내공을 자신의 몸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강인한 혈도와 내공에 대한 통제력이 있어야 했다.
장수 역시 전생에 수없이 흡성대법을 펼쳤지만 이번 생에는 처음이었다.
그랬기에 상대방의 몸에서 공력을 가져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전에는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기운을 가져왔지만 지금은 집중을 해야 상대방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차이는 매우 컸다.
뚱보가 가져가는 양이 장수가 가져오는 양보다 월등히 많았다.
‘이대로는 안 돼.’
까닥 잘못하다가는 순식간에 죽는다. 그랬기에 장수는 집중을 하고 뚱보의 몸속 기운을 자신의 몸으로 가져오기 위해 노력했다.
‘이럴 수가…….’
장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놀랍게도 뚱보의 몸은 마기로 가득 찼을 거 같은데 오히려 정파의 기운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냥 정파의 기운이 아니었다. 현문의 신묘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물론 현문의 신묘한 기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굳이 비율로 따지자면 현문의 심법이 6할 정파의 기운이 이 할 그리고 마기와 잡다한 기운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었다.
장수로서는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장수가 전생에 흡성대법으로 얻은 기운은 마기가 대부분이었다.
마기는 일정 이상 모으면 버티지 못하고 터져 버린다. 그랬기에 전생의 장수는 눈앞의 뚱보에 비한다면 적은 내공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터졌었다.
하지만 뚱보는 달랐다.
내공을 한계 이상까지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얼마나 많은 내공이면 전신이 보통사람이 몇 배나 늘어날 정도로 내공이 포화상태가 되었겠는가?
그런데 그것이 현문의 심법으로 이룬 성과라 하니 장수로서는 놀랄 뿐이었다.
‘혈교에서 새로 개발한 방법이 현문의 심법인 전진심법을 통한 흡성대법이구나.’
혈교에서도 폭인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 눈앞의 폭인은 그런 연구의 결과물 중 하나일 것이다.
마기가 아닌 현기를 이용한 폭인이었기에 더 많은 내공을 담을 수 있고 더 강력한 폭발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현기에 마기가 섞이게 되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몰랐다. 폭발력이 더 강해질 수도 있다.
어쟀든 장수로서는 살기 위해서라면 비어가는 내공을 눈앞의 뚱보를 통해 얻어야 했다.
장수는 필사적으로 상대방의 기운을 흡수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자 천천히 뚱보의 몸속 기운이 장수에게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현기였다.
전진심법으로 만들어진 듯한 기운이 장수의 몸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뚱보의 몸속에는 선천지기가 가득 쌓여 있었다.
그것은 폭인을 연구한 혈교에서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는데 다른 사람을 흡성대법으로 흡수하면서 선천지기까지 한꺼번에 끌어들인 것이다.
때문에 뚱보의 몸속에는 상당한 선천지기가 쌓여 있었다.
선천지기는 그 자체로 순수하면서도 정순한 기운이었고 선천지기만을 따로 수련하는 방법도 매우 드물었고 수련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그런 기운이 장수의 몸으로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장수는 숨이 턱하고 막히는 것을 느꼈다. 공력이 노도처럼 밀려 들어왔기 때문이다.
선천지기와 현문의 기운이 장수의 몸 안으로 들어오자 장수는 온몸이 터질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구나 뚱보의 몸을 가득 찼다고 한다면 장수의 몸은 빈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랬기에 한번 공력을 끌어오자 미칠 듯이 장수의 몸으로 밀려 들어왔다.
그 때문에 장수의 혈도는 터질듯이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터지기 직전까지도 도달했다.
하지만 장수의 몸에는 선천지기가 있었다. 선천지기의 신묘함이 터지기 직전의 혈도나 터져 버린 혈도까지도 깨끗하게 고쳐 나갔다.
그 덕분에 장수의 혈도는 터졌다 고쳐지기를 반복하면서 몸 안으로 들어오는 미칠 정도로 많은 양의 공력을 받아들였다.
‘터…… 터진다…….’
공력으로 인해 터질 거 같은 느낌을 계속해서 받았다. 장수의 몸에 들어오는 공력은 무공의 고수가 평생토록 수련해야 얻을 수 있는 정심한 기운이었다. 그 기운들은 쉬지 않고 장수의 몸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랬기에 장수는 그런 기운을 갈무리하기 바빴다.
처음에는 단전에 차곡차곡 기운을 쌓았다. 하지만 단전도 곳 포화상태가 되었다. 그랬기에 장수는 몸속 세부세맥에 기운을 쌓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에 단전이 터졌다. 엄청난 기운을 버티지 못하고 단전이 그대로 붕괴되었던 것이다. 그 순간 장수는 정신을 잃어버리는 듯한 거대한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장수는 엄청날 정도의 정신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정신세계 역시 굳건했기에 단전이 폭발하는 상황에서도 정신을 잃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터져 무너져 버린 단전은 그 상태 그대로 다시 단전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아마 무한한 선천지기의 공능 때문일 것이다.
단전은 전보다 월등히 크고 굳건해졌기에 장수는 다시 뚱보의 몸속 기운을 단전에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같이 넘어온 쓸데없는 기운이었다. 마기나 정파의 기운이 같이 넘어왔다. 그리고 사파의 고수들에게서 얻은 듯한 사기 역시 상당한 양이었으며 폭주에 가까운 불안정한 내공도 상당수였다.
‘이것 어쩌지?’
장수는 본능적으로 이런 기운을 가지고 있으면 자신이 몸도 이상해질 거라는 걸 알았다.
그랬기에 한곳에 모으기 시작했다.
물론 평상시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기운을 어떻게 분리하고 한곳에 뭉치겠는가? 기운이란 하나로 뭉치려는 습관이 있었고 다른 성질이라고 해도 우선은 뭉치려고 했다.
물론 나중에 가면 그것이 큰 문제를 일으키고 성장을 하는데 방해가 되지만 따로 떼어놓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을 투자하며 고련을 해야 겨우 분리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장수의 몸은 폭발하면서 다시 태어난 것 같아졌다. 그러면서 장수의 정신영역 역시 무한대로 넓어진 상태였다.
거기다 기운들도 지금은 합쳐지기 직전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쉽게 분리되었다. 그 덕분인지 장수가 원하는 대로 기운이 움직였고 원하지 않는 기운을 모으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뚱보는 잠시 동안 흡성대법을 펼치지 않았다. 장수가 뚱보의 공력을 빼앗자 일순간 시원하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뚱보의 문제는 몸속에 공력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너무 많은 정도가 아니라 폭발할 정도로 쌓인 상태였기에 공력을 빼앗기는 순간 일순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덕분에 망가졌던 정신을 약간은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내공을 빼앗기는 게 살 수 있다는 생각도 했기에 장수가 내공을 빼앗아 가는 것을 방치했다.
더구나 뚱보의 몸속 내공은 장수의 것을 월등히 능가했다. 그랬기에 어느 정도 선을 넘기 전까지는 같이 흡성대법을 펼쳐 봐야 장수가 더 많은 내공을 흡수할 수밖에 없었다.
장수의 전신에 파란 혈도가 튀어 나왔다. 그리고 팔이 두꺼워졌다, 줄어들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흡성대법을 통해 얻은 공력 때문에 몸이 계속해서 변화가 일어났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환골탈태를 여러 번 겪고 있었다.
화경의 경지에 오르게 되면 몸이 늘어난 내공을 감당하기 위해 변화를 가진다. 그리고 그것을 환골탈태라 칭한다.
물론 환골탈태를 화경의 경지에 가기 전에 인위적으로 겪을 수도 있고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장수 역시 화경의 경지를 얻어 환골탈태를 하는 게 아니라 몸속 내공이 한계를 넘어 주입이 돼 환골탈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랬기에 경지를 얻어 환골탈태를 하는 것과는 다르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진짜보다는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그와 유사한 환골탈태가 진행된 것이다.
그 덕분에 혈도가 팽창하고 더욱 질겨졌다. 그리고 단전의 용량도 더욱 커졌으며 신체 역시 내공을 전개하기에 가장 적합하게 변해갔다.
화경의 고수에 다가가는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벌어지기 위해서는 많은 내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위적인 환골탈태를 이루기 위해서는 막대한 내공이 필요한데 그 정도 내공을 가지기 위해서는 화경의 경지에 이른 자의 내공이라 해도 금방 바닥이 나버릴 정도이다.
하지만 장수는 달랐다.
바로 앞에 있는 뚱보의 몸에서 공력을 가져오면 되었기에 몸속 세세한 부분까지도 개척을 할 수 있었다.
몸속 개발이 어려운 세부 세맥까지도 하나하나 내공을 불어넣어 변화시켰고 몸속 중요 장기나 세밀한 영역까지도 진보시켰다.
그러고도 남은 기운은 단전에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다.
장수가 뚱보의 몸속 공력을 가져오는 동안 뚱보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장수가 가져가는 내공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뚱보는 희열을 느끼는 듯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지금 상황이 매우 좋아진 걸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이대로 공력을 모두 빼앗기면 폭발할 염려가 없었다.
원래 폭인이 폭발하는 것은 몸속 불안정한 기운이 자극을 받고 서로 다른 기운들이 충돌을 하면서 생기는 힘이 외부로 표출된 것이다.
그랬기에 다양한 기운이 불안정하며 계속해서 충돌을 해야 폭발한다.
피리 소리는 그것을 일어나게 하는 요인이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제적인 것은 아니다.
그랬기에 외부에서 계속해서 피리 소리가 나오고 있었지만 뚱보의 몸은 점점 안정을 찾는 듯했다.
하지만 뚱보는 심한 허기를 느꼈다. 그리고 단전이 비어가면서 시원함을 느꼈지만 본능적으로 눈앞의 먹잇감에게 공력을 갈취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본능이었고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리고 그가 지금까지 해온 일이었기에 아무런 생각 없이 장수의 몸에서 기운을 완창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장수는 가슴이 답답함을 느꼈다. 현문의 기운이 아닌 것은 가슴 쪽으로 모았는데 그것이 너무 커졌기에 부담감을 느꼈던 것이다.
가슴이 아파오고 마치 터질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젠 기운을 단전에 섞든가 아니면 가슴이 터져 죽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이 기운은 불안정하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안 좋은 기운이었다.
그랬기에 장수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진기와 섞기 싫었다.
하지만 더 버틸 수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죽을 수밖에 없기에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 순간 몸의 기운이 빨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장수는 느낌을 받자마자 주저 없이 가슴 부근에 모아놓은 안 좋은 기운을 느낌이 오는 곳으로 보냈다.
그곳은 뚱보의 손바닥이 붙은 곳이었다.
불안정한 기운은 조금의 미련도 없이 뚱보의 몸속으로 흘러들어갔다.
장수는 전진심법을 익힌 덕에 미세한 기운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