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1편 - 폭발하다
그때 장수의 예민한 귀로 파공성이 들렸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장수는 몸을 틀었다.
휙.
검은 장수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비켜나갔다.
장수는 인상을 쓰며 자신을 공격한 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바로 마인이었다. 마인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장수를 공격했다.
장수는 급하게 뒤로 물러나며 공격을 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인들의 공격은 끝이 없었고 또한 매우 빨랐기에 장수도 쉽게 피할 수 없었다. 더구나 장수의 손에는 거추장스러운 게 들려 있었다.
바로 공주였다. 공주는 겁먹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마 이런 일이 연거푸 일어날 줄은 생각도 못했던 거 같았다.
안정한 황실에 있으면서 이런 일을 언제 당해 봤겠는가? 지금 겪고 있는 모든 일이 충격적인 일이었고 적응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장수는 급하게 물러나며 마인에게 외쳤다.
“멈추십시오. 대체 왜 이러십니까?”
장수의 말에 마인이 말했다.
“순순히 공주를 넘겨줘라. 그러면 너의 목숨을 살려주겠다.”
장수로서는 어이가 없는 말이었다.
지금까지 한 고생은 공주를 살리기 위한 고생이었다. 그리고 대전쟁을 막기 위한 일이기도 했다. 공주가 죽으면 공주 개인의 죽음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공주의 죽음을 시발점으로 마교와 황실이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정파에서는 황실의 편을 들 테고 그렇게 되면 혈교가 원하는 대로 서로의 전력을 깎아 먹는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마교와 황실 그리고 정파 연합의 전력은 비슷하다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혈교가 뒤에서 손을 쓰면 마교와 황실의 전쟁은 서로가 멸망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 분명했다.
장수는 그것을 막고 싶었다. 그랬기에 공주를 넘겨줄 수는 없었다.
“그럴 수 없습니다.”
장수의 말에 마인들은 무기를 고쳐 잡았다.
현재 장수의 상태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였고 피투성이였다.
거기다 이리저리 굴러서 흙먼지로 가득했다. 더구나 마지막에 뚱보에게 걸려 진기를 상당수 빼앗긴 것처럼 보였다. 그랬기에 속 빈 강정처럼 보였다.
물론 장풍을 쓰는 것을 눈으로 봤지만 그뿐이었다. 장풍은 상당한 내공을 필요로 하는 기술이다. 그리고 눈앞의 녀석은 내공을 거의 소모한 것으로 보였다. 그랬기에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마지막 경고다. 당장 공주를 내려놓고 꺼져라. 그럼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원래 절정고수로 인근에서는 마두라 불릴 정도의 명성을 얻었는데 이번에 영단을 먹고 초절정급 내공을 얻게 된 자였다. 마인들을 실제적으로 지휘하는 자로 무림에서는 마환객(魔煥客)이라 불렀다.
마환객은 자신 있는 표정을 지었다. 현재 무림맹에서 온 자들은 태반이 죽거나 중상을 당한 상태였다. 거기다 황실의 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랬기에 눈앞의 장수만 해결한다면 공주를 죽일 수 있다.
장수는 급하게 공력을 끌어올려 봤다. 하지만 낭패스럽게도 공력을 쉽게 끌어올릴 수 없었다.
몸속 공력은 많았지만 아직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진심법과 선천기공이 장수의 몸속 기운을 자신의 통제할 수 있는 기운으로 만들고 있었지만 그 양이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질적인 기운이기에 어느 정도 시간이 돼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랬기에 공력이 여유가 있어도 함부로 쓸 수도 없었고 쓰기도 힘들었다.
자신의 몸속에 있는 기운이었지만 이질적인 기운이 워낙 많아 원래 가지고 있던 기운마저도 쓸 수 없었다.
그래서 장수로서는 대화로 상대를 설득해야 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이냐?”
마환객으로서도 눈앞의 장수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었다. 상황은 마인들이 유리했지만 아무래도 장풍을 봤기에 조심하는 게 상책이었다.
그랬기에 빈틈을 노리기 위해 말을 받았다.
“혹시 이곳에 오기 전에 환단을 복용하지 않았습니까?”
“그걸 어떻게 아느냐?”
마환객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장수를 쳐다보았다. 장수가 그런 사실을 아는 게 이상했던 것이다.
“지금 온몸에서 열이 나고 땀이 흐르며 마음이 조급해지지 않습니까? 거기다 아랫배가 아파오고 머리에서는 심한 두통과 열이 발생하지 않습니까?”
장수의 말에 마환객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했다.
“너는 의원이냐?”
“아닙니다. 지금 상태를 알려 드릴려고 하는 것입니다. 세상에 한 가지 신묘한 환단이 하나 있습니다. 그 환단은 먹은 자의 내공을 한 단계 위로 상승시켜 주지만 쓰면 쓸수록 본신의 기운을 빼앗아 결국 복용자를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환단입니다.”
장수의 말에 마환객의 얼굴색이 변했다.
“그 말을 왜 하는 것이냐?”
그때 마환객의 뒤에 있던 마인이 말을 했다.
“형님, 녀석의 말을 듣지 마시고 쓸어버리죠.”
마인으로서는 말다툼을 하는 것이 성미에 맞지 않았다.
마인이란 마인다워야 하는 법 좋은 무기 놔두고 말로 하는 마환객을 이해할 수 없었다.
더구나 그 역시 몸속에서 치솟아 오르는 힘을 써보고 싶었다.
“가만있어라!”
마환객은 손을 들어 뒤에 있던 부하들을 진정시킨 다음에 장수를 바라보았다.
“계속 말을 해보거라.”
장수는 자신의 말이 먹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자신이 말을 무조건 믿지는 않겠지만 흔들어놓아도 대단한 것이었다.
“그 환단은 결국 자신의 잠재력이나 선천지기를 이용하는 환단입니다. 그랬기에 복용을 한 자는 자신이 강해진 것으로 착각을 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목숨을 내공으로 쓰는 것입니다.”
“즈…… 증거는 있느냐?”
“뒤에 부하들을 보십시오. 코피가 흐르는 자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시간을 생각하십시오. 복용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생명력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면 무력해지는 것을 느끼며 죽어가게 됩니다.”
마환객은 인상을 찌푸렸다.
“혹시 그 환단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느냐?”
“붉은 환단인데 그 크기가 어린아이 주먹만 합니다.”
마환객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했다.
“혹시 검은 환단도 있느냐?”
‘이런 개량이 되었구나.’
장수가 전생에 알던 환단이 아니었다. 하긴 붉은색은 불길해 보이니 검은색으로 바뀔 수도 있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외형이 아니라 성능이지요.”
“내가 충분히 주의를 한 거 같은데도 실수를 한 거 같구나. 어쩐지 그런 영단을 너무 많이 베푼다 했다.”
마환객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했다.
“해독약이 있느냐?”
마환객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의 생명력을 쓴 건데 해독약이 있을 리 있겠습니까? 혹여나 영약을 먹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소용이 없습니다.”
“후…….”
마환객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했다. 그러자 뒤에 있던 부하가 크게 말했다.
“그놈이 헛소리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강해졌는데 죽는다니 말도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두려우니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마환객은 잠시 부하를 쳐다보았다.
“너는 자신의 코에서 코피가 흘러나오는 것은 모르고 있느냐?”
마환객의 말에 부하는 급히 코를 만졌다. 그러자 코에서 코피가 흘렀다.
“이…… 이럴 수가…….”
코에 감각이 없었다. 그랬기에 코에서 코피가 흘러도 알지 못했다.
마환객은 장수를 보더니 말을 했다.
“좋다. 네 말이 사실이라 믿자. 그래도 공주는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하다. 공주를 산 채로 데려가 영약을 달라고 요구를 하겠다. 그들이 공주가 필요하면 우리의 요구를 받아줄 것이다.”
마환객으로서는 방법이 없었다. 유일한 방법이라면 마교라 생각되는 자들에게 매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 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그들의 무력이 훨씬 강하기 때문에 공주를 데려 가봐야 당신들은 죽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공주는 가둬두겠다. 우리만 알 수 있는 공간에 두고 협상을 하겠다.”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당신들의 생명력은 빠져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 이곳을 벗어나도 몇 시진 후면 끝난 목숨입니다.”
마환객은 인상을 썼다.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방법이다. 그리고 공주를 황실에 넘겨주는 대가로 영약을 받을 수도 있다.”
마환객과 그를 따르는 마인들로서는 이제 남은 방법이 없었다.
그들로서는 장수의 말이 맞든 틀리든 음모에 빠졌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음모에서 벗어나려면 공주를 데리고 있어야 했다.
장수는 한숨을 쉬었다. 이제 결전을 피할 수는 없게 된 것이다.
“생각을 바꿀 수 없습니까?”
장수의 말에 마환객은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 사나 죽으나 우리가 선택한 것은 한 가지였다. 그리고 적인 너의 말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겠느냐? 우리가 먹은 것인 영약일 수도 있고 코피가 흐르는 것은 다른 이유일 수도 있다. 너의 말을 무조건 믿을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공주를 죽이기보다는 살려서 데려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마환객의 입장에서는 장수의 말을 모두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공주를 데리고 있는 게 유리했다. 그랬기에 공주를 죽이는 거에서 납치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꾼 것이다.
“그럼 싸워야겠군요.”
“그래. 그런데 궁금한 게 있구나. 보기에 군복을 입었고 나이도 어린 듯한데 네 녀석의 정체는 무엇이냐? 네가 지금 말한 것은 아무나 알 내용은 아닌 거 같구나.”
혈단 같은 경우는 무림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것이었다. 혈교에서도 다른 자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없었고 이번에 임무를 위해 특별히 자혈단이라는 혈단을 개조한 것을 마인들에게 내놓았지만 그들 역시 죽을 존재였기에 건네준 것이었다.
그랬기에 아는 사람이 혈교와 그들 이외엔 없었다. 그런데 알고 있으니 신기한 일이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장수의 말에 마환객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내가 알아야 할 필요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젊은 너를 죽여야 하니 그게 안타깝구나. 나이도 어린데 그 정도 무위를 쌓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장수로서도 최대한 일전을 피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공주를 구하면서도 마인들을 막아야 하니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마환객은 장수를 보더니 말을 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나 혼자서 네 녀석을 상대하고 싶지만 시간이 부족하구나. 네 녀석의 말이 반만 맞았다. 우리의 상황에서 최대한 시간을 아껴야 하구나.”
마환객은 말을 하더니 눈치를 줬다.
“시신은 온전하게 하는 것으로 네 녀석의 정보에 대한 보답을 해주마.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