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편 - 변화된 신체
환관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뭐라도 먹여야 하는 상황이니 별 수가 없었다.
근처에 과실수는 없었다.
아마 인근을 뒤져보면 한 두개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언제까지 찾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장수는 서둘러 장작을 모으고 불을 피운 뒤에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최대한 불이 안 나게 조심하면서 움직였지만 연기가 오른 이상 주의를 해야 했다.
하지만 사실 크게 주의 할 필요도 없었다. 장수로서는 누가 오던지 간에 겁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뚱보 같은 괴물이 아니라면 별 문제가 없었다.
그 외의 무인들은 단지 귀찮을 뿐이었고 혼전 중에 공주가 다칠 것을 염려할 뿐이지 혈교의 세력으로는 장수를 상하게 하기 어려웠다.
현재 혈교가 가진 전력 중 절정고수들은 장수에 의해 상당수가 죽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초절정고수는 쉽게 자신의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고 아무리 혈마라 해도 함부로 명령을 내릴 수 없었다.
또한 폭인이나 자객들도 장수의 상대가 아니었다.
폭인을 상대로는 도망치면 그만이었고 자객들도 장수가 쉽게 상대할 수 있었고 혈교 자체적으로 보유한 자객의 숫자도 거의 소진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단지 문제라면 천뇌 같은 폭탄을 감당할 수 없다는 거였다.
화약을 사용해서 던지는 폭탄도 위험했지만 화약을 매설하고 폭발시키는 것도 위험했다.
하지만 폭탄이라는 것도 사람이 써야 하는 것이고 장수의 경지라면 충분히 대응을 할 수 있었기에 큰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쫓아오는 추격대를 한번 격살한 다음에 마음 편하게 움직이고 싶은 마음도 들었던 것이다.
장수는 공주 일행만 아니라면 무서울 게 없었다.
장수는 생각을 하면서 음식을 만드는 것을 마쳤다.
매우 급하게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맛을 냈다.
그것은 장수가 양념을 가지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리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괜찮은 요리를 할 수 있는 양을 가지고 다녔기에 맛을 제법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장수가 만들자마자 일행은 빠르게 먹기 시작했다.
그들로서는 몇일 동안 고기를 본적이 없었기에 더욱 급하게 먹었던 것이다.
장수 역시 한쪽에 앉아 조용히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들 배고팠는지 음식은 금세 떨어졌다.
일행은 다들 아쉬워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굶주린 상태에서 많이 먹는 것도 문제였던 것이다. 더구나 이제는 떠날 시간이었다.
장수가 환관을 바라보자 환관은 공주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공주는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환관이 공주를 안았고 일행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일행은 사람들이 잘 안다니는 길로 다녔다.
사람들이 있는 곳은 오히려 위험했던 것이다. 병사들 사이에도 첩자를 집어넣은 마교였다.
그런 마교였기에 마을에 자객들을 주민으로 위장하는 것은 쉬운일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마을에 가봐야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
천하에 고수라 이름붙일 만한 자의 숫자가 많지만 일반 인들의 숫자는 더욱 많았다.
그랬기에 지나가는 마을에서 고수를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더구나 절정고수만 되도 일파의 장문인이나 대문파의 장로급 으로 그 숫자가 매우 적었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도움이 될 만한 자를 만나기는 매우 어려웠다.
도시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도시 전체를 따져도 고수 몇명이 있으면 대단한 일이었다. 그랬기에 도시는 배제하고 황실로 달려가는 게 훨씬 나았던 것이다.
공주의 명이라면 군대도 모을 수 있지만 상대는 절정고수를 보유한 마교와 혈교였기에 상대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한참을 안겨 가던 공주가 다시 바닥에 누워 버렸던 것이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었다.
"난 침대에서 자고 싶도다."
공주가 이렇게 험한 생활을 견디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공주의 몸 상태는 험한 돌과 흙위가 아니라 편안한 침대에서 시녀들의 시중을 들으며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맞았다.
하지만 죽을 수도 있는 위기 속에서 침대타령을 하는 공주가 장수로서는 황당할 따름이었다.
"공주마마 이제 조금만 가시면 됩니다."
실제로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동안 공주만 아니었어도 진작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공주가 움직이지 않으니 아직까지도 도착을 못한 것이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더구나 중간 중간 황실에 알릴 수 없었기에 황실에서는 공주가 살아있는지 알지 못할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하루라도 빨리 황실로 가야 했다. 이러다 잘못하다 전쟁이 벌어지면 큰문제가 될 것이다.
장수의 다급한 마음은 알지도 못하는지 공주는 고개만 흔들뿐 이었다.
공주는 대답을 할 기력도 없었다.
더구나 급히 먹은 고기가 문제였는지 오는 길에 계속해서 용변을 봤기에 더욱 기력을 잃은 듯 했다.
무림인인 장수나 다른 자들이야 음식을 먹으면 바로 소화가 되지만 공주는 아니었다.
더구나 먹자마자 이동을 해서 그런지 소화가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았던 것이다.
공주로서도 황실무사들이나 환관 그리고 외간 남자가 있는 데 바로 옆에서 용변을 보는 마음이 쉽지만은 안았을 것이다.
하지만 일행으로서도 괜히 공주가 멀리 가다 문제가 생기면 큰일 이었기에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때문에 장수로서는 공주에 대한 흥미가 뚝 떨어져 버렸다.
용변의 향긋한 냄새도 맡은 상황 이었기에 이제는 여자도 아니라 말 안듣는 악동이라는 생각이 들을 정도 였다.
그랬기에 장수가 생각하는 것은 황실의 여자들 수준이 얼마나 떨어지면 저런 깡마른 어린 아이가 황실제일미로 불리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환관은 계속해서 설득을 했지만 공주는 요지부동이었다.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더이상은 움직이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은 것이다.
장수역시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너도 자연스럽게 미끄러지듯이 화관 옆에 가면서 공주의 몸을 어루만졌다.
그런데 그런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마치 장수가 처음부터 환관 옆에 서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환관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장수를 바라보았다.
"자네 지금 무엇을 한것인가?"
"수혈을 짚었습니다."
환관은 화를 냈다.
"무엄하게도…. 지금까지는 위급한 상황이라 공주님의 용체를 만지는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것은 너무 한 게 아닌가? 더구나 수혈이라니 지금 상태에서 수혈을 짚으면 어떻게 하겠나?"
"대인 지금 한시가 급한 상황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공주마마의 목숨에 문제가 생길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이대로 달리는 것이 가장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환관이 허락을 받지도 않았지만 지금 상황이 어쩔 수 없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수혈을 짚지 않은 것은 너무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잘못하면 죽을수도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정도 휴식을 취했고 음식이나 물을 섭취했으니 위험한 고비는 넘긴 상태였다. 그리고 조심만 하면 문제 될것은 없었던 것이다.
환관은 얼굴이 붉어졌지만 입을 벌리지 않았다.
자신이 화를 내봐야 달라질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황실에서라면 자신이 우위에 있었지만 지금은 장수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랬기에 장수의 말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환관은 잠시 생각을 하다 입을 열었다.
"자네… 자네 말이 맞네."
이미 수혈은 짚은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 상태에서 한시라도 빨리 달려야 하는 상황 이었다.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환관은 잠시 생각을 하는듯했다.
하지만 늙고 지친 자신이 공주를 엎고 가는 것보다 젊고 강한 장수가 엎고 가는게 훨씬 나았다.
환관은 휴식도 못 취하고 제대로 먹지 못했으며 이런 고통은 겪어 본적이 없었기에 자신의 몸도 감당할수 없는 상태였다.
아무리 초절정고수라 할지라도 이런 상황을 버티는 것은 오히려 거칠고 험한 무림을 살아가는 무사가 더 나을 것이다.
그랬기에 환관 역시 장수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 것이다.
더구나 폭인과 싸우면서 몸에 입은 내상이나 외상을 치료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그랬기에 공주를 안거나 엎고 가는 것도 무리였던 것이다.
환관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공주를 넘겨주었다.
그러자 장수가 바로 안더니 환관에게 말을 했다.
"그럼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잠깐 오늘 일은 절대 누구에게도 말을 해서는 안되네. 그리고 아무도 보게 해서는 안되네."
과년한 공주의 몸을 거친 무사가 손댔다는 소문이 돌면 황실에서는 큰 망신이었다.
누가 보지만 안으면 큰 문제는 없었지만 누가 보면 소문이 날테고 그럼 황실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랬기에 환관이 장수에게 당부한 것이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요."
환관은 세번이나 말하고 나서야 안심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먼저 가게나 따라가겠네."
"예."
장수는 말을 하고 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공주를 안은 상태에서도 매우 빨르게 몸이 나아가기 시작했다.
더구나 장수의 경공술은 수준이 더욱 높아져서 많이 흔들리지도 않았다.
"휴…."
환관은 장수의 속도를 보고 한숨을 쉬더니 이내 경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장수에게 뒤쳐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두초절정고수가 속도를 내자 황실무사들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