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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307화 (307/398)

307편 - 황실과 손을 잡다

* * *

장수는 번천장을 생각하다 한숨을 내쉬었다. 전생의 자신을 생각하니 한심했던 것이다. 더구나 늘어난 무위만큼이나 혈교를 어떻게 상대할지 걱정이 되었다.

그때 방문이 열렸다.

“무사님, 깨어나셨습니까?”

내시는 땀을 흘리고 있었다. 장수가 장풍을 쏘며 거대한 폭음이 일어났고, 대기하고 있던 시녀가 그 소식을 전하자마자 달려왔기 때문이다.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내시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장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아마 장수가 무의식의 상태에서 못 보여 줄 만한 것들을 여러 번 보여 주었나 보다.

그게 방이 이렇게 된 사태와도 연관이 있는 듯해서 장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습니다. 이제는 멀쩡합니다!”

“다행입니다. 어의께서 왔다 가셨는데 잘못하면 주화입마에 걸릴 수도 있다고 해서 걱정이 되었습니다!”

“주화입마요?”

무인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주화입마였다.

주화입마란 운기조식을 취할 때 심마가 걸려 혈도가 파열되고 단전이 허물어지는 것을 포함해 내공을 쓰지 못하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그렇게 되면 무인이 아니라 일반인보다도 못한 상태라 할 수 있었다. 몸이 폐인이 되기에 제대로 거동조차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장수로서도 암담한 상황이었다. 최후의 순간에 몸이 재구성되지 않았더라면 주화입마가 아니라 황궁이 부서질 거대한 폭음이 일어났을 테고, 그렇게 되었으면 은혜고 원한이고 상관없이 죽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무사님께서는 매우 아프셨습니다. 더구나 광증이 생기셨는지 사방을 부수고 다니셨습니다. 무사님은 모르시겠지만 이번 방이 세 번째 방입니다. 그런데 이 방마저 이렇게 만드셨습니다!”

“예?”

장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는 이미 멀쩡한 게 없었지만 처음 들어간 방과 미묘하게 달랐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방을 세 번이나 바꾼 것이다.

“그렇습니까?”

“예. 어의께서 지금은 괜찮다고 한순간에 옮기셨습니다. 몸에 진기가 돌지 않을 때가 있었는데, 어의께서 그 순간을 잘 파악하신 거 같습니다!”

운기 도중에 누군가 건드리는 것은 큰 문제였다. 잘못하면 주화입마에 걸릴 수도 있는 것이다. 아마 몸의 변화가 끝나고 나서 상태가 호전될 때 옮긴 듯했다.

장수는 머리를 긁적였다. 괜스레 쑥스러웠던 것이다.

“그랬습니까?”

“예. 그리고 무사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무사님의 몸은 심하게 부풀었다 줄어들었습니다. 어의께서도 이런 상황은 처음 본다면서 몸이 나으면 대단한 무인이 될 거라는 말을 남기셨습니다!”

장수 역시 공감하는 바였다. 예전에도 천마나 혈마, 그리고 성승 외에는 적이 없었다. 그런데 몸이 바뀌면서 더욱 강해졌으니 이제 무서울 게 없는 것이다.

이 정도 실력이라면 혈마는 죽이지 못해도 혈마의 음모는 충분히 때려 부술 수 있을 거 같았다. 이미 황궁에서는 장수를 상대할 자가 없을 테고, 무림맹에서도 성승 딱 한 명뿐일 터였다.

“과찬이십니다. 그 정도는 아닙니다!”

장수로서는 인정해 봐야 좋을 게 없었다. 자신의 무위가 드러나는 것은 무림인이라면 기피하는 일이었다. 무림인은 칼을 쓰는 자들로, 언제 음모를 피우고 죽이려 들지 모르는 자들이었다. 그랬기에 숙련된 무인이라면 자신의 실력을 삼 할 숨기는 게 정석인 것이다.

내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동창의 제독께서 오시라는 명이 있었으니 가셔야 합니다!”

“동창의 제독이라고요?”

동창의 제독과는 이미 만난 사이였다. 호위를 떠나기 전에 자신을 만나 자리를 주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올 것이 왔구나.’

이미 예상은 했던 것이었다. 자신의 실력에 대해 물어보고 황실에 충성을 바치라고 할 것이 뻔했다. 아무리 황실이라도 자신같이 대단한 무인을 만나면 영입을 하고 싶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깨어나시기를 한 달 전부터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한 달이라고요?”

장수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며칠이 지난 것 정도는 예상을 했다. 사건이 정리되고 황실의 관리가 자신을 부르기 위해서는 최소 열흘이라는 시간이 흘러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달은 너무 심했다.

몸이 재구성되는 동안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단 말인가?

장수의 말에 내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달이 아니고 방에 들어가신 지 한 달하고 보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감찰단의 습격 때문에 황실에서도 무사님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름 뒤에야 겨우 여유가 나서 무사님을 불렀지만 그 당시에는 의식불명의 상태라 모시지 못한 것입니다!”

장수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한 달 보름이라니, 길어도 너무 길었다.

하긴, 무의식의 세계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고 무공서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무의식의 세계에서 끝도 없이 유영을 하면서 현실에서는 한 달하고도 보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던 것이다.

“무사님, 그럼 저를 따라오십시오!”

내시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시가 먼저 방 밖으로 나갔다.

“따라가야겠구나!”

장수는 말을 하면서 다시 몸속을 관조했다. 몸속에는 아직도 많은 내공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 내공은 아직도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 있었기에 이 내공을 자신의 것으로 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었다.

“무사님, 어서 오십시오!”

“알겠습니다!”

장수는 대답을 하고 천천히 내시의 뒤를 따랐다.

동창의 수장이 거주하는 방으로 가자 근엄한 표정을 지은 동창의 수장이 장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왔는가?”

“어르신, 부르셨습니까?”

장수는 말을 하면서 수장을 살폈다. 늙은 할머니 같은 외형은 그대로였지만 한 가지 변한 게 있었다. 예전에는 수장의 무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를 이길 자신이 있었다.

장수의 무위가 많이 상승한 덕에 상대적으로 수장의 무위가 낮아 보인 탓이었다.

장수로서는 놀라운 상황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로 차이가 나다니, 새삼 자신의 무위가 대단함을 알 수 있었다.

“그래, 그동안 자네에 대한 보고는 받아 보았네!”

장수가 환골탈태를 하는 동안 상부로 보고가 된 모양이었다.

하긴, 탈태환골이란 보통의 무인은 거의 접하기 힘든 것이었다. 초절정고수 중에서도 운이 닿은 자들만이 탈태환골 비슷한 걸 겪을 수 있었고, 화경의 경지에 오르면서 급격히 상승한 내공을 수용하기 위해 몸 전체가 변화되는 것이었기에 환골탈태를 이룬 무인이라면 장래가 기대되는 무인이라는 말이었다.

더구나 장수는 한 달 반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환골탈태를 겪었다. 그러니 황실에서 장수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예, 어르신!”

“혹시 자네는 절대의 경지에 올랐는가?”

화경의 경지를 다른 말로는 절대의 경지라고 한다. 오르기 너무 힘든 경지지만 오르기만 하면 무적에 가까운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넓은 중원 천하에서 화경의 고수가 겨우 세 명밖에 없다는 것만 보더라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 볼 수 있었다.

수장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절대의 경지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진실만을 말하게. 이건 매우 중요한 일이야. 황상께서도 자네에 대한 관심이 아주 크니 사실을 말해 주게. 자네의 경지는 무엇인가?”

“전 화경의 경지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만약 화경의 경지에 올랐다면 사실대로 말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화경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아직 제 경험이나 깨달음, 그리고 무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편입니다!”

장수의 말에 수장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했다.

“그럼 여기에 나오는 자네의 무위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수장은 그 말과 함께 보고서를 건네주었다. 거기에는 장수의 이름부터 시작해 신상명세가 그대로 나와 있었는데, 그중에는 장수가 보인 무위에 대한 설명도 적혀 있었다.

장수 역시 자신의 무위가 어느 정도 노출된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나 상세하게 나와 있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기에 당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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