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4편 - 변화된 신체
최정예 군대가 박살이 난 것이나 완벽해 보이던 호위들이 이처럼 허무하게 무너진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주갑으로서는 나중에 무림맹에 항의 서한을 보낼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중 일이고 지금은 공주를 안전하게 북경으로 데려가는 게 우선이었다.
"그래서 자네들에게 말을 하는 것이네. 이제 우리들로서는 공주님을 북경으로 안정하게 모셔가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네."
주갑환관이 말에 명숙들과 무사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이대로라면 공주님을 모셔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라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주갑환관은 인상을 쓰며 말을 했다.
"만약 공주님이 해를 당한다면 여기에 참여한 무사들 모두 어떻게 되는지 알겠는가? 모두 황제폐하의 화를 받아야 하네. 그리고 그 대가는 자네들 목정도가 아니라 자네들 사문이나 가문이 톡톡히 치를 것이야."
주갑환관이 말에 모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맞는 말이었다.
공주는 그만큼 중요한 인물이었다. 차라리 황궁에서 변을 당했다면 몰라도 무림맹의 무사들이 호위를 하다 변을 당하면 무림맹에서 책임을 져야 했던 것이다.
"하, 하지만……."
무림명숙들과 무사들은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갑환관은 냉정했다.
"그런 변명은 집어 치우게 지금 중요한 것은 공주님을 안전하게 모시는 것이네. 그러니 그에 대한 것만 말을 하게. 만약 좋은 의견을 내면 큰 상을 내릴 것이야."
주갑환관이 말에 사람들은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어떻게든 계획을 짜야 했기에 여러 가지 의견이 있었다.
"대인. 지금 이 전력으로 북경으로 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가장 많은 의견은 지금 전력 그대로 북경으로 가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모두 들은 주갑환관은 인상을 썼다.
"말도 안 되는 소리는 하지도 말게. 지금 환자들을 데리고 어떻게 빨리 이동을 할 수 있겠나? 지금으로서는 정예무사들만을 데리고 공주님을 데려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야."
주갑환관은 애초부터 정예전력을 따로 짜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랬기에 지금까지 시간을 끌며 대답을 이끌었다. 하지만 아무도 말을 하는 자가 없고 시간이 촉박했으니 먼저 말을 한 것이다.
"하,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남은 자들이……."
"남은 자들은 생각하지도 말게. 지금 상황을 보면 모르겠나? 지금 마교가 노리는 것은 공주님이야. 남은 자들은 신경도 안 쓸 테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네."
주갑환관이 말은 사람들을 안심시키려는 말이었다. 마교가 남은 자들을 노릴지 안 노릴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선은 주갑환관이 말을 따라야 했다. 어차피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들은 공주를 호위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고 목숨을 다해 공주를 지켜야 했던 것이다.
상황이 대충 정리하자 주갑환관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을 했다.
"긴말은 하지 않겠네. 언제 마교의 놈들이 올지 모르네. 그러니 빨리 인원을 짜야 할 것이야. 그러니 멀쩡한 자들만 앞으로 나서게."
주갑환관이 말에 모두들 눈치를 보며 나서길 꺼려했다.
원래라면 서로 나서려 했겠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얼마나 강한 자들이 공격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 누가 함부로 앞으로 나서겠는가.
거기다 부상이 너무 심했다.
이곳에 있는 자들은 뚱보에게 당해 대부분 골절을 당하거나 막심한 피해를 입은 것이다. 세 차례의 암습을 버텨낸 자는 얼마 되지 않았던 것이다.
주갑환관 역시 그런 사실을 아는지 손가락으로 몇 명을 가리켰다.
"자네들이 따라오게."
그나마 멀쩡하고, 무위가 절정인 자들이었다.
아마 주갑환관은 미리 점찍어 놓았는지 선택을 하는데 한 점의 망설임도 없었다.
주갑환관은 마지막으로 장수를 가리켰다.
"자네도 따라오게. 지금 바로 가야 하니. 서둘러야 하네."
주갑환관이 말에 장수는 급히 물었다.
"그런데 다른 분은 어디있습니까?"
장수의 말에 주갑환관은 아무말 없이 한쪽을 가리켰다. 그러자 환관 한명이 누워 있고 그 주변을 병사들이 서 있었는데 초절정의 무위를 뽐냈던 환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한쪽 손과 오른쪽 발목이 없었다.
아마 뚱보에게서 달아나다 폭발에 휘말린 듯 했다. 저래서는 전력이 될 수 없어 보였다.
황실로서도 초절정고수 한명을 잃은 슬픔이 얼마나 강하겠는가?
하지만 공주를 구하는 것이 더욱 중요했기에 아무 말 없이 사람들에게 명령했다.
"지금 바로 떠난다."
"예."
장수역시 주갑환관이 박력에 밀려 그대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공주일행이 떠나고 나자 남은 자들은 인상을 쓰더니 그들도 급하게 피하기 위해 준비를 했다.
그들로서는 가까운 도시로 이동을 해야 했다.
도시로만 가면 주둔중인 군대나 문파의 무사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언제 공격을 받을지 몰랐기에 빠르게 움직였다.
대충 부상자만 챙긴 군대가 도시를 향해 떠나자 잠시 적막감이 흘렀다.
하지만 적막감은 잠시.
시체처럼 쓰러진 자중 몇 명이 일어섰다.
바로 변장한 혈교의 무사들이였다.
그들은 죽은 척 하다가 군대가 떠나자 일어난 것이다.
그들이 이제 해야 할 일은 지금 두 눈으로 보고 들은 것을 그대로 상부에 보고하는 일이었다.
&각자의 이야기
혈마는 인상을 썼다.
방금 특보로 받은 서한의 내용이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뭐라고?"
혈마의 말에 군사가 쩔쩔맸다. 그로서도 상황이 이렇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 그게……."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다니 어떻게 된 건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 보거라."
군사는 땀을 뻘뻘 흘리며 서류를 꺼내들었다.
"그, 그게…… 첫 번째와 두 번째 암습까지는 잘 되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전열을 뚫고 호위를 하던 무사들 중 상당수를 때려눕혔던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 천뇌가 터진 것을 보면 호위무사들에게 막강한 피해를 준 것이 확실합니다."
밀정들은 마인들에게 천뇌가 터진 것을 잘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랬기에 천뇌가 두 번 터진 것으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군대에 합류한 밀정이 자세한 보고를 받아야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알겠지만 문제는 폭인에게서 일어났습니다."
"폭인이 왜?"
혈마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계획은 계획이고 폭인은 폭인이다.
폭인은 오랜 시간 동안 혈교에서 개발한 무기 중 가장 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목표물에 가서 폭발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살상력이 엄청나게 컸다.
더구나 요즘에는 개발에 개발을 더해 폭발력이나 살상력이 예전보다 더욱 강해졌던 것이다.
더구나 폭인 자체적으로도 강한 위력을 가졌기에 전력으로도 쓸 만했다.
거의 혈교의 강시들 중 인강시보다 강했고 혈강시랑 동급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천강시에 비하면 상대도 되지 않았지만 혈교 자체에서도 천강시는 개발중이였기에 현재로서는 최강의 강시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기는 했다.
그런데 그런 폭인이 문제가 있다니 혈마로서 관심이 가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우선 첫째로 폭인이 전력을 막을 만한 자들이 호위단에 무려 세 명이나 있었습니다."
"뭐라고?"
"초절정고수가 세 명이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 녀석들 때문에 폭인이 목적물을 찾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흐음.”
초절정고수는 한명이나 두 명으로 생각을 했다.
그것이 황실에서 보낼 수 있는 전력이 마지노선이였던 것이다.
겨우 십 여 명의 초절정고수를 가진 황실에서 세 명이나 초절정고수를 보낸 것은 전 전력이 삼할을 이번 일에 투입시킨 것이다.
확실히 너무 과분할 정도로 많았다.
"그렇습니다. 지금 남겨진 흔적을 확인하고 있고 조만간 밀정이 소식을 보낼 테니 좀 더 확실한 정보는 후에 들어오겠지만 현재로서는 초절정고수가 세 명이었습니다."
"이런……. 하지만 준비가 철저하지 않았는가? 자객들의 숫자도 그렇지만 이번 일에 이용 가능한 마인들을 모두 사용했고 거기다 혈단도 재고분을 대부분 쓰지 않았느냐?"
혈단 역시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엄청날 정도의 자금을 들여야 겨우 완성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거기다 이용 할 수 있는 마인들도 대부분 이번일로 사용한 상태였다.
그들을 관리하느라 얼마나 많은 자금을 썻는가?
더구나 자객들 역시 새로 키워야 하는 상태였다. 세뇌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불량품들까지도 이번 계획에 모두 참여 시켰기에 비상 전력이 모두 소진된 것이다.
하지만 황실과 무림맹이 피해를 생각하면 이번일은 피해도 아니었다.
무림맹이나 황실은 가장 중요한 실지전력인 절정고수에 큰 피해를 입었지만 혈교는 절정고수에 대한 피해가 아예 없었던 것이다.
이번에 입은 피해라고는 겨우 운영자금에 어느 정도 손실이 왔지만 그 정도는 금방 복구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혈교로서는 손실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혈마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이번 일에 들인 공을 생각하면 공주를 죽이고 마교와 황실 그리고 무림맹이 전면전을 치르는 게 당연하다 여겨졌다.
"자객이나 마인들은 제몫을 거의 했습니다. 하지만 폭인이 초절정고수를 세 명이나 상대하면서 움직임이 느려졌고 그 상태에서 공주를 찾은후 바로 폭발을 했지만 예상보다 그 위력이 너무 낮았습니다."
"위력이 낮았다고?"
"그렇습니다. 확인해 보니 원래 십장안의 모든 것을 날려 버리고 후폭풍과 철판처럼 굳은 살점과 뼈 때문에 반경 이십장내의 모든 것들에게 큰 부상을 줄 거라 생각했는데 겨우 폭발반경이 오장 밖에 되지 않았고 피해반경은 십장이었습니다."
"오장 이라고?"
"그렇습니다."
십장(丈)과 오장은 매우 큰 차이를 보였다.
일장은 성인 두 명이 길이였다.
그러니 십장은 성인 이 십 명이 누워 있는 거리였다. 예상외로 그 반밖에 위력이 나오지 않았으니 군사로서는 미칠 노릇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