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8편 - 황실과 손을 잡다
장수는 잠시 그것을 본 다음에 수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르신, 제 무위는 초절정입니다. 그게 다입니다!”
“초절정이라고? 그런데 어떻게 장풍을 그렇게 연달아 발사할 수 있었나? 더구나 그 무위는 무엇인가? 아무리 혈단을 복용해 임시로 절정급이 되었다지만 자객들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어. 그런데 자네 혼자서 그들을 얼마나 죽였는지 아는가?”
황실이나 무림맹에서도 많은 자객을 죽였지만 장수가 죽인 숫자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자객들이 펼치는 무서운 무위와 빠른 공격에 절정고수들 또한 당황했던 것이다.
그로 인해 초반에 다친 자들이 많았고, 자객들의 검에 있던 독에 다쳐 중상을 입은 자들의 숫자 역시 무시할 게 아니었다.
만약 장수가 없었다면 전멸을 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장풍이라는 게 생각처럼 어려운 건 아닙니다. 저처럼 장풍을 전문적으로 익히면 발출하고 회수하는 게 쉽습니다!”
“그래? 그럼 자네의 백룡처럼 나아가던 장풍은 어떻게 설명할 셈인가?”
“그것 역시 장풍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그렇다고 하지. 하지만 자네가 알아야 할 것은 진실을 말해야 황실이 자네를 보호해 줄 수 있다는 것이야. 자네도 자네에 대해 잘 알 걸세. 자네 혼자라면 상관이 없지만 다른 가족들의 안전은 어떻게 책임질 셈인가?”
그것이 장수가 가장 걱정하는 것이었다. 석가장이나 사업체는 혈교나 마교가 뀐 콧방귀에도 무너질 정도로 약했다. 만약 호위대를 습격한 자객 중 한 명만 그곳에 나타난다고 해도 얼마나 많은 식솔들이 죽을지 알 수 없었다.
장수로서는 동창의 수장이 하는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천하의 마교나 혈교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것은 무림맹이나 황실밖에 없었다. 그리고 말을 들어 보니 황실이 장수의 식솔들에 대해 보호를 해줄 듯해 보였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제 경지가 초절정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 그것은 나중에 행동으로 보여 주게. 이번 일에 대해서 묻고 싶은 게 많아. 사실 자네가 화경의 경지냐, 아니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그것은 지금으로서는 파악할 수 없는 일이고, 그다음으로 이번 감찰단이 공격당한 것에 대해 자네가 아는 모든 것을 말해 주게!”
“알겠습니다!”
이미 대부분의 조사가 끝났을 테고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황실도 황실 나름대로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장수가 말하는 것은 참고적인 것일 뿐이었다.
장수는 천천히 자신이 겪은 것을 이야기했다.
수장은 신중하게 들으며 그것을 기록했는데, 모르거나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여러 번에 거쳐서 물어보며 확인을 했다.
장수가 자신이 호위를 하며 겪은 내용을 대부분 말하자 수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렇게 된 것이군. 자네에게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네. 자네가 없었더라면 공주님을 구하지는 못했을 것이야!”
“아닙니다. 저는 제 일을 한 것뿐입니다!”
“자네의 공이 매우 커. 황실에서도 마교가 그렇게나 강공을 펼칠 줄은 생각지 못했네. 더구나 폭인이나 절정급 자객이 있을 줄은 더더욱 생각도 못했고 말이야.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지. 설마 초절정고수 세 명이 포함되었는데도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있을지는 몰랐어. 더구나 마교에서 쓴 화약이나 폭탄만 해도 한 개의 단체가 가질 만한 수준이 아니야. 국가를 전복시키기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고 보고 있네!”
자객이라든지 폭탄이라든지 폭인이라든지, 모두 한 개의 세력이 가질 만한 무력이 아니었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국가권력을 전복시킬 위력이었던 것이다.
“그런 거 같습니다!”
장수 역시 놀라운 일이었다. 혈교가 어느 정도 준비를 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이 정도 전력이라면 천하를 전복할 야심을 갖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자네는 모르겠지만 자네가 공주님을 호위해서 황실로 오는 동안 남겨진 군대는 마교에 의해 대부분 죽은 상태네!”
“예?”
장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래, 놀란 말도 하겠지. 이번에 마교가 노린 것은 공주만이 아니었어. 군대와 함께 움직인 무림맹과 황실의 고수들까지 노린 것이네. 군대가 도시로 이동하자 자객들을 동원해서 그들을 공격했다네!”
“자객들이요?”
“그래, 벽력탄을 들고 자객들이 자폭을 했네. 그래서 많은 병사들과 무사들이 죽었지.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교에도 절정급 자객은 없었다는 것이네. 만약 남은 자들이 있었다면 그때 파견해서 아예 전멸을 시켰을 것이야. 그 당시 군대나 무림맹에서는 절정급 자객을 막을 여유가 없었거든. 폭탄을 터트린 다음에 남은 자들을 자객으로 죽였으면 대부분 죽었을 것이네. 하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도 많은 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네!”
“그…… 그럼!”
장수의 말에 수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황제 폐하께서도 이번 일로 노여워하고 계시네. 그래서 전쟁 준비를 명령하셨네. 아마 길지 않은 시간 뒤에 마교와 전쟁이 벌어질 것이야!”
장수가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막지 못한 것이다.
공주가 살았어도 군대가 전멸한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황실에서도 마교에 보복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모든 전황이 마교가 벌인 일이라 말하고 있었다. 더구나 마인이 나타났고, 현재 황실에 대적할 세력 중 가장 강한 곳이 바로 마교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공주가 살았다는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공격하겠다는 것이지, 만약 총책임자인 공주가 죽었다면 바로 전쟁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렇군요!”
“그래, 이번 일로 황실은 물론이거니와 무림맹에서도 큰 피해를 입었네. 물론 살아남은 사람도 있지만 죽은 사람이나 중상을 입은 사람이 너무 많아. 그 때문에 전력이 많이 쇠퇴했네. 거기다 초절정고수를 한 명 잃었어!”
수장의 말에 장수 역시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팔과 다리를 잃고 중상을 입었던 초절정고수가 결국 죽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제가 데려온 분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다행히 공공께서는 중상을 입으셨지만 목숨엔 지장이 없으시네. 하지만 오랜 시간 요양을 해야 할 것 같네. 그 때문에 사실상 초절정고수 두 명의 공백이 생겨난 거지!”
“그렇습니까?”
초절정고수의 비중은 어느 곳이나 컸다. 황실 역시 그 무위만큼이나 초절정고수가 중요한 일을 맡고 있었기에 전력에서나 행정 면에서 큰 타격을 입었던 것이다.
“그래, 그래서 자네에게 제안을 하고 싶네. 자네도 알겠지만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전쟁이 벌어질 것이야. 이미 무림맹에서도 황실에 협조를 해주기로 했고, 그 외 다른 세력들이 연합을 해서 마교를 칠 것이네. 그래서 말인데, 자네를 동창의 수장으로 삼고 싶네. 어차피 내가 자리를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야. 그러니 빈자리를 자네에게 주겠다는 것이네!”
“예?”
장수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동창의 수장 자리는 전에도 제의를 받은 적이 있었다. 다만, 오 년 뒤에 넘겨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자네로서도 당혹스러운 말일 것이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자네가 꼭 필요한 상황이야. 전에는 황제 폐하께서 인재를 아끼시는 마음에 자네에게 그런 제안을 한 것이지만, 이제는 큰 전쟁을 앞두고 있어. 우린 자네가 반드시 황실에 소속되어 주었으면 하네. 그렇게만 한다면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겠네!”
수장의 말이었지만 그 뒤에는 황제가 있었다. 중원 전체를 다스리는 황제에겐 장수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줄 힘과 권력이 있는 것이다. 만약 장수가 동의만 하면 황실의 힘을 마음대로 쓸 수도 있었다.
장수로서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였다.
‘어떻게 하지…….’
장수는 고민이 되었다. 사실 황실에 소속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던 것이다. 전생에서 황실의 인물이라면 보이는 족족 죽였다고도 할 수 있는데 무슨 운명의 조화로 이번에는 황실에 소속된단 말인가? 장수로서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거대한 곳에 소속되어야 혈교의 음모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장수가 고민을 하는 듯하자 수장이 말을 이었다.
“동창의 세력은 자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네. 거기다 비상시이니 마교의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오천 명의 군대를 지휘할 수 있는 권한도 주겠네. 또한 각각의 관청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야. 게다가 자네는 무인이니 무학서나 영약, 그리고 신병이기가 필요할 거 아닌가? 그 모든 것을 자네에게 주겠네. 원한다면 최고의 미녀들 역시 자네가 원하는 만큼 주겠네.”
수장의 제안은 상당히 매력적인 것이었다. 사실 장수로서도 늘어난 무위만큼이나 스스로를 갈고닦을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랬기에 황궁에서 시간을 보내며 무학을 공부하고 수련을 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더구나 황실의 힘을 빌리면 혈교의 음모를 막는 것도 쉬울 터였다.
“음!”
계속해서 장수가 고민을 하는 듯하자 수장은 다급한 마음이 들었다. 동창의 수장으로서 오랜 연륜을 가진 그였지만 지금으로선 장수가 꼭 필요했다. 이번 호위 때 믿지 못할 무력을 발휘한 데다 초절정고수였기에 앞으로의 전쟁에서도 얼마든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잘하면 황실에서도 화경의 고수를 한 명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마도 세력과 동등한 힘을 가질 수 있었다.
발전 가능성으로 보나 현재의 능력으로 보나 장수는 황실에 꼭 필요한 인재인 것이다.
“자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말만 하면 내 다 들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네!”
수장의 말에 장수는 좀 더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해야 혈교를 부술 수 있을까?’
장수에게는 현재 자신의 거취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스승인 유운의 생사나 석가장의 존폐가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었다. 만약 황실과 무림맹이 손을 잡고 마교를 공격한다면 혈교가 바라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양쪽이 큰 피해를 입었을 때 혈교가 천하를 장악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큰 문제였다.
“동창의 수장이 되는 것은 어려울 거 같습니다!”
장수의 말에 수장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가 불만인가? 내 무엇이든 들어줄 테니 말을 하게!”
수장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게 아닙니다. 저는 지금 어딘가에 매여 있을 상황이 못 됩니다. 천하를 돌며 음모를 파헤쳐야 할 거 같습니다!”
“음모라고?”
“그렇습니다. 전 이번 전쟁이 마교가 벌인 게 아니라 혈교가 벌인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수의 말에 수장은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래? 어떻게 그런 판단을 한 거지?”
“아직 증거가 부족하지만 이번 일로 가장 이익을 얻을 세력은 바로 혈교일 겁니다!”
“혈교라…… 그래, 사실 황실에서도 혈교를 의심하는 자들이 있기는 하네. 하지만 마교가 벌인 것이라는 증거가 너무 많아서 혈교가 했을 거라는 자들의 주장이 묻혔지. 누군가는 이번 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고, 그게 마교가 된 것이야!”